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수첩 화면 갈무리

 

"이야기의 시작에는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28일 방송된 <PD수첩> '울산 검경내전'편은 그렇게 시작했다. '고래 고기 환부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왜 경찰이 압수한 고래 고기를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었을까. <PD수첩>은 이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사건은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무렵 울산 중부경찰서는 한 유통업자로부터 불법포획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래 고기 27톤을 압수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담당했던 황 모 검사는 압수된 27톤의 고기 중 21톤(경찰 추산 약 30억 원)을 한 달만에 피의자에게 되돌려준다.

"당황스러웠죠. 저희들은 최소한 유전자 검사가 나온 이후에 환부를 해도 괜찮은데 왜 이렇게 급하게 했나."

울산 중부경찰서 서성주 경위는 검찰의 고래 고기 환부를 아주 의아스럽다고 술회했다. 이유가 있었다. 경찰은 당시 압수한 고래 고기에 대해 DNA 검사를 의뢰한 상태였다. 통상 고래 고기 샘플은 기존에 보관된 DNA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불법포획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황 검사는 DNA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압수한 고래 고기 21톤을 피의자인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줬다. 고래 고기는 DNA 성분 검사를 진행했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의 검사 결과 대부분 불법포획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환부조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피의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 셈이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경찰은 이 과정에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수임했던 피의자 측 한 모 변호사가 2013년까지 울산지검에서 환경, 해양 담당 검사로 일했던 전관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전관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 변호사에 대한 사무실, 차량, 통신,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신청을 검찰이 대부분 기각하면서 이 의구심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나 이후 경찰 수사는 사건 담당검사가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나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검사에 대한 수사가 불발에 그친 거죠.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겁니다. 검사는 형사사법제도의 대단히 중요한 한 축을 담담하고 있거든요. 누구보다 현재의 사법질서를 존중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사건을 지휘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은 담당검사의 해외연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검찰은 고래 고기를 돌려준 이유에 대해 "불법포획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담담검사의 해외연수 또한 예정돼 있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경찰에 대해서는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원칙과 절차대로 고래 고기를 돌려준 것인데 경찰이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고래 고기를 돌려주었다는 점, 사건 담당검사의 직속상관인 부장검사와 피의자측 변호인이 대학동문이라는 점, 검찰이 변호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대부분을 기각시킨 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된 담담검사가 수사도중 해외연수를 떠난 점 등 석연찮은 점이 한 둘이 아니다. 

 

ⓒ 뉴스1



한편 고래 고기 환부사건으로 검경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던 2018년 초, 울산지방경찰청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형제 비리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울산 지역 건설업자인 김흥태 씨는 김 전 시장의 동생과 아파트 시행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30억 원을 지불하는, 이른바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두고 당선이 유력한 김 전 시장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동생이 먼저 제안해 왔다는 것이다.

"형이 시장이 될 껀데, 저희 형이 시장이 되면 (아파트 사업권을) 정리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렇게 할래? 그럼 내가 나하고 그렇게 할 수 있나. 형하고 의논해라. 너희 형이 그렇게 한다면 내가 그렇게 하지. 형하고 의논했대요. 내가 지하고 무슨 그런 약속을 해서 30억 원을 준다고 합니까. 지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원래 2007년 울산 북구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던 김 씨는 당시 시공사의 부도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사업계획 승인을 잃은 상태였다. 해당 아파트의 시행권은 2012년 다른 곳으로 넘어갔고, 김 씨는 30억 원의 웃돈을 주고 시행권을 되찾아오려 했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이 김씨에게 접근한 시점이 바로 그 무렵이다.

"내가 30억 원을 주고 (사업시행권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건너간 거예요. 이 말이. '형님 우리도 선거비용 많이 드는데, 이왕 주는 거 우리 주는 게 안 맞겠습니까?'. 이 말을 들어보니까 맞는 거예요. '저희 형이 시장이 되면 허가 어차피 안 되는 거 안 해주면 되는 거고'. 저하고 선거 전에는 '참OO' 식당에서 점심 두 세번 정도 했을 거예요. 제가 그러면 어떻게 할래 약정서라도 만들어야 하니까. '인허가나 이런 것도 넣을까요, 형님?'(이라고 물어보길래) 그건 서로 문제가 되니까 빼자고 했어요."

이와 관련 경찰은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아파트 분양 용역 계약을 할 능력이 없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시장의 동생은 '2005년 경부터 직업이 없었고, 건축 관련 자격증이나 관련 경험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용역 계약은 성사됐지만 이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김 전 시장의 동생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김 씨는 아파트 시행권을 얻지 못했다. 2018년 1월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청탁이 있었다는 관련자 증언과 함께 증거를 확보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2019년 4월 해당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만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는 증인의 진술 번복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앞서 경찰조사에서 일관된 진술을 보였던 핵심 증인 2명이 검찰 조사에서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검찰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와 관련 전직 판사였던 신중권 변호사는 "처음에 진술하는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법원에 갔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진술을 번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이후 사건은 급반전된다. 되레 김 씨가 부정청탁 교사 및 공갈, 협박, 청부수사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김 전 시장 형제를 고발했던 김 씨는 졸지에 검찰의 수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검찰이 김 씨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 피해 여부를 추궁하면서 자신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도록 종용했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김흥태를 거의 사기꾼으로 (몰았다). 나 말고도 (김흥태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한테 돈을 빌렸다고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김흥태가) 빚이 많아 (빌려 준) 돈은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야기는) ‘김흥태가 기소됐을 때 같이 고발, 고소하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런 내용이었다. (검찰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된다’고도 했다. 내가 (김흥태를) 고소해야 된다고."

김 씨의 지인인 강석주 씨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역시 <PD수첩>이 제기한 의혹과 일치했다. 강 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도 검찰이 "김흥태에 대해서 천지 사기꾼이고 빚이 엄청 많은데 고소해라"고 종용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 씨는 "자기들이 시킨 데로 안 하면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책상을 두드리기도 했다"라며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씨와 지인들은 조사 당시 검찰이 황 전 청장과 김 씨의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고래 고기 사건 수사 당시 검찰과 갈등을 겪었던 황 전 청장은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지휘했던 검찰 저격수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이와 관련 울산지검은 황 전 청장을 조사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서면 답변을 <PD수첩> 측에 보냈다.)

"김흥태는 타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볼 때는 김흥태를 불쏘시개, 마중물로 해서 황운하 쪽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였어요."

김 씨의 지인으로 검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이영민 씨는 당시를 저렇게 회상했다. 그 무렵은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조정 문제로 검경 사이의 신경전이 아주 뜨겁던 시기였다. 고래 고기 환부사건 당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던 황 전 청장이 평소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김 씨와 지인들의 주장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김 씨가 사업권을 따내려 했던 울산시 북구의 아파트 인허가 과정에는 수상한 돈거래 정황도 드러난다. 김 씨가 사업권을 얻으려 했던 아파트 인허가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의 계좌에 2억 2천만 원이 돈이 입금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은 김 전 시장의 형이 사업수익의 50%를 받는 조건으로 김 씨가 아닌 다른 시행사를 밀어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는 관련자 진술까지 확보했다.

당시 해당 지역은 목표인구 초과로 울산시청 도시계획과로부터 사업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 사업이 김 전 시장 취임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PD수첩> 측의 설명이다. 시행사가 이례적으로 울산시 측에 인구계획을 상향조정해 달라고 요청을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사업 승인허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수사하기 위해 시행사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 의해 기각당했다. 수사 기일을 2개월 연장해 달라는 건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수사를 일단락시킨다.

"강백신 검사도 그때 당시에 이거 문제가 있다고 자료를 보여주셨어요. 저렇게 많다면서.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분명히 사건 (조사) 합니다. 이거 진짜 울산 복마전입니다'."

김 씨는 울산 북구 아파트 인허가 의혹 수사에 대해 2016년 당시 울산지검의 강백심 검사 측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강 검사가 국정농단 특검검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PD수첩> 측은 내사 과정 확인을 위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 검사에게 취재를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김 전 시장 형제 비리 의혹의 실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측 주장과 검찰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그 사이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간 이 사건은 현재 청와대의 '선거개입·하명수사' 논란으로 비화됐다.

사실 <PD수첩>이 조명한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김 전 시장 형제 비리 의혹 사건은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내용이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세간에 파다하게 퍼져있는 검찰의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준 것 뿐이다.

그럼에도 방송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정치공방이 뜨거운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은 어쩌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긴 '이야기의 시작에 검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1.31 11:12 신고

    나라가 온통..... 인간의 욕망이 만드는 세상...이제는 숨쉬기 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ㅠ

  2.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31 13:40 신고

    이전에도 고래사건 pd수첩은 본 저로서는
    2020년 한국에서 과연발생할 수 있는
    사건인가에 대해서 깊은 고민과 생각에
    빠지게된 사건이었습니다 ;
    말도 안되는 일이 자행되는데
    그런 비리사건은 꼭 자유한국당 측근들에게서
    만 일어나는 것일까요?

  3. Favicon of https://ssc-life.tistory.com BlogIcon 청담목도리 2020.01.31 13:42 신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구독 좋아요 누르고 가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은 'MB의 특명을 받은 낙하산'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이후 속된 말로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존심은 물론이고,  오직 정권 눈치보기와 정권 편들기로 방송의 가장 중요한 책임과 역할이라 할 수 있는 공공성과 공정성을 포기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 신뢰도 1위를 자랑하던 방송사에서 (방송 3사 뉴스 중 신뢰도가 늘 하위였던) 'SBS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급기야 뉴스 시청율은 공중파 가운데 꼴치로 추락해 버렸습니다. 시청자들이 MBC뉴스를 신뢰하지 않고 외면하는 까닭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포기하며 '할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 방송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날개도 없이 끝없이 추락하는 MBC의 오늘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 



<출처, 뉴스1>


“<신동아> 4월호에는 당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이 인터뷰에서는 왜 김재철 씨를 사장으로 뽑았는지가 밝혀졌는데 ‘말 귀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선임이유였습니다. 또한 사장단 인사 역시 혼자 한 것이 아니라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 까여 한 인사라는 것입니다. 이 인터뷰에서 김우룡 전 이사장은 이것으로 이미 MBC 내 좌파 70~80%가 청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정권의 MBC 장악 음모가 사실상 드러난 것입니다. 이에 파장이 커지자 김재철 사장은 보도내용을 모두 부인하며 김우룡 전 이사장을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4월 30일 ‘파업’ 뉴스데스크 ‘공영방송 지킨다’ 보도 중에서>


MBC 노조는 작년 무려 170일 간에 걸친 장기파업을 단행했습니다. 파업의 이유는 오직 단 하나 'MBC의 공정방송을 무너뜨린 김재철 사장의 퇴임'이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후 MBC에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무너지게 되었을까요?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첫 해 MBC의 시사프로그램인 <뉴스 후>가 <후플러스>로 바뀌더니 급기야 시청율을 이유로 폐지되었습니다. 국제분야의 이슈를 다룬 시사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던 <김혜수의 M> 역시 시청율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되었습니다. MBC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이었던 <PD수첩>은 민감한 이슈를 다루었던 몇몇 방송이 결방되는 사태를 맞이했고, 피디들이 전격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주말 MBC 뉴스데스크>의 시간이 저녁 9시에서 8시로 바뀌었습니다. 8시로 시간을 옮겼다는 것은 민영방송인  SBS와의 시청률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내부에 있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사람들을 심기 위한 내부인사개편을 단행한 것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이들을 통해 첫번째로 한 일이 일선의 기자와 피디들, 그 중에서도 비판의식과 저항의식이 있는 기자나 피디들을 보도국 밖으로 인사조치시킨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공공성보다는 윗선의 오더와 명령에 의해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진행될 수 밖에는 없습니다. 한마디로 MBC가 김재철 사장의 입김대로 움직인게 된 것입니다. 김재철 사장에 의해 자행된 이같은 독단적인 프로그램 폐지 및 인사조치는 결국 공영방송으로서의 MBC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불러 일으켰고, 이를 바로잡고자 MBC 노조는 파업을 결행할 수 밖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방통위, 국회의 3중 약속은 어디로?


파업이 장기화 되자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새누리당 대선 후보인 박근혜 후보가 MBC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MBC 노동조합에 파업 복귀를 전제로 김재철 사장 퇴진을 직간접적으로 약속을 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습니다. 


 



<출처, MBC 본부>


정영하 MBC 본부장은 "박근혜 후보가 문제에 나서겠다고 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을 걸고 주체가 된 점과 여야 개원협상으로 김재철 사장을 퇴진시킬 수 있는 주체들이 다 합의를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새방문진이 들어오면 해결된다며 선 업무 복귀를 이야기했고, 노동조합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대응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장 170여 일간 계속된 MBC의 파업은 철회되었지만 그러나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만 하면 김재철 사장을 해임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찬성 3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부결시킨 것입니다. 해임안 부결과정에서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김무성 총괄본부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논란을 비웃듯이 김재철 사장은 여전히 MBC를 총괄하는 사장으로 아직까지 건재합니다. 


파업 이후 보복의 칼을 꺼낸 김재철 사장?


170일 간의 장기파업에 대한 분노가 작용했을까요? 김재철 사장은 업무에 복귀한 첫날부터 대대적인 보복인사를 단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에게 드라마 세트장 관리, 신사옥 건설 업무, 경인지역 지자체 상대 영업사업, 충북 오송의 중계센터 설립 등과 같은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보도록 전보조치하거나 인사조치 발령을 내린 것입니다. 또한 뚜렷한 이유도 없이 대기발령을 내고 그 기간이 끝난 직원들은 다시 교육발령을 통해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의 교양강좌를 듣도록 조치했습니다.


파업도 끝났고, 3개월간의 교육도 마쳤는데...


이같은 보복조치는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친숙했던 MBC 아나운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MBC 파업사태가 끝나고 6개월이 다 되도록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여전히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MBC 노조가 파업의 종료를 선언했던 7월 17일 밤, 사측은 기습적인 인사발령을 내고 신동진, 김범도, 김상호, 허일후 아나운서 등을 전격 전보 조치했습니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김상호.김범도 아나운서는 서울 경인지사로, 허일후 아나운서는 신설된 미래전략실로 발령을 내린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아나운서는 회사 지침에 따라 조건없이 3개월간 MBC 교육아카데미의 교육을 받도록 강제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의 교육과정을 모두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여전히 그들을 TV에서는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중 일부는 다른 부서로, 일부는 여전히 교양 교육을 받고 있고, 일부는 부서의 이동없이 아나운서국에 남아있지만 방송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사보기)


사라진 MBC의 아나운서들, 이들이 보고싶다...




<출처, 김완태 아나운서 트위터>



방송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파업에 동참했을 뿐인데,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자 파업에 참여했을 뿐인데,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고자 파업에 가담했을 뿐인데, 불의에 타협하지 않기 위해 파업에 나섰을 뿐인데, 방송을 시청자들인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 파업에 힘을 실어주었을 뿐인데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징계와 보직변경 등의 불이익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 문화방송의 기억은 어디에?


너무나도 귀에 익숙한 친근한 CM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국민 신뢰도 1위의 공영방송 MBC의 미래는 너무나도 불투명합니다. 언급한대로 공공성과 공정성은 크게 훼손되었고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오직 매출과 영억이익, 시청률에 목을 매는 방송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MBC는 권력의 힘에 기대어 사욕을 추구하려 하고,  1등 지상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괴물일 지도 모릅니다. MBC라는 방송국을 우리의 기억속에 또렷하게 각인시켜 주던 저 추억의 CM처럼,  공영방송이자 국민방송인 MBC가 그때의 그 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은 MBC를 사랑했던 시청자의 기대이면서 동시에 방송에서 사라져버린 아나운서들의 간절한 바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


한국아나운서협회는 2012년 아나운서 대상인 '장기범상'에 MBC 아나운서들을 선정했습니다. 대표수상자로 나선 김완태 아나운서의 수상소감 중 일부를 옮기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MBC 파업에 동참한 모든 분들의 염원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이들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MBC 아나운서들은 일산에, 성남에, 용인에, 잠실에 흩어져 방송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저도 1년 만에 마이크 앞에 처음 섭니다. 눈 내릴 때 시작해 다시 눈 내릴 때까지 저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과 좋은 영향을 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시청자들께 좋은 영향을 주는 방송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다시 돌아가 '방송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영향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되겠습니다. 저희가 다시 저희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 부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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