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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 내각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자신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들마다 자격 시비 논란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역시 문제의 인사 중 한명이었다

당시 그에게는 역대 최악의 공직 후보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누구보다 많은 의혹이 제기된 후보자였다. 그는 무기수입업체의 로비스트 전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제기된 의혹만 무려 33가지에 달했다. 그러나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그는 버티기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 역시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김 후보자에 대한 신뢰를 막판까지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당시 특혜 논란이 있었던 자원개발업체 KMDC의 주식보유 사실을 인사청문회 자료에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나자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더 이상 감싸기 힘들어졌다고 판단했고 김 후보자는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는 진보와 보수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제기될 만큼 압도적이었다.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공무를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공직에 몸담기에는 그의 치부가 너무 많이 부각되었고, 변명과 해명으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선 상태였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과 후보자 자신 밖에는 없었다.



ⓒ 오마이뉴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갖가지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우 수석은 박근혜 정부 초기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김 후보자와 묘하게 겹친다. 33가지에 이르렀던 김 후보자의 의혹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 수석에게도 현재 10가지가 넘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그리고 그 의혹은 해소되기는 커녕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결백을 주장하며 사퇴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인사청문회 당시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자기고백으로 국민을 민망하게 만들었던 김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우 수석 역시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사퇴 압력을 일축하고 있다. 잘못한 일이 없으니 책임질 의혹 따위는 없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우 수석의 결연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그에 대해 2014년 특별감찰관법 제정 이후 최초로 감찰에 들어갔다. 감찰의 내막이야 어찌됐든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방증이다.

박 대통령이 여론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두사람에 대한 신뢰를 막판까지 놓지 않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의 사진이 달린 핸드폰 고리를 사용하던 김 후보자를 KMDC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감싸 안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 수석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지난 21 "고난을 벗삼아 당당히 소신껏 지켜가시기 바란다"며 우 수석의 버티기를 우회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의 감찰 착수에서 드러나듯 박 대통령의 신뢰에 조금씩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이 공직 수행을 위한 자격 시비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점 역시 닮았다. 자판기 수준의 의혹과 해명 과정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 공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 후보자의 경우처럼 우 수석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 이미 그는 의혹과는 별개로 해명 과정의 숱한 거짓말이 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다. 유임된다 하더라도 인사 검증과 공직 기강을 두루 총괄해야 하는 민정수석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군이 없다는 점도 겹친다. 시간이 갈수록 우 수석의 사퇴 요구는 거세지는 반면 그를 두둔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신중하게 사태를 관망하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도 사퇴 촉구 분위기가 비등해지고 있다. 우 수석이 버틸수록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수행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 때문일 것이다. 김 후보자가 직면했던 최악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하나처럼 보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노골적으로 권력자에 충성하는 권력지향적 인물이라는 데에 있다. 김 후보자의 핸드폰 고리가 박정희가 아닌 박 대통령을 향한 구애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우 수석이 사퇴를 거부하는 이면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이 도사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짓말로 일관하는 우 수석의 버티기를 '소신'이라 규정한 것도 이같은 충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 탓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두사람은 결국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민의 뜻보다 권력자의 의중을 먼저 살피는 공복의 결말은 언제나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만도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시작해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고위공직자의 의혹과 거짓 해명에 대한 국민의 뜻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우 수석은 '민심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자신은 비켜갈 것이라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에 예외는 없다는 사실을 우 수석이 하루 빨리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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