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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해시태그 열풍, #그런데최순실은?

ⓒ 오마이뉴스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를 사용한, 누구나 한번쯤은 봤음직한 문구다. 해시태그는 '#(해시)' 기호 뒤에 특정 단어나 문구 등을 붙여서 그와 연관된 정보를 쉽게 묶어주는 기능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SNS에서 '#(해시)' 열풍, 아니 광풍이 일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많은 SNS 사용자들이 자신의 글이 보다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해시태그를 붙이곤 했다. 그러나 이처럼 특정인을 대상으로 특정 의혹을 상기시키기 위해 해시태그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비정상적인 사회가 만들어낸 보기드문 진풍경이다.

지금 국회는 대통령의 오장육부라 불리우는 '최순실'씨 때문에 연일 시끌벅적이다.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을 폭로하는 야당과 그 의혹을 비호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여당 사이에 뜨거운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숱한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는 정작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당이 결사항전의 자세로 최순실씨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과 정부 부처가 죽기살기로 최순실씨에 대한 의혹을 엄호하고 있는 나라. 이 역시 비정상이긴 마찬가지다.

SNS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런데최순실은?"이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펼치는 것은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한 그들만의 대응법이리라. '최순실'이 누구인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박관천 전 행정관이 지난 2014년 터진 '정윤회 게이트'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당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라 말할 정도의 실세 중의 실세가 아닌가. 청와대 사정에 능통했을 박 전 행정관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씨야말로 대한민국을 막후에서 움직이는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문체부 감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자 박 대통령이 문체부 관계자를 직접 경질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헬스 트레이너였전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순실씨의 이름이 거론되는가 하면, 최근 큰 논란이 일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자금모금 과정, 인사 문제에도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미르재단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 문화계의 황태자로 부상한 것 역시 최은실씨의 작품이라는 얘기도 돈다.


최순실씨의 딸 정씨와 관련된 이화여대 특혜 의혹도 부각되고 있다. 입학 특혜 의혹부터 시작해서 정씨를 위한 학칙 변경과 학사 관리 의혹 등이 끊이질 않는다. 정씨는 인터넷의 글을 통카피한 리포트를 마감시한이 지난 뒤에 제출했음에도 B학점을 넘게 받았고, 담당 교수는 리포트 내용에 첨삭까지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와중에 담당 교수는 정씨에게 극존칭을 섞어가며 안부를 묻는 등 사제지간이라고 볼 수 없는 메일을 주고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정씨가 학교측으로부터 일반 학생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특혜를 받아 온 것이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무엇보다 비정상적인 것은 최순실씨와 관련된 의혹을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으로 단정지어 버린 박 대통령의 행태다. 대통령은 자신이나 측근을 향한 비판이나 의혹은 무조건 부정부터 하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통수권자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한 사람이다. 잘못을 했으면 비판받아야 하고, 의혹이 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함이 옳다. 대한민국이 중세시대의 절대왕정이 아닌 민주공화국인 이상 이는 대통령이 거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이 나라 대통령은 어떤가. 의혹 제기를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확인되지 않은 폭로라고 규정했다. 비판과 쓴소리를 불필요한 정쟁을 유발하는 소음으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은 절대 존엄이며 어떤 경우에도 비판해서는 안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다른 세계에 산다. 대통령의 세상과 시민들의 세상이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의미다. 시민들은 2016년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는 여전히 아버지가 통치하던 과거의 신화적 세계에서 살아간다. 시민들과의 괴리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민사회에서 대유행하고 있는 "#그런데최순실은?", "#그런데우병우는?", "#그런데차은택은?" 등의 해시태그 역시 다를 바 없다. 시민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부정 비리 의혹이 대통령이 머무는 세상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고 만다. 신화의 세계에 갖혀있는 대통령에겐 바깥 세상의 소동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반역으로 비춰질 뿐이다. 그가 머무는 세상과 절대 다수의 시민들이 거하는 세상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것이다.


대통령과의 거리에 따라 권력과 재력, 특혜와 특권의 크기가 결정되는 나라, 측근의 부정 비리 의혹을 철통같이 방어해 주는 나라, 대통령을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되는 나라, 대통령 측근의 비위에 대한 감시와 비판에 의법조치를 거론하는 나라가 과연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하수상한 시절이다. "#그런데최순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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