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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어떤 높으신 이의 고백.."나는 깡패입니다"

ⓒ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다.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충심은 그대로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신념을 다 바쳐 일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

 

윤석열이 이렇게 말했단다. 타이밍이 기막히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명되자 마자 이례적인 언플이라. 뭐, 이제 와서 본심은 그게 아니다, 억울하다, 뭐 이런 건가.

 

윤석열 말이 진심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가도 너무 멀리 갔다. 윤석열이 저리 말한들 저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며, 설령 그렇다 한들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니한만 못한 '긁어 부스럼'인 것을. 외려 분노한 민심에 기름을 붓지나 않으면 다행이라 본다. 믿을 사람도 없거니와 어차피 '1'만큼의 진심도 없을 테니.

 

그렇게 보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윤석열이 지금껏 뭘 했는지 살펴보면 되니까. 윤석열이 취임한 이후 지금껏 한 일이라곤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를 한 것밖에는 없다. 임기 말도 아니고, 임기가 한창 남아있는 정권을 수사한 전례도 없거니와 이렇게 이 잡듯이 탈탈 턴 적도 없다.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윤석열 검찰은 방향과 내용 면에서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된 수사를 펼치고 있다. 기획-표적-별건 수사를 비롯해 피의사실 공표 등 검찰의 구습이 그대로 드러난 데다, 일관성-공정성-형평성 역시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가족 탈탈 털더니, 이제는 유재수까지 엮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아예 쑥대밭을 만들고 있는 상황. 그 끝에는 당연히 조국이 있다. 어떻게든 조국 구속까지 국면을 끌고 가야 하기에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

 

ⓒ YTN

 

뭐, 다 좋다. 조국이 진짜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면 조국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수사를 받아야지. 그런 면에서 윤석열이 욕먹는 건 조국 수사 때문이 아니다. 유례 없는 정권 수사 때문만도 아니다.

 

검찰이 수사해야 할 사회적 사건이, 권력형 비리 사건이 어디 조국 관련 이슈 하나던가. 기무사 계엄 문건, 나경원 자녀 의혹, 패사트트랙 폭력 사건, 세월호 참사 재수사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실상은 과연 어떤가. 자유한국당이 관여돼있는 사건 수사는 하는 둥 마는 둥이다. 그 흔한 압수수색 한 번 없다. 조국의 경우 무려 70여 곳이 넘는 곳을 압수수색하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털었던 검찰이다.

 

정치의 문외한이라도 이 정도만 보면 대충 답이 나온다. 수사에 사심이 섞여있는지 아닌지, 윤석열 검찰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말이다.

 

표창장 위조 의혹에 특수부 검사들을 총동원하더니, 그보다 훨씬 중한 범죄인 검사의 공문서 위조 사건까지 무마시킨 검찰이다. 충심에 변함이 없다는 윤석열의 말은, 그래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참 '뭣' 같은 소리다. 

 

세상이 달라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검찰을 보면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수사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따져묻던 윤 모 거시기의 말이 오버랩된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보란 듯이 정치를 하고 있다.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