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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민들은 왜 필리버스터에 열광하는 것일까?

의회 운영 절차 중의 하나이면서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가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정의화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막기 위한 야당의 고육지책입니다. 그런데 야당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필리버스터가 지금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 노컷뉴스


어제 온라인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게시판, 그리고 소셜네트워크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격려와 성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물리적 한계에 이를 때까지 쉬지않고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의원들의 모습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무려 52년 만입니다. 반세기가 넘도록 볼 수 없었던 진풍경입니다. 그동안 날치기와 치열한 몸싸움, 고성과 욕설이 오갔던 국회에서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펼쳐지고 있으니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야당 의원들을 향한 시민들의 성원과 응원은 온라인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필리버스터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을 찾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참여연대가 국회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 시민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잠자던 시민들의 정치 본능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 맥심코리아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지난 여름 방영되었던 드라마 '어셈블리'의 진상필 의원이 떠올랐습니다. 그 역시 총리임명 동의안을 막아내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자청하고 나섭니다. 그는 무려 25시간에 걸친 의사진행 발언으로 보는 이들을 처연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적격 고위공직자의 임명을 막아야 한다는 강렬한 의지가 초인적인 투지를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국민의 머슴이기를 자처했던 '국민 진상' 진상필 의원은 판타지 속의 인물입니다. 판타지는 비루한 현실을 깨닫는 순간 산산히 부서지게 마련입니다. 극중에서 진상필 의원이 아무리 고군분투를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에 불과할 뿐입니다. 현실 정치에서는 '진상필' 같은 정치인을 찾을래야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진상필 의원이 돋보이면 돋보일수록 그에 비례해서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커져만 갑니다. 진상필 의원을 보면서 느꼈던 카타르시가 모니터가 꺼지는 순간 끝모를 공허와 허기로 채워지는 것이죠.

시민들은 진상필 같은 국회의원이 현실에서도 나타나 주기를 꿈꿔 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필리버스터가 판타지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작은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번 릴레이 필리버스터는 정치 혐오와 불신을 부추겼던 국회 본회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는 새로운 정치 환경을 위한 선례를 남겼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정부여당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테러방지법의 내용과 실체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편파적 언론 환경이 만들어낸 정보의 차단과 왜곡을 보기좋게 깨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정치 문화를 새롭게 쓰고 있는 동시에 시민들을 정치의 영역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 팩트TV 화면캡쳐


야당의 릴레이 필리버스터가 어떤 결말을 이끌어 낼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당장 26일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계속 강행하기가 현실적으로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어떻게 결론이 나든 이번 릴레이 필리버스터가 대한민국 정치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민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치 문화와 민주주의 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했습니다정치 역시 미찬가지입니다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할수록 그 나라의 정치와 민주주의 환경이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필리버스터가 어떻게 결말이 나게 될 것인가의 힌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려 10시간 18분에 걸쳐 의사진행 발언을 했던 은수미 의원의 눈물 어린 고백처럼 저들의 주인은 결국 '국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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