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한 대형 마트의 화장지 코너 모습 

 

'코로나19 비상사태 조치가 시행된 첫 주말, 런던 대부분의 공공장소와 거리는 썰렁한 모습이었다. 그 어디에도 교통체증은 없었다. 물론, 토요일에도 코스트코와 식료픔 가게 등에서는 이 유례 없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휴지 등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6일(현지시각) 캐나다 런던지역 일간지 <The London Free Press>에 실린 'Coronavirus: Feisty signs of life in a weekend London shutdown'이라는 기사의 일부다.

실제로 그랬다. 지난 주말 런던 풍경은 여느날과 달라보였다. 거리는 한산했고, 도로에는 차들이 별로 없었다. 전 세계가 팬데믹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캐나다였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기사의 내용을 조금 더 소개해본다.

'Western Fair' 구역에 있는 스포츠플렉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땀에 젖은 장비가 든 무거운 하키 가방을 끌고 다니는 아이들, 하키 게임을 보려는 엄마 아빠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일요일 아침 성당에서는 종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폴 대성당은 영국 성공회 후론 교구의 공공 예배 중단 방침에 따라 문을 걸어 잠갔고 문 밖에는 이를 설명하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로마 가톨릭 런던 교구는 교회를 열어 놓았지만 일요일 미사를 취소했다. 그곳에는 촛불도, 사제도, 음악도 없었다.'

런던 다운타운 동쪽에 위치한 'Western Fair'는 카지노와 경마장이 있고, 하키 게임이 펼쳐지는 스포츠센터가 있다. 주말마다 주자창은 카지노를 즐기려는 사람들과 하키 토너먼트에 참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키가 국기인 캐나다에서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가릴 것 없이 게임이 있는 날이면 지역 스포츠 커뮤니티 센터 주차장이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찬다. 그러나 코로나19 비상사태 조치는 이같은 캐네디언의 평범한 일상마저 뒤흔들어 놓았다.

예배도 마찬가지. 런던 시내 곳곳에 위치한 성당과 교회들이 주일 미사와 예배를 취소하고 있다. 주말이면 항상 붐비던 대형 쇼핑몰과 극장 역시 비상 사태의 여파로 한적하기만 하다. 사람이 몰리는 곳은 주로 생필품을 파는 대형 식료품점과 LCBO, Beer Store 등 주류를 판매하는 곳 등이다. (참고로 온타리오주는 술을 정부가 지정하는 LCBO, Beer Store 등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사람들은 평상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고, 코로나19 사태도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듯 했다. 언론을 통해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간간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정부와 보건당국은 캐나다의 'Risk'(위험도)를 'Low'(낮은 단계)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인 커뮤니티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그와는 많이 달랐다. 정부 발표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 실제 많은 한인들이 확진자 통계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고, 정부의 상황 인식과 대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체계적인 대응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검진과 방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열흘 전 쯤 막내 딸이 고열이 나고 기침을 하길래 혹시나 해서 패밀리 닥터에게 갔다. 그런데 의사는 통상적인 검진을 마친 뒤 단순한 감기라며 그냥 돌려보냈다. 의아스러웠다. 이 시국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진을 안 하니 누가 얼마나 걸렸는지 어떻게 알겠어".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불편함이 밀려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평온해 보이던 캐나다 상황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12일 캐나다 총리실은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부부가 관저에서 14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초˙중·고등학교의 'March Break' 기간이 끝나더라도 2주간 더 휴교에 들어갈 것이라는 온타리오 교육부 장관의 공식 브리핑이 나왔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트뤼도 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비상사태 조치를 선포하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과 해외 입국자를 받아들이는 공항 수를 제한하고,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자가 격리를 실시하며 크루즈 등의 캐나다 입항을 오는 7월까지 중지하는 것 등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관련해 연방보건당국은 실생활에서 지켜야 할 수칙 등을 발표했다. 가급적 모임이나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공공 장소 등을 피할 것과 악수나 허그를 하지 말 것, 타인과 접촉할 경우 2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할 것 등의 사회적 거리를 가져야 한다는 지침이었다.

런던시 당국 역시 이날 코로나19 비상 조치의 일환으로 모든 도시내 운영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관련 시설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16일부터 커뮤니티 센터, 경기장, 수영장, 레크리에이션 및 스포츠 프로그램, 지역사회 대여소의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이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된다.

며칠 사이 연방정부와 주정부, 런던시가 잇달아 코로나19 관련 비상 조치를 발표하자 지역사회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대형 마트는 물론이고 심지어 편의점까지 휴지, 생수, 냉동식품, 캔 등의 생필품이 바닥이 났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물건을 먼저 사기 위해 상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선다.

16일에도 지역 사회는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날 오후 1시 트뤼도 총리가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는 소식에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내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Shut Down'이 있을거란 루머가 돌면서 지역내 LCBO와 Beer Store는 술을 사려는 사람들로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에서 일하는 나로서는 이 풍경이 아주 생경했다. 캐나다에서 15년 째 살고 있지만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재기'의 실체를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 탓이다. 원래 월요일은 일주일 중 가장 한가한 날인데 끝없이 몰려드는 사람들과 매장 오픈 여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는 통에 오후까지 정신이 없었다.

"어제(15일) 아침 오픈하기 30분 전쯤 Grocery Store에 갔는데 사람들이 벌써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있었어. 그런데 맨 앞에서 어떤 사람과 직원이 언쟁을 벌이고 있더라. 1인당 2묶음씩만 살 수 있는 화장지를 더 사겠다고 누군가 목소리를 높이더라고. 다들 미친 것 같아.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Shut Down' 루머가 해프닝으로 밝혀진 그날 오후 매장을 방문한 캐네디언 친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저렇게 말했다. 평생을 캐나다에서 살아온 그 친구에게도 지금 런던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고 이상하게 비친 듯 했다. (한편 트뤼도 총리는 현지시간 16일 오후 1시 30분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8일부터 캐나다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조치로 캐나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외국인들의 캐나다 입국이 제한된다).  

캐나다는 여러 인종이 섞여있는 다문화 사회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캐네디언이 이민자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며 호의적이다. 그렇지만 포용과 다양성, 존중을 중시하는 캐나다 사회에조차 이기심과 불신, 차별의 바이러스가 뿌려지고 있는 것 같다.

캐나다 공중보건 최고 책임자인 테리사 탐은 지난 1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중국인들과 아시아인들에 대한 인종차별 및 소셜미디어에서의 수치심을 주는 발언에 대한 보고가 증가해 우려스럽다"고 적었다.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중국인과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과 비난의 목소리가 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최근에는 아시안이 운영하는 상점을 기피한다는 소식도, 불편한 시선을 느꼈다는 지인의 하소연도 종종 듣게 된다. 침착하고 평온하던 사람들이 공포와 불안, 두려움 속에 물건을 사재기하고, 남들보다 물건을 더 많이 더 빨리 사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불신과 차별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런 모습들은 내가 경험했던 캐나다와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저 멀리 아시아에서나 벌어지는 일인 줄만 알았던 바이러스의 위협이 직접적인 현실로 다가오자 감추어져 있던 인간의 본성이 자연스레 발현되는 것일 터다. 바이러스에 무너지는 건 육체가 아니라 어쩌면 마음이 먼저가 아닐까.

17일 오전 9시 현재(현지시간) 캐나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42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온타리오주가 177명으로 가장 많고, 브리티시 콜롬비아(103명)와 앨버타(74명), 퀘벡(50명) 등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검진과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인 사회의 우려는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저래 뒤숭숭할 수밖에 없는 시기, 표현하지는 않아도 모두들 두려움 속에 갇혀 지낸다. 그나마 다행스럽고 위로가 되는 건 바다 건너 한국에서 들려오는 훈훈한 소식이다. 유럽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져있는 가운데 한국은 확진자의 증가세가 꺾이면서 조금씩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방역당국의 민주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은 단연 화제가 되고 있다. 대다수 외신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법을 조명하는 기사를 앞다퉈 내보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신속하게 진행되는 진단 속도와 압도적인 검사량 등을 주목하며 한국의 공격적 대응법을 세계가 배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욱 반가운 것은 생사가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배려와 나눔의 미담들이 사회 곳곳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손을 돕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사람들,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인하해주는 건물주들, 고사리 손으로 한푼 두푼 모은 돈을 기부하는 아이들, 생명줄 같은 마스크를 양보하는 사람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각종 밑반찬을 전해주는 이들···.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행렬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 속에 휩싸여 있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어디에도 희망은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민주주의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해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칼럼을 통해 "한국 정부의 조치는 대중교육, 투명성 제고, 시민사회 참여에 집중돼있다"면서 "한국 시민사회가 코로나19 대응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칼럼은 한국이 세계가 본받아야 할 모범국이라 평가 받는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한국은 정부 당국의 민주적이고 공격적인 대응과,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분투가 더해지면서 빠르게 회복해나가는 중이다.

나는 한국이 전 세계가 직면해있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힘은 백신이 아니라 투명하고 건강한 정부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헌신과 사랑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바로 그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3.18 07:07 신고

    이 시련...
    얼른 지나갔으면 합니다. ㅠ.ㅠ

  2. Favicon of https://captainkorea83.tistory.com BlogIcon 그랜드슬램83 2020.03.18 08:49 신고

    모방에서 모범으로.

  3. Favicon of https://cdyeo2005.tistory.com BlogIcon zmsskan 2020.03.18 10:02 신고

    포스팅 잘 봤어요 오늘도 좋은 날, 행복한 날 되세요 화이팅!! 제 블로그 방문해 주시고 구독 눌러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3.18 10:59 신고

    캐나다도 그렇군요. 지구 시계가 멈췄습니다. 공포 그 자체입니다.

  5. Favicon of https://torihome.tistory.com BlogIcon 토리야뭐하니 2020.03.18 13:18 신고

    정작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자국민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저 대처가 잘되고 있는 건지 실감이 안나네요.

  6.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20.03.18 23:02 신고

    지구가 온통 코로나 지뢰밭 같군요.
    그나마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 감사한 생각이듭니다.
    코로나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정부, 관련 직원들, 의사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코로나 병상에서 고독과 싸우고 있을 환자들, 그의 가족들 생각하면 두발 뻗고 편히 자는 것조차 미안합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 대응 못한다고 하시는 분들,
    한국 코로나 어느정도 방어력이 좋은지 실감 안나시는 분들
    해외 신문들 좀 보시고 말씀 해주시면 좋겠어요.

    대체적으로 '내로남불' 하시는 분들 중에 그런분들 많구요.
    객관성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들이 많드라구요. ㅜㅜ
    맹목적인 비난은 서로를 죽입니다.

  7.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3.19 05:03 신고

    토론토의 류현진 선수가 훈련을 마치고 못 돌아가고있네요 ㅡ.ㅡ;;;
    빨리 치료제,백신이나와야 할텐데 말입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8. Favicon of https://gmssu12.tistory.com BlogIcon 밤하늘별9804 2020.03.19 07:56 신고

    잘보구가요~
    코로나로 온유럽도??

ⓒ 한국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30번째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악화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정부 당국은 철저한 출입국 관리와 확진자에 대한 면밀한 동선 파악, 체계적인 방역과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코로나19의 차단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확진자가 속출하던 중국 및 일본과 달리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습니다.

주요 외신들도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태세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극우성향인 일본 산케이신문조차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주재 객원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로부터 코로나19 대응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18일 31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신도였던 이 환자가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예배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죠. 좁은 공간에 다수가 밀집해 예배를 보는 신천지의 특징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걱정은 커져만 갔습니다.

'이단'으로 취급받는 신천지는 신도들이 신분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접촉자와의 동선을 파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셈이죠. 더욱이 신천지는 선교를 위해 '위장 카페'나 '위장 교회'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천지 신도들이 신분을 숨기고 활동할 경우 방역체계가 뚫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18일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정부 당국과 의료기관, 시민들의 노력이 무색하게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26일 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1046명에 달합니다. 31번째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열흘 만에 1000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코로나19는 전파성이 아주 강한 신종 바이러스입니다. 감염 속도가 빠를 뿐더러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시민들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됩니다. 대응 메뉴얼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상호 협조하면서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는 잇따른 거짓말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신분과 동선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감염예방업무를 총괄하던 모 팀장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고 20일까지 보건소 직원들과 민원인들을 상대하며 정상 근무를 했습니다. 그는 신천지 신도 명단이 대구시에 전달되자 그제서야 자신의 신분을 밝히며 검사를 받았고, 22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신천지 신도에 의한 감염이 언론에 공개된 상황이라면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한편 보건당국에 검사를 요청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천지 명단이 전달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했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했습니다. 결국 그와 함께 근무하던 동료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보건소 역시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신천지 교단의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신천지가 코로나19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주목을 받자 대구교회는 텔레그렘 공지를 통해 신도의 소속이 드러난 경우 "그날 예배에 안갔다", "다른 곳에서 예배를 드렸다"라고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예배 참석 사실을 은폐하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신천지는 언론 기사에 댓글을 달고 추천과 비추천을 누르도록 공지하는 등 여론 조작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23일에는 유튜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입장′을 밝히면서 "신천지예수교회와 성도들은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신천지 측의 반응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로나19 확산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신천지 교단과 교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비단 신천지뿐만이 아닙니다.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은 26일 청와대 사랑채 인근 집회를 강행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종교계가 예배와 미사, 법회를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등  정부 당국의 요청에 협조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태입니다.

범투본은 이날 평소처럼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습니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전파력을 감안하면 대규모 집회나 모임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합니다. 그러나 범투본을 이끌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연합회 총회장은 되레 광화문 광장에 나오면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대규모 집회를 선동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강조하며 정치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입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영입인재 환영식 후 "봉쇄를 해야 할 것은 대구가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그런 분들에 대해서 봉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심재철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통해 "문재인 정권의 방역 실패로 국민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바이러스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통합당은 정부의 방역 실패로 코로나19가 확산됐다며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사태가 악화된 것과 관련해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에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과 메뉴얼을 면밀히 점검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는 국가적 통제만으로 완전히 봉쇄될 수 없습니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물론이고 병원, 보건소, 학교 등 기관과 시민 사이에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정부 지침과 통제에 따르고 긴밀히 소통하면서 위기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신천지 교단과 신도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신분과 동선을 속이는 등 정부 당국의 방역관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기독교 단체와 보수단체로 구성된 범투본은 감염을 우려한 서울시와 경찰의 집회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장외 투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통합당은 정부의 뒷북 대응을 부각시키며 정치공세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국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지 37일 만인 26일에서야 이른바 '코로나 3법'(검역법·의료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통합당의 논리대로라면 그들 역시 늦장 대응을 한 셈이고, 결과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데 일조한 것이 되는데도 말이죠.

관련해 황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중국발 입국을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것이 거의 유일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궁금합니다. 중국인 입국 금지가 유일한 대책이라는 통합당이 코로나19에 대해 과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정부는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시켰습니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 의료·보건기관, 시민이 힘을 합쳐 코로나19의 방역과 차단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집중해야 할 것은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시키고 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화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비상 시국입니다. 통합당도 이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새누리당(현 통합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2015년 6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와 6월 5일 당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의 발언입니다.

"위중한 시기에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정치적 공방에 몰두한다면 국민적 분노와 비난의 대상이 되면서 영원히 설자리를 잃을 것이다. 여야 모두 서로에게 날 선 공방이나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대변인들은 실행에 옮겨야 한다."

"메르스 사태로 국가 비상사태다. 이럴 때일수록 당정청과 여야는 초당적으로 위기극복을 위해 협력해 국민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국민 불신만 초래하는 일체의 정쟁은 당분간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

2015년의 새누리당이 2020년 통합당에게 건네는 '전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승전-문재인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입니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정치공방을 잠시 멈춰보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일 테니까요.

  1.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2.27 10:25 신고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공격하는 거겠죠 ㅎㅎ
    아무리 민주당과 정부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보수계열은 친일이기 때문에 뽑아줄 수가 없죠!!
    하지만 민주당 및 정부도 이번 코로나19 대응은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마스크 수급 조절 문제도 그렇구요, 지속적으로 중국인 입국 허용 문제라던가
    대구 신천지에 대한 조치도 발생하자마자 강제 압수수색을 통해서 강하게 이재명 도지사처럼 조치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구시장도 무능함을 보여줬구요.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2.27 19:03 신고

    이집단은 국민들의 생명까지 담보로 ㅈㅂ권 야욕에 눈이 멀어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2.28 16:57 신고

    역지사지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동아일보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졌다.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집중하던 정치권은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가 모두 연기된 데 이어, 일각에서는 총선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직 확진 판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통합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함께 국회내 토론회에 참석했던 사실이 드러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 정치권 관계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정치적 파장과 함께 입법 공백 등 엄청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할 막중한 시기, 그러나 일부 개신교 교단과 정치권 그리고 보수언론이 공포와 혐오, 차별을 조장하면서 정부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중심으로 한 일부 개신교 단체와 태극기 세력은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장외집회를 강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 통합당은 연일 정부 대응을 성토하며 정치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런가 하면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로 공포와 불안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들은 코로나19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국가적 위기를 더욱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이 이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다. 불이 나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화재의 원인과 책임 소재는 나중에 따져묻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 엄청난 국가위기 상황 속에서도 저들은 어떻게 하면 더 정치적 이득을 볼까 주판알을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저들의 의도는 대략 이런 것이다. 애초부터 중국인 입국금지를 시키는 등 선제적 조치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정부-여당이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다 방역망에 구멍에 뚫렸다. 이는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과 오판 때문이며, 중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자국 국민의 안전을 방기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맥락도 없거니와 근거와 논리도 빈약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인 입국금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코로나19 확진자 대부분이 국내 그 중에서도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으로부터 전파됐다는 점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 감염, 그것도 집회와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당국의 안전관리 지침을 따르지 않은 이들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유독 통합당과 보수언론 등이 이같은 무의미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황당한 건 또 있다. 황교안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한 번 중국발 입국을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것이 거의 유일한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시쳇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규모 역학조사로 감염 경로와 지역, 확진자를 가려내고, 수단을 총동원해 지역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당국과 중국인 입국 금지가 거의 유일한 대책이라 고백하는 야당 중 누가 더 무책임하고 무능한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현 통합당)은 총체적 무능을 보여주며 국가방역시스템과 위기관리 능력에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다. 그런 그들이 정부당국의 늦장대응을 비판하고,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수언론 역시 공포와 혐오 정서를 조장하면서 정부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이다.

 

정권퇴진운동을 '성전'으로 호도하는 전광훈과 그 무리들, 이성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는 태극기부대, 시종일관 '기승전-문재인 비판'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는 통합당과 보수언론은 이처럼 '코로나19'마저 공세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투다. 마치 전염병이 더 퍼지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그러나 이같은 정치선동에도 시민들은 현실을 현명하게 직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23일 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64.4%로,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 34.8%보다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통합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북한에 총을 쏴달라고까지 했던 자들이며, 전광훈 등 광장세력은 바이러스에 걸려 죽어도 된다면서 정작 자신들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개념치않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의 말을 믿을 바에는 차라리 허경영의 공중부양을 믿는 편이 낫지 않을까.

혼란스러워하지 말자. 경각심을 갖되, 현실을 정확히 분별하자.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선 안 하는 일이, 못하는 일이 없는 이들의 선동에 휘둘리지 말자는 뜻이다. 코로나19의 확산과 환자의 치료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정부를 믿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럴 역량과 능력이 있다.

 

P.S.

글을 쓰느 사이 전광훈이 구속됐다. 이를 종교탄압이라 물타기 하는 이들이 있다면, 십중 팔구 이단, 사이비, 거짓 선지자, 교사들이다. 말과 행동 속에 예수님의 형상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2.25 07:25 신고

    심재철 제발.....

  2. Favicon of https://2gethermrseo.tistory.com BlogIcon 서반장과 함께 2020.02.25 09:08 신고

    진짜 정부도 대응잘하고있다 생각했는데,
    신천지를 생각도 못했네요.

    얼렁 명단 제공해서
    동선파악하고 격리자 구분해서
    빠르게 해결했으면 좋겠네요

    정부를 믿습니다.!!!!!!

  3. Favicon of https://www.daum.net/ BlogIcon 왜누리안티 2020.02.25 10:33

    불행하게도 전부 음성 판정이 됐습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80009

  4.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2.25 15:02 신고

    구속 잘 시켰네요.
    저는 다만 중국입국허용을 하는 부분이 상당히 안타깝네요.
    타국에서는 한국인 입국허용을 안하고 있는데요.
    강한리더십을 보여줄때인 것 같습니다.

  5. Favicon of https://toqurroatjd.tistory.com BlogIcon 갬성남 2020.02.26 20:12 신고

    꼬로나 진짜 빨리 사라졌으면....ㅠ

  6. Favicon of https://toqurroatjd.tistory.com BlogIcon 갬성남 2020.02.26 20:13 신고

    구독하고 갈게용!!

  7. 더러운 과거사 2020.03.18 22:25

    전빤스나 허경영 이만희가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주범들~!!!!!

ⓒ MBC뉴스 화면 갈무리

 

페이스북을 통해 링크를 하나 건네 받았다. 뭔가 하고 봤더니 '월거지, 전거지, 빌거지, 휴거지'에 관한 내용이다.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주거행태로 친구를 차별해 부르는 이름이라 한다. '월거지'는 월세 사는 거지, '전거지'는 전세 사는 거지, '빌거지'는 빌라 사는 거지, '휴거지'는 임대아파트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란다.

몇 년 전 영구임대아파트 사는 사람과 일반 분양 아파트 사는 사람을 구분해 '영구와 범생이'로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꼈던 씁씁함과 자괴감이 또다시 고개를 들이민다. 주거형태로 사람을 차별하고, 낙인과 딱지를 붙이는 사회라니. 서늘하고 공포스럽다.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공고한 신분제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강남과 강북,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와 농촌, 서울대와 지방대,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에 따라 삶의 등급과 사람의 등급이 매겨진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가 역사의 뒷안길로 사라진지 100년도 훨씬 넘었지만 신분(계급)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풍토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 옛날 천민이 양반이 될 수 없었듯, 지금은 '영구'구들과 '거지'들이 도무지 '용'이 될 수 없는 시대다. 한 번 정해진 삶의 등급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꼰대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둥,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둥 갖은 쉴드를 쳐대지만 현실에는 영구와 거지들이 넘어설 수 없는 높은 성벽이 존재한다.

사농공상의 구분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와 마찬가지로 부와 권력은 대대로 세습되고 가난과 빚은 지긋지긋하게 되물림된다. 뿌리깊게 형성된 신분제의 구습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돼 사회 곳곳에 칡뿌리처럼 엉겨붙어 있다.

출신과 서열, 지역과 직업, 주거하는 동네와 집의 크기 등에 따라 삶의 등급이 나뉜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월소득이 얼마인지, 재산이 얼마인지, 몇 평에 사는지, 강남에 사는지 따위로 사람의 등급과 격을 구분한다. 신분제 사회였던 고대-중세 사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 차별하는 태도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게 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전혀 발견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내게는 그보다 '월거지, 전거지, 빌거지, 휴거지'라는 말이, 그 안에 내포돼있는 폭력이 차별이 더 두렵다.

재산으로, 주거 형태로, 외모로, 성별로, 지역으로, 학력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꼭 가르쳐야 아는 일인가. 돈보다, 학력과 지역보다, 아파트 평수보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이 먼저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

 

  1. Favicon of https://torihome.tistory.com BlogIcon 토리야뭐하니 2020.01.29 13:17 신고

    제멋대로 만들어낸 외계어, 은어가 하도 난무하다보니 애고 어른이고 조심하고 가려서 말하는 기준을 잊은 것 같습니다.

  2.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20.01.29 15:45 신고

    완전 공감합니다.

  3.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29 19:49 신고

    우리나라 사회문화가 점점 희안하게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돈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죠 저런 내용 접할 때 마음이 좋질 않네요 ;
    전혀 몰랐던 신조어(?)까지 잘 보고 갑니다~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1.30 06:52 신고

    차별과 소외
    버려야할 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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