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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팽귄 프사? 국회 파행 책임 한국당이 더 크다

ⓒ 오마이뉴스

 

국회가 놀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빈 말이 아닙니다. 한 해의 절반 가량이 지나가고 있지만 국회가 지금껏 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3월 국회에서 '반짝' 130여건의 법안이 처리됐을 뿐 1월과 2월, 4월 국회는 빈손 국회였습니다. 5월 국회 역시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여야 원내사령탑 일부가 교체되면서 국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신임 이인영(더불어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게 꽉 막힌 정국을 풀어나갈 해법은 딱히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세간의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여야 3당 원내대표간 '맥주회동'도 결과적으로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말았으니까요.

무엇보다 국회 정상화에 대한 여야간 입장차가 너무 커보입니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이 의결한 선거제·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에 대한 사과와 철회를 국회 정상화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고발 취하와 재해 등에 한정한 추경 예산 심사 등도 부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지요.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입장입니다. 민생 현안이 쌓여있는 만큼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멈추고 국회로 먼저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회 파행에 대한 유감 표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패스트트랙 처리 사과와 고발 취하 등을 전제로 한 국회 정상화는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이처럼 국회 등원의 명분을 제공해달라는 한국당과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부딪히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극한 대치로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임을 고려하면 국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이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4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집권여당이 아니라 권력은 잡되 책임은 없는 집권야당으로 착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 정상화의 가장 큰 적은 집권당의 이념 강화와 선명성 투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당은 세간에 유행하는 '펭귄 프사'(펭귄 프로필 사진) 비유를 통해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3일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이 "국회 정상화에 답 못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프로필 사진을 펭귄으로 바꿔라"라며 민주당을 거세게 몰아붙인 것이죠.

김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재 국민과 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은 오만과 독선에 빠져 국회 정상화의 답을 찾으려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에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직 야당 탓만 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요컨대, 국회를 정상화시킬 책임이 여당인 민주당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제1야당을 설득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책무가 집권여당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국회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이 여당인 민주당에게만 있는 걸까요. 벌써 한 달째 패스트트랙 의결을 문제 삼아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요.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현 시국을 다르게 보는 인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국회 파행의 시발점이 됐던 한국당의 폭력 행태에 대해 "정의당은 국회를 파행시킨 이번 사태에 대한 양비론을 단호히 배격한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패스트트랙을 자유한국당이 불법과 폭력으로 막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라고 성토했습니다. 국회 파행의 요인이 한국당에 있다고 일갈한 것이죠.

이 대표는 "25일, 26일 이틀 동안 국회 의안과를 불법 점거하고 법률안을 제출하려는 의원들의 법안을 검열하는 등 입법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킨 사상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라고 꼬집은 뒤, "이번 사태는 지난 박근혜 국정농단을 능가하는 헌정파괴 범죄이며 전복행위다. 촛불 쿠데타, 국민독재와 같은 인식으로 법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런 세력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관용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론은 어떨까요. 세계일보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여론조사기관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문재인정부 2년 정책평가 정치분야 여론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5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를 해본 결과를 7일 발표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최근 국회가 파행하고 여야정협의회 등 협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6.0%가 '한국당의 책임이 크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민주당의 책임은 22.6%, 대통령 책임은 16.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 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5명을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해 29일 발표한 결과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몸싸움 국회'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가 43.8%로,  '민주당의 무리한 추진'(33.1%)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 오마이뉴스



이는 국회 파행의 책임이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는 한국당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결과여서 주목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당이 입이 닳도록 인용하는 '국민'이라는 표현입니다. 김 원내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국민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을 언급한 바 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여론조사결과 다수 국민은 국회 파행과 관련해 '한국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국당은 그와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이 말하는 '국민'은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민심과 상충하는 한국당의 행태는 다른 곳에서도 목격됩니다. 지난 3일 민생투쟁의 일환으로 전주를 찾은 황 대표는 공수처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공수처 필요한가. 여론조사를 해 봐도 이거 필요없다는 것이 절대다수다. 그런데 이걸 왜 할까. 지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자기들 말 안 듣고 딴짓하는 사람들 억압하겠다고 하는 것이 공수처법이다."

황 대표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해 이는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공수처 도입을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긍금합니다. 황 대표는 도대체 어떤 여론조사를 근거로 저와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걸까요.

제명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5.18 망언' 3인방에 대한 징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당은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을 솜방망이 처벌해 빈축을 사더니,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징계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겉으로는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할 것"(황 대표)이라더니 정작 당내 징계 절차는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한국당은 정치공세를 위해 가짜뉴스를 동원하기도 합니다. 탈원전을 미세먼지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석탄발전소의 가동률이 늘어나 미세먼지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한겨레>는 지난 23일 "입만 열면 ‘탈원전 때리기’…한국당 ‘가짜뉴스’ 무한반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석탄화력에 설치된 굴뚝원격감시시스템(TMS) 측정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 5년간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가 운영하는 석탄화력들이 내뿜은 초미세먼지는 2013년 3만5292톤에서 2017년 2만6658톤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세먼지 발생의 상당한 책임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석탄발전소 확대정책과 클린디젤 정책의 결과라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에너지전환포럼 이사이자 환경운동연합 처장인 양이원영씨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기사에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석탄발전을 대규모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이명박 정부의 클린디젤 정책의 영향으로 경유차량이 대거 늘어난 결과가 미세먼지 재난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미세먼지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받는 석탄발전소와 경유 차량 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증가했습니다. 녹색성장을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 5년간 15기의 신규석탄발전소가 추가로 계획되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12기를 계획에 추가했습니다. 경유 차량 역시 클린디젤 정책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이후 급증했습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한국당 등의 주장은 이미 많은 언론의 팩트체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외려 일각에서는 미세먼지를 유발시키는 석탄발전소와 경유차량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늘어났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견강부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원도 산불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회 파행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습니다. 여야 모두 정치력을 발휘해 국회 정상화에 힘을 쏟아부어야 할 시점입니다. 추경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당이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국회는 일을 하려 해도 하지 못하는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모든 책임이 집권여당에게 있다며 국회 정상화의 답을 민주당이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당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을 뿐더러 민심과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생을 걱정한다면서 민생을 볼모로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의 이율배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입니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한국당은 무려 17차례에 걸쳐 보이콧을 감행했습니다. 이 숫자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여론조사결과가 말해주듯 이번 장외투쟁만 해도 한국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더 높습니다. 이쯤되면 한국당을 향해 이렇게 되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국회 정상화의 답, '한국당이 내놓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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