ⓒ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이야기의 시작에는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28일 방송된 <PD수첩> '울산 검경내전'편은 그렇게 시작했다. '고래 고기 환부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왜 경찰이 압수한 고래 고기를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었을까. <PD수첩>은 이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사건은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울산 중부경찰서는 한 유통업자로부터 불법포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 고기 27톤을 압수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담당했던 황 모 검사는 압수된 27톤의 고기 중 21톤(경찰 추산 약 30억 원)을 한 달만에 피의자에게 되돌려준다.

"당황스러웠죠. 저희들은 최소한 유전자 검사가 나온 이후에 환부를 해도 괜찮은데 왜 이렇게 급하게 했나."

울산 중부경찰서 서성주 경위는 검찰의 고래 고기 환부를 아주 의아스럽다고 술회했다. 이유가 있었다. 경찰은 당시 압수한 고래 고기에 대해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통상 고래 고기 샘플은 기존에 보관된 DNA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불법포획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황 검사는 DNA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한 고래 고기 21톤을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줬다. 고래 고기는 DNA 성분 검사를 진행했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검사 결과 대부분 불법포획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환부조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피의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경찰은 이 과정에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수임했던 피의자 측 한 모 변호사가 2013년까지 울산지검에서 환경, 해양 담당 검사로 일했던 전관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전관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 변호사에 대한 사무실, 차량, 통신,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신청을 검찰이 대부분 기각하면서 이 의구심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이후 경찰 수사는 사건 담당검사가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검사에 대한 수사가 불발에 그친 거죠.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겁니다. 검사는 형사사법제도의 대단히 중요한 한 축을 담담하고 있거든요. 누구보다 현재의 사법질서를 존중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담당검사의 해외연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검찰은 고래 고기를 돌려준 이유에 대해 "불법포획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담담검사의 해외연수 또한 예정돼 있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경찰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원칙과 절차대로 고래 고기를 돌려준 것인데 경찰이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래 고기를 돌려주었다는 점, 사건 담당검사의 직속상관인 부장검사와 피의자측 변호인이 대학동문이라는 점, 검찰이 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대부분을 기각시킨 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된 담담검사가 수사도중 해외연수를 떠난 점 등 석연찮은 점이 한 둘이 아니다. 

 

ⓒ 뉴스1



한편 고래 고기 환부사건으로 검경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던 2018년 초, 울산지방경찰청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형제 비리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울산 지역 건설업자인 김흥태 씨는 김 전 시장의 동생과 아파트 시행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30억 원을 지불하는, 이른바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두고 당선이 유력한 김 전 시장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동생이 먼저 제안해 왔다는 것이다.

"형이 시장이 될 껀데, 저희 형이 시장이 되면 (아파트 사업권을) 정리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렇게 할래? 그럼 내가 나하고 그렇게 할 수 있나. 형하고 의논해라. 너희 형이 그렇게 한다면 내가 그렇게 하지. 형하고 의논했대요. 내가 지하고 무슨 그런 약속을 해서 30억 원을 준다고 합니까. 지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원래 2007년 울산 북구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던 김 씨는 당시 시공사의 부도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사업계획 승인을 잃은 상태였다. 해당 아파트의 시행권은 2012년 다른 곳으로 넘어갔고, 김 씨는 30억 원의 웃돈을 주고 시행권을 되찾아오려 했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이 김씨에게 접근한 시점이 바로 그 무렵이다.

"내가 30억 원을 주고 (사업시행권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건너간 거예요. 이 말이. '형님 우리도 선거비용 많이 드는데, 이왕 주는 거 우리 주는 게 안 맞겠습니까?'. 이 말을 들어보니까 맞는 거예요. '저희 형이 시장이 되면 허가 어차피 안 되는 거 안 해주면 되는 거고'. 저하고 선거 전에는 '참OO' 식당에서 점심 두 세번 정도 했을 거예요. 제가 그러면 어떻게 할래 약정서라도 만들어야 하니까. '인허가나 이런 것도 넣을까요, 형님?'(이라고 물어보길래) 그건 서로 문제가 되니까 빼자고 했어요."

이와 관련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아파트 분양 용역 계약을 할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시장의 동생은 '2005년 경부터 직업이 없었고, 건축 관련 자격증이나 관련 경험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용역 계약은 성사됐지만 이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김 씨는 아파트 시행권을 얻지 못했다. 2018년 1월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청탁이 있었다는 관련자 증언과 함께 증거를 확보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2019년 4월 해당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만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는 증인의 진술 번복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경찰조사에서 일관된 진술을 보였던 핵심 증인 2명이 검찰 조사에서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검찰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와 관련 전직 판사였던 신중권 변호사는 "처음에 진술하는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법원에 갔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후 사건은 급반전된다. 되레 김 씨가 부정청탁 교사 및 공갈, 협박, 청부수사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김 전 시장 형제를 고발했던 김 씨는 졸지에 검찰의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김 씨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 피해 여부를 추궁하면서 자신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도록 종용했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김흥태를 거의 사기꾼으로 (몰았다). 나 말고도 (김흥태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한테 돈을 빌렸다고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김흥태가) 빚이 많아 (빌려 준) 돈은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야기는) ‘김흥태가 기소됐을 때 같이 고발, 고소하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런 내용이었다. (검찰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된다’고도 했다. 내가 (김흥태를) 고소해야 된다고."

김 씨의 지인인 강석주 씨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역시 <PD수첩>이 제기한 의혹과 일치했다. 강 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도 검찰이 "김흥태에 대해서 천지 사기꾼이고 빚이 엄청 많은데 고소해라"고 종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씨는 "자기들이 시킨 데로 안 하면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책상을 두드리기도 했다"라며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씨와 지인들은 조사 당시 검찰이 황 전 청장과 김 씨의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고래 고기 사건 수사 당시 검찰과 갈등을 겪었던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지휘했던 검찰 저격수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와 관련 울산지검은 황 전 청장을 조사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서면 답변을 <PD수첩> 측에 보냈다.)

"김흥태는 타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김흥태를 불쏘시개, 마중물로 해서 황운하 쪽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였어요."

김 씨의 지인으로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이영민 씨는 당시를 저렇게 회상했다. 그 무렵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조정 문제로 검경 사이의 신경전이 아주 뜨겁던 시기였다. 고래 고기 환부사건 당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던 황 전 청장이 평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김 씨와 지인들의 주장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김 씨가 사업권을 따내려 했던 울산시 북구의 아파트 인허가 과정에는 수상한 돈거래 정황도 드러난다. 김 씨가 사업권을 얻으려 했던 아파트 인허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의 계좌에 2억 2천만 원이 돈이 입금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김 전 시장의 형이 사업수익의 50%를 받는 조건으로 김 씨가 아닌 다른 시행사를 밀어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관련자 진술까지 확보했다.

당시 해당 지역은 목표인구 초과로 울산시청 도시계획과로부터 사업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사업이 김 전 시장 취임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PD수첩> 측의 설명이다. 시행사가 이례적으로 울산시 측에 인구계획을 상향조정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사업 승인허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수사하기 위해 시행사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 의해 기각당했다. 수사 기일을 2개월 연장해 달라는 건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수사를 일단락시킨다.

"강백신 검사도 그때 당시에 이거 문제가 있다고 자료를 보여주셨어요. 저렇게 많다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분명히 사건 (조사) 합니다. 이거 진짜 울산 복마전입니다'."

김 씨는 울산 북구 아파트 인허가 의혹 수사에 대해 2016년 당시 울산지검의 강백심 검사 측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강 검사가 국정농단 특검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PD수첩> 측은 내사 과정 확인을 위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 검사에게 취재를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김 전 시장 형제 비리 의혹의 실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측 주장과 검찰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그 사이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간 이 사건은 현재 청와대의 '선거개입·하명수사' 논란으로 비화됐다.

사실 <PD수첩>이 조명한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김 전 시장 형제 비리 의혹 사건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내용이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세간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준 것 뿐이다.

그럼에도 방송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정치공방이 뜨거운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은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긴 '이야기의 시작에 검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1.31 11:12 신고

    나라가 온통..... 인간의 욕망이 만드는 세상...이제는 숨쉬기 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ㅠ

  2.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31 13:40 신고

    이전에도 고래사건 pd수첩은 본 저로서는
    2020년 한국에서 과연발생할 수 있는
    사건인가에 대해서 깊은 고민과 생각에
    빠지게된 사건이었습니다 ;
    말도 안되는 일이 자행되는데
    그런 비리사건은 꼭 자유한국당 측근들에게서
    만 일어나는 것일까요?

  3. Favicon of https://ssc-life.tistory.com BlogIcon 청담목도리 2020.01.31 13:42 신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구독 좋아요 누르고 가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오마이뉴스

 

'騎虎之勢'(기호지세).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듯한 기세로, 도중에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지가 딱 이렇지 않을까.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소환조사를 받은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30일 검찰에 출석할 예정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역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윤 총장과 청와대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이번 기소는 윤 총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날 윤 총장은 구본선 대검찰청 차장과 배용원 대검 공공수사부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등이 참석한 주례보고에서 이들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이 참석자 중 유일하게 기소 반대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윤 총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며 조 전 장관 수사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무더기 기소 결정을 내린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은 원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등이 연루된 지역토착비리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김 전 시장 측근과 형제의 비리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부실수사, 지역 토착세력과의 유착 의혹,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검·경 갈등 등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이 사건의 본질을 '선거개입·하명수사'라 규정한 검찰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실제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부실수사와 강압수사 정황이 복수의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기현 전 시장 동생과 '30억 불법 용역계약'을 맺었던 울산 건설업자 김흥태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사건을 검찰이 이미 2년 전부터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해 왔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경찰이 김 전 시장 관련 사건 수사에 착수한 2018년부터 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타깃으로 한 수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고발인인 김씨를 별건수사로 구속한 뒤, 송시장과 황 청장과의 관계, 그리고 이들과 관련된 비리를 진술하도록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기소된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전 울산경찰청장) 역시 지난해 12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안의 본질은 김기현 전 시장의 형제, 그리고 비서실장의 부패비리"라며 "이에 대한 경찰의 세 갈래 수사 중 한 건이 청와대로부터 경찰청 본청을 거쳐 울산청으로 이첩된 범죄첩보였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하명수사니 선거개입수사니 하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검찰을 꼬집은 바 있다.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의 또 다른 축인 고래고기 환부사건 역시 검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16년 5월 울산경찰은 밍크고래 불법포획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시가 40억 원 가량의 밍크고래 27톤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압수한 27톤의 고래고기 중 21톤을 업자에게 되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불법고래고기를 유통시킨 업주와 그들의 뒤를 봐준 검찰 출신 변호사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에 의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던 수사 담당검사가 그 무렵 돌연 해외로 연수를 떠나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당담검사의 해외연수는 1년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수사에 진착이 없자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2018년 1월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울산검찰청 소속 검사의 고래고기 무단환부 사건에 대해 울산지검이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검찰이 진실을 밝힐 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며 청원을 올렸다. 이에 특별감찰단원을 울산에 내려보내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해명이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정보 수집 및 수사 점검 등의 활동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명백한 '선거개입·하명수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애초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 1년 8개월이 넘게 묵혀두었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시켰다는 점 등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에 여러 뒷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관련해 기소권과 수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법원으로부터는 급기야 "검찰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는 의미심장한 질책까지 받고 있는 마당이다.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길 때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 행태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물론 수사를 시작한 이상, 그리고 혐의를 발견한 이상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랑이(살아있는 권력) 등에 올라 탄 윤 총장의 심경과 의지가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법대로, 원칙대로"를 강조해 온 검찰 수사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일관성과 형평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펼쳐지고 있는 검찰 수사가 과연 그러한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전격 기소한 검찰이 공문서 위조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해서는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 '인디언 기우제 같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조 전 장관 일가와 주변을 샅샅이 털었던 검찰이지만 비슷한 의혹으로 고발당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대한 수사에서는 지극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의 발단이 된 김 전 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해 뇌물수수·위조공문서행사·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부정청탁및금품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위반·공직자윤리법위반·증거위조교사 등 무려 11개의 혐의를 적용시켰지만, 이는 권력형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사력을 총동원해 4개월 넘게 총력전을 펼친 결과치고는 초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가뜩이나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갖은 말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과 맞물려 검찰 수사의 시점과 내용, 방향 등에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검찰을 향한 의혹 어린 시선은 조 전 장관 수사가 일단락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조 전 장관 일가 의혹과 앞서 살펴본 사건들과의 형평성,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검찰의 이중적 행태가 만들어낸 합리적인 의심일 터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건 시민이다. 그 시민들의 눈길이 지금, 검찰로 향하고 있다. 윤 총장은 이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검찰의 '선택적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1.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30 08:31 신고

    역시 부지런하십니다 ^^
    윤총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보이네요

  2.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20.01.30 11:04 신고

    윤석열, 조국 전장관에게 자신만 아는 열등감 있었을까요?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경원을 좀 파 헤쳐보지,,,

  3.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1.31 06:18 신고

    대단하신 분...ㅎㅎ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1.31 08:16 신고

    공정하지 못한것이 문제입니다..

ⓒ 한겨레

 

업자들이 훔친 작물을 거래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압수한 작물의 시중가는 30억에 달했다. 그런데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 만에 작물 21억원을 업자들에게 되돌려준다. 압수한 물품이 작물이라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경찰의 심기는 불편해졌다. 누가 봐도 훔친 게 분명한데 검찰이 사건을 덮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검찰은 작물의 진위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한 성분 검사를 의뢰한 상태(검사 결과 작물로 확임됨)에서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압수 물품을 되돌려 줬다. 뭔가 석연찮다고 느낀 경찰은 사건을 다시 파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번엔 검찰이 경찰 수사를 가로막았다. 작물업자의 뒤를 봐준 의혹을 받던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시킨 것이다. 경찰은 전직 검사 출신이었던 이 변호사와 담당검사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고 의심했다.

한편 시민단체에 의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사건 담당검사에 대한 수사 역시 흐지부지됐다. 검찰은 담당검사를 해외연수차 국외로 내보냈고,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담당검사를 고발했던 시민단체는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의혹의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움직였다. 수사관을 해당 지역에 내려보내 내막을 알아본 것.

그러나 이 사건은 경찰의 영장 청구를 번번이 기각한 검찰의 수사 방해(?)로 진실에 다가서지 못한다. 외려 사건은 이후 청와대의 하명수사 의혹으로 비화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 시작한다. 이상은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으로 옮겨붙은 일명 '고래고기 사건'의 전말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은 너무 간단하다. 불법 포획한 고래고기를 유통시킨 일당에 대한 경찰 수사를 검찰이 가로막은 것(직무유기-직권남용)이고, 그 과정에 전직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결탁돼 있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요약하면 검찰이 불법 고래고기를 유통시킨 업주와 그들의 뒤를 봐준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킨 것이다.

그런데 1년이 넘게 검찰이 뭉개고 있던 사건을 윤석열이 얼마 전 울산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가져와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했다. 봐주기 기소 의혹이 본질인 고래 고기 사건을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로 둔갑시켜 버렸다.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민정수석실 수사관을 울산에 내려보냈고, 경찰에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울산지청의 봐주기-부실 수사 의혹을 청와대 하명수사로 치환시키는 윤석열 검찰의 상상력도 대단하거니와, 울산 지역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김기현 형제와 토건세력간의 비위 의혹을 관건선거로 물타기하는 한국당의 정략적 행태 또한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다.

이 사회의 정의와 상식, 공정이 어떻게 망가져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고래고기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검찰과 한국당의 행태다.

자기들 비리는 철저히 은폐-보호하면서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위선을 떠는 검찰과 적폐의 온상이면서 정치-사회개혁을 결사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한국당의 콜라보가 가관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불공정하게 휘두르고, 비이성적이고 반지성적 정치세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할 리는 만무하다. 우리가 검찰개혁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한국당을 정치판에서 퇴출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12.21 06:42 신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모습...
    이제 국민들이 다 아는데....
    저들만 모르고 있나 봅니다.ㅠ.ㅠ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2.21 07:22 신고

    미로찾기게임이네요 검찰과경찰 정작 하라는 것은 안히고 참 꼴볼견입니다.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12.21 11:39 신고

    얼치기 같은 검사와 그 고장 검사 출신이 엮인 전관 예우 변호사의 비리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닌걸 지금 발악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4.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19.12.22 14:22 신고

    저도 이거 PD수첩과 언론을 통해서 봤는데, 우리나라 검찰개혁의 반드시 필요함을 만천하에 알리는 그런 계기였던 것 같아요.
    2019년에도 아직까지 검사들과 청탁을 통해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주말 잘 보내고 계시지요? 다녀갑니다~

  5. Favicon of https://lsmpkt.tistory.com BlogIcon 가족바라기 2019.12.22 19:08 신고

    검찰개혁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언제까지 국민은 눈뜨고 봐야하는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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