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사퇴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하는 등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고별사에서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다. 그 동안의 비판과 질책은 모두 제가 안고 떠나겠다"며 "저의 사임이 지금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쇄신하고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주무장관으로서의 고충과 고뇌가 묻어나는 워딩이다. 감당해야 할 막중한 사명과 소임을 다하지 못한 데에 따른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소회일 것이다.
김 전 장관의 전격 사퇴와 맞물려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한명숙 사건' 감찰 무마 의혹으로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윤 총장은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진정 사건을 대검 감찰부에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배당하도록 조치해 정치권 안팎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사권이 있는 별도의 조직인 대검 감찰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감찰부장인 한동수 부장의 비판에 이어 18일에는 박병규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감찰 사건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에 의무적으로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연일 윤 총장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로부터 시작된 윤 총장과의 갈등이 더이상 봉합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비화된 것으로 보인다. 설훈 최고위원은 19일 당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운 지 얼마나 됐느냐"며 "갈등이 이렇게 일어나면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명숙 사건 감찰 무마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윤 총장은 부적절한 처신과 갖은 의혹으로 곤경에 빠져있는 중이다. MBC '스트레이트', 'PD수첩' 등이 보도해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윤 총장 장모와 처의 재산증식 의혹을 비롯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 등으로 세간의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윤 총장은 시대적 과제이자 촛불혁명의 요체인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뜨뜨미지근한 행태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국 전 장관, 그리고 정의연과 윤미향 당선자 등의 경우에서 보듯 진보진영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빛의 속도로 빠르게 진행하는 반면, 윤 총장 장모 사기사건, 검찰의 공문서 위조사건, 고래고기 환부사건, 김학의 사건, 기무사 계엄문건, 나경원 의원 자녀 의혹, 세월호 외압 의혹 등 보수진영과 검찰 내부의 비리 의혹에 대해선 전혀 다른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선택적으로 수사하고, 선택적으로 분노하고, 선택적으로 정의를 재단해가면서 공의로워야 할 '법과 원칙'을 윤 총장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검찰개혁을 완수해달라는 임명권자의 뜻을 저버리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대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윤 총장은 검찰 수장으로서의 자격과 권위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다.
이형기 시인은 '낙화'라는 시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노래했다. 사면초가에 빠진 윤 총장이 되새겨야 할 시구절이 아닌가 싶다.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윤 총장은 더 늦기 전에 결단해야 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모르고 가는 이의 뒷모습보다 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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