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뜨거운 감자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6일 열립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만나 조 후보자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청문회 개최에 전격 합의한 것은 청문회 무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한국당은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검증 절차인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한국당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통상 하루 동안 열리던 관례를 깨고 '3일 청문회'를 주장하는가 하면, 엄연히 법정시한이 정해져 있음에도 9월 개최를 고집하면서 시간을 지연시켜왔습니다.
여야가 9월 2~3일 이틀간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이후에는 조 후보자 부인과 모친, 딸이 포함된 무더기 증인채택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해왔습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가족 증인채택을 고집하며 청문회 파행을 부추긴 셈입니다. 결국 2~3일 열릴 예정이던 청문회는 여당의 가족 증인 채택 반대로 열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상황은 한국당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청문회 불발 가능성이 높아지자 조 후보자는 2일 대국민 기자간담회를 예고하며 직접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6일을 시한으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 사실상 임명 수순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게다가 청문회 보이콧에 따른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내와 딸, 어머니를 양보하겠다. 가족 증인을 모두 양보할 테니 오늘 의결해서 법대로 청문회를 하자"며 7~9일 사이 청문회를 제안했던 배경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의 제안을 수락하는 대신 조 후보자가 요청했던 기자간담회에 집중했습니다. 청문회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조 후보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여론전을 펴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민주당의 전략은 적중한 듯 보입니다. 조 후보자는 2일 오후 3시30분 시작해 다음날 3일 오전 2시 16분까지 진행된 마라톤 기자간담회에서 비교적 충실히 의혹을 해명했다는 평가입니다.
여론의 흐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임명 반대와 찬성의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3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6.1%가 임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 응답은 51.5%였습니다.
주목할 것은 찬반 격차입니다. 지난달 28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1차 조사에서는 15.3%포인트(반대 54.5%, 찬성 39.2%)에 달하던 격차가 지난달 30일 2차 여론조사에서는 12.0%포인트(반대 54.3%, 찬성 42.3%)로 줄어들었고, 이번 3차조사에서는 한자릿수인 5.4%포인트까지 좁혀졌습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후보 지명 이후 야당과 언론은 파상적으로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특히 언론은 지난 3주간 조 후보자와 가족·친인척 의혹과 관련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기사를 양산하며 부정적 여론 형성을 주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의혹의 실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야당과 언론 등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구체적 위법 사실이 드러난 것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검찰조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나라가 떠나갈 듯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가짜뉴스와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SNS을 중심으로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글들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입시전문가, 재정전문가, 시사평론가, 교수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나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급해진 쪽은 한국당입니다. 청와대와 여당이 조 후보자를 철통 같이 엄호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임명 강행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마저 무산될 경우 한국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고 맙니다.
한국당으로서는 기자간담회 전후로 임명 찬성 여론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큰 부담입니다. 그동안 한국당은 조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에 편승해 청문회 시간끌기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면이 달라졌습니다. 물리적 시간도 없거니와 시간을 끌수록 한국당이 불리해질 개연성이 높아졌습니다. 나 원내대표로서는 이대로 청문회를 무산시키는 것보다 청문회를 열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는 편이 더 실익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날의 합의가 당내 의견 수렴이 부족한 가운데 나왔다는 사실입니다. 당장 당안팎에서는 청문회 합의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또 다시 맹탕에 맹탕을 더한 '허망한 청문회'를 통해 임명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에 있나"라며 "이미 물 건너 간 청문회를 해서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김진태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청문회 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이미 물건너갔다. 셀프청문회 다 했는데 이제 무슨 청문회인가. 국회가 그렇게 무시당하고도 또 판을 깔아준단 말인가"라고 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원내지도부를 비판했습니다.
현 한국당 지도부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더 강경합니다.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오늘 야당 원내대표의 행동을 보니 여당 2중대를 자처하는 괴이한 합의"라면서 "마치 조국 임명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려는 사쿠라 합의 같다. 더 이상 야당 망치지 말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당초 이틀 예정이던 청문회가 하루로 반토막이 난 데다, 그동안 한국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핵심증인이 없는 가운데 열리게 되자 협상을 주도한 나 원내대표를 향해 당내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청문회 합의는 문 대통령에게 조 후보자를 임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이를 의식한듯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강행 저지 수단으로써 인사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합의에 대한 당내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만약 한국당이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낙마시킬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다면 나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나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미 사퇴 요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나 원내대표는 이 위기를 과연 수습할 수 있을까요. 코너에 몰린 나 원내대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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