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수사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보도가 나왔다. 아주경제 김태현 기자가 21일 "'정의연 수사'도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 혐의 안나오니 수사범위 확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검찰이 뚜렷한 혐의는 잡지 못한 채 수사범위만 확대하고 있다고 검찰수사를 비판한 것.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정의연 사무실과 펜션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펼쳤지만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해 불법의 증거는커녕 혐의점 조차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의 일부를 옮겨본다.
"20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현재까지 정의연의 회계부정과 관련한 뚜렷한 정황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압수수색한 자료 외에 추가로 자료를 받아가고 회계 담당자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까지 줄줄이 소환해 조사를 했지만 아직 뚜렷한 혐의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수사를 할 수록 정의연의 '결백'만 입증되고 있는 셈."
"상황이 이렇다면 수사를 마무리 짓고 '무혐의'라고 공표를 하는 것이 맞겠지만 검찰은 오히려 2015년을 넘어 그 이전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01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혐의회(정대협)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에게도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고 '반강제' 성격의 요청을 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뚜렷한 혐의점이 나오지 않자 수사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는 등 꼬투리가 잡힐 때까지 수사를 계속하는 이어가는 이른바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실무적인 선에서 참고인 조사를 벌이며 회계 내역을 일일이 맞춰보는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해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간 예산이 수억원대에 불과한 시민단체 한 곳을 수사하는데 두 달 이상의 시간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력 부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처음부터 준비가 안된 채 일부의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서둘러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검찰은 보수단체로부터 고발장이 접수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의연 사무실과 할머니 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행동하는 자유시민,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등의 보수단체의 고발이 있은지 불과 6일만에 벌어진 일이다. 심지어 '사준모'와 '법세련' 등은 정부여당 인사들에 대해 무차별적 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는 보수유령단체다.
검찰의 수사는 시작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경우 자녀 부정입학 의혹과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비리 의혹 등으로 무려 열 차례가 넘게 고발을 당했지만, 검찰은 몇차례에 걸쳐 고발인 조사만 진행했을 뿐 수사에 의지가 전혀 없다.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기무사 계엄문건 의혹 등에 휩싸여있는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에 대한 수사 역시 마찬가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서 보여준 전광석화와 같은 수사 행태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다른 것이다.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에 발빠르게 움직였던 검찰을 향해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였다.
그렇게 검찰이 사건을 수사한지 두 달이 흘렀다. 두 달은 연간 예산이 그리 많지 않은 시민단체의 회계 의혹을 들여다보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조국 수사와 마찬가지로) 수사대상을 늘려가면서 또다른 혐의를 찾는 별건수사로 방향을 틀고 있는 모양새다.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 한동훈의 말처럼 검찰은 "그렇게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표적·기획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사안에 따라 봐주기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도 여전하다. 법과 원칙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공정성과 형평성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작금의 검찰의 민낯인 것이다.
검찰이 선택적 수사, 선택적 분노, 선택적 정의를 자의적으로 행사할수록 '법과 원칙'은 누더기가 돼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피해는 사회공동체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검찰개혁을 외치고 또 외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극에 달한 검찰의 패악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사회의 '안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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