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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감사 증인출석 요구에도 김제동은 당당했다

ⓒ 오마이뉴스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도 방송인 김제동씨는 당당했다. 김제동씨는 6일 오후 7 30분 경기 성남시청 야외광장에서 열린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에서 최근 논란과 관련 "만약 (국정감사에서) 나를 부르면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준비를 잘 하시고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백 의원은 김제동씨가 작년 7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과거 군 복무 시절 4성 장군 부인에게 '아주머니'라고 호칭했다가 13일 동안 영창생활을 했다고 말한 내용을 문제삼고, 김제동씨가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진상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백 의원은 현재 국방위에 김제동씨의 증인 출석요구 채택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김제동씨는 이날 과거 방송 내용이 지금에 와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국정감사에서는 내 얘기가 아니고, 국방의 얘기를 해야 한다" "제 발언을 두고 제가 방송사와 얘기할 수 있지만, 세금 받고 일하는 국방위 공무원은 세금 주는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 얘기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방위병은 퇴근 시간 이후에 영내에 남아있으면 안된다. 그런데 당시에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봤다. 이것 자체가 군법 위반이다"라며 국방위에 출석하면 그보다 더한 이야기도 할 것인데 감당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제동씨는 군의 방산비리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군함에다가 어군탐지기 달아놓고, USB 시중에서는 몇 만원이면 살 걸 몇 십만원에 사고, 우리 애들 방탄복은 총알이 뚫리고, 신형 워커 나왔다고 해서 우리 애들한테 신겼더니 신발이 물이 샜다"며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군의 총체적 방산비리를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철 지난 과거 방송 내용을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도 우습지만 김제동씨의 발언이 군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백 의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백 의원의 주장은 '이단공단(
以短攻短)'(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백 의원은 김제동씨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기 이전에 군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온갖 추문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옳다. 그는 국방부 차관 출신으로 방산비리와 군 지휘관의 성추문, 군 폭력 등의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명예를 끔찍하도 생각하는 우리 군의 방산비리, 군납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김제동씨가 언급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통영함·소요함 납품 비리, 불량방탄복 납품 비리,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 비리, 해군 해상헬기 '와일드캣' 도입 비리,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비리, 육군 대전차 무기 '현궁' 납품 비리, 잠수함 인수평가 관련 비리, 고속함·호위함 사업 비리, 군 피류복 납품 비리, 군 침대 교체사업 의혹 등 방산비리와 군납비리 의혹은 헤아릴 수가 없을 지경이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군 내의 구타사고와 군 지휘관 및 간부들의 낯뜨거운 성추문은 또 어떤가.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군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실질적인 주범이라 할 것이다. 백 의원은 오랫동안 국방과 안보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해 왔고, 지난 2013 3월부터 2015 10월까지 국방부 차관을 지내왔던 인물이다. 군 내부의 비리 의혹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백 의원이 과거 방송 내용을 문제삼아 김제동씨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니 시쳇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 오마이뉴스


백 의원이 뜬금없이 김제동씨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국정감사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 등 청와대와 집권여당의 넘어야 할 지뢰밭이 널려있는 상황에서 국면을 흔들겠다는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그동안 정부 정책에 소신발언을 해왔던 김제동씨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김제동씨는 집권여당과 보수세력에 의해 종북좌파 연예인으로 찍혀있는 대표적 소셜테이너다.

연예인이 웃자고 한 철 지난 이야기에 대한민국 군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며 거품 물고 달려드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시민의 반응은 한겨울 시베리아처럼 냉담하다. 북한 핵문제와 사드 배치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안보 위기는 물론이고 방산비리와 군납비리, 군 지휘관의 성추문과 전근대적인 병영문화가 만들어낸 군의 총제적 문제를 면밀히 되짚어 봐야 할 국방위 국정감사에 웃지 못할 촌극이 연출되고 있는 탓이다.

반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될 지도 모르는 김제동씨를 향해선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 성원이 잇따르고 있다정치 권력의 외압에도 정부 여당의 잘못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의 용기와 소신, 언제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왔던 따뜻한 인성에 대한 경외의 표현일 것이다.

타협과 굴종, 자기합리화가 만연한 시대에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려는 이 작은 사내에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깊은 울림이 있다. 건강한 사회공동체를 갈망하는 진지한 고민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 낸 것이라라. 그와 같은 고민을 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는 점점 보편적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바뀌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