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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국이 안 되면 황교안, 나경원도 아웃이다

ⓒ 오마이뉴스

 

조국 법부무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국회로 인사청문요청안이 넘어온 지난 14일 이후 열흘 동안 여야는 피터지는 장외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조 후보자는 링 위에 오르기도 전에 '그로기' 상태가 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보수언론은 조 후보자 검증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조 후보자 본인과 직계 가족은 물론 어머니와 이혼한 동생 내외 등 친인척까지 샅샅이 훑고 있다. 얼마 전에는 후보자 선친의 묘비까지 털렸다. 이쯤되면 초마이크로 현미경 검증이라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법무부 장관 내정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후보자의 과거 사노맹 활동 이력, 재산 형성 과정, 폴리페서 논란, 자녀 교육 문제 등이 청문회의 주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정수석 재임 당시의 인사검증 논란 역시 논쟁거리로 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치 않던 또다른 의혹이 불거져나왔다. 사모펀드 논란, 조 후보자 부인과 동생의 전처 간 부동산 거래 의혹,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과 채무 변제 회피 의혹, 위장전입 의혹, 자녀의 장학금 및 논문 1저자 등재 의혹 등이 줄줄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검증이 더욱 혹독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조 후보자 자녀에게 지급된 장학금과 논문 문제가 공개된 이후 언론은 집중적으로 의혹 제기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포털에서 검색된 '조국 인사청문회' 관련 뉴스 기사만 무려 1만 5천개가 넘는다. 이쯤되면 지난 열흘간 조 후보자 관련 기사가 인터넷 뉴스를 도배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야당도 파상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조국 인사청문회 TF'까지 구성해 후보자 검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후보자 검증을 통해 대여공세의 고삐를 쥐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위기감에 빠져있던 한국당이 청문 정국을 지렛대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며 "청문회부터 열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은 청문회 하루만 넘기면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 후보자가 장관 자리에 앉는다면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무법 장관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며 "조 후보자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부터 받아야 하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검,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조 후보자가 수저계급론, 신세습사회를 비판했지만, 본인의 아들과 딸은 외고와 미국 유학을 보내 금수저 중의 금수저로 키운 것이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가짜뉴스라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데 추상적인 말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밝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사령탑인 나경원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죄다 본인과 일가족의 돈벌이, 재테크를 위해 악용한 편법의 달인"(19일), "조국 사퇴는 과거 조국의 명령"(20일), "후보자 지위를 유지하는 그 1분1초가 대한민국의 치욕이고 국민의 아픔"(21일)이라고 성토하는 등 연일 조 후보자 비판에 힘을 쏟고 있다.

조 후보자와 가족,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더욱 공세적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가 23일 관례상 국무총리는 이틀, 장관은 하루 일정으로 열려왔던 청문회를 3일 동안 열자고 제안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청문회를 최대한 길게 끌고가는 편이 정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당이 청문회 일정에 합의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한국당으로서는 급할 것이 전혀 없는 입장이다. 한국당 의도대로 청문회가 법정시한(8월 29일)을 지나 9월로 넘어갈 경우 '조국 이슈'는 추석연휴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 연합뉴스


정국이 '조국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 일차적 책임은 후보자 자신에게 있다. 조 후보자는 공정과 도덕성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 기대가 산산이 깨져나가고 있다. 과거 강연·기고문·SNS 등에서 했던 말들이 부메랑이 돼 조 후보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 하고 있는 건 후보자 자녀와 관련된 의혹이다. 장학금 논란이나 1저자로 등재된 논문 의혹은, 법적인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대학가에 촛불이 켜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9주 만에 '데드크로스'된 실질적인 이유일 터다.

한편으론 검증이란 명목으로 펼쳐지는 '묻지마' 의혹 제기도 정국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특히 한국당은 마녀사냥을 연상케 하는 인신공격성 폭로전을 이어가며 정국 난맥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 검증이 국회의 책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여야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라면 검증 과정이 정쟁의 소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당이 전방위적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는 이면에는 이같은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국당의 과도한 정치공세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더욱이 대여공세를 이끌고 있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역시 과거 특혜 의혹과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공세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마저 받고 있다.

SNS 등지에서는 황 대표의 군 면제 의혹과 재산 신고 누락, 전화 변론 및 전관예우, 아들의 KT 채용 특혜 의혹, 나 원내대표 부친 소유의 홍신학원 비리 의혹과 재산신고 허위 기재 의혹, 자녀의 성신여대 부정 입학 의혹 등이 재소환되고 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역시 법적,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잇따른 보이콧과 몽니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실제 한국당이 반대해 온 주요 국정 현안은 개헌안, 추경안,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정치·사법개혁안 처리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인사청문회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등을 면밀히 검증해야 함에도 한국당은 법적 절차를 무시하며 청문회 일정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의혹 규명을 위한 지름길을 놔두고 돌아가려는 속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앞서 살펴본 대로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 국민의 판단을 받기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여론 악화로 자진사퇴하자 2014년 6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소회다. 청문회를 통해 능력과 도덕성 등을 꼼꼼히 살피되, 후보자에게 의혹을 소명할 기회는 주자는 취지다.

도덕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정책 능력과 업무 능력이다. 국회는 이를 면밀히 검증해 후보자가 공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명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혼탁·과열되면서 정책 검증의 기회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다.

더욱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번 청문회는 '조국' 한 사람만의 청문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 후보자외에도 과학기술정통부 최기영,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여성가족부 이정옥,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금융위원회 은성수 후보 등도 청문 대상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조 후보자 이슈에 묻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법정 기한내에 청문회를 끝내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역시 미지수다.

인사청문회는 공직자 검증을 위해 마련된 법적 절차다. 검증은 그 제도의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책 능력이나 도덕성 검증을 위한 청문회가 당리당략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국당이 인사청문 일정에 조속히 합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인사청문회의 본질에 어긋날 뿐더러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