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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 대통령의 새해 덕담에는 없는 것

옛날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속담의 핵심은 다름아닌 진심에 있다. 진심은 얼어붙은 상대방의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진심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삭막하고 각박한 세상에서는 아무리 진심을 가지고 호소한다 해도 씨알도 안먹히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필요조건이 진심이지만 그 것으로는 안되는 것이 엄연한 세상의 이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해서는 진심이 반드시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진심이 없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녹이기는 커녕 오히려 한 소리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18) "새로운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기고 더 행복한 새해가 되시길 바란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박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모두 즐겁고 정겨운 설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새해 덕담도 함께 실었다.

필자는 박 대통령이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건네는 모습을 타박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아쉽고 허전한 무언가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며 불투명한 무언가가 박 대통령의 덕담과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 사이에 놓여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새해 덕담에는 아무리 봐도 진심이 녹아있지 않다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보는 관점과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가를 살펴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언행일치'야말로 한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척도인 셈이다. 이를 박 대통령에게 대입해 본다면 그녀는 안타깝게도 '언행일치'와는 완전히 담을 쌓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언행불일치의 사례들은 일일히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사건, 대선공약파기, 인사참사,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 철도 및 의료 민영화 논란, 세월호 참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서민증세논란, 이완구 총리 임명 강행' 등등에서 박 대통령은 드러난 현상과는 전혀 다른 인식과 처방으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잔가지들은 쳐내고 굵직굵직한 것만 살펴봐도 저 정도이니 세세한 것까지 나열하면 지면이 벅찰 지경에 이른다. 필자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의 밀도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들의 불만을 어루만지는 순간 박근혜 정부를 견인하고 있는 두 개의 중심축인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 서민증세에 따른 조세저항에도 불구하고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 규제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재벌들의 파이를 더욱 늘리려 하는 것, 국민적 합의를 깨고 보편적 복지에 손을 대고 있는 것, 검찰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이명박 정부의 사자방 비리를 발본색원하지 않는 것 등등이 모두 이와 맞물려 있다.


지난 수 십년 간 보수 정권을 지탱해 왔던 재벌과 기득권 세력은 숱한 우여곡절과 위기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버틸 수 있었던 강력한 지원군이었다. 언론과 방송, 검찰과 사법부, 정치권력 등 대한민국을 통제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손 안에 있는 마당에 그들이 하지 못할 일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재벌과 기득권 세력이 박근혜 정부를 떠받치는 두 기둥이라면 대다수 서민들은 정권창출과 정권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실제로 표를 주고 세금을 내는 절대다수는 대다수 서민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재발과 기득권 세력 뿐만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 사이에서 적절한 긴장과 거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정부는 나가도 너무 나갔고, 티가 나도 너무 났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 서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 서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극에 달하자 박근혜 정부는 갈팡질팡 갈지자 행보를 연출하고 있다. 당황한 것이다. 연말정산 논란과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저가 담배 출시 등이 모두 박근혜 정부의 관리능력 부재와 무능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촌극이다.





박 대통령의 새해 메시지는 바로 이와 같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나왔다. 설을 앞두고 '비리종합선물세트' 이완구 총리의 임명으로 국민여론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시기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감출 수 없는 대통령의 본심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해 오면서 조금이라도,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쥐꼬리만큼만이라도 언행이 일치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저 메시지가 국민의 아픔과 시름을 위로하는 강력한 묘약으로 작용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본심이 모두 공개된 마당이라면 다르다. 저 메시지는 기획되고 연출된 부자연스러운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히 흥미가 반감될 뿐더러 무미건조하게만 느껴진다. 반드시 있어야 할 진심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진심이 담겨있는 말 한마디는 천냥빚도 갚을 수 있는 감동을 줄 수 있지만, 진심이 결여되어 있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다. 박 대통령의 설 메시지는 번지수를 골라도 한참은 잘못 골랐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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