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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투기 논란 휩싸인 '손혜원', 그를 위한 변명

목포가 뜨겁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지난 15일 SBS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손 의원이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과 친척 및 지인 등의 명의로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원에 있는 건물 9채를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된 곳은 2018년 8월 문화재청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된 지역이다. SBS는 건물의 매입 시점과 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 간사라는 점 등을 토대로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이 국회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친인척 및 지인 명의로 이 지역 건물을 집중 매입했다는 것이다. 

ⓒ 오마이뉴스


SBS의 보도에 따르면 목포 근대역사문화공원에 있는 손 의원 측 부동산은 조카 소유의 건물 3채,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명의의 건물 3채, 손 의원 보좌관의 배우자 명의 건물 1채, 보좌관 딸과 손 의원의 다른 조카 공동명의 건물 2채 등 총 9채다. SBS는 이 중 8채가 문화재 지정 이전에 매입됐고,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문화재 지정 이전에 건물을 집중 매입한 점, 손 의원이 문화체육관광위 여당 간사라는 점, 실제 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 등이 투기로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실제 SBS의 보도 이후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보수언론은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손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여고 동창이라는 사실까지 거론하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7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고 동창"이라며 "이 사건은 단순한 부동산 투기가 아니라 초권력형 비리"라고 규정했다. 

이어 "손 의원은 김정숙 여사와 절친이다. 손 의원이 홍보전문가였는데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경위도 김 여사의 부탁으로 여당에 입당하고 도와주기로 하면서부터"라며 "이번 사건을 '손혜원 랜드 사건'으로 공식 명명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 역시 관련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이들은 투기 의혹 외에도 문화재 지정 과정의 압력 행사 의혹, 차명거래 의혹 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처럼 손 의원 투기 의혹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SBS의 최초 보도와는 다른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손 의원의 행위를 투기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16일 tbs라디오 '김종배의 색다른 시선'을 통해 "손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른다"고 전제하면서, 문화재 지정 사업은 "자신이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활발하게 한다. 그래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특별히 목포 구도심에 대해 '사실은 문화재생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했더니, 김현미 장관이 '도종환 장관께서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 역사문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 얘기를 듣고 도종환 장관을 초청해 목포의 필요성, '경주가 천년고도라고 하면 목포는 근대문화역사의 보고다. 여기를 하자'고 말했고, 그게 문화재청으로 내려가서 쭉 논의되다가 작년 8월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그 과정에 손 의원의 역할이 있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저는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안 들었다"며 "그 거리는 영향력이 있었든 없었든 지정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손 의원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박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손 의원이 적산가옥에서 태어나 은퇴한 후 목포 적산가옥에서 살겠다며 구입했고 연극하는 조카에게도 구입케 했다는 말씀을 제게 한 바 있다"며 "손 의원의 부동산 매입을 투기로 보지 않음을 지금 현재까지도 확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교수 역시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투기꾼은 소유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는 걸 아주 싫어한다"며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을 일축했다. 전 교수는 일례로 2년 전 손 의원과 함께 했던 페이스북 라이브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손 의원이 "목포의 역사를 지우려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데, 그걸 막고 싶다. 마침 폐가로 방치된 건물이 하나가 있는데, 누가 사서 헐어버리면 골목 전체를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내 조카더러 시집갈 때 주려고 했던 돈 미리 줄 테니 가서 들어가 살라고 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만약 투기 의도가 있었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듯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손 의원이 재개발을 막기 위해 친인척 및 지인들에게 이 지역 건물 구입을 제안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 의원이 구입한 지역과 관계없이 '연희네 슈퍼'로 유명한 온금동지역의 주거환경 열악으로 주택조합을 구성, 20층 아파트를 건축하려 했다"며 "학교, 조선내화 등 문제와 유달산 조망권 문제로 진척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적은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다. 


ⓒ 오마이뉴스


그런 면에서 이번 의혹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자본의 논리다. 투기가 목적이었다면 이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보다 재개발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편이 더 상식적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사유재산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고, 재산권 행사 역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6일 목포 MBC가 보도한 내용도 SBS의 보도와는 차이가 있다. MBC는 투기 의혹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사실과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SBS 보도와 달리 쇄락해가던 지역이 활기를 되찾게 됐다는 내용이다. 인터뷰에 응한 최성환 목포대 교수는 "투기냐 지역에 대한  관심이냐는 시간이 흘러 그 집을 산 사람이 지역에 어떻게 정착해 활동해 나가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이 일반적인 '투기' 의혹과는 결이 달라보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미 손 의원은 팟 캐스트 등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강조하며 목포 구도심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온 터다. 투기를 할 요량이었다면 이 지역을 근대 문화유산이 살아있는 예술의 공간으로 복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이유가 없지 않을까. 

손 의원은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6년 8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 목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재산으로 총 46억2852만원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도자기와 가구, 칠기 등 골동품이 전체 재산의 절반이 넘는 28억1800만원에 달한다. 문화재에 대한 각별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라지게 될 지 모르는 문화재를 지키려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이를 최초 보도한 SBS의 주장처럼 비공개 정보를 활용한 재산증식용 투기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의혹은 있지만 규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의혹이 개발 무산에 따른 개발업자 측의 앙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은 이번 사건을 투기라고 단정짓고 전방위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손 의원과 김 여사가 동문이라는 점을 걸고 넘어지며 이번 의혹을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시키려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정치권이 문제를 삼으면, 언론이 되받아 더 크게 정치 쟁점화시키는 전형적인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의혹의 진위가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그에 걸맞는 정치적·법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마땅할 터다. 의혹의 당사자인 손 의원도 이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손 의원은 이번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데에 전 재산과 의원직, 심지어 목숨까지 걸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다르다.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벌떼같이 공세를 펼치고 있음에도 그들이 내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시쳇말로 절대 손해 볼 일 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문뜩 의문이 생긴다. 만약 투기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그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 과연 어떻게 책임을 질까.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할 사안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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