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3년 만에 처음으로 강연을 가졌다. 그는 지난 22일 경북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제39회 극동포럼에서 ‘소명(召命)’이란 주제로 40여분간 특강을 진행했다.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과 20대 총선에서 대구 북구을에 출마하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병석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과 김장환 목사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특강에서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그의 평가였다.
그는 특강에서 “4대강 사업은 녹색성장을 주도하고 경제침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성공한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경제가 위기인 시기에 4대강 사업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정치도 생활도 깨끗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해 국민정서와는 수십억 광년은 떨어진 인식의 차이를 나타내 보였다.
ⓒ 연합뉴스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MB가 대선후보시절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였다. 그에게는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대운하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었다. 그러나 MB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되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내에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MB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운하 사업 포기 발언을 하면서 동시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야당과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꼼수를 들고 나온 것이었다.
MB 정부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야당과 시민단체,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이 사업이 MB의 지난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일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당시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민이 원할 경우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등 정부와 여당 사이에서도 이 사업을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아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MB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의 하도 정비와 댐 건설로 충분한 용수를 확보하고, 하천 준설 및 제방 보강을 통해 홍수를 예방하며, 2012년 본류의 수질을 2급수(BOD 3ppm이하)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MB 정부는 이를 위해 4대강에 설치된 노후 제방 보강과 토사 퇴적구간 정비, 하천생태계 복원, 중소규모 댐 및 홍수조절지 건설, 하천변 저류지 및 저수지 재개발 사업, 하천주변 자전거길 조성, 친환경보 설치 등을 주요사업으로 제시하며 2009년 11월 대대적인 4대강 정비에 나섰다. MB 정부의 4대강 삽질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 한국일보
지난 2013년 1월 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했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일반국민들까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었다. 어마어마한 혈세낭비, 안전문제, 환경파괴문제, 수질오염문제, 농경지 침수 문제, 4대강 담합문제, 예산의 불균형 문제 등 하나부터 열까지 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사업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MB 정부는 '문제없다. 안전하다. 개선된다. 완공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라며 국민을 기만해 왔다.
그러나 4대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이같은 정부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MB 정부의 야심찬 핵심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살리기>이 총체적 부실사업이었음을 공식 확인해 준 셈이다.
지금까지 4대강사업에 투입된 공식예산은 22조 2천억원으로 보고되었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예산만 이렇다. 그러나 MB정부는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될 시점인 2011년 4월 4대강 지류·하천 사업에 환경부 10조원, 국토해양부 6조원, 농림수산식품부 3조원 등 20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에 전가된 비용과 연계사업·토지보상비·수질개선비 증가비용까지 포함하면 4대강 관련 사업에 쏟아부은 예산만 60조원(2012년 기준)에 달하게 된다. '물먹은 하마'가 아닌 '예산먹는 하마'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국민의 어마어마한 혈세가 지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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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대강에 설치된 수중보에서 균열이 생기거나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여러차례 보도가 된 바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MB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기만 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정부의 주장과는 180도 달랐다. 총 16개 보 가운데 공주보 등 무려 15개 보에서 세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의 설계단계부터 잘못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나 시작부터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지난 2012년 4월 보의 안전성을 점검했던 정부 측 4대강 특별점검단이 발표한 '보 전체의 구조적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조사결과와는 정면으로 상충한다. 그동안 MB 정부는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는 시민단체와 일반국민들을 상대로 '의혹 및 허위사실 유포'라며 윽박지르고 법적대응 운운했었다. MB 정부는 국민의 안전보다 4대강을 더 사랑한 정부였다.
ⓒ 팩트TV
지금까지 드러난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여름이면 창궐하는 4대강 녹조는 '녹차라떼'를 대유행시켰고, 듣도 보고 못한 기괴하게 생긴 큰빗이끼벌레가 국민들을 충격 속에 빠뜨리기도 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은 '나눠먹기'를 통해 상부상조의 미덕을 발휘하는가 하면, 이 과정에 정부 관계자가 깊숙히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고 급기야 비자금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부채비율이 16%로 건실하게 운영되던 수자원공사는 5년 만인 지난 2012년에는 116%의 부채비율을 가진 부실공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어디 이뿐인가. 이미 22조원(정부 발표)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이 사업에는 앞으로도 유지관리를 위해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하고, 수자원공사의 부채줄이기 프로젝트에도 국민혈세가 들어가야 한다.
수질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흐르지 않는 강은 필연적으로 수질이 오염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MB 정부에서는 이같은 기본적인 상식마저 파괴해 버렸다. 다음은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이다.
"4대강 사업은 강을 강답게 하는 사업입니다. 우리나라의 강 중 영산강과 낙동강 상류는 만성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남한강과 낙동강 하류, 그리고 영산강은 홍수에 취약하고, 낙동강 중류와 영산강, 금강 하류는 수질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MB 정부는 수질개선을 위해서라도 4대강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런데 수질개선을 위한다면서 강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보를 건설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다. 자연스러운 강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한다면 당연히 수질은 더욱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영산강과 금강의 수질이 물놀이를 할 수 없을 정도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언론의 보도는 4대강 사업이 수질을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MB 정부가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곳곳에서 문제를 양산하며 각계각층으로부터 망국적인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
ⓒ 경향신문
새누리당은 한나라당 시절 18대 국회 내내 4대강 사업 예산과 관련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MB 정부의 4대상 사업을 위한 거수기의 역할에 충실했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며 사실상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용인해 왔다. 4대강 사업의 추진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새누리당이나 침묵으로 일관한 박근혜 대통령이나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사과를 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4대강 사업은 사회 공동체의 보편적 상식을 비웃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나르시스트가 퇴임 후에도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국민들의 염장을 지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4대강 사업은 수많은 비리와 부정이 드러난 사업으로 절대로 유야무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었다. 4대강 사업비리에 대한 면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관이 주도하는 망국적 국책사업은 또 다시 재연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주동한 인사들에 대해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엄중한 책임을 물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것은 없다.
썩어 들어가는 것은 4대강 뿐만이 아니다. MB 정부에서 자행된 수많은 부정과 비리, 부패를 박근혜 정부가 비호하는 사이 대한민국도 안으로 안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의 실체다. 국민의 80%가 왜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지, 국민의 40%가 왜 다시 이 땅에 태어나고 싶지 않은지, 대한민국을 왜 '헬조선'이라 부르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땅에는 공정과 정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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