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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소진되는 걸 느낍니다.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항암치료에)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알 수 없고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니까 하늘의 뜻에 맡기고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겸손함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연단에 오른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건강했을 때의 몸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상할대로 상한 그의 얼굴은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수척해진  육신은 병마에 시달린 지난 날들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2017년 12월 1일 저녁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리영희상' 시상식. 실천지성으로 불리는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리영희상'의 5회 수상자로 MBC 이용마 기자가 선정됐다.

신인령 '리영희상' 심사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은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과 투쟁현장을 지킴으로써 방송민주화 투쟁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에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역경', '소신', '투쟁'은 그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말이 됐다.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170일 파업 당시 노조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기자는 파업 종료 이후 박성제·박성호·이상호 기자, 정영하 노조위원장, 최승호·강지웅 피디 등과 함께 해고됐다. 그것도 가장 먼저. 사내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직 이후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싸움이 이어졌다. 사측을 상대로 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법원은 해직기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모두 파업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단호했다. 그들은 해직기자들의 복직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용마 기자가 MBC에 복귀한 건  2017년 12월 11일이다. 사측으로 부터 부당 해고 통보를 받은 지 무려 5년 9개월 만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파업에 함께 했던 최승호 전 <PD수첩> PD가 MBC 대표이사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는 꿈에 그리던 곳으로, 동료들이 기다리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복직하던 날 이용마 기자는 "해고되던 그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본 적 없다.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고 정의를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깨고 싶지 않은 꿈 같다"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치료를 위해 다시 회사를 떠나야했다. 5년 9개월의 기다림 끝에 극적으로 복직했지만 몸은 이미 쇠약해질대로 쇄약해져 있었다. 병마는 건강하던 그를 일순간에 집어삼켰다. 가시지 않는 울분과 분노, 원망과 회한이 그의 몸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이리라.


이용마 기자가 해직한 기간은 언론의 암흑기로 불리던 시기였다.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무너지고, 권력의 그림자가 언론의 공정성을 가로막았던 그 때, MBC는 얼마 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언론특보로 임명된 김재철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은 2010년 2월 26일부터 2013년 3월 26일까지 만 3년이다. 그 시기 MBC는 방송의 공공성을 무시한 노골적인 정권 편들기로 각계의 비판을 받았다. 시민들은 한때 신뢰도 1위를 달리던 방송사였던 MBC에게 '정권의 혓바닥'이라는 치욕스런 오명을 붙여주었다.

철저한 'MB맨'이었던 김재철 사장은 부임 이후 정치·사회 분야의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시사프로그램을 대폭 축소·폐지시켰다. 대대적인 내부인사교체를 단행해 사내 주요 보직을 자신의 측근들로 채워나갔고, 사측의 독단을 비판하는 인사들을 보도국 밖으로 밀어냈다. 자신의 입맛, 아니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 오마이뉴스



무려 170일동안 이어졌던 파업은 이같은  사측의 전횡을 바로잡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용마 기자는 이 싸움의 선두에 섰다.

방송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서, 불의에 맞서기 위해서, 그리고 기자로서의 양심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고 또 외쳤다. 부끄럽지 않는 기자가 되기 위해서 기꺼이 한 몸을 내던진 것이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상식과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 댓가는 컸다. 사측은 파업을 주도한 이들을 콕 찝어 해고시켰다.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주지하는 바다. 그는 사측과 또다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많은 이들은 이때 받은 심적 고통이 그의 몸을 집어삼킨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픈 법이다.

해직 이후 이용마 기자는 강의, 팟캐스트 방송 등을 통해 언론인의 사명과 본분을 일깨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복막암 판정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남은 불꽃을 다 태우려는 듯 그는 열정적으로 몸을 불살랐다. 사회와 언론을 냉철하게 분석·비판한 저서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지금까지 MBC뉴스 이용마입니다>를 펴냈고, 파업콘서트 현장을 찾아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회사에 있을 때나 떠나 있을 때나, 건강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그는 천성 '기자'였다.

그의 별세 소식에 각계의 추모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페이스북에 "이용마 기자가 추구했던 언론의 자유가 우리 사회의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이 되고 상식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용마 기자가 걸었던 삶의 여정이 헛되지 않았다는 방증일 터다.

허수경 시인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삶을 지긋이 관조해온 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 말이  오늘은 더없이 아련하기만 하다. 떠나기엔 아직 한창인 나이, 갑작스런 이별이 가슴 한쪽에 묵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탓일 게다.

“저는 제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 자기들이 즐기는 일을 하면서도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살았으며 좋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그런 사회가 되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그 모든 일들이 사실 우리가 해야 될 과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자유와 평등이 넘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 넘치는 사회,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꿔봅니다."

'리영희상' 시상식에서 그는 꿈꾸는 세상을 넌지시 펼쳐보였다. 슬픔이 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슬픔의 본질을 깨달아야 한다. 작별이 끝이 아닌 이유일 것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속에서 그는 어쩌면 우리에게 이렇게 되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끝난 것이 아니라고. "자유와 평등,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있는 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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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간판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이 돌아온다. 경영진의 방송 아이템 통제에 반발해 지난 7월 21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간 PD수첩이 MBC 총파업 종료 이후 마침내 방송 정상화에 들어간 것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PD수첩은 오는 12일과 19일 2주에 걸쳐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편성, MBC의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국가정보원이 기획한 MBC 장악 시나리오의 전말을 파헤치고, 공영방송의 역할과 의미를 되새긴다는 것.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 해고됐던 정재홍 작가와 비제작부서 발령으로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손정은 아나운서가 합류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진다.

PD수첩의 얼굴이었던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돌아온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승호 PD의 얼굴을 카메라에서 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그가 PD수첩이 아닌 김장겸 전 사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MBC 사장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앞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최승호 PD를 MBC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2012년 총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지 5년 만에 MBC의 최고 경영자로 복귀하는 셈이다.

PD수첩은 MBC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시사프로그램의 대명사라 불리던 간판 프로그램이었다. 저널리즘의 황금기를 이끌던 어제의 용사들이 작가와 아나운서로, 그리로 사장으로 다시 뭉치게 됐으니, 날카로운 탐사보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PD수첩이 제 모습을 찾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매의 눈으로 권력의 치부를 밝히고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쳐온 PD수첩이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은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되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 '광우병 보도',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검사와 스폰서'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줄기차게 추적해온 최승호 PD, 아니 사장의 복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MBC를 복원시키는 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승호 사장 역시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바람을 의식한 듯,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방문진 이사회 종료 직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MBC가 너무 긴 세월 동안 어려운 과정을 겪었고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끼쳐드렸는데 다시 MBC가 국민께 돌아가게 됐다. 제가 중요한 직무를 맡았는데 꼭 다시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파성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최승호 사장은 "특정한 정파의 입장에 위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외압을 막는 방패로서의 역할을 하겠다. 이렇게 보도해라 저렇게 보도해라 이런 얘기 절대로 안 하겠다. 내부 구성원들이 받을 수 있는 압력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MBC가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방송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편파·왜곡 방송을 일삼아왔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하면 시민들로부터 '정권의 혓바닥', '엠빙신', '개비씨' 등의 냉소와 조롱을 한 몸에 받았을까.

실제 김재철 전 사장이 부임한 지난 2010년 이후 MBC는 노골적인 정권 편향성을 드러내며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문제 삼는 구성원들을 해고하거나 부당 전보조치시키는 등 전횡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권의 거수기로 머물던 그 기간 동안 MBC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은 일일히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부지기수다.

MBC를 정상화 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최승호 사장이 책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처참하게 무너진 MBC의 방송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하고 저널리즘을 바로 일으켜 세우는 일, PD·기자·아나운서 등이 외부의 압력에서 벗어나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말이다. 그것이 만신창이가 된 MBC를 지금껏 믿고 기다려 준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는가.

최승호 사장 선임 소식에 MBC 구성원 및 시민단체들의 환영 의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를 맡고 있는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다. 최승호 사장 선출 소식에 과거 그가 배현진 아나운서를 비판한 글이 화제가 되며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승호 사장은 지난 8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파업에 불참한 배현진 아나운서와 관련된 과거 일화를 소개하며 그를 작심 비판한 바 있다.

최승호 사장은 당시 글에서 "MBC 앵커라고 수도꼭지 콸콸 틀어놓고 양치질해도 된다는 건, MBC 내에서는 유명한 일화인데 놈들이 CCTV까지 확인해서 양윤경 기자를 쫓아냈다는 건 몰랐다"면서 "화장실에서의 충고사건으로 선배 기자가 조사를 받는 등 고처를 당하고 마침내 비제작부서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배현진씨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영원히 MBC에서 앵커로 여왕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난 대통령 선거 때 MBC는 문재인 후보를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리포트를 여러 차례 했는데 그 때 배현진 앵커의 멘트를 보면서 '진심을 실어 공격하는구나' 생각했다"며 "배 앵커는 태극기부대의 방송이 생기면 최고의 스카우트 대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방송의 사장은 김장겸, 보도국장은 박상후 쯤 되겠다"고 신랄하게 꼬집기도 했다.

MBC가 내부적으로 급속히 몰락해가는 동안 배현진 아나운서가 출세가도를 달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2년 MBC 총파업에 동참했다가 파업 의사를 철회하고 복귀하자마자 곧바로 <뉴스데스크> 앵커를 꿰찬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배현진 아나운서는 최근 <시선집중>에서 하차한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과 함께 '배신남매'로 불리며 '승승장구'해 온 터였다. 결국 최승호 사장의 비판은 배현진 아나운서의 엇나간 행보에 대한 일침이었던 셈이다.

혹한의 세월을 버텨내고 유배지(?)에서 살아 돌아온 동료들, 여기에 최승호 사장과의 전사(前事)까지 있는 배현진 아나운서의 심경이 말이 아니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최승호 사장이 선임되자마자 세간의 관심이 배현진 아나운서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은 그런 맥락일 테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설마 누구처럼 밥줄을 끊기야 하겠는가. 아무렴 브런치 교육이나 세트장 관리, 스케이트장 관리 같은 직무와 아무런 상관 없는 곳으로 부당 발령을 내기까지야 하겠는가.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시킨, 상식과 공정의 새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너무 불안해 하지는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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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2.08 11:55 신고

    MBC 안본지 오래됐는데 이제 JTBC와 MBC만 봐야겠습니다.
    방손민 제자리를 찾아도 가스통 할배들은 사라질것입니다.

  2.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7.12.08 11:56 신고

    공정 방송에서 '공정'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애매하고 실천하기 힘든 단어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계적 공정이라고 해서 언론의 비판 기능을 잃어버리곤 하죠.
    그냥 어느 정파의 압력에도 휘둘리지 않는 기자적 양심으로 보도해주길...
    언론사 사장이 해야할 일이 바로 기자들 바람막이가 아닐까요.
    모쪼록 구성원들간 불화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3.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12.08 13:42 신고

    이제...새롭게 태어나겠지요?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오마이뉴스


뒤늦게 <공범자들>을 봤다. 예상대로, 보는 내내 감정이 요동쳤다. 지난 9년 동안의 공영방송의 몰락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으니 그럴 수밖에. 특히 참을 수 없었던 건 공영방송 장악을 공모했던 '공범자들'이 (최승호 PD의 독백처럼) 잘 살고 있다는 거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고, 누군가는 부당 전보조치를 당하고, 또 누군가는 병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정작 이 비극을 초래한 당사자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영화가 중후반을 향해 갈 무렵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내용이 흘러 나왔다. 순간 '또' 울컥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날의 기억은 고통이자 절망이다. 한없는 슬픔이며 아픔이다. 아마도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교감토록 하는 무엇인가가 '인간'에게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건 인간을 다른 종과 구별시키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이지 않은가.

그러나 <공모자들>은 이 기본적인 믿음을 철저하게 전복시킨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력, 사건의 진실을 오롯이 밝혀내야 할 언론은 당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사람들과 아이들의 생명이 스러져가고 있을 때, 유족들이 헤어나오기 힘든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굳이 영화가 말해주지 않아도 사람들은 안다. 정치권력과 공영방송, 보수언론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어떤 방식으로 조작하고 왜곡시켰는지를 말이다.

그들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세월호 참사가 관재나 인재가 아닌 불가항력의 사고쯤으로 여겨지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가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무책임한 주장에서부터, 80명을 구했으면 많이 구한 것이라는 해경 간부의 어처구니 없는 항변,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단순 교통사고에 비유하는 얼빠진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론을 희석시키기 위한 시도는 곳곳에서 펼쳐졌다.

추모 분위기를 훼손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유족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특혜입학과 의사자 지정 등을 요구했다는 유언비어가 사이버공간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가 하면, 터무니 없는 보상과 배상을 원하고 있다는 식의 악의적인 내용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청와대와 국정원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움직여 세월호 반대 집회를 열도록 관제데모까지 주도해 나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은폐하고 조작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최초 보고한 시점을 9시30분에서 10시로 조작했고, 국가안보실이 국가 위기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명시돼 있던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역시 사후에 수정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을 성토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불법적으로 조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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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타령도 빠지지 않았다. 당시 여당이었던 심재철 의원은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 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의 주장"이라는 악의적 내용의 문자를 카톡에 공유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같은 당의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 특조위를 가리켜 '세금도둑'이라 명명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던 박 전 대통령은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의 진상규명보다 세금 문제를 더 걱정했다. 아버지의 우상화 작업에 투입되는 수백억 국민혈세에 대해 말을 아끼던 대통령이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사를 득달같이 피력했다.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였다.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의 인식과 행태가 대개 이러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수천명의 가족들이 절망에 빠졌으며, 수많은 국민들을 비통하게 만든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터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위로할 것. 그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규명을 할 것. 그리고 상처받은 국민과 사회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재발방지대책을 확실하게 마련할 것. 이는 다름 아닌 국민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 국가의 품격에 관한 문제다.

그러나 이 상식적인 주문이 박근혜 정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를 정권의 존립과 안위와 직결되는 정치적인 문제로 인식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막기 위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조작과 왜곡, 폄훼가 난무했던 이유일 터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참사에 이념을 끌어들이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돈 타령을 읊어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슬픔과 고통을 억누르며 제2, 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한켠에는 이처럼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3일 침몰한지 1073일만에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이 난지 불과 2주일만의 일이었다.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바다 깊숙이 잠겨있던 세월호가 탄핵 결정 이후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세간에는 '박근혜가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왔다'는 말이 크게 화제가 됐다. 박근혜 정부 내내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세월호 인양작업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세태를 비꼰 것일 테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일반회계 예비비 지출안' 상정을 통해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24일 침몰해역 수중 수색이 종료된 데 이어,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던 선체 수색작업에도 미수습자 5명의 흔적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수색 연장을 할 뜻임을 시사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지원경비로 119억원 가량을 추가 편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미수습자 수색을 위해 선체조사위원회가 지난 27일  의결한 선체 직립 문제 역시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권한과 위상이 크게 강화된 세월호 특조위 2기 역시 올해 안에 출범할 가능성이 높다. 일련의 흐름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와 인식이 특조위를 세금도둑으로 매도하고, 세금 문제를 언급하며 특조위 활동기한 연장에 난색을 표하던 박근혜 정부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과 사회를 향한 두 정부의 철학과 인식의 차이가 이처럼 상이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일 테다. 앞서 지난 26일 "여한이 남지 않도록 선체 직립를 포함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마지막까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정부에 수색 기간 연장을 호소하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애타는 염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미수습자 수습의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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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0.31 09:23 신고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혼이 비정상인 사람과는 비교할 가치도 없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0.31 10:34 신고

    박근혜가 저질러놓은 죄는 우리 역사에 다시 없는 폭력입니다.
    이제 이런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하기 ㅜ이해서라도 유권자들이 깨어나냐겠지요
    우리도 다음 선거에는 우루과이의 무히카 대통령 같은 분 한번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10.31 23:28 신고

    상식과 비상식의 보여지는 면이겠죠.
    박근혜는 죽을 때까지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를것입니다.

    죽어서도 영원히....천하의 악(惡)입니다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11.01 06:07 신고

    비교할 수 없는 대처법이지요.

  5.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1.01 07:22 신고

    두사람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박근혜는 철저히 자기중심입니다.
    문재인은 타인 중심입니다. 극명하게 갈립니다.

  6. 어이구 2017.12.04 06:46

    문재인이 박근혜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모자란 것은 더하면더했지 나은 것은 없다. 사람은 특히 지도자는 문제가 있을때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재발시 대처에 대한 처리방법에대한 시스템구축을 해 놓았어야한다. 세월호 조사랍시고 그 오래기간동안 한 일이 무엇인가? 단죄하는것만 골몰하고 단죄가 끝나자 모든것을 끝냈다. 대책은 없었다는것이다. 단지 조금 일찍 나서서 돌아보고 지시하고하는 쇼맨십만 보였다는것이다.그게 중요한게 아니다.시스템을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그저 과거 저주하던 인간들 벌주는데만 올인했다는 것이 더큰 잘못이라는것이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잘햇다고 한다. 그것은 지지자들이 이니다.정치꾼들에 지나지 않다.

  7. 윤영성 2017.12.15 00:13

    한양대를 다녔던 학생입니다. 저는 2009년 5월 중간 고사를 본 이후 대학생활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06학번 권종민이라는 사람의 권유로 관악산을 등산후 오후 두시 학교앞 하숙집에서 탈진후 쓰러졌고 머리와 바닥이 닿은 부분에서 폭음이 들렸습니다. 머리가 들썩이고 하숙집 방문이 닫히며 반지하 하숙집 창문에 사람이 잠시 서있다가 갔습니다. 두명 이상의 범죄로 보입니다. 다음 날 월요일 학교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두눈이 다 빨갛게 실피줄이 다터진상태였습니다. 그 이후 실성하여 소리를 지르고 손을 떨며 1년 반간 대학교를 다녔지만 대학교 교수며 어떤 사람도 그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기일에 바뿼습니다.
    그때 제가 들은 말을 적어보겠습니다.
    정제명: 나도하기 싫어 돈벌려고 하는거야. 끝에는 안테나가있어. (교실앞 06학번 오지환이보이자) 누구한테 해주라고하는것 아니겠지.
    유창재:(입을 가리며) 약간 재수가 없네.
    최윤성:공업수학 5문제만 내서 제출하세요. (5문제를 풀어 제출하자) 이렇게 할것이면 그돈으로 다른것을 해라 내친구는 뉴욕에서 요리사를 하면서 돈을 잘번다.
    윤한섭: 너죽어.
    박재근: 의대 교수들과 공동으로 실험하는것이있다.
    김형동: 1.2.3학년 중에서 숮자가 제일 적어. 폐인이 많아.
    오지환: (복도를 지나가던중 실험기기를 보여주면서) 생각을 읽는 기계야. 그냥해.
    아무렇게 내뱉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후 졸업과정에서 들었던 말입니다.
    박재근:군대에서 배우는게있어. (그시기 군대훈련을 갔을때 디스플레이를 강의하는 나이드신분을 봤습니다.)
    이상선: 6년이다.(저는 현제 그이후부터 6년간 기억이 여러차례 지워지고있습니다.)
    정제명:어떻게하면 되는데(이사람들은 제 머리를 열어보고 싶은가봅니다.)
    김선우:어떻게하면 되는데
    김회율:(저녁에 갑자기 전화가왔고)안테나교수랑 같이해라.(그다음날전화를하니)내가언제 전화를했어.
    :(오지환에게전화를걸어)너가 그랬냐.
    오지환:아니 권종민이가 그랬다.
    통화 녹음을 하지 못한것이 아쉽네요. 그이후 전화나 카톡등을 받지 않습니다. 이사람들은 사람들머리에 칩을 박아 도청및 그사람의 뇌파를 읽어 생각을 읽습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방법이 아니라고봅니다. 이건 분명 살인입니다.
    제머리 왼쪽에 전자레인지와 안테나 역활을 하는 작은 칩을 박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선대와 한양대에서 mri 를 찍었지만 아무이상이 없는것으로 나왔습니다.
    티비의 연예인들이 제 노래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를 통해 제 생각이 그대로 실현되기도합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있어온 복수의 방법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저는 기억이 여러번 지워졌고. 가족들 또한 이사람들의 협박을 받는 것 습니다.

  8. 토토로 2017.12.30 12:40

    글쎄요. ㅁ문재인은 세월호 그냥 이용만 한 것 같은데요. 방명록에 고맙다라고 쓰다니. 미친..

  9. 문차매 2019.05.30 12:43

    다르긴 뭐 개뿔이 달라. 문재인이 였으면 달랐을거 같으냐?

  10. ㅡㅡ 2019.07.02 12:04

    그래서 문재인이 잘한게 뭔지? 이 글 쓰고 2년이 지난 지금의 문재인이 박근혜보다 못하면 못했지 잘한건 없다고 보는데 외교 안보 경제 본인이 박근혜때보다 더 잘한다고 했는데 지금 결과가 그때보다 더 못살고 힘들어져 가는데? 선동글 삭제하시고 2년동안 세월호때보다 전국방방곡곡에서 불나고 사고나고 더 많이 죽었는데 문재인이 잘한게 뭐가 있는건지? 현실적으로 대답좀?

  11. 2019.10.14 11:20

    글 안내려????



겨울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2013년 1월 15일 한 사람이 해고를 당했다. 사측은 해고의 이유로 '명예 실추와 품위유지 위반'을 내세웠다. 사측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품위를 지키기 않은 것이 온당한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고용노동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고사유를 두루 살펴보아도 그와 관련된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어쨌든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회사로부터 짤렸다. 보통 이런 경우 의기소침해 하거나 먹고 살 걱정에 불안해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해고 당하던 날 그는 오히려 자신의 트위터에 "해고를 축하해 달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말대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해고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필자도 그 중의 하나다. 강직하고 대쪽같은 그가 머물 곳이 도저히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저없이 회사를 나왔고 늘 해오던 대로 꿋꿋하게 가던 길을 갔다. 그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다. 


봄 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2013년 3월 27일 한 사람이 사직했다. 전날 소집된 임시이사회에서 그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되자 스스로 옷을 벗은 것이다. 사실 그는 꽤 오랫동안 회사 안팍으로 사퇴 압박에 시달려 왔다. 그러던 중 임시이사회의 해임안 가결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사표를 던진 것이다. 보통 이럴 경우 해임당할 바에야 차라리 내 발로 걸어나오겠다는 사나이의 자존심으로 봐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사람의 경우는 조금, 아니 많이 달랐다. 그는 3억여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했다. 해임되면 퇴직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로 3년여 내내 "물러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이 사람은 결국 버티고 버티다 해임되기 하루 전에 퇴직연금 3억여원을 챙기고 나서야 회사를 나왔다. 사나이라고 보기에는 어째 찌질해 보인다. 







눈치챘겠지만 전자는 최근 복직된 MBC의 이상호 기자고, 후자는 공영방송인 MBC를 망가뜨린 주범인 김재철 전 사장이다. 이상호 기자가 해고될 당시의 MBC 사장이 김재철 전 사장이었다. 두 사람의 운명은 참 묘하고 얄궃다. 이상호 기자가 MBC로부터 해고를 당하기 하루 전날, 김재철 전 사장은 영등포경찰서로부터 배임혐의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상호 기자가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확정 판결을 받은 날, 김재철 전 사장은 항소심 법정에 섰다. 운명의 장난이라도 되는 듯이 두 사람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사에서 언론인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몸부림치다 해고를 당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으로 부임한 후 당시 신뢰할 수 있는 방송 1위의 공영방송사를 만신창이로 만들며 정론직필에 힘쓰는 언론인들을 무더기로 해고시켰다. 서로 얽혀 있는 듯 하지만 두 사람은 길은 이렇듯 완전히 다르다. 


MBC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이상호 기자는 지난 9일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확정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상호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소송에서 "해고가 절차상 위법하지는 않지만,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어서 무효라고 본 원심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 "2013년 1월부터 복직때까지 월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결국 대법원이 이상호 기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번 판결은 MBC로부터 해고된 강지웅 전 사무처장, 박성제 기자, 박성호 전 기자협회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최승호 PD, 권성민 PD의 향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해고된 권성민 PD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은 모두 항소심까지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MBC 측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상태다. 


MBC를 한없이 추락시킨 장본인인 김재철 전 사장은 현재 업무상 배임혐의로 재판 중이다. 그는 법인카드로 7억여원을 부당하게 사용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취임 이후 그는 전국의 특급호텔 투숙비로 1억5천만원을 사용했고, 진주목걸이·명품가방·고급화장품 등의 사치품을 구입했으며, 국내외 면세점을 통해 2천5백여만원을 물품구입비로 결재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피부관리에 200만원을 결재하기도 했고, 2011년 1월에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병원비 240만원을 법인카드로 대납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법인카드가 아니라 개인카드라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1심 재판부는 이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9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20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법원이 밝힌 감형의 이유가 기막히다. 법원은 "MBC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서면을 제출한 점"이 감형의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현 MBC 사장은 안광한 사장이다. 그는 이상호 기자가 해고될 당시 인사위원장이자 부사장이었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에 충실했던 기자들을 가차없이 해고시키고 법원의 해고무효 판결에도 항소와 상고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그가, 정작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킨 주범인 김재철 전 사장의 배임혐의에는 선처를 구하고 있었다. '안광한은 김재철의 아바타'라는 세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되는 장면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이상호 기자는  지난 14일 MBC로 복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장미빛 미래가 열린 것은 결코 아니다. MBC는 형식적인 복귀절차 이후 추가징계를 예고한 상황이고 이상호 기자 역시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기자가 당면할 상황을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기자의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 전보조치를 하거나 인사조치 발령을 내리고, 뚜렷한 이유도 없이 대기발령을 내거나 '브런치 만들기', '요가 배우기' 등의 교양강좌를 듣도록 하는 등의 보복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또한 자괴감을 느껴 제 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도록  MBC 경영진과 보도수뇌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횡포가 극에 달할 것이다. MBC가 파업에 가담했던 노조원들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이상호 기자 역시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호 기자는 꿋꿋하다. 그는 자신에게 닥칠 암울한 상황을 예감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가겠다고 한다.  MBC로 복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21년 전 첫 출근하는 마음으로 왔다. 회사는 중징계를 예고했지만, 그럼에도 두근두근 설레고 행복하다. MBC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MBC를 되살리겠다"는 그의 일성은 그래서 더 빛이 난다. 그의 가슴 속에는 언론인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이 오롯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해고를 당하고도 축하해 달라며 걱정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배려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이상호 기자의 길과, 김재철 전 MBC 사장 그리고 안광한 현 MBC 사장의 길은 뚜렷하게 다르다. 한 사람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중이고, 나머지 둘은 탄탄대로를 걷는 중이다. 저 둘 중 어떤 삶이 더 바람직한가는 온전히 개인의 양심과 소신의 문제이며 동시에 취향의 문제다. 이상호 기자처럼 살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머지 둘의 삶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러나 나는 우리 사회에 가시밭길을 걷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개인의 양심과 소신, 취향을 따져 묻기 이전에 그런 사람들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밝아지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는 이상호 기자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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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07.15 09:32 신고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방송 기자만 그런게 아닙니다. 곳곳이 지뢰밭입니다.

  2.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07.15 13:18 신고

    김재철, 우리 고향 사람입니다. 저 사람만 보면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옵니다.
    이상호 기자는 '기자'입니다.
    김재철은 '권력 딸랑이'입니다.

  3.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7.15 14:55 신고

    김재철, 안광환만이 아니라 현 경영진은 모두 다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정말 나쁜 놈들입니다.

  4. BlogIcon 허미 2015.07.15 19:24

    이시대 진정한 언론인 이상호기자님 존경합니다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7.16 07:55 신고

    이상호 기자가 MBC에 남아
    변화와 긍정의 바이러스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물론 온갖 약을 다 쓰겠지만..

  6. Favicon of https://tali.tistory.com BlogIcon 타리 2015.07.16 08:10 신고

    나라꼴이 정말... 힘내세요 에휴 ㅠ

  7. Favicon of https://supermam.tistory.com BlogIcon 요즘이야기 2015.07.17 10:08 신고

    엠병신ㅋ

  8.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5.07.18 22:38 신고

    옳은 길을 가는 분들은 언제나 가시밭길이죠.. 그게 안타까워요

  9. Favicon of https://padmasambhava.tistory.com BlogIcon 생명마루한의원 2015.07.21 21:53 신고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이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로부터 또 다시 중징계를 당할 모양이다. JTBC <뉴스 9>은 이미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과 관련해 각각 유우성씨와 김재연 의원의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JTBC <뉴스9>이 이번에 다시 중징계를 받게 되면 방통심의위로부터 세번째 징계를 받게 되는 셈이다. 아마도 JTBC <뉴스9>이 방통심의위에게 미운털이 박혀도 단단히 박혀있는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방통심의위의 비상식적이고 불공정한 제재와 징계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먼저 방통심의위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의 공정성, 정보 통신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올바른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설립된 대한민국 기관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시절에 설립되었다. 설립 목적은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 통신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올바른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위키백과에서 부분 인용)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역시 방통심의위의 설립시기와 그 목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의 멘토 최시중을 내세워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고 방송장악의 마수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던 시기에 방통심의위도 함께 설립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명박•최시중 이 오래된 콤비는 영민하게도 대국민 우민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내었고, 이를 위해 정권 내내 대대적인 언론•방송접수작전을 펼쳤다. KBS, MBC 등의 지상파는 물론이고 YTN을 위시한 케이블에도 속속 특수임무를 부여받은 정예의 요원들을 투입했다. 그리고 2011년 말 탄생한 종편으로 인해 이 올드보이들의 오래된 꿈은 마침내 실현되었다. 호시탐탐 방송진입을 노리던 수구보수언론과 장기집권을 꿈꾸는 정치권력이 영원한 동맹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들은 이제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최시중의 작전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완벽하게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여론장악을 통해 수구보수세력은 재집권에 성공했고, 조중동의 족벌언론들도 종편을 통해 부와 기득권 강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당분간은 이 공고한 외벽이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명박이 쌓아놓은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에 무혈입성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미래를 위한 보험상품을 구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장에 최측근인 이경재 전 의원을 임명하더니(현재는 최성준 위원장 체제), 얼마전에는 방통심의위원장으로 박효종 서울대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잘 알려진대로 뉴라이트 포럼을 이끌던 대표적인 보수우익 인사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해야 하는 곳에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특명을 부여받은 낙하산을 투입한 것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한다는 방통심의위의 설립목적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이번에 방통심의위에서 문제 삼고 있는  JTBC <뉴스9>의 방송 내용은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다이빙벨' 투입을 주장하는 부분이다. 그들은 손석희 앵커가 방송을 통해 다이빙벨의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와 해경에 대한 불필요한 분노를 야기시켰고, 정부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구조작업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견해와 상관없이 JTBC <뉴스9>이 그동안 중징계를 받은 방송들은 하나 같이 (저들의 주장처럼) 정부에 대해 불리한 여론을 유발시키는 내용들이었다. 따라서 이 세가지 개별사안은 결국 방통심의위의 징계사유로 본다면 결국 하나로 통한다.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면 곧 응징하겠다는 방통심의위의 발상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방통심의위의 제재는 비단 JTBC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온누리 교회 강연 내용을 방송한 KBS 9시 뉴스 역시 방송내용을 문제삼은 방통심의위에 의해 그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에 정부에 유리한 내용을 보도한 방송, 허위사실을 보도한 방송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여론이 극도로 나빠진  문창극 후보자의 구명을 위한 지원방송은 물론, '세월호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로 유가족과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사고의 초기대응에 심대한 차질을 빚게 만들었던 MBC에 대해서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같은 일방적인 편애는 결국 방통심의위가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언론과 방송이 공정성과 공공성에 입각해 그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작동해야 할 방통심의위가 오히려 노골적으로 정부 편에서 정부 비호에 앞장서고 있다. 자기 모순, 자기 부정, 이율배반을 국정철학으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제대로 어울리는 색깔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JTBC <뉴스9>는 솔직히 굉장히 의외의 행보를 보이며 사람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다. 종편마저 수중에 넣은 거대 족벌언론, 그 트라이앵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JTBC <뉴스9>의 역주행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 그 자체다. JTBC <뉴스9>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하리라는 것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진정한 자기부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이 경이로운 반전의 중심에 손석희, 그가 있다. (그가 JTBC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났는지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면 될 듯 하다)


관련글 ☞ 손석희의 JTBC행, 그 이후 달라진 것들 


방통심의위의 징계 예고가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 본 글에서 논하는 것은 지극히 무의미하다. 이미 그들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고 정치적인 자들인지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말 놀라운 것은 처참하게 무너진 언론과 방송의 현실에서 분투하고 있는 손석희라는 인간 그 자체다. 





우리는 그가 세월호 참사 기간 내내 어떤 심경으로 방송에 임했는지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심정으로 뉴스를 제작하고 방송을 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은 통했다. 사람들이 그를 통해 이 삐뚫어진 시대가 감추려하는 진실을 보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손석희를 통해 언론과 방송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 넘치는 시대, 개인의 양심과 보편적 상식이 단단하게 쌓여있는 시대, 부정과 부패에 대한 단호한 원칙이 살아있는 시대라면 손석희가 저리 빛날 까닭이 없다. 손석희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이 시대가 불의의 시대, 양심과 상식이 사라진 시대,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시대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시대라면 손석희처럼 뚜렷한 소신과 분명한 원칙을 가진 언론인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JTBC <뉴스9>을 향한 정치권력의 지속적인 견제와 압력은 진실을 위해 거짓과 불의에 맞서 저항했다는 하나의 상징이자 빛나는 훈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오늘 또 하나의 빛나는 훈장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JTBC <뉴스9>이 고맙고 또 고맙다. 빛나는 훈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 시대는 보다 정의로워지고 보다 공의로운 시대가 될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7.18 14:30 신고

    공정성을 잃은 방통위의 징계.. 한도 끝도 없이 퍼붓네요..나쁜넘들...

    암튼.. 잘 버터줘서 고맙고... 가고자 하는길...끝까지 흔들림없이 갔으면 하는 바램뿐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7.19 00:11 신고

      손석희는 아마 괜찮을 겁니다.
      KBS도 조금씩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고,
      일선 기자들도 각성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어요.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서민들이죠. 버틸 수 있을 지...
      ㅠㅠ

  2.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4.07.18 14:52 신고

    이병철과 박정희의 악연이 있어 손석희는 당분간 끄떡없습니다.
    삼성이 버리지 않는 한 계속갑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7.19 00:21 신고

      ^^,
      새로운 블로그 깔끔하던데요.
      계획하신 일들 뜻대로 잘 이루시길 바랍니다.
      늘 강건하시길...

뉴스타파가 또 다시 큰 일을 했다. 국세청도 하지 못한 일을, 아니 국세청이 해야할 일을 대신한 뉴스타파가 우리 사회를 향해 다시 한번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틀 전 1995년부터 2009년까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한국인이 모두 245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이들 중 이수영 OCI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미술관 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과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씨 등 5명의 1차명단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를 주도한 뉴스타파 최승호 PD에 의하면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둔 한국인만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백만건의 데이터 중 현재까지 밝혀낸 정보에 불과할 뿐이라고 하니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역외탈세 행위를 벌이고 있는 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승호 PD의 말처럼 현재까지 찾아낸 245명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란 뜻이다.




<국세청도, 메이저 방송국도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뉴스타파, 출처:구글이미지>


뉴스타파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국세청도 밝히지 못한 역외탈세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는지 뉴스타파를 모르는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잠시 뉴스타파에 대해 알아보겠다. 


뉴스타파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인터넷 독립언론이다. 이명박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해직당한 언론인들이 모여 저널리즘에 입각해 국민들에게 실체적 진실을 보도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을 목표로 만들어진 인터넷 방송이 뉴스타파다. 2012년 1월 27일 '10·26 재보궐선거 투표소 변경의혹'을 시작으로 시즌 1, 시즌 2를 거쳐 현재 시즌 3을 진행 중에 있다. 시즌 3에 맞추어 데스크 겸 대표로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이, 앵커로 최승호 전 MBC PD수첩 PD가 합류했고, 2013년 1월에는 신입공채 8명을 선발해서 파견 인력 포함 제작 인력이 28명으로 방송제작을 하고 있다.


광고주의 압력과 개입으로부터 자유롭고자 순수하게 시민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제작 인원 28명의 이 작은 인터넷 방송국이 우리 사회에 매번 경종을 울리는 핫이슈를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작은 인터넷 방송국에 불과할 뿐인 뉴스타파가 이렇듯 우리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연을 다름아닌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뉴스타파를 만든 것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다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그동안 어떻게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고, 이를 정권유지와 안보에 활용해 왔는지는 그동안 필자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비판해 왔다. MBC, KBS 등의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방송과 조중동 등의 수구보수언론에 이어 종편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권은 방송과 언론 장악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공을 들여왔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이자 최측근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필두로 주요 언론사와 방송국의 사장들을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인사들로 채워 나갔다.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던 이명박 정권,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출처:중앙일보>


그리고 이렇게 임명된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고 방송·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을 징계하거나 해고해 버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해고된 언론인은 MBC 8명, YTN 6명, 국민일보 2명, 부산일보 1명 등 모두 17명이고, 부당하게 징계를 당한 언론인은 무려 455명에 이른다. 뉴스타파는 이렇게 이명박 정부의 방송·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요구하다 해고된 언론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졌다. 뉴스타파의 앵커를 맡고 있는 최승호 PD의 최근 인터뷰 내용을 보자. 

  

"사실 저도 그 전에 방송사 MBC에 있었습니다마는 법률적인 보호라든지 여러가지 위상의 보호라든지 보호막이 튼튼하니까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취재할 수 있는 부분은 있죠.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이명박 정부 이후에 지금 현재 박근혜 정부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마는 실제로 KBS나 MBC 같은 큰 거대 공영방송들이 권력의 입김에 좌우되기 때문에 더 이상 권력에 대한 제대로 된 견제를 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뉴스타파는 그런 보호막은 취약할 수 있겠지만 원하는 취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기탄없이 권력 견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가 말하고 있는 것 중 눈여겨 봐야할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의 일그러진 방송 현실, 두번째는 방송과 언론의 역할에 대한 부분이다. 뉴스타파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면 존재의미가 없어진다. 뉴스타파와 같은 방송이 생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방송 현실은 철저히 권력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이로 인해 공정성과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어 버렸다. 가장 중요한 방송의 역활과 기능에 본질적인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방송과 언론이 권력에 순응하고 종속되어 버리는 순간 방송과 언론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하는 치명적인 독이 되어버리고 만다. 결국 스타파를 만든 장본인은 방송과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 및 공공성을 엿장수 맘대로 무너뜨린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인 셈이다.

 

 정말 엄청난 내용을 터뜨린 뉴스타파, 그러나 지상파 방송은

 

뉴스타파에 의해 확인된 역외탈세의 실상은 그동안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마어마한 거액의 자금이 해외로 빼돌려지고 있다던 세간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국세청이, 거대 방송국과 언론들이 해야만 했던 일을 작은 인터넷 방송국에 불과한 뉴스타파가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뉴스타파가 파헤친 이런 엄청난 이슈를 대하는 방송 3사의 지극히 작고 초라하며 형식적인 방송내용과 너무나도 비교되기 때문이다. 


방송 3사의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를 보면, MBC는 뉴스타파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며 이브닝뉴스와 뉴스데스크에서 한꼭지로 전달하는 선에서 보도했고, KBS 역시 각종 뉴스의 경제단신에서 한꼭지로 단순사실을 전달하는 수준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게다가 KBS는 뉴스타파의 이름을 뉴스타파라 칭하지 않고 '한 인터넷 언론매체' 등으로 호칭해 떳떳하지 못한 방송태도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뉴스타파의 최영경 기자의 트윗 맨션, 출처:구글이미지 검색>

 

그나마 SBS가 관련 뉴스를 SBS 8시 뉴스 헤드라인에 두 꼭지에 걸쳐 상대적으로 비중있게 다루었을 뿐이다. 정작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시도할 용기도 신념도 없으면서 우리 사회의 더러운 치부를 드러내는 공익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방송조차 하지 않고 있는 방송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개탄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뉴스타파에 훈장이라도 수여해야하지 않을까?

 

뉴스타파의 이번 '조세피난처 보도'는 복지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박근혜 정부에게 숨통을 틔어줄 희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대선기간동안 대국민 공약으로 내세운 각종 복지공약들의 재원마련에 난색을 표하며 '복지공약 후퇴와 공약 파기 논란'에 시달렸던 박근혜 정부였기에 이번에 드러난 역외탈세의 실체를 면밀하게 밝혀낸다면 이보다 좋은 재원마련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손쉽게 재원마련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고, 조세정의를 실현함으로써 재벌과 고위층에게 탈세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며 국민정서에도 크게 부합하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획기적인 재원마련 방안과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 선 뉴스타파팀에게 정부는 훈장이라도 수여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인 KBS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크게 망가뜨린 장본인인 김인규 전 사장에게도 '텔레비젼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방송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까지 수여한 마당이고 보면, 뉴스타파의 이번 보도는 은탑이 아닌 금탑(?)이라도 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역외탈세자 끝까지 추척해야

 

2011년 ICIJ라는 국제적인 탐사보도언론인협회에서 입수한 수백만 건의 데이터들 중 뉴스타파팀이 한달 전부터 참여해 데이터를 분석, 한국인들을 걸려낸 것이 현재까지 245명이다. 그 중 실명확인까지 끝난 사람이 모두 20여명, 이틀 전 이들 중 5명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최승호 PD의 말처럼 이제 그 첫발을 내딛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 첫발을 정부, 그중에서도 관련업무를 담당해야할 국세청이 아닌 '한 인터넷 언론매체'에 불과한 뉴스타파로부터 내딛게 되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정부가, 공영 방송국이, 언론이 뛰어난 정보력과 인재풀을 동원해서 사회적 공익을 위해 움직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국세청도 역외탈세 적발을 하고 있기는 하다. 2012년에도 8천여억원의 역외탈세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그동안 자료부족 등을 이유로 역외탈세 적발에 난색을 표명해왔다. 이번 뉴스타파의 보도로 문제는 역시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뉴스타파는 누구도 하길 꺼려했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셈이다.)  

 

국가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큰 불행을 야기시키기 마련이다. 특히 정부와 국세청은 이번 뉴스타파의 심층취재로 굉장히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이 국가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불신을 거듭 초래해왔기 때문임을 각성해야 한다.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보도' 역시 국가기관인 국세청이 그들의 소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뉴스타파가 역외탈세자의 발본색원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차례이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방법을 동원해서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정부의 구겨진 체면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뉴스타파가 고생 끝에 마련한 밥상인데, 숟가락까지 떠 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책임지고 이 문건의 실체규명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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