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한창이다. 그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전통적 야당 강세지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경쟁자들을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사실상 보수진영이 붕괴된 데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 이른바 '문재인 프리미엄'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반도 외교·안보를 둘러싸고 펼쳐지고 있는 드라마틱한 상황 전개도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분단과 대립, 그에 기인한 안보 불안을 종식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극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정부여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 기류가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두 정상의 만남이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한 것도 남북정상회담의 효과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주말 롤러코스터를 탔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표정관리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지방선거 전날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가뜩이나 갈 길이 바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소속 후보들의 입장에서는 곤욕스러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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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야당 후보들의 고민이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구냉전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행태가 되풀이되면서 후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괴리된 당 지도부의 언행은 급기야 소속 후보들이 중앙당 차원의 도움과 지원을 마다하는 황당한 상황마저 만들어내고 있다.
얼마 전 한국당을 탈당한 4선의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를 맹렬히 성토했다. 그는 특히 홍준표 대표를 직접 겨냥해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가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악담을 퍼부으며 색깔론 공세를 펴는 등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로 당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강길부 의원은 "국민들이 바라는 당의 혁신, 인적 쇄신, 정책 혁신은 온데간데 없고 당 대표의 품격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최근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당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오죽하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가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려 반성을 촉구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4월 30일 SNS를 통해 당 지도부에 날을 세운 바 있다. 이날 유정복 시장은 작심한듯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폄훼한 홍준표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주요 후보들 역시 당 지도부와 거리두기에 나서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남경필 경기지사는 한국당의 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겠습니까'의 교체를 요구했고,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는 "어떤 지역에서는 이번 선거 때 홍 대표 좀 오지 말게 해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쓴소리를 했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는 아예 중앙당 차원의 지원 없이 지방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김태호 후보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에서 중앙 논리가 자꾸 오버랩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중앙당이나 홍준표 당 대표가 아니라 후보인 저 김태호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니만큼 후보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태호 후보의 주장은 '고육지책'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여론과 유리된 채 마이동풍을 외쳐대는 당 지도부의 지원을 받게 될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를 향해 당내 비판이 속출하고 있는 본질적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정서와 유리된 당 지도부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현실 인식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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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을 앓고 있기는 바른미래당 역시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 소속이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국당 복당과 잔류 등을 놓고 절치부심해 왔던 원희룡 지사가 무소속 출마로 마음을 굳힌 배경 역시 곤궁한 당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당한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한 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창당의 컨벤션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 데다 한국당과의 차별화에도 실패하며 보수진영과 무당층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 전망 역시 대단히 불투명하다. 당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것이 그 비근한 예다. 원희룡 지사가 바른미래당을 전격적으로 탈당한 것도 결국은 이와 같은 현실론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태근 전 의원은 15일 SBS <김용민의 정치쇼>에 출연해 아주 흥미로운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간 남경필 지사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원희룡 지사의 상반된 선택이 극과 극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남경필 지사가 이른바 '자유한국당 디스카운트' 현상의 피해를 보고 있는 반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지사는 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태근 전 의원은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는 전국에서 예외적으로 오차 범위 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현상은) 결국 이들의 존재론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원 후보는 모두 바른미래당에 있다가 각각 한국당과 무소속으로 옮겨 출마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남 후보의 경우 한국당 소속의 후보라는 것 자체가 득표요인이 못 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면서 한국당이 아닌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잡은 원희룡 지사의 전략적 선택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추론이다. 그런 면에서 원희룡 지사의 선전이 시사하는 바는 너무나 명확하다. 바른미래당이 처해있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역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의 지방선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증인 셈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주요 후보들이 중앙당 차원의 이슈나 지원을 배제한 채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정태근 전 의원에 따르면, 특정 지역에서는 "한국당의 유니폼인 빨간 옷도 안 입는 후보도 있다"는 후문이다. 바른미래당의 광역단체장 후보였던 원희룡 지사는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 바른미래당 간판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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