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국민의당의 증거조작 해명이 석연찮은 몇 가지 이유

ⓒ 오마이뉴스


지지율 하락에 고심 중인 국민의당이 대형 악재를 만났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며 증거로 제시했던 카카오톡 메시지와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이 지난 5월5일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의 증언으로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을 언론에 발표했지만 당시 카카오톡 캡쳐 화면과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이날 당시 이준서 최고의원이 평당원인 이유미씨로부터 카카오톡 캡쳐 사진과 녹음파일을 제보받았고, 당 차원의 자료 검토를 마친 뒤에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압박을 느낀 이유미씨가 지난 24일 당에 조작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에 "하루 속히 국민들께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박주선 위원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의 사과 내용 중 몇 가지 석연찮은 점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선 위원장은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의 증거로 제시된 카카오톡 캡쳐 사진과 음성파일은 평당원인 이유미씨가 자발적으로 제작한 것이며, 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이고 당의 주요 관계자들이 관련 자료가 조작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을 확산시킨 당사자인 이유미씨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여수갑 지역 경선에 출마했을 정도로 지역 정가와 당 내부 사정에 익숙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안철수 전 대표의 카이스트 제자로 지난 18대 대선 무렵부터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하며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이기도 하다. 박주선 위원장의 해명과는 달리 이유미씨를 단순 평당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백혜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당이 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인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짜르기식의 사과는 아닌지 의문"이라며 "당시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선거대책위원회 책임자들이 과연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혜 채용 의혹 조작 과정에 당 주요관계자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안철수 전 대표까지 정조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의 중심인물로 지목된 이유미씨가 국민의당의 해명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아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26일 'JTBC 뉴스'는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이 상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이유미씨의 주장을 단독 보도했다. 당시 증거 조작이 이준서 전 최고의원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다 것이다. (관련 기사 : [단독]  국민의당 이유미 "지시로 한 일" vs "직접 조작")


ⓒ 오마이뉴스


실제 이유미씨는 당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지난 선거 때 문 후보 아드님 비방과 관련해 모 위원장의 지시로 허위자료를 만든 일로 오늘 남부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마 당에서는 사과문 발표하고 저희를 출당 조치할 것입니다. 당이 당원을 케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많지만 나중에 할게요 ㅠㅠ. 혹시 피의자로 전환되어 구속될까봐 두렵습니다. 제 편이 아무도 없네요"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유미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주선 위원장의 사과와 해명은 진실과는 거리가 먼 '허위'이자 '꼬리짜르기' 사과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증거 조작의 당사자인 이유미씨가 결과적으로 '배후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유미씨에게 증거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준서 전 최고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의 추천으로 등용된 인사라는 사실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민주당이 증거 조작 사건의 배후로 안철수 전 대표로까지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이다.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 증거 조작으로 국민의당은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지게 됐다. 박주선 위원장이 신속히 진화에 나섰지만 증거 조작의 당사자인 이유미씨가 국민의당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이번 파문이 '진실 공방' 성격으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의당이 지난 대선에서 준용씨 특혜 채용 의혹으로 문 대통령에게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파문은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저하시킬 악재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증거 조작에 자신의 측근들이 개입된 사실이 드러난 이상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론 역시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 이후 외부노출을 최소화면서 당의 진로와 정체성을 고민해오던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적 재기의 시기를 조율해 오던 터였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치를 전면에 내세워왔던 안철수 전 대표가 자신의 측근이 개입된 증거 조작 파문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국민의당은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며 당의 존립에 심각한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공작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증거 조작 사건까지 터졌으니 국민의당의 입장은 더더욱 곤궁해지게 됐다. 박주선 위원장이 발빠르게 사과에 나서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주문하고,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번 파문의 파장을 직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준용씨 채용 특혜 의혹 증거 조작에 대한 국민의당의 사과와 해명에 석연찮은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사태가 외려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해 졌다는 의미다. 당의 정체성과 노선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오락가락' 행보로 호남지역 민심과 중도·보수층의 외면을 받아온 국민의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설상가상이요, 엎친 데 겹친 격이다. 



♡♡ 바람 언덕의 정치 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