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넘게 폭우가 이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일 오전 현재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11명이 실종됐으며, 수 천명의 이재민과 7천 건에 달하는 시설 피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어가고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져만 가는 시기, 모두가 힘을 합쳐 피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이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어 빈축을 사고있다. 통합당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에 수해 피해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 망연자실 하고 있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통합당은 이번 폭우를 4대강 사업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모양이다. 역시나 '적반하장의 끝판왕'다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무려 22조(정부 발표)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이었다.
그러나 가뭄 및 홍수 대비, 수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은 정부 발표와 달리 생태계 파괴, 수질악화, 건설사 담합 비리, 안전 문제 등이 연이어 불거지며 내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빠지자 이를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로 교묘하게 변경시켜 밀어붙였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심지어 국정원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사찰하는가 하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 사업이었다는 것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확인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두 차례, 박근혜 정부 시절 한 차례,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차례 등 총 네 번에 걸쳐 진행됐다. 이 중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1월에 발표된 첫 번째 감사에서만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뿐 나머지 세 차례는 모두 '심각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2013년 1월17일 발표된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16개 보 가운데 무려 15개 보에서 바닥 침식을 막기 위한 바닥 보호공이 유실 또는 침하됐다고 발표했다. 12개 보에서는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4대강의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 보의 안정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수질개선 효과 역시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은 수질예측 방식과 수질관리 기준이 잘못돼 오히려 수질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2013년 7월에 있었던 세 번째 감사에선 소문이 무성했던 건설사간 담합 비리가 드러났다. 당시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사실상 담합을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사업의 가장 큰 목표였던 홍수 예방 효과 역시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0월 14일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부 및 소방방재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금강·영산강 지역의 2012년 홍수 피해액은 전년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낙동강은 2011년 869억원에서 2012년 2362억원으로, 금강은 350억원에서 737억원으로, 영산강은 49억원에서 828억원으로 피해액이 급증한 것이다.
생태와 환경 역시 크게 훼손되고 파괴됐다.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해마다 4대강 주변은 녹조가 뒤덮여 썩은내가 진동한다. 혐오스런 괴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처럼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심각하고 방대하다.
세 차례에 걸친 감사원의 감사 결과 총체적 부실사업이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통합당은 4대강 사업을 지천으로 확대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펴고 있다. 정파적 입장이 다르다 해도 최소한 부끄러움은 있어야 한다.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 만들어진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보고도, 새파란 녹조가 까마득히 덮혀가는 강을 보고도, 철마다 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보고도, 폭우 피해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보고도 통합당은 그런 거짓말이 입에서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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