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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어록 어워드

ⓒ 연합뉴스


연말인 요즈음 방송사마다 각종 시상식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농부가 땀흘려 일한 한해의 결실을 추수하듯 방송의 각 분야에서 일해온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연말 시상식에서 열매를 맺는 것이다. 오직 이 즈음에만 볼 수 있는 방송가의 흔한 풍경들이다. 그러나 올 한해를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 어디 방송 연예계 종사자 뿐일까

누구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노력 봉사해 온 사람은 사실 따로 있다. 대통령이 바로 그렇다. 대통령은 기절초풍할 언어구사능력을 바탕으로 일년 내내 국민을 웃고 울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바람언덕은 이 나라 대통령이 올 한해 동안 구사한 어록들의 순위를 매겨 그의 지난 노고들을 돌아보려 한다. 경쟁 후보군들이 너무 쟁쟁했던 관계로 모두 다 싣지 못했음을 미리 밝혀 둔다.


5 (2015.04.25, 한·브라질 비지니스 포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자네를 도와준다네'라는 부분을 인용한 것으로 대통령의 학구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간절함만 있으면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경찰 등 국가기관이 알아서 도와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 명언이었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 간절함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명언이기도 하다.


4위 (2015.05.12, 청와대 국무회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그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집중을 자꾸 이렇게 분산시키려는 일들이 항상 있을 거다, 으레. 그게 무슨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의 핵심목표를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을 정신을 차리고 나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걸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셔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최고의 발명품인 '박근혜 번역기'를 돌려야 비로소 해독이 가능해지는 문장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발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국내의 내노라하는 국어학자들이 총동원되었다는 비화가 있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된 발언이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논리파괴형 횡설수설이 대북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음모론이 떠돌고 있다.



ⓒ경향신문


3 (2015.04.15, 세월호 1주기 현안점검회의)

"간첩도 그렇게 국민이 대개 신고를 했듯이 우리 국민들 모두가 정부부터 해가지고 안전을 지키자는 그런 의식을 가지고, 신고 열심히 하고..."

'박근혜 번역기'로 해독해도 전체적인 문맥의 해석이 불가능한 초고난이도의 발언이다. 번역기를 몇차례에 걸쳐 돌려본 결과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 대부분이 간첩신고를 했듯이 정부부터 안전을 지키자는 의식을 가지고 모범을 보이면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고 신고도 열심히 하고..." 정도로 해석이 된다. '박근혜 번역기'의 버전업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다.


2 (2015.11.10, 청와대 국무회의)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간발의 차이로 정말 아쉽게 1위에 오르지 못한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마자 '혼이 비정상'이란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무속인을 연상시킨다는 것에서부터 임성한 작가의 풍모가 느껴진다는 등 각양각색의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대통령의 발언에 전국 각지에서 너도 나도 '혼이 나갔다'는 자기고백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 연합뉴스 by 아이엠피터



1 (2015.10.22, 교과서 국정화 청와대 여야대표·원내대표 5자회동)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

대통령의 올해의 어록 대망의 1위는 그의 신통력을 엿볼 수 있었던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가 선정됐다. '혼이 비정상' 발언과 치열한 1위 경쟁을 벌였던 이 발언이 영예의 1위를 차지한 데에는 교과서의 내용을 꽤뚫어 보는 대통령의 '신끼'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기막힌 화술이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논리상실과 어이상실이 돋보이는 이 발언은 대통령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 주고 있다는 점에서 1위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

2015년 국민들을 웃고 울린 대통령의 어록들은 선정에 어려움을 느낄만큼 정말 많았다. 모두 소개하고 싶었지만 시간과 지면상 다섯 개밖에 선정할 수 없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은 어제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빛나는 어록들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렇다. 대통령의 어록은 내년에도 쭈욱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주옥같은 어록들로 국민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갈수록 난해해지는 대통령의 횡설수설을 제대로 해독할 '박근혜 번역기'의 버전업과 인내심만 있다면, 내년에도 대통령의 어록들을 즐길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그 둘 뿐이다. 관련업체의 분발과 국민들의 살을 에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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