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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이 홍준표 지사를 구속 수사해야 하는 이유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홍준표 경남지사가 들어서자 약속이나 한 듯 운집해 있던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쉬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검찰에 출두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검사로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의자들을 수사해 왔던 그가 피의자가 되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게 되는 장면은 이처럼 어딘가 모르게 드라마틱했다. 특종에 목을 매는 언론사 기자들이 이 기막힌 순간을 놓칠 리가 없었다. 이 날 서울고등검찰청은 언론사 기자들로 발딛을 틈이 없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8개의 표적 중 검찰의 첫 타겟은 홍준표 경남지사였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들 중 홍준표 지사가 검찰의 첫 소환대상자로 지목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그는 리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유일하게 돈의 전달자가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검찰이 피의 사실을 입증하기에 가장 손쉬운 상대라는 뜻이다. 


둘째 홍준표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치인들 중 검찰의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도 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성완종 리스트'는 기업인이 정치권에 불법정치자금을 헌납한 '불법정치자금 게이트'다. 박근혜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수렁으로 이끌 전·현직 비서실장 3명과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의 대선자금이 한 데 얽혀 있는 매머드급 정치 스캔들인 것이다.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2012년의 대선자금을 건드려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홍준표 지사는 살아있는 권력을 겨누어야 하는 검찰을 위한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개인비리로 몰고 가면서 '성완종 리스트'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한편 학교급식 중단으로 공공의 표적이 되어 있는 홍준표 지사를 통해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국민여론도 상쇄시킬 수 있는 맞춤카드가 바로 홍준표 지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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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홍준표 지사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그림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홍준표 지사야말로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아주 노련한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국면이 자신에게 대단히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그는 검찰의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소환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홍준표 지사는 돌연 휴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 전 검사로서 잔뼈가 굵은 홍준표 지사가 검찰의 공격에 가만히 앉아서 당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그 시각 서울의 모처에서 이미 검찰소환을 받은 측근 및 변호인들과 함께 대응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홍준표 지사는 이를 토대로 17시간 가량 수사를 받는 동안 준비한 자료를 근거삼아 적극적으로 자기변호에 나섰다. 묵비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로 반대심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의 진술과 메모는 증거자료가 될 수 없고, 1억원의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은 검찰이 장시간 통제하며 조정해 놓은 내용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검사출신다운 자기방어능력을 선보였다.


이 날 홍준표 지사는 침착하고 노련한 대응으로 검찰이 향후 피의사실 입증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음을 드러내 보였다. 이는 앞으로 있을 치열한 법리공방의 핵심을 꽤뚫어 보는 전직 검사 출신의 실무경험과 홍준표 지사 특유의 치밀함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검사로서,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노련하고 뛰어난 감각의 소유자라는 것을 그는 여실히 보여 주었다. 


'창'과 '방패'가 맞붙은 이 날의 기싸움은 일단락됐지만 성완종 전 회장이 홍준표 지사에게 건냈다는 불법정치자금의 의혹을 규명하는 일은 승부를 점치기가 어렵게 되었다. 살펴본 것처럼 홍준표 지사가 검찰의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결사항전의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건 초기 홍준표 지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규명을 자신했던 검찰의 입장과는 사뭇 달라진 국면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구체적인 핵심 증거를 새롭게 제기하지 못하는 이상 혐의 입증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홍준표 지사가 워낙 법리에 밝은 인물인데다 현란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홍준표 지사가 측근들을 동원해 증인 회유와 조직적인 말 맞추기 정황까지 드러나는 등 증거인멸의 가능성마저 있기 때문에 검찰이 혐의 입증까지 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따라서 검찰이 홍준표 지사의 혐의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현행법상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2억원 이상 수수'일 경우에 한해서 구속영장의 청구가 가능하지만 ,증거인멸의 위험이 높고 관련자들 사이의 '말 맞추기' 등 범죄 은닉 정황이 우려된다면 신병확보를 위해 검찰은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관건은 역시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려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가 증거인멸과 범죄사실을 은닉할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나는 대한민국 검찰에게 2012년 대선자금을 수사할 의지와 의기가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검찰이 홍준표 지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 만이라도 입증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해야만 한다. 그것이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첫번째 타겟인 홍준표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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