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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립현충원에 민족반역자 백선엽이 묻힐 자리는 없다

ⓒ KBS뉴스 화면 갈무리

 

뜨거운 논란 속에 백선엽이 결국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대전현충원은 16일 안장자 정보에 백선엽의 성명과 계급, 군번, 신분, 사망일자 등과 함께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다는 내용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하신 분들이 모셔져 있는 국가보훈의 성지, 민족의 성역입니다'라고 돼있기 때문이다.

'반민족행위자'가 '국가보훈의 성지'이자 '민족의 성역'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일제에 부역하며 독립군을 때려잡던 이가 독립투사들이 안장돼 있는 곳에 함께 묻히는 현실.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다. 이 지독한 이율배반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백선엽은 일제 시대 때 간도특설대에서 활동하며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민족반역자다. 이같은 사실은 2009년 발간된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다"

1983년 백선엽이 일본에서 발간한 책 '대(對) 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백선엽 역시 간도특설대 활동을 했었다고 자신의 친일행각을 인정한 바 있다. 군인 양민 가릴 것 없이 무자비한 도륙과 만행을 저지른 간도특설대에서 활약했다는 것만으로도 백선엽은 지탄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해방정국 당시 반민특위가 해산되지 않았다면 민족반역자로 처단되었을 인물이 바로 백선엽이다. 그러나 해방정국의 극심한 혼란을 틈타 백선엽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한국전쟁에서의 공훈과 냉전시대 반공이데올로기에 편승해 승승장구했다. 민족을 배신하고 독립군을 토벌하는 천인공노할 죄를 저질렀음에도 친미와 반공을 앞세워 영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청산했어야 할 친일부역자에 대한 단죄를 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는 나라, 백선엽 같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강남땅에 수천억 빌딩을 소유하는 나라,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이 친일부역자와 같은 곳에 안장이 되는 나라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은 친일 행적으로 서훈이 취소된 사람을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립묘지에 있는 친일파의 무덤을 강제 이장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권칠승·김해영 의원 등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고, 이미 안장된 경우 강제로 이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등 수구세력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철천지 원수를 가족 선산에 모시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독립 선열과 그들을 핍박하던 친일부역자가 한 곳에 안장되는 비극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린 선열에 대한 도리이자, 나라의 품격에 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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