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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국당 이어 북한까지...누가 평창올림픽을 방해하고 있나

순풍에 돛단 듯 순항하던 남북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이 오는 2월 4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겠다고  전격 통보해온 것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29일 오후 10시 10분경 이같은 내용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통해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의 급작스런 태도 변화로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르려던 문재인 정부의 계획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그동안 정부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을 남북한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각별히 공을 쏟아온 터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일방적으로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하겠다고 통지해 옴으로써 평창올림픽을 통해 얼어붙어 있던 남북 관계를 진작시키고 평화와 화합의 길을 모색하려던 정부의 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이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 이유는 남측 언론 보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북한이 "우리 측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하여 북한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합동문화공연을 전격 취소하자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통일부는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 이행 촉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태도를 전향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화해 모드였던 남북 관계가 북한의 합동문화공연 취소를 기점으로 다시 긴장 관계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남북이 추진하던 다른 행사와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극적으로 남북 해빙무드가 조성됐지만 한켠에서는 이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상존했다. 작년까지 핵과 미사일 실험을 이어가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화 모드로 전환한 것이 전통적인 대남 전략의 일환일 수 있는 데다가, 언제든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북한 특유의 돌출 행동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북한은 끝이 없는 벼랑 끝 전술을 고수하는가 싶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는 '대결'과 '대화' 병행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넣더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돌연 남북 대회 모드로 선회해 그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남북 당국자간 대화와 협상을 하루 아침에 허무는 '판깨기'에도 능통하다. 따라서 북한이 합동문화공연에 임박해 행사를 전격 취소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수가 틀리면 언제든 기존 합의를 파기해 버리는 '판깨기'는 북한이 자주 써온 기본적인 전술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북한의 갑작스런 평화 공세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어쨌든 북한이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함에 따라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화해와 평화의 공존을 모색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급격하게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한반도기 동시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국민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화 국면을 조성해 남북 관계 개선에 앞장서려던 정부를 비판하는 보수진영의 거센 공세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그동안 보수진영이 주도해온 '남남갈등'에 북한이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남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갑작스런 합동문화공연 취소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모처럼 찾아온 남북 해빙무드를 일방적으로 깨트렸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언론의 무차별적인 정치공세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합동문화공연을 취소시킨 직접적 이유로 '북측이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들을 모독하는 남측 언론'이라 지목했다. 보수언론이 비판적 논지의 기사를 쏟아내는 가운데, 2월 8일로 예정된 북한 건군절 행사까지 언론이 문제 삼자 공연 취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북측의 입장이다.

실제 한국당과 보수언론은 한반도기 사용, 남북단일팀 구성, 북한 응원단 체류 비용, 현송월 방남 등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사사건건 이념 공세를 펼쳐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당은 평창올림픽을 '평양올림픽'이라 규정하는 등 코 앞으로 다가온 국제적 행사를 격렬한 정치논쟁으로 비화시키는데 앞장 섰고, 보수언론은 이를 측면에서 지원해왔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던 당사자들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북한 여자축구팀을 응원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한국당은 북한이 응원단을 보내는 데 소극적으로 나오자 전세기를 보내자고 주장했을 정도로 '구애'에 적극적이었다. '평양올림픽' 홍준표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1년 7월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북한이 참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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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이 집권하던 시절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북한의 참가를 독려하고, 열렬히 응원까지 했던 그들이 정권이 바뀌자 입장과 태도를 바꿔 대대적인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당과 보수언론이 최소한의 일관성도 없이 '당리당략'과 '정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당과 보수언론의 평창올림픽 이념공세가 각계로부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일 터다. 

주지하다시피 평창올림픽은 한국이 삼수 끝에 힘들게 유치한 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는 남북단일팀이 참가하는 첫번째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비롯해 전세계 유수의 언론들 역시 남북한 동시입장과 남북단일팀 구성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런 만큼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범국가적인 노력과 관심을 쏟아부어야 마땅할 터다.

그러나 전세계가 주목하는 평창올림픽은 시작도 하기 전부터 한국당과 보수언론이 불을 지핀 소모적인 정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북한까지 남북이 합의한 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시킴으로써 화해 분위기로 향하던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로 인해 화합과 공존, 치유의 제전이 될 것이라던 평창 올림픽이, 지구촌의 축제가 되어야 할 평화 올림픽이 점점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 극과 극은 닮는다더니 딱 그 짝이다. 저들에게는 '국익'과 '평화'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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