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하천전문가인 독일 칼스루에 대학교의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난 2011년과 2014년 우리나라를 두 번 방한했다. 4대강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방한할 때마다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하나였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4대강 사업이 강이나 생태계에는 어이없는 일로 단지 토건회사를 먹여 살리기 위한 일을 했을 뿐이다. 호수처럼 되어 버린 강은 물고기가 오르지 못하는 생명이 사라진 곳이다. 결국 수질 악화로
4대강 사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유속이 바뀐다는 것은 주변 지형 변화를 불러와
강을 죽일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은 미친 짓이며, 지류가 살아있는
지금해야 복원이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을 베른하르트 교수가 조목조목 비판하자 당시 그의 주장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이 일어났다.
야당과 환경단체들은 이를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주된 근거로 활용했고,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들은 독일과 우리나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베른하르트 교수의 지적에 우리 사회의 반응은 이처럼 극명하게 갈렸다.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괴리가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다.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여전하다. 4대강 사업의 성과를 한껏 치켜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보를 폭파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개별 주체의 판단은 이렇듯 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상관없이 모두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당시 4대강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베른하르트 교수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예언자처럼 4대강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 오마이뉴스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대형건설사들의 전방위적인 담합비리가 존재했다는
것은 검찰의 조사 결과 사실로 판명이 났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권과 건설사 간의 정경유착 정황이 포착되었고 비자금 조성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검찰은 건설사 간의 담합비리만 수사했을 뿐 4대강 사업비리의 핵심인 이명박 정권과 건설사 간의 커넥션 의혹은 털 끝조차
건드리지 않은 채 사건을 일단락시켰다.
일부 건설업체가 검찰의 표적이 되었을 뿐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토건족이었다. 이는 이미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그들은 어떻게 막대한 이득을 챙겼을까? 4대강 공사 과정에서 깜쪽같이 사라진 준설토가 그 비근한 예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4대강 사업 이후 남산 크기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준설토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자그만치 200억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강바닥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강물에 유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준설업자들은 이 모래들의 상당량이 빼돌려져 다른 곳에 판매되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 역시 그렇게 많은 준설토가 유실될 수는 없다며 준설업자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토건족들은 이처럼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건설사 간의 담합을 통한 나눠먹기와 준설토
빼돌리기와 같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이득을 챙겨 나갔다. 그러나 이 사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토건족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득의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추정된다.
베른하르크 교수가 지적했던 수질 악화 역시 현실화 됐다. 지난 2014년 12월 23일 국무총리실 소속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보에 의한 수체(물덩어리)의 확대는
희석에 의한 수질 개선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보에 많은
양의 물을 가두게 되면 오염물질을 희석시킬 수 있어 수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된 것이다.
또한 조사위는 낙동강을 대상으로 보와 준설을 하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해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영양염류인 총인(T-P) 농도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측정 부분 모두에서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보와 준설이 4대강의 수질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으로, 이 역시 정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 오마이뉴스
극심한 녹조 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4대강의 처참한 현실만 보더라도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전혀 없다. 녹조는 호수나 저수지, 보와 같이 유속의 흐름이 정체된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물이
흐르는 강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4대강에 건설된
16개의 보로 인해 물의 체류시간이 현저하게 늘어나자 녹조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녹조 피해가 가장 심한 낙동강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의 물 체류기간은 18.35일에서 75.7일로 4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2012년 환경부의 내부 자료에선 무려 168.08일로 계측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수질
역시 크게 악화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국민들이 베른하르트 교수가 지적한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 4대강 사업 찬성 학자들은 잘못된 통계와 사실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호도해가며 4대강 사업을 강행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4대강은 집권세력의 잘못된 신념과 개발논리에 물든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셈이다.
많은 언론들이 연일 4대강의 끔찍한 참상을 보도하고 있다. 방송에서 전하는 4대강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예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멀쩡하던 강에 잔디밭처럼 녹조가 창궐하고, 혐오감을 주는 괴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악취가 진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곳곳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떠다니는 흉측한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가 베른하르크 교수가
경고했던 내용 그대로다.
4대강 사업을 통렬하게 비판했던 베른하르트 교수는
"지류가 살아있는 지금해야 복원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해가 갈수록 4대강의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4대강을 되살리기 위한 범사회적인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머뭇거리면 거릴수록 4대강은 점점 더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갈 것이다.
4대강을 볼 때마다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는 시민들의 마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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