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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십상시 없다던 박 대통령의 거짓말

수개월 째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얼마전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혐의 없음'으로 판명났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외부로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찌라시'라 단정하며, 근거없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했던 그대로 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의혹은 여전했다. 사람들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못했다. 


이를 의식해서였는지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남아있는 불씨가 확실하게 소각되기를 원했다. 그녀는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이번 논란을 터무니없는 일로 간주했고, 우리사회가 건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는 한편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내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그녀의 인식이 얼마나 국민들과 괴리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한편의 드라마에 지나지 않았다. 동선을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영혼없는 연기가 보는 사람들의 감동을 이끌어 내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했다. 


여기저기서 실망과 한탄 그리고 실소가 뒤섞인 반응들이 잇달아 튀어나왔다. 심지어 아군인 여당과 우군인 보수신문 조차도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혹평에 혹평을 가했다. 특히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박 대통령이 사태의 핵심은 비켜간 채 남 탓만 하고 있다며 일제히 날선 비판을 해댔다. 이는 박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첫 단추가 잘 못 끼어진 옷은 방법이 없다. 옷을 제대로 입기 위해선 단추를 모조리 풀고 다시 입어야 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단추가 어긋나 있는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오히려 건전하지 못하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현재 상황을 묘사하자면 마치 공기가 가득 차 있는 풍선을 억지로 물 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모습으로 밖에는 안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힘으로 누르려고 한들 그 부자연스런 어색함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공기가 가득찬 풍선은 언젠가는 물 위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진실이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듯이. 







최근 당•청 간의 치열한 권력암투와 모략을 적나라하고 세밀하게 그린 막장드라마가 대흥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단단히 단도리를 쳐두었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부각하게 됐다.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의 배후설로 또 다시 정국이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이 반전은 애초 잘못 끼워진 단추가 향할 곳이 어디인가를 우리에게 되묻는다. 


파문이 커지자 논란의 당사자인 음종환 전 행정관은 빛의 속도로 사퇴했다. 그러나 그의 '취중진담'이 의미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감추려고 했던 '십상시'의 실체다. 음종환 전 행정관과 한때 박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사이의 진실공방은 '십상시'의 국정농단이 의혹이 아닌 사실임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일개 행정관에 불과했던 그의 언행을 이해할 길이 없다. 


혹 이를 개인의 일탈쯤으로 생각하는, 혹은 믿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청와대란 조직이 어디 일개 사조직이던가. 그들은 개인을 버리고 철저히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다. 숨쉬는 것조차 조직의 생리에 맞게 프로그램밍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개인의 일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음종환 전 행정관은 청와대 내 최고실세라 평가받는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의 고려대 88학번 동기로 알려져 있다. 이는 청와대 내에서 문건파동의 배후를 K(김무성), Y(유승민)로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결국 청와대 문건 유출을 둘러싸고 당•청 간의 권력암투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 중심에 '십상시'들이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한숨을 불러 일으키는 '십상시'의 전횡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박 대통령 혼자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외눈박이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서는 멀쩡한 두눈박이가 오히려 괴물 취급을 받는다. 


지금 우리는 '십상시'의 국정 농단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바른 소리를 하는 국민들 보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십상시'를 더욱 믿고 신뢰한다.


훗날 역사는 이 시대를 다음과 같이 기록할 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보다 '십상시'를 더 사랑한 외눈박이 대통령이 통치하는 어떤 나라가 있었다"고.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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