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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빨갱이 오바마, 만약 한국에서였더라면

대한민국의 자칭 애국보수들에게 '빨갱이, 좌파, 종북주의'는 국가와 정권의 체제를 위협하는, 불온하고 불순한 사상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애국보수들에게 빨갱이란 죄다 때려 잡아야 할 대상일 뿐이며, 좌파와 종북주의자들 역시 박멸해야 할 해충과도 같은 존재다. 이같은 인식은 김대중노무현의 민주 정부 10년을 제외하면 변치않는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권위주의로 명백하게 유턴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같은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와 개념은 무시되기 일쑤였고, 가치중립과 합리성에 기반한 보편적 상식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시민의 권리인 정당한 정부 비판이 '빨갱이, 좌파, 종북'이라는 공고한 이데올로기로 앞에 무력화되었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불가침의 절대영역인양 신성시되었다.


이같은 통념은 수십조원의 국민혈세를 강바닥에 수장시킨 4대강 사업을 비판해도, 의료와 철도같은 공공재의 시장편입 위험성을 경고해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해도,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민간인 사찰을 규탄해도, 쥐꼬리같은 시급의 인상을 주장해도,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해도,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의 도입을 반대해도, 노후 원전의 가동 중지를 주장해도 바뀌지 않았다. 이 나라의 애국보수들은 그들을 향해 '빨갱이, 좌파, 종북'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차없이 찍어댔다.

통탄스럽게도 대한민국은 '애국' '보수'의 원개념을 완전히 왜곡시킨 가짜 애국보수들이 판을 치는 나라다. 이 나라 애국보수들의 모습은 정권과 권력자를 절대선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가주의자들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한다. 저들에게 애국이란 국가와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유지시키고 권력자의 일신과 보위를 안정시키는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정권을 비판하고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당한 행위조차 체제 전복, 내지는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강력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답게 뼈속까지 변종 애국보수에 물들어 있는 대한민국 애국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위에서 열거했던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시민들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비판에 그가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했는지를 살펴보면 그의 활약상은 눈이 부실 지경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그는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과 폄하로 이 나라 애국보수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오늘 필자는 오매불망 정권과 권력자의 일신보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 나라 애국보수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식을 전해 들었다. 뜻밖에도 그 소식은 바다 건너 멀리 미국으로부터 들려왔다. 애국보수들에게 미국은 피로 맺어진 혈맹이자 제2의 조국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곳이야말로  애국보수들이 치를 떨며 이를 가는 '빨갱이, 좌파, 종북'의 소굴이었다. 더욱 놀랍고 기가 막힌 것은 빨갱이들의 수괴가 바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라는 사실이다.

 

"내 가족을 위해 복지안전망을 책임지는 좋은 일자리를 찾는가. 누군가 내 뒤를 든든하게 봐주기를 바라는가. 나라면 노조에 가입하겠다" - 미국 노동절날 버락 오바마





미국 노동절을 맞아 보스턴에 있는 노동협의회에 참석한 오바마는 "내가 여러 나라를 다녀 보니 노조가 없거나 금지한 나라도 많다" "그런 곳에서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도 노동자들은 늘 산재를 당하고 보호받지 못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그는 공화당 대선주자들을 향해 "그들이 꿈꾸는 세상에서는 이 나라를 성장시키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백만장자억만장자의 세금을 깍아 주고, 금융기관과 오염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재벌과 기득권에 촛점을 맞춘 공화당의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과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상에나.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빨갱이 중의 빨갱이였다. 이 나라 애국보수의 뒷통수를 제대로 치고 있는 오바마의 빨갱이 짓은 그러나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소득불균형과 경제적 불평등으로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적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해 시급을 무려 40%가량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동시키는가 하면, 살인적인 의료비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득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건강보험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제보니 이 나라 애국보수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빨갱이 짓을 오바마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국은 최고통수권자인 오바마가 직접 사회적 약자와 서민, 소외층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는 반면, 이 나라 애국보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의 차기 대권후보라는 자는 자국 국민들의 정당한 비판을 "빨갱이, 좌파, 종북"이라 매도하고 있고, 최근에는 노조에 대한 쇠파이프 발언으로 천박한 인식의 궁극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빨갱이 짓과 대한민국 집권여당 대표의 애국보수 짓. 만약 저 두 사람 중 누가 더 서민과 노동자,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를 아직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면 당신은 외계인이거나 바보이거나 둘 중 하나다.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자칭 애국보수들보다 '빨갱이, 좌파,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은 사람들이 훨씬 더 의인이라는 사실이다.

다소 자극적이고 도발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이비 애국보수들의 천국인 대한민국에는 '빨갱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생각하는 진짜 '빨갱이'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서민과 노동자의 삶은 개선되고 시민의 권리는 강화될 것이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비로소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나는 유권자들이 이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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