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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목소리 높이는 친박계..폭풍전야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 오마이뉴스


자유한국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문제로 친박과 비박 사이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이 갈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불은 당내 대표적 친박인사로 손꼽히는 4선의 홍문종 의원이 지폈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탄핵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결론내리지 않고는 우리 당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당을 저주하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주류인 탄핵 찬성파(복당파)를 작심 비판하며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홍 의원은 쓴소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최소한 당을 저주하고 침 뱉고 탄핵에 앞장서서 나갔던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에 와서 좌지우지하고, 자기 마음대로 누군 되고 안 되고 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는지, 잘못한 게 무엇인지, 탄핵 사유가 정말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진 4선의 정우택 의원 역시 보수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각을 세웠다. 정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보수대통합이 뭔가 했는데, 집을 뛰쳐나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수대통합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보수대통합은 차기 총선의 최대 숙제이기 때문에 차기 당 대표가 해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주도하고 있는 보수대통합 움직임에 제동을 걸면서 동시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인사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김병준 비대위 출범 이후 사태를 관망해오던 친박계와 일부 중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차기 당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 관한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당의 얼굴인 당 대표는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당 지도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계파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절치부심해왔던 친박계로서는 당권이 절실한 입장이다. 탄핵 과정에서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으로 지목받으며 '폐족'이 되다시피 했던 그들은 당권 탈환을 통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도 불구하고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민심은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태극기부대가 책임당원으로 대거 가입하는 등 적극 지지층 역시 크게 증가했다. 친박계가 '탄핵 재평가'를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실질적 배경이다. 

당권은 부활을 꿈꾸는 친박계를 위한 튼튼한 동아줄이다. 그런 면에서 내년 전당대회는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혈투의 성격이 짙다.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생사여부가 달려있는 탓이다. 2008년 총선 당시 경험했던 '친박학살'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전력투구해야 한다. 


ⓒ 오마이뉴스


절박하기는 복당파 역시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이 불을 지핀 보수대통합은 당안팎으로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얻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정에 집중할 뜻을 피력했고, 통합대상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을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라 규정했다. 복당파의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대통합은 단순히 탄핵에 찬성했던 구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받아들여 한국당의 당세를 확장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탄핵 찬성파 의원들이 합류하게 되면 그만큼 복당파의 당내 위상이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다. 탄핵 과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 역시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를 요구하며 보수대통합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그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당을 떠받치는 구심인 대구·경북 지역은 여전히 '박정희·박근혜' 부녀에 대한 애증이 혼재해 있다. 한국당 극렬지지층인 태극기부대 역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을 강조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복당파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의미다. 

복당파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당에 몸 담고 있는 이상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꼬리표처럼 복당파를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당 조직강화특위위원인 전원책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이날 홍 의원이 사실상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면박을 날렸음에도 복당파는 묵묵부답이다. 지역정서와 태극기부대를 다분히 의식한 결과일 터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지도부를 친박계가 차지하게 될 경우 복당파의 앞날은 가시밭길로 접어들게 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원죄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해지는 것은 물론 공천 경쟁에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친박-친이' 간의 해묵은 앙금을 상기하면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진다. 

일각에서는 "다음 총선 후 한국당은 조그만 수구보수로 남아있을 것"(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합집산이 총선 앞두고 이루어져 지금 현재 야당들은 정의당 빼놓고는 다 없어질 것"(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문제가 친박계와 복당파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는 점에서 분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이다. 

폭풍전야다. '박근혜'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진 한국당이 '박근혜' 때문에 또다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당 모든 문제의 뿌리는 박근혜 문제"라고 했던 전 변호사의 진단이 일견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과연 어떻게 될까.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에 전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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