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태극기부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은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의원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이 1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를 개최하면서 태극기부대를 끌어들인 것이 사달이 됐다.
경내에 진입한 태극기부대는 국회를 마구 휘저으며 예의 본색을 들어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문희상을 죽이자", "국회를 깨부수자", "빨갱이"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 와중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들을 제지시키기는커녕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이렇듯 한순간에 폭력이 판을 치는 아비규환의 장소로 돌변했다. 법과 상식을 벗어나 폭력을 일삼는 태극기부대,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제1야당으로 무도함이 빚어낸 목불인견의 작태다.
태극기부대의 실체는 이미 백일하에 드러난 상태다.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고엽제전우회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지시로 전경련의 자금지원을 받아온 관변단체들이다.
헌법, 도덕, 규범, 전통 등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헌법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과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저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극우'이자 '수구'들이다.
그런데 명색이 보수야당이라는 한국당이 버젓이 저들과 한 배를 탄다. 이날도 황교안은 "우리 뜻을 강력하게 전달했다. 여러분이 이겼다. 여러분이 승리했다"며 국회를 유린한 태극기부대를 한껏 치켜세웠다.
황교안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도 태극기 부대를 가리켜 "나라에 헌신한 분들"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한 바 있다. 태극기부대의 급진-폭력적 행태는 다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의 '극우적' 행태가 보수통합은 물론 외연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들과의 공조-공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눈앞의 정파적 이익에 경도돼 합리적 판단과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아둔함의 극치다. 한국당의 극우적 행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왔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자충수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당은 한국당은 역사적인 1~2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 폄하하는 수구냉전적 행태를 보이다 6·13 지방선거에서 궤멸적인 참패를 당했다. '5.18 망언'이 터져나왔을 때도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당연하다. 시대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역사적·비이성적 행태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반동주의'(구체제로 돌아가려는 정치 이념)로 회귀하려는 정치인(세력)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거꾸로다. 이성과 상식을 거스르는 태극기부대의 망동을 제지하고 멀리해야 할 판에 되레 그들을 전면에 내세워 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것도 폭력을 묵인-방조하는 등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면서까지 말이다.
"자유한국당의 쥐약이죠, 쥐약. 쥐약 같은 존재인데 그리고 저는 태극기부대, 태극기세력이라는 말도 너무 태극기를 모욕하는 것 같아서 정말 듣기 싫어요. 태극기를 진짜 존중한다면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되죠"(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
21세기 대한민국에 시대착오적 색깔론이,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반동·수구적 행태가 설 자리는 없다. 바로 그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 됐으면서 한국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독약인 줄도 모르고 '쥐약'을 연신 들이켜댄다. 바보들도 이런 바보들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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