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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200만 향해 가는 정당해산 청원이 '조작'이라는 자유한국당

ⓒ 이투데이

 

자유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일 새벽 2시 기준 160만 명을 넘어섰다. 관련 소식이 언론과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어 사상 최초로 200만 명을 돌파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해당 청원은 종전 최대였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청원(119만2049명) 기록을 지난달 30일 돌파했다.

이 청원은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소통 게시판에 올라왔다. 여야 4당이 선거제·개혁입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전격 합의한 날이다.

청원인은 글에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 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를 하고 소방에 관한 예산을 삭감하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하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를 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서 이미 통진당 정당해산을 한 판례가 있기에 반드시 자유한국당을 정당해산 시켜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 25~26일 한국당의 육탄저지로 패스트트랙 상정이 무산되고, '동물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솟구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회법을 무시한 한국당의 국회 무력화 시도에 분노한 시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공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 그로 인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이 접속자 폭주로 한때 다운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게시됐지만 당시에는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 한국당의 반대와 비협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청원에 시민들이 폭풍 공감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당의 막가파식 행태가 시민의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반성은커녕 사사건건 반대와 몽니로 국정의 발목을 잡아왔던 한국당에 대한 분노가 표출됐다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다수 시민이 원하는 선거제·개혁입법을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을 저지시키기 위해 감금, 집기 파손 등의 폭력을 사용하는가 하면, 온갖 비이성적인 행태로 국회 의사일정을 가로막는 위법을 범했다. 국회법을 어기고 의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으면서, 어이 없게도 "독재타도"와 "헌법수호"를 부르짖었다.

한국당은 선거제·개혁입법 등의 법안들이 "좌파장기집권"을 위한 저의가 깔려있다고 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이 '좌파연립정부 수립' 계획의 일환이며, 공수처 도입이 '좌파독재정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민은 현명하다. 선거제 개편이 지역주의와 기득권 양당체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것임을, 공수처 도입이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비위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기 위한 것임을, 한국당의 투쟁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밥 그릇' 싸움임을 안다.

그러나 이 사실을 한국당은 모르고 있는 듯하다. 한국당을 향한 시민의 분노가 '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 속에 오롯이 녹아있는 데도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무려 200만을 향해 가고 있는 데도 한국당은 이를 성찰의 계기로 삼기는커녕 의미를 깎아내리는가 하면 '조작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 청원이 민주주의의 타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자유주의, 민주주의 정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군중정치"라고 주장했다.

김태흠 한국당 의원도 거들었다. 그는 이날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청원 참여자 수가) 150만이 되든 200만이 되든 여론이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여론 조작과 여론몰이 부분이 바람직한가"라고 반문하며 "(민주당) 당원,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하면 300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명이 동참했다고 보도됐지만 그 중 14만명 이상이 베트남에서 접속했다고 한다"며 "청와대 안에서 청원을 조작하는 것은 누구인가"라고  '조작설'을 제기했다.

말문이 막힌다. 한국당이 시민들의 눈높이와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만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와대가 직접 시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청원이 올라오거나,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지만 국민청원의 도입 목적을 고려하면 순기능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국민청원은 시민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정치권과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사안들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만 해도 국민청원은 잊혀졌던 '장자연 사건'이 재조명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이밖에도 낙태죄 폐지, 소년법 폐지 등 정치권이 외면했던 사안들을 공론화시키기도 했다. 국민청원이 직접민주주의를 확장시키고 발전시킨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 조작설과 청와대 배후설도 근거없는 억측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설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 공지를 통해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어제(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국내에서 97%가 이뤄졌고, 이어 미국이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3월 전체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중 국내 비중은 90.37%이고, 베트남 3.55%, 미국 1.54% 순"이라며 "베트남에서 접속한 트래픽은 대부분 3월 14일과 15일 이틀 간 집중됐는데 베트남 언론 최소 3개 매체에서 3월 14일 가수 승리의 스캔들, 장자연씨 사건 등을 보도했고, 이를 청와대 청원 링크를 연결해 소개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에서 국민청원 게시판 트래픽이 급증한 것을 두고 '조작설'을 제기하던 일부 네티즌과 이를 검증없이 유포한 한국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국민청원 트래픽 의혹을 제기했던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청와대의 해명에 수긍했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청와대측에서 공개한 구글 애널리틱스 통계는 샘플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에 가까워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3월 전체 베트남 발 접속이 3.55% 라는 수치는 신뢰도가 높다"며 "청와대의 3월 베트남 트래픽 유입 설명에 따라 해당 트래픽이 4월 말에 진행된 정당 해산 관련 청원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작다"라고 입장을 바꾼것.

이 최고위원은 "트래픽 데이터를 검증하는 취지로 요구한 정보공개가 타 정당의 정치인에게 인용돼 '청원에 동의한 100만명 중 14만명이 베트남' 같은 관련 없는 이야기로 번진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네티즌이 유포한 가짜뉴스를 토대로 국민청원 참여자 수 조작·왜곡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진 셈이다.

상식과 이성에 있다면 수많은 시민의 분노가 담겨있는 '한국당 정당해산 국민청원'의 의미를 되새겨 일신의 기회로 삼아야 할 터다. 그러나 한국당은 외려 그 반대다.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어깃장과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시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당해산 청원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당이 마냥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시민의 자발적 의사 표현을 '군중정치'와 혼동한다면, 맹목적인 반대로 다수 시민의 요구하고 있는 개혁과제를 계속해서 가로막는다면 어쩌면 한국당은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도 시계바늘은 2020년 4월 15일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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