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지난 6월 발간한 '지속 가능한 개발 2020(Sustainable development 2020)'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코로나19 팬데믹 방역을 가장 잘한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 된 지난 3월4일부터 5월12일까지 인구 100만명 당 치사율과 재생산지수(감염자 1명이 평균적으로 감염시키는 인원 수), 통제효율성 등 3가지 지표를 통해 각국의 대응방식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가 종합지수 0.90으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라트비아(0.78), 호주(0.76), 리투아니아(0.75), 에스토니아(0.75)가 이었다.
반면 독일(0.63)이 19위, 스웨덴(0.61)은 22위, 미국 28위(0.51), 이탈리아 29위(0.49), 프랑스 30위(0.46), 영국 31위(0.43), 벨기에 32위(0.40), 스페인 33위(0.39) 등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모 언론을 통해 이 기사가 보도됐고, 나는 이틀 동안 언론의 동태를 유심히 지켜봤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구글에서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코로나19 대응 한국 1위'란 검색어로 뉴스 검색을 해보았더니 관련 내용을 전한 언론은 고작 두 곳(매일경제, 뉴시스)에 불과했다.
같은 날 탈북민을 돕고있는 전수미 변호사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놀랄만한 사실을 밝혔다. 탈북단체들이 지원금을 유흥비로 사용하는 등 무분별하게 유용하고 있고, 탈북여성들을 향한 성추행과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전 변호사 역시 성폭행을 당할 뻔한 사실이 있다는 등의 아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언론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는 이유는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불거질 당시 이 나라 언론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개월, 몇 주 전의 일이다. 당시 언론의 뜨거웠던 취재 열기를 떠올려보면 구체적인 증거와 증언이 나온 탈북단체의 회계부정과 성폭행 의혹에 대해 이렇게 '아닥'해도 되나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 벌써 기사가 나와도 수백개는 나왔어야 하는데, 탈북단체의 공금유용과 탈북여성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같은 언론이 맞나 싶게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언론의 편향성과 이중적 잣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나경원 전 통합당 의원, 연세대 이경태 전 부총장의 자녀 입시부정 의혹을 떠올려 보라.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던 손혜원 전 무소속 의원과 주호영·박덕흠 통합당 의원의 경우를 상기해보라. 언론의 보도 행태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의원들의 피감기관 지원에 의한 해외출장 사례가 훨씬 많았음에도 언론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한 사람만 물고 늘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쯤되면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해서 결론은 이미 나와있는 것 같다. 정부여당에 불리한 이슈는 벌떼처럼 달려들어 논란을 확대시키고, 유리한 이슈는 보도를 안 하거나 아예 다른 이슈로 덮어버린다. 일례로 SDSN의 보고서에 대해선 눈길조차 주지 않던 언론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의상논란 관련 온갖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에 우리나라가 모범적으로 대응했다는 사실보다 류 의원이 국회에 등원하면서 입은 분홍 원피스가 그들에겐 더 가치있는 보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 물증과 관련자 증언까지 다나와있는 탈북단체의 공금유용과 탈북여성에 대한 성범죄에는 침묵하고, 정의연과 박 전 시장에 대해서는 의혹만으로도 수백, 수천의 기사가 만들어진다. 세간에 유행하는 표현처럼, 언론이 '선택적' 보도를 하고 있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검언유착과 관련해 검찰이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자 언론은 이를 탄압이라 규정하고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반면 검언유착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가 KBS 기자 등을 고소하며 겁박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으로서의 자존심도 없는, 정말 개쩌는 이중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언론은 그 사회의 공기와 같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저널리즘에 기반한 공익적 보도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조차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이 나라 언론의 현주소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발전되기 어렵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하루 빨리 썩어빠진 이 나라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역겨운 냄새가 진동한다는 건 청소할 때가 됐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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