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천정배 전 의원이 조만간 탈당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에 이어 당의 영광과 오욕을 함께 했던 두 명의 거물 정치인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게 되는 셈입니다. 문재인 대표 체제로 옷을 바꿔 입은 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어제(4) "새정치연합의 쇄신을 기대했지만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의 재구성을 선도하는 차원에서 광주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날 탈당을 공식화하면서 오는 4 29일 치루어지는 보궐선거에서 광주(서구 을)에서 출마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장면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습들로 그다지 색다를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가 천정배 전 의원이라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그가 한국 정치사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정배 의원의 이력은 매우 화려합니다. '목포 3대 천재'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명석함을 자랑했던 그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했고, 1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 대단한 수재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머리만 좋은 법학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전두환 신군부 치하에서 법관에 임용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변호사의 길을 선택할만큼 심지있고 옳고른 신념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도 그는 남달랐습니다. 2002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에는 아무 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가장 먼저 밝혀 화제가 되었고, 이후 2003년에는 민주당의 해체를 주장하는 강경 노선을 고수하며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를, 2005년에는 법무부장관에 임명되었고 이후 4선 의원을 지내며 소신있고 강직한 성품으로 당안팎의 좋은 평판을 받아왔던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의 전횡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의 선봉에 섰던 대표적인 정치인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2010년 당시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미디어법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진 뚝심있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그가 (의원직 사퇴가 처리되지 않았던 관계로) 훗날 원외투쟁 기간 동안 쌓였던 12300만원의 세비를 거부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수령해도 특별히 문제될 리 없는 거액의 돈을 국회활동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자기고백과 함께 거부할 만큼 그는 소신은 남달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치인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겠다는 겁니다. 게다가 보궐선거에서 경쟁해야 할 상대 후보로 출마한다고 하니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에 이르기까지 당과 동거동락을 해왔던 천정배 전 의원의 이탈은 당내에 적지않는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던 문재인 대표의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투영되어 있던 낡은 이미지를 덜어내고 혁신과 개혁을 통해 당쇄신에 박차를 가하려던 즈음에 천정배 전 의원이 직접적으로 당쇄신의 한계를 지적하며 탈당을 공식화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김이 빠지는 순간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의 역량과 능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그의 부재가 못내 아쉬울 겁니다. 살펴본대로 강직함과 소신으로 똘똘뭉친 천정배 전 의원이야말로 선명한 야당을 꿈꾸는 문재인 대표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로 문재인 대표에게는 (그의 표현을 빌자면) 대단히 안타까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입장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야권의 분열을 우려하며 그의 탈당과 광주 보궐선거 출마를 비난하는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같은 여론은 천정배 전 의원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문재인 대표 체제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감,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문재인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재인 대표에게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의 탈당과 광주 재보선 출마는 배신이자 이적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를 향한 사람들의 비난이 거세지는 이유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을 높이 평가하는 필자 역시 그의 탈당과 광주 재보선 출마는 여러모로 아쉽기만 합니다. 특히 그가 탈당의 이유로 당쇄신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언급하는 부분은 시기적으로 볼 때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그의 진단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몰하는 난파선과 다름없었습니다. 지지율은 곤두박쳤고 국민들은 그들에게 '새누리 2중대'라는 치욕스런 별명을 붙여 주었습니다. 이 위기의 순간에 문재인 대표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당쇄신을 통해 선명야당을 부활시키라는 국민들의 특명이 그에게 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천정배 전 의원의 결단은 문재인 체제는 볼 것도 없다는 의사표현에 다름 아닙니다.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당쇄신의 성과를 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이제 걸음마를 걷기 시작한 아이에게 뛰기를 바라는 것은 성급한 과욕입니다. 당쇄신의 성과를 거론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합니다. 문재인 대표의 제안대로 당내 경선을 통해 재보선에 출마한 뒤 당쇄신의 가능성을 지켜보고 결정했어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천정배 전 의원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면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보수에서 진보까지 아우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적 스탠스가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을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급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김한길 체제 하에서 급속도로 이루어진 구 민주당의 우클릭은 결과적으로 당의 처철한 몰락을 야기시킨 결정적 패착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의 결단 뒤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바라보는 (필자를 포함한) 야권성향의 지지자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입니다. 결국 기다림의 싸움이며 인내심의 싸움입니다. 문재인 체제를 믿고 기다려 주느냐, 아니면 새정치민주연합의 한계를 절감하고 선택지를 옮기느냐의 선택의 문제인 것입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오랜 고심 끝에 후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쉽고 안타깝기는 하나 필자는 그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생물학적 인간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감정의 표출인 반면, 존중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정치여정에 대한 믿음의 발로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현실정치에서 천정배 전 의원만한 인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정치환경에서라면 그가 원내에 있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분명합니다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서 광주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부분 그를 향한 비난 일색입니다. 모처럼 야권이 힘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을 좋게 봐줄 유권자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당장은 야권의 정치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악재로 인식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공학은 영어의 가정법이나 수학의 방정식처럼 정해진 루트가 없습니다. 어쩌면 그의 선택이 진정한 야권의 재편을 이끌어 내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정배 전 의원에게 향하는 비난은 재보선 이후, 그리고 향후 야권이 어떻게 재편되는 지를 두루 살핀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천정배 전 의원은 분명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정치인입니다. 

오히려 이 돌발변수를 문재인 대표가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흥미로운 일입니다. 자신과 함께 당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할 유력 정치인의 탈당과 재보선 맞대결의 정치적 부담을 지혜롭게 대처해 낸다면, 그래서 분열과 분란으로 인식되는 위기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해 낼 수 있다면 문재인 체제는 더욱 더 탄력을 받을 것이고 당쇄신 역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도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이자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03.05 08:53 신고

    천신정 중 신기남만 남았네요.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3.05 09:48 신고

    그의 선택이 새로 창당한 진보성향의 신당일까요?
    이후 진행이 궁금해 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야당의 힘이 분열되어서는 절대 안될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도 필패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3.05 10:01 신고

      네, 거의 그쪽이지 않나 싶습니다.
      꼭 분열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천정배는 야권을 분열시킬 위인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안철수와는 분명히 다르지요.
      오히려 천정배가 아닌 다른 놈들이 나가야 한는 건데...
      어쨌든 천정배, 정동영의 탈당이 야권, 더 정확히는 새정치의
      재편에 큰 역할을 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나쁠 것 없는 선택이 될 겁니다.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며 지켜봐야겠죠..
      ^^*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03.05 10:14 신고

    새정연에 거는 기대는 끝났습니다.
    새누리 2중대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의 선택이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 수 있을 지 기대해 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3.05 10:35 신고

      문재인 대표가 어떻게 새정치를 바꾸어 나가는지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비판을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지켜보고 힘을 실어줄 때인 것 같습니다. ^^*
      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현실정치에서 그만한 인물 찾기가 힘듭니다.
      어쨌든 그는 원내로 가야 합니다.

  4.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5.03.06 01:20 신고

    잘 극복했으면 좋겠네요..
    당내에서 큰 힘이 되주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서로에게..더큰 자극이 되고..더 큰힘으로 모아지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