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대구는 새누리당의 깃발만 꽃으면 허수아비도 당선되는 곳이라 평가받는 곳이다. 그런데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 뚜렷한 민심 이반의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속속 공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대구 민심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대구지역의 12개 지역구 모두를 독식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4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 지역구 12개 중 절반 이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피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명 이후이 지역에 총력을 기울여 왔던 새누리당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만약 여론조사의 흐름이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텃밭 중의 텃밭인 대구에서 반타작에 그칠 수도 있다



대구는 대통령의 사람들인 '진박' 후보들이 대거 출마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진박' 후보들이 새누리당의 공천학살에 반발해 탈당한 무소속 후보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천파동의 후유증이 민심 이반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김부겸 후보(대구 수성갑)와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후보(대구 북구을) 역시 김문수 후보와 양영모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대로라면 대구의 아성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새누리당의 발등에 불이 붙은 이유다.



ⓒ 오마이뉴스



현재 이 지역의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최경환 대구경북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이다. 선거 상황이 녹록치 않게 되자 그는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상기시키며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을 봐서라도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5일 대구서문시장 유세에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선거가 잘못되면 큰일 난다" "대구시민이 열화와 같은 지지로 뽑은 대통령이 앞으로 2년 간 일을 못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대구 발전도 시킬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경환 위원장의 읍소는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튀어나오는 '우리가 남이가'의 순화 버전이다. 지역주의는 네거티브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의 저급·저렴화를 부추겨온 실질적인 주범이었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져야 할 곳에 네거티브와 색깔론,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선거 풍토가 독버섯처럼 자라난 결과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정치 문화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정권을 놓치 않았던 정치의 중심축이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신장시키고 발전시킬 사명과 의무가 있다. (이는 정치정당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들에게는 또한 국민통합과 화합을 위한 역할과 소임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막중한 책무가 있는 새누리당이 여전히 지역주의와 네거티브에 목을 매고 있다. 그들이 독재시대와 권위주의 시절에 횡횡했던 과거의 방식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동안 이 전략으로 실패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주의와 네거티브에 대한 새누리당의 집착이 본능이라면 그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원천은 변치않는 지역 민심이었다.



ⓒ 매일신문



그런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대구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진박' 후보들과 새누리당 후보들의 절반 가까이가 무소속 후보들과 야권 후보들에게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장면은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던 대구지역의 민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다. 새누리당이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며 재빨리 지역주의를 소환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는 명확해진다

물론 이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선거 막판이 되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요동치고 있는 대구의 현재 모습만으로도 그 의미는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지역주의를 거론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대구'의 상징성을 생각해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망국적인 지역주의의 상징이자 첨병이었던 대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이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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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4.06 08:11 신고

    대구가 변하고, 부산이 변하면 대한민국도 변합니다.
    가장 진보도시였던 대구가 가장 보수도시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04.06 08:36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아서 요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활동을 많이 하더군요. 전 요즘 체험을 하러 한 두군데 다니고 있어요
    잘 지내시죵 ?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4.06 09:02 신고

    이웃에 있는 북구을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홍의락후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새누리당이 잘못해서 밀어주고 있습니다

    후보조차 내지 않은 야당들..
    정신차려야 합니다
    이래서는 대구의 표를 얻을수 없습니다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4.06 11:17 신고

    제발.... 대구 유권자들...경남 유권자들이 바뀌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지역주의의 생얼에 진저리가 쳐집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4.07 00:31 신고

    배신의 정치, 친박, 진박
    이런말을 듣기가 완전 질렸습니다

    참여 민주주의, 생활 민주주의의 길로 가야할 것을 마음 먹은지 오래되었습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6.04.07 04:48 신고

    선거결과까지..이어지길 바라는 맘...
    똑똑한 유권자가 되어야지요.ㅎㅎ

  7. 통구이 2016.11.02 16:45

    안믿어
    니들은 그냥 1번찍어
    살던대로 살어
    난 평생 쌍도나 욕 편하게 살란다
    니들 인성 어디가냐

박정희가 심어놓은 지역주의의 씨앗이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로 대폭발한 이후 지역주의는 선거의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대한민국 정치의 오래된 난제인 지역주의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다마치 삼국시대를 연상케하는 지역주의 구도가 무려 천 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불가사의에 가깝다남북 분단이 현대사의 비극이라면 지역주의는 우리 역사의 총체적 비극이다.


물론 이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우며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개 일회적 이벤트성으로 끝나거나 정치공학적 차원의 일환으로 이용되었을 뿐,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택한 '바보' 노무현의 도전이 그나마 우리가 기억하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사례로 가끔씩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승리가 지상 목표인 선거에서 '바보'는 돌연변이이거나 별종일 뿐 절대로 미덕이 될 수 없다. 계란으로 아무리 바위를 쳐본다 한들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던가. '바보'는 그저 '바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바보'들의 무모한 도전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때로 세상은 기꺼이 '바보'가 되기로 작정한 사람들의 열정과 뚝심에 의해 바뀌기도 하니까 말이다. 지역주의라는 괴물에 맞서 줄기차게 대구지역을 공략하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도 이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 오마이뉴스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도전은 이번이 세번째다그는 2012년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했던 자신의 지역구(경기 군포, 3)를 버리고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40.42%를 획득,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52.77%)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광역시장에 도전했다가 40.33%의 득표율로 새누리당의 권영진 의원(56%)에게 아쉽게 석패한 바 있다


그에게 두 번의 시련을 안겨준 대구는 경북과 함께 야당에게는 금단의 땅과 같은 도시다. 죽은 독재자의 그림자가 지배하는 땅이며 깃발만 꽂으면 견공도 당선되는 지역이라는 비아냥이 있을만큼 다른 어느 곳보다 지역색이 뚜렷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주의는 한국사회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나마 정치권에 있는 내가, 대구사람인 내가 마지막으로 몸을 바쳐보겠다는 거다. 나마저 이런 도전을 안하면 지역주의 문제는 아무도 깨지 못하는 현실이 된다"

 

그가 대구광역시장에 도전할 당시 내던졌던 장엄한 출사표다. 그러나 지역주의 문제를 깨겠다는 그의 투지와 열정은 높이 살만 하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사실 지난 두번에 걸친 선거 패배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이는 김부겸 전 의원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지난 총선에서의 40.42%와 지방선거에서의 40.33%가 그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지일지도 모른다주지한 바와 같이 대구는 야당에게는 절대로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성역과도 같은 곳이며 금단의 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구에서 정치인생의 끝을 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도대체 이 무모함과 끝모를 오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역시 그에게도 '바보' DNA가 흐르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과 소명만으로 이 무모함이 설명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오마이뉴스

 

그렇다면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김부겸 의원의 이번 총선 전망은 과연 어떻게 예측해 볼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지역민심이 매우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부겸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김문수 후보를 상당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1~2월 한때 20%이상 앞서 나가던 지지율은 3월 둘째주 들어 그 격차가 많이 좁혀져 현재는 엎치락 뒤치락을 하고 있는 상태다.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지만 불모의 땅 대구에서 그가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지역주의에 대한 그의 도전은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여전히 더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  이유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더 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직하고 뚝심있는 정치인의  도전을 지켜보는 일은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함에 대한 편견과 통념을 깨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계란으로 바위가 깨질 리가 없다. 아무리 부딪혀본다 한들 깨지는 것은 계란 자신일 뿐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위에 남아있는 계란의 파편들이다. 무쇠처럼 단단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계란이 아니라 그 흔적을 기억하는 절대다수의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계란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이 있고 지역주의는 결국 시민의 손에 의해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지역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스스로 '바보'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 좁은 길을 가는 사람은 항시 외로운 법이다. 역사적으로도 선구자와 선각자들은 예외없이 시련과 고난, 역경의 풀 숲을 헤치고 나가야만 했다. 필자는 김부겸 전 의원처럼 책임 의식과 소명 의식이 뚜렷한 정치인들은 그에 합당한 정치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렇게 될 때라야 비로소 노무현, 김부겸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바보'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김부겸'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의 무모한 도전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우직하고 묵묵하게 한 길을 가는 '바보'들의 진심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혹시 또 모른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이 사내의 무모한 도전이 현실에서 기적처럼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도. 어떤가, 그저 생각만으로도 유쾌하고 즐겁지 아니한가. 김부겸 전 의원의 무모한 도전을 격하게 응원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심은 언젠가는 반드시 통하는 법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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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6.03.28 08:31 신고

    개인적으로도 이번에는 김부겸의원이 당선되기를 염원합니다
    꼭 그래야 합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6.03.28 09:03 신고

    정말 바위로 계란치기 시도같습니다. 대구에서 새누리 욕하면 운전기사가 내리라고 한다는데... 그 바위를 어떻 깨겠습니까? 김부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3.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6.03.28 09:41 신고

    김부겸 승리를 원합니다.
    노무현 같은 감동은 없겠지만, 지역주의를 끝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6.03.28 23:16 신고

    몆 안되는 응원하는 정치인입니다.
    이왕이면 대구에서 뿌리를 내린다면 좋겠는데요~^^

  5. BlogIcon 해님달님 2016.03.29 23:51

    이번에는 꼭 선거에 승리하셔서 대구를 위하여 일해주세요. 대구도 무조건 여당보다는 인물을 중요시 해야합니다. 응원합니다.

  6. gksmfdl 2016.03.30 23:25

    새로운 기운이 돌아 변수가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김부겸의원의 진정성이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일수 있기를 바랍니다.

  7. Favicon of https://euijuiny.tistory.com BlogIcon 사랑에빚진자 2016.04.13 23:40 신고

    김부겸님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네요. 감동입니다 ㅜㅠ

  8. BlogIcon 또리 2016.04.14 02:28

    바보가 더이상 바보가 아닙니다. 너무 기쁘네요. 선전에 그치지 않고 해냈습니다. 응원합니다. -대구시민 1인

    • BlogIcon 찌그미닝 2016.04.14 03:39

      서울 주민이지만 김부겸 의원님 응원하겠습니다. 존경합니다.

  9. BlogIcon 미니하나 2016.04.15 18:18

    님의 글처럼 그 언젠가의 진심이 이번에 통했네요
    잘 읽고 갑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아주 깊은 숲 속에 오래된 성이 하나 있었다. 별로 내세울 것도 없고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 이 성에 사람들은 들어가고 싶어했다. 성문을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그러나 성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소리도 쳐보고, 안으로 무언가를 던져 보기도 했지만 성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성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누구는 성안에 괴물이 살고 있다고 했고, 다른 누구는 성안에 전염병이 창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깊고 깊은 숲 속에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근 오래된 성이 하나 있었다)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2주 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6•4 지방선거는 진보교육감의 대약진이 돋보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치적 의미를 별로 찾을 수 없는 선거였다.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무색하게 정책과 비전은 뒷전으로 밀렸고, 이미지와 네거티브가 이를 대신했다. 특히 한국정치의 오래된 난제인 지역주의가 여전히 맹위를 떨쳤다. 삼국시대를 연상케하는 지역주의 구도가 무려 천 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불가사의에 가깝다. 남북분단이 현대사의 비극이라면 지역주의는 우리역사의 총체적 비극이다.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의 분열이 잠자고 있던 지역주의를 폭발시킨 후, 이 무시무시한 괴물과 싸우며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 일회적 이벤트성으로 끝나거나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정치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되었을 뿐,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택한 '바보' 노무현의 도전이 그나마 우리가 기억하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사례로 가끔씩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승리가 지상목표인 선거에서 '바보'는 돌연변이이거나 별종일 뿐 절대로 미덕이 될 수 없다. 계란으로 아무리 바위를 쳐본들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이치가 아니던가. '바보'는 그저 '바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바보'들의 무모한 도전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필자는 오늘 지역주의라는 괴물에 맞서 기꺼이 '바보'가 되어 대구시장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김부겸 전 의원을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도전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그는 2012년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했던 자신의 지역구(경기 군포, 3선)를 버리고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40.42%를 획득,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52.77%)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에게 두 번의 시련을 안겨준 대구는 경북과 함께 야권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도시다. 죽은 독재자의 그림자가 여전히 지배하는 땅이며, 깃발만 꽂으면 견공도 당선되는 지역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있을만큼 다른 어느 곳보다 지역색이 뚜렷한 곳이기도 하다.  


"지역주의는 한국사회에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나마 정치권에 있는 내가, 대구사람인 내가 마지막으로 몸을 바쳐보겠다는 거다. 나마저 이런 도전을 안하면 지역주의 문제는 아무도 깨지 못하는 현실이 된다"


그는 대구로 나아가며 장엄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구는 주지한 바와 같이 외지인에게는 절대로 성문을 열어주지 않는 완고한 도시다. 외지인이 접근해서는 안되는 성역과도 같은 곳이며 금기의 땅이다. 따라서 그의 투지와 열정은 매우 신선하고 놀랍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선거는 결과의 산물이라는 측면에서 철저히 계산적이며 현실적이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인 것처럼 선거의 패자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의 도전이 무모해 보이는 이유다.


사실 지난 두번에 걸친 선거승패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이는 김부겸 전 의원이 더 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난 총선에서 획득한 40.42%,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40.33%가 그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구에서 정치인생의 끝을 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도대체 이 무모함과 끝모를 오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역시 그에게도 '바보'의 DNA가 흐르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의식과 소명의식만으로 이 무모함이 설명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역주의에 대한 그의 도전이 성공할 가능성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더 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우직하고 뚝심있는 정치인의 무모한 도전을 지켜보는 일은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두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무모함에 대한 편견을 깨야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계란으로 바위가 깨질리가 없다. 아무리 부딪혀본들 깨지는 것은 계란 자신일 뿐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위에 남아있는 계란의 흔적과 파편들이다. 무쇠처럼 단단한 바위를 깨뜨리는 것은 계란이 아니라 그 뒤에 망치와 정을 들고오는 절대다수의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부겸 전 의원에게는 계란으로서의 역할과 소임이 있고 결국 지역주의란 괴물의 심장에 칼을 꽂을 주체는 다수의 지역 시민이 될 것이다. 


두번째는 지역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스스로 '바보'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한 경외감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 좁은 길을 가는 사람은 항시 외로운 법이다. 역사적으로도 선구자와 선각자들은 예외없이 시련과 고난 역경의 풀 숲을 헤치고 나가야만 했다. 필자는 김부겸 전 의원처럼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이 뚜렷한 정치인들은 그에 합당한 정치적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 때에야 비로소 '바보' 노무현, '바보' 김부겸의 뒤를 잇는 또 다른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김부겸이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고, 그의 무모한 도전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그러다 보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이 사내의 무모한 도전이 기적처럼 현실에서 결실을 맺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가, 그저 생각만 해도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 아닌가.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6.21 17:01 신고

    언젠가는 무모하지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이런 부들이 있기때문에요
    힘내어서 가던길 잘 가시길 힘있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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