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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문재인 정부 일주일, 본색 드러낸 한국당과 국민의당

ⓒ 오마이뉴스


허니문(honeymoon). 달달한 신혼 기간을 의미하는 이 낭만적인 수사는 때때로 정치·사회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권이 바뀌거나 혹은 회사나 조직 등에서 인물이 바뀌었을 때 일정 기간 동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을 가리켜 '허니문 기간'이라 부르는 것이다. 취임한 지 일주일 가량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허니문을 주도하는 측은 언론과 시민사회다. 취임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권위와 격식에서 벗어난 문 대통령의 행보를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실었다. 기존의 관례를 허무는 문 대통령의 파격 행보를 집중 조명하는가 하면, 인수위가 없는 가운데에도 별다른 혼선과 잡음 없이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문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되고, 관련 기사에는 격려와 성원의 댓글이 춤을 춘다. '이게 나랴냐'라는 자조의 탄식은 어느새 '이게 나라다'라는 기대와 탄성으로 뒤바뀌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사회의 공기가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단지 문 대통령의 탈권위와 친서민적 소통에만 공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위원회 구성 지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및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명령,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 지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에 대한 순직 인정 지시.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지시한 업무 관련 뉴스에는 공감과 지지를 표명하는 댓글이 빼곡하다.

이전 정권에게서 느꼈던 시민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정과 상식이 특별해 보이는 건 이 사회가 그만큼 불공정하고 몰상식했다는 방증일 터다. 당연하고 당연해 보이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열광하고 국정운영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 허니문 기간임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이쯤 되면 하나의 현상이라 불려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허니문을 보내고 있는 언론, 시민들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 4당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서로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비판적 기류가 강한 한국당, 국민의당과는 달리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건설적인 긴장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한국당은 아예 허니문을 건너뛰고 취임 첫날부터 비판에 나섰다. 지난 10일 임명된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과거 전력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지를 지시하고,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재조사 의지를 밝히자 더욱 공세적으로 나가고 있다.

15일에는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국민 열망에 도취한 나머지 독주 환상에 빠지고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무시하는 독선 정치를 한다면 한국당은 견제와 비판을 넘어 강력한 저항을 불사할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라든지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헌법질서 가치를 훼손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야당이 되겠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업무지시의 형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흔적 지우기에 나서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기는 국민의당 역시 매한가지다. 취임 첫날부터 청와대의 첫 인사에 우려를 표시한데 이어, 문 대통령의 참모진 임명에 대해서도 대선캠프 출신으로만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이 와중에 지난 15일 이언주 의원은 카톨릭 평화방송 '열린 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낙연 총리의 지명 절차와 관련해 "관례적인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며 "협치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으면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반면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임 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해서 선거 때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막상 취임 직후부터 인사 발표가 나는 것을 보니까 과연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고 평가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역시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를 높이 평가했다. 노 대표는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상징적인 이벤트를 많이 했다"며 "취임 초기 이벤트가 아니라 앞으로의 예고편이길 바란다"고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지금은) 눈 감고 박수쳐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라 아주 준비된 대통령이다"라고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야 4당의 상반된 평가는 각 당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10년 만에 정권을 내준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와해된 보수층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과오를 최대한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현 한국당)이 인수위가 선정한 12대 국정과제를 문제삼은 것을 시작으로 4대 개혁입법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을 사안마다 격렬하게 반대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당 역시 비슷한 처지다. 이번 대선을 통해 호남지역의 민심이반이 확연히 드러난 이상 국민의당은 어떻게든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돌아선 민심을 다시 추스려야만 한다. 얄궃지만 문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국정운영에 대해서 공세적으로 나설 수밖에는 없는 입장인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론'과 '반문정서'를 부추겨 눈부신 성과를 이뤄낸 바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높아질수록 국민의당에게는 반전의 기회가 생긴다.

반면 바른정당과 정의당의 입장은 그와는 다르다. 바른정당에게는 정권 창출, 지역기반 수성보다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 따뜻하고 건강한 보수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일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부추겨온 구태 정치를 배격하고, 건설적인 비판과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합리적인 공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임기 초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려는 바른정당의 스탠스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현안에 따라 민주당과 협력과 견제 관계를 유지해온 정의당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불통의 비민주적 리더십, 상식과 공정과는 거리가 먼 권위적 리더십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 문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가 환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정치권, 그 중에서도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이를 철저하게 이해타산에 입각해 접근하고 있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가는 사회의 변화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는 시민들과 그것이 불편하고 영 못마땅한 사람들, 취임 초 문 대통령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처럼 양가적이다. 


무비판적이고 맹목적인 속칭 '빠'도 문제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고집하는 '까'도 문제다. 그러니 당분간은 그대로 좀 내버려 두시라. 합리적인 비판이나 쓴소리는 잘못이나 문제가 발견됐을 때 해도 늦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다수 시민들이 부푼 행복에 취해있는 '허니문' 기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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