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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외부 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변호사가 보수의 새로운 가치와 노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조해줬다"며 "보수 재건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 지금까지 수십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총장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제가 삼고초려가 아니라 오고초려, 십고초려 중"이라며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1일 전 변호사는 한국당 조강특위 외부위원직을 수락했다. 전 변호사는 '원내인사는 조강특위에 관여하지 말 것', '자신에게 외부인사 구성권을 주고, 전권을 부여할 것', '내년 2월 전당대회를 보수대통합 전당대회 형태로 치를 것' 등의 세부 조건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을 '물갈이'해야 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힘과 권한을 보장해 달라는 의미일 터다. 전 변호사의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인위적인 인적청산에 반대해 왔던 김 위원장은 전 변호사에게 "전례 없는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해줬다. 인적쇄신과 관련해 사실상 전권을 준 것이다.
조강특위 위원에게 인적청산의 전권을 부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비대위원장에게 집중돼 있는 강력한 권한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데다가, 만에 하나 인적청산 작업이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그 공이 전 변호사에게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에게 인적청산 권한을 이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해석이 분분하지만 결국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물갈이식 인적청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당 정체성과 노선, 가치의 재정립이 더 절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민심은 싸늘했다. 김병준 비대위가 출범한지 세 달 남짓, 민심은 좀처럼 한국당에 마음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4·13 총선 패배 책임 공방으로 아수라장이 된 당 내홍을 가라앉히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한 번 등 돌린 민심은 요지부동이다. 여러 이유가 있을 터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도 한국당의 수구·냉전적 인식은 여전하다. 남북 평화모드에 딴지를 거는 원내 정당은 한국당이 유일하다.
여기에 당 쇄신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인적쇄신 역시 전무하다시피 한 상태다. 김 위원장이 인적청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 쇄신의 동력은 크게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의원 등의 올드보이들이 다시 등판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가 하면, 인적청산의 예봉을 피한 친박계 역시 기지개를 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막말이 사라졌을 뿐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물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고,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물의 영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대흐름에 맞게 정체성과 노선을 일신하겠다던 다짐도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그 결과 당 지지율은 김병준 비대위 출범 전이나 후나 별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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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변호사 영입은 이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의 혁신 작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적청산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문제는 그에 따른 당내 반발을 어떻게 수습할 수 있느냐다.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인적청산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대리인'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권과 대권가도에 걸림돌이 될 잠재적 후보군들을 다른 이의 힘을 빌어 정리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터다.
여론을 환기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랜 방송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온 전 변호사는 보수층은 물론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을 적임자라는 평가다. 거침없는 성정이 인적청산 작업에 적합하다는 관측도 있다. 전 변호사 역시 "온실 속 화초, 영혼 없는 모범생, 열정 없는 책상물림들만 가득했던 한국당의 인재 선발 기준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며 대대적인 인적청산을 예고했다.
그러나 반론도 제기된다. 전 변호사 영입이 '찻 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상당하다. 우선 전통보수에 가까운 전 변호사의 정치성향이 보수진영의 전면 개혁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재판이 연일 계속되는데, 그걸 따지는 국회의원이 한 분이라도 있었느냐. 없었잖느냐. 열정을 가진 의원이 없다는 것"이라고 따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당내 기반이 전무하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성공한 비대위 사례로 손꼽히는 2011년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김종인 비대위'는 모두 강력한 지도력이 뒷받침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시 유력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고, 김종인 비대위 역시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었다.
차기 총선이 1년 6개월 가량 남아있다는 것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다. 박근혜 비대위와 김종인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실질적인 배경은 비대위원장에게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카드가 쥐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인적쇄신의 전권을 부여받았다 해도 전 변호사에게는 의원들의 반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공천권이 없다. 당헌·당규상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는 있어도 의원들이 인적쇄신에 반기를 들 경우 이를 제어할 통제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다.
전 변호사의 불같은 성격이 외려 인적청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 변호사의 이름 앞에는 '버럭'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사회자의 진행을 막아서면서까지 감정을 격하게 쏟아내는 모습에 누리꾼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그러나 앞뒤 안 가리는 전 변호사의 불같은 성격이 잠자고 있던 당내 갈등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쨌든, 한국당 인적쇄신의 공은 일단 전 변호사에게 넘어온 듯 보인다.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전격 영입되자 다수 언론이 앞다투어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망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등장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인적쇄신의 특명을 떠안은 전 변호사가 기억해야 할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2017년 1월 3일 JTBC 신년토론회에 상대 패널로 출연했던 유시민 작가가 했던 말이다. 당시 유 작가는 몹시 흥분해 있던 전 변호사를 완곡히 만류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썰전은 녹화지만 지금은 생방송이다". 언론과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전 변호사가 곱씹어야 할 충고이자 일침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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