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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문재인 김민교의 만남에 주목하는 이유

ⓒ 오마이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성남 유세가 화제다. 성남은 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안방과도 같은 곳이다.  27일 성남을 찾은 문 후보는 5000여 명(문재인 캠프 추산)의 시민들 앞에서 "힘없고 '빽'없는 사람도 원칙과 상식을 지키면 잘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을 극찬하며 성남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는 "이재명 시장은 촛불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며 "이 시장이 만든 여러분의 성남을 보라. 전국 최초 무상공공산후조리원 도입, 청년배당 등 이제 성남이 전 국민의 바람이 됐다. 이래야 정치가 산다"고 이 시장을 한껏 치켜세웠다.

복지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고 평가받는 성남시의 서민 정책들과 부패와 적폐청산의 상징과도 같은 이 시장의 개혁성을 부각시켜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후보의 성남 유세는 이날 오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순위 상위에 오르는가 하면, SNS 등을 통해 유세 사진과 동영상 등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편 이날 유세장에는 tvN 'SNL 코리아 9'에서 문 후보를 패러디한 '문재수' 역으로 인기몰이 중인 배우 김민교씨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교씨는 19대 대통령 선거를 풍자하고 있는 'SNL 코리아 9'의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 코너에서 문 후보 역으로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중이다.

김민교씨는 이날 문 후보로 분장한 채  유세장에 나타나 등장부터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웃음이 먼저다! 문재숩니다", "국민이 웃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주실 거죠?"라고 문 후보의 성대모사를 펼쳐 시민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이에 문 후보는 "정말 잘한다. 고맙다"고 화답하며 "이렇게 정치가 개그 소재가 되는 것이 참 좋다"고 김씨를 응원했다.

이날 김민교씨는 시종일관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과 재치로 시민들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날의 만남이 상당한 긴장과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지난 26일 트위터에는 "만나 뵈러 갑니다. 긴장되네요...텔레토비 때도 시도했던...진짜 가르기"라는 글을 트윗하며 방송에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정국을 집어삼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동안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느라 실종됐던 정치풍자 코미디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tvN의 'SNL 코리아'를 비롯해, SBS '웃찾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선보인 '살점'과 부활한 'LTE뉴스', KBS '개그콘서트'가 부활시킨 '만상토론' 등 방송사마다 정치풍자 코미디가 활기를 띠고 있다.

풍자는 남의 결점이나 현실의 부정적 현상, 모순 따위를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는 행위다. 특정 인물이나 사회적 현상을 과장하거나 비틀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풍자의 목적이 단순히 웃음을 전달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신랄한 현실 비판이야말로 풍자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그런 이유로 풍자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시민권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국가일수록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풍자는 신랄하고 혹독하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의 일거수 일투족을 풍자한 NBC의 코미디 쇼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정치인들 사이에 악명이 높은 '레 기뇰 드 랭포'는 프랑스 국민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정치풍자 프로그램의 대명사다. 이밖에 영국·독일 등에서도 풍자는 살아있는 정치권력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수단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 면에서 참여정부 시절 넘쳐났던 정치풍자 코미디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권위주의가 부활하면서 민주주의적 토양이 크게 축소되고, 사회의 분위기 역시 그만큼 위축되고 경직되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정치풍자 코미디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풍자 코미디의 암흑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방송 내용에 대한 외압과 통제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방송 내용을 문제삼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정치권력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개그맨이 고소·고발되거나 행사 섭외가 끊기는 등 물리적 제약이 잇따르는가 하면, 공권력의 통제와 위협을 의식한 자기검열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도 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정치 풍자 코너가 활기를 띠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패러디하고 풍자하느냐가 아니다. 보다 시급한 것은 풍자의 본령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치권력의 민낯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사회적 억압과 통제를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풍자 본연의 역할을 되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긴장과 소통의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정치풍자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문 후보와 김민교씨의 만남은 시민들에게 풍자의 역할과 기능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웃고, 웃길 수 있는 나라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일은 이제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문재인·심상정·안철수·유승민·홍준표(가나다 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권력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행위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시민은 언제 어디서든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풍자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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