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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자루 쥔 국민의당, 김명수 후보자의 운명은?

ⓒ 오마이뉴스


20명.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후보자 딱지를 떼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다. 일단 첫 고비는 넘겼다. 난항을 겪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20일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특위는 이날 자유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과 부적격 의견을 병기하기로 합의하고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2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국회 인준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야당으로부터 적어도 20명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인준에 찬성하는 의석수는 현재로서는 최대로 잡아도 130석에 불과하다. 민주당(121석)과 정의당(6석), 새민중정당(2석)에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포함한 수치다. 임명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통과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추려면 찬성표가 최소한 150석은 확보돼야 한다.

150석의 상징성은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명징하게 드러난 바 있다. 당시 표결에는 293명이 출석했고 과반 기준선이 147석이었다. 표결 결과는 드라마틱했다.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표가 갈린 것이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은 그렇게 단 2표가 모자라 결국 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였다. 인준 부결의 후폭풍이 얼마나 거셌는지는 지난 한 주가 여실히 말해준다. 150석 확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일찍부터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성향과 기조로 짐작컨대,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협치와는 담을 쌓고 지낼 가능성이 크다. 정부여당이 실족해야 한국당에게 기회가 생긴다. 협조해봐야 그 공의 대부분이 야당이 아닌 정부여당의 몫으로 돌아가는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참여정부 당시 같은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경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와 정책에 건건이 반대하는 이른바 '발목잡기'는, 한국당의 대정부·대여 전략의 '상수'다.

대법원장 인준 표결과 관련해 한국당의 전략은 헌재소장 인준 당시와 대동소이하다. 인준 부결의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한국당은 의원들에 대해 해외 출장 금지령을 내리는 등 비상대기 체제에 돌입했다. 한명의 이탈자도 없이 인준 부결에 한표를 던지겠다는 뜻이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한 여론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의원들을 겨냥해 김명수 후보자가 동성애 옹호론자라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베네주엘라의 예를 들며 대법원장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억지 궤변까지 늘어놓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헌재소장 인준 부결에 공조했던 국민의당과 연계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20일 정우택 원내대표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부결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당은 민주당·국민의당·무소속 의원들의 반란표를 이끌어 내기 위해 개별 접촉에도 나서고 있다. 대법원장 국회 인준을 부결시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국민의당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 무소속 이정현 의원까지 반대표가 최대 128표라고 가정하면, 결국 이번에도 역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인준 가결을 위한 20표의 향배가 국민의당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헌재소장 인준 부결의 쓰라림을 혹독히 경험했던 민주당이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표 확인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만에 하나 부결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동력이 꺾이는 것은 물론 산적해있는 국정개혁과제 역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땡깡' 발언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나, 무산되기는 했지만 안철수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한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출국에 앞서 1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김명수 후보자의 국회 인준 처리에 협조를 부탁한 것이나 현재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국민의당의 협조와 협력 없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개혁과제들의 처리가 난망하다는 것이 헌재소장 인준 부결에 담겨있는 정치적 함의였다. 이러한 현실은 높은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야 전략에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의당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연합뉴스>는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찬반 입장을 정리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40명에게 전화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2명 중 '찬성'이 11명, '반대'가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을 밝히지 않는 20명의 의원들 가운데 10명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10명은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을 내세워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실시한 전수조사의 내용은 인준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살펴본 것처럼 인준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찬성표가 최소한 20표는 확보돼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입장을 밝히지 않은 20명 중 절반 가량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인준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심혈을 기울여 국민의당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이유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1일 헌재소장 인준이 부결된 이후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균형감을 가진 분인지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부결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의 성격이 짙지만, 그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표결을 앞두고 있는 국회가 곱씹어야 할 대법원장 인준의 기준이자 원칙일 터다.

국회는 인사청문과정을 통해 드러난 김명수 후보자의 자질과 경륜, 도덕성 등은 물론이고 사법독립과 사법개혁의 적임자인지 꼼꼼하고 면밀하게 살펴 판단해야 한다. 정부여당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정치공학이, 대통령이 싫다는 당리당략적 이유가, 대법원장 한 명 잘못 뽑으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궤변이 대법원장 인준의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균형감은 사법부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의 정치적 균형감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국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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