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총선 과정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들어서였을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이 있었던 16일, 심상정 정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당 대표)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무거웠던 자리,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다.

21대 총선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던 정의당이었다. 오랜 세월 독자세력화를 꿈꿔온 정의당으로서는 이번이 전국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 여겼을 터였다. 지난해 말 '4+1협의체' 주도로 이뤄진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희망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커졌다.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바뀐 선거법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따랐다. 정의당은 숙원이던 원내교섭단체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명분이냐 실리냐를 놓고 저울질을 하던 더불어민주당까지 위성정당 창당 쪽으로 기울면서 정의당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각계로부터 위성정당은 선거법 개정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꼼수이자 편법이라는 비판이 솟구쳤지만, 현실론 앞에선 무력한 주장이었다.

승자독식인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왔던 정의당이었다. 지난한 협상의 과정 끝에 선거법 개정을 이끌어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은 10%에 육박하는 정당 지지율을 받았지만, 전체 의석 300석 중 2%에 해당하는 6석(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을 얻는데 그쳤다. 바뀐 선거법의 수혜자로 점쳐졌던 정의당은 되레 피해자가 됐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비례대표 선정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 이 부분은 지금도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을만큼 납득하기 어렵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경선 득표에서 1~4위를 차지한 배진교, 신장식, 박창진, 양경규를 4, 6, 8, 10번으로 배치했다. 대신 득표율 후순위인 류호정과 장혜영을 1번과 2번에 꽃아넣었다.

노동분야와 여성, 청년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지만 이 결과를 납득할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 석연치않은 과정이 정의당을 옭아매는 올무가 돼버렸다. 류호정은 대리롤 논란에 휩싸이며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고, 독립영화감독 출신인 장혜영은 조국 사태와 관련해 범진보진영과 동떨어진 인식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차라리 대기업 갑질논란의 피해자 박창진과 평생을 노동운동에 헌신한 김종철(비례대표 20번)을 앞순위에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했다면 보다 감동적이고 공감받는 공천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에 입각한 얘기지만 비례대표 잡음이 선거운동기간 내내 논란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조국 사태에 대한 인식, 심 대표의 탄핵 발언 등도 정의당에 대한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선거기간 중 나온 비례대표 후보들의 조국정국 관련 기자회견은 당지도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과의 연대 대신 독자생존의 길을 찾기 위한 정의당 지도부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이나 이는 결과적으로 오판이었다. 

그렇다면 심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는 왜 이런 스탠스를 취했던 걸까. 지극히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조국 선긋기는 중도층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홀로서기로 작정한 이상 정의당은 통합당이 아닌 민주당과 경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통적 정의당 지지자 외에 중도-진보층을 공략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비례대표 논란에 이은 정의당의 조국 때리기는 정의당 지지층과 정의당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던 민주당 지지층까지 돌아서게 만드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범진보진영의 정의당 디스는 총선이 끝난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나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부분적 연대라도 하길 바랬다. 적어도 인천 연수을의 이정미나 창원 성산의 여영국 중 한 사람이 민주당 측과 단일화를 했더라면 지금 드리워져 있는 정의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상당 부분 상쇄됐을 것이다. 연수을에선 민주당 정일영이 극적으로 당선되지 않았다면 정의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금보 더욱 나빠졌을 것이다. (하마터면 프로 막말러 민경욱이 당선될 뻔 했으니까 말이다).

글을 마무리하겠다.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모두 6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지역구에서는 1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정당지지율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의 7.2%보다 높은 9.67%를 기록했다. 민주당과의 경쟁과 총선 과정에서의 여러 잡음들을 고려하면 대단히 의미있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정의당 지도부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전략적 공생대신 독자노선을 선택했다. 중도층의 표를 공력하기 위해 민주당과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는 범진보진영의 공공의 적인 통합당이 사라지거나, 그 세가 약할 때라야 가능한 전략이다. 애시당초 통합당 심판 선거였던 이번 총선에서는 먹히기 어려운 전략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는 보수였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정치적 이념과 노선, 정책 등을 보면 보수정당의 면모가 강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진보정당으로 각인되고 진보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통합당 때문이다. 수구·냉전적 인식과 행태를 보이고 있는 통합당이 보수의 지위를 선점해 오면서 그 대척점에 있던 민주당에게 진보정당의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치적 색채가 정통 보수에 가깝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민주노동당이 창당하기 전까지 대한민국 정치는 누가 더 보수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스탠스가 나뉘어졌을 뿐 진보정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으로 분화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거대 보수양당인 한국당과 민주당이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사이 진보정당은 현실성 떨어지는 과격한 주장이나 펴는 이단아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극강의 지역주의가 뿌리내린 양당체제의 풍토에서 진보정치가 자생력을 갖기는 애시당초 대단히 난망한 일이었다. 더욱이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진보정당의 의회 진입을 가로막으면서 저변 확대는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같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경쟁력있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입지를다높이는지기 위해 힘껏 경주해왔다.  

실제 민주당과 통합당 양당체제의 그늘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정의당이 정치-사회 개혁을 위해 기여한 바는 결코 적지 않다. 단순 1위제의 비민주성을 극복하고 표의 대표성을 높이는 결선투표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정당이 바로 정의당이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소선거제도의 대안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도 정의당이었다. 

남북 관계, 재벌 개혁, 비정규직 보호, 복지 확대, 원전 건설 반대 등 각종 사회 현안에 있어서도 정의당은 분명한 색채를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사회·경제적 이슈 뿐만이 아니라 노동과 인권, 복지와 환경, 여성과 평화 등 진보적 의제와 관련해서도 정의당은 일관되고 꾸준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받은 정당 지지율은 이같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앞으로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일 터다. 진보정치가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정의당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실망했고, 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의당을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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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aptainkorea83.tistory.com BlogIcon 그랜드슬램83 2020.04.20 07:42 신고

    심상정 대표가 울때 울컥했어요..

  2. 상식체온 2020.04.20 10:25

    보수당은 통합민주당, 진보당은 정의당.
    이런 양당 체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꿈만은 아니길 기다려보겠습니다.

  3. Favicon of https://dkmahoney.tistory.com BlogIcon Dee K 2020.04.20 10:32 신고

    심상정님 팬인데... 이번에 정의당 좀 안타까웠습니다.

  4. Favicon of https://www.facebook.com/yohan.hwang.39 BlogIcon 황요한 2020.04.20 11:18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동의합니다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1. 선관위가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금지했기 때문에 '왜 설득력있는 후보를 앞순위에 배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의당이 어떤 룰로 비례대표명부를 선정하고자 했는지입니다. 청년과 여성, 장애인과 농업관련 인물을 당선가능권에 배치하겠다는 것을 룰로 삼고, 당원과 시민선거인단의 득표순으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오래도록 당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외부영입인사보다 다소 유리하도록 판을 짰습니다. 일례로 13번으로 배치된 조성실후보의 경우 청년이자 여성이었지만, 외부영입인사이기 때문에 여성명부에서만 경쟁하도록 해서 앞순위로 가지 못했습니다. 관련한 내용은 http://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25807&page=2를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2. 심대표의 탄핵 발언. 이건 마치 심상정대표가 문재인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얘기로 와전되어 보도되었는데, 전체적인 맥락은 '국민이 원하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져가도 탄핵을 막을 수 없다' 입니다. 이는 발언에 앞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이 과반을 하면 총선 이후에 문재인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얘기한 것을 겨냥해, 국민이 원하면 민주당이 과반을 가져가도 탄핵을 막을 수 없으니, 현재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발언하라고 꼬집은 것입니다. 이를 받아쓴 언론들이 원하는 것은 정의당과 민주당 지지자를 갈라치기하는 것이었을텐데, 지금으로선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3. 정의당과 민주당의 부분적 연대.. 양정철원장이 창원 성산에 출마한 이흥석 후보 사무실에 와서,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지 않은 정당과의 연대는 강을 건넜다.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는 것이 중앙당의 확고한 의지"라고 했습니다. 정의당에서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화를 원천 차단한 것입니다. 결국 자당 후보를 밀어붙임으로써, 정의당에게 - 핑크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으려면 알아서 사퇴하라는 식의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은 모두 정의당 후보에게 전가하고요.

    민주당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볼때 보수당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정책적 대결의 파트너로 정의당을 위시한 진보정당을 지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5. BlogIcon 진보루키 2020.04.20 11:53

    정일영후보는 이명박ㄹㅎ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인물로
    인터뷰중 정의당과의 연대는 절대로 없다를 매우강조 하던데요. 그 인터뷰시점이 선거초반 민경욱후보가 여론조사 1위를 비교적 큰차이로 달릴때라 제 판단은 정의당과 단일화 협상을 하느니 차라리 민경욱이 낫다로 해석 될정도.

  6. Favicon of http://chamstory.tistory.com BlogIcon 김용택 2020.04.20 13:16

    진보정당 통합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모든 진보는 통합해야합니다.

  7.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20.04.20 16:01 신고

    맞습니다. 민주당의 꼰대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의당은 꼭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진보 정의 보수 민주를 꿈꿔 봅니다.

  8. Favicon of https://porkart3217.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20.04.20 17:30 신고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 이런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9.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4.21 05:31 신고

    그래도 지지한 많은 국민들이 있습니다

  10.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4.21 05:54 신고

    안타깝습니다.
    좋아하는 심상정입니다.

  11. Favicon of https://thore.tistory.com BlogIcon 꿩국장 2020.04.28 07:45 신고

    연대하지 않은 것, 그리고 박창진의 낙선 둘 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고 노회찬의원도 그리웠습니다.

ⓒ연합뉴스

 

미래한국당이 촉발시킨 '비례 위성정당' 논란이 4·15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지난 2월 5일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시킨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구도대로 총선이 치뤄질 경우 미래한국당이 25~27석 정도의 비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약 6~7석을 얻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당보다 무려 20석 가까이 손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집권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원내 1당이 절실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금껏 민주당은 비례정당 창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비례용 위성정당이 선거제도 및 정당 정치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지난해 말 '4+1협의체'가 주도했던 선거법 개정안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 캡 30석의 3분의 2에 해당되는 20석 가량을 가져가고, 득표율에 따라 병립형 비례대표 17석 가운데 7석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민주당만 빼고' 칼럼 고발과 서울 강서갑 '조국 대리전' 논란,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각종 잡음과 논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민심 악화로 원내 1당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이 지역구에서 선전하고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에서 27석 안팎을 획득할 경우 원내 1당은 물론이고 과반에 가까운 의석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추진해왔던 검찰개혁 등 각종 개혁과 정책들이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탄핵 국면으로까지 치달을 수도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상상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비례정당 창당에 선을 그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진보진영이 미래한국당에 맞설 비례대표용 '정치개혁연합'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정치개혁연합이 지난 1일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선거연합정당 창당 준비에 들어간 것. 이들은 3일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태세다.

정치개혁연합은 미래한국당에 대응하려면 범진보진영에서도 비례대표를 위한 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경우 통합당이 원내 1당이 유력한 만큼 선거제도의 왜곡을 막고 정치개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선거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연합정당 창당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당내 인사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우상호 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위성정당을) 직접 창당하면 '꼼수에 꼼수로 대항하냐'는 비판을 이겨내기 어렵지만 연합정당은 당 구성원이 아닌 분들의 제안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에도 맞다"며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통합당과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면서도 "작은 정당들이 해보자고 한다면 그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직접 비례정당을 창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연합정당이 추진될 경우 참여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민주당 지도부의 구체적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중앙일보는 "탄핵 막으려면···'민주당 5인 마포서 비례당 결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의 핵심 인사 5명이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음식점에서 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 체제에 맞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민주당의 기류가 비례정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연합정당 합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방안이 비례정당 창당에 따른 역풍을 최소화하고, 통합당의 비례의석 싹쓸이를 저지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원내 1당을.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범진보진영이 추진하는 연합정당 움직임에 민주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의 한 축인 정의당과 민생당 등은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정의당은 연합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규정하며 참여 불가 방침을 천명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렵게 만든 연동형 비례제도가 미래한국당에 의해 도둑질당한 것은 고통스럽지만 위헌적인 비례 위성정당으로 맞수를 두는 것은 잘못됐고 효과적이지 않다. 위헌적 위성정당의 배에는 몸을 실을 수 없다"며 불참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3당 연합체인 민생당 역시 연합정당 창당에 부정적이다. 정의당과 민생당 측은 명분이 취약하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연합정당이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돕고 사표를 줄이기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데다, 유권자의 혼란과 중도층 이탈, 진보진영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범여권의 분열은 민주당의 총선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라는 분석이다. 위성정당을 창당한데 이어 보수통합까지 성공시킨 통합당에 비해 민주당은 잇딴 악재들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대형 태풍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연합정당 창당 문제로 정의당, 민생당 등과 갈등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연합정당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의당과 민생당 역시 총선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특히 선거법 개정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이 창당된 데 이어 민주당까지 비례정당 합류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자 총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독자 노선을 고수할 경우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진영 일각의 연대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연합정당 흐름에 동참하는 것은 그동안 비례정당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당원들이 연합정당 합류에 비판적이라는 사실 역시 부담스럽다. 당세가 약해지면서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민생당 역시 정의당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

이처럼 범여권이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찌감치 전열을 정비한 통합당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위성정단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래한국당을 연착륙시키고 보수 통합에 성공하더니, 공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등 총선 담금질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범여권, 그 중에서도 원내 1당이 목표인 민주당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4·15 총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비례 위성정당과 관련해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범여권의 선거연대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명분과 실리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제도의 헛점을 파고든 통합당에 맞서 범여권이 어떤 해법을 들고 나올지가 관심사다.

범진보진영은 과연 연합정당 창당에 성공할 수 있을까. 범여권의 총선 전략과 방향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3.04 08:03 신고

    정치를 제대로 할 생각은 안 하고 잔머리굴리는 꼼수를 붕;라다 큰 것 까지 다 잃는단느 것을 민주당은 왜 모를까? 답답합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3.04 08:46 신고

    코로나땜에 이번 선거 염려됩니다.

  3. Favicon of https://captainkorea83.tistory.com BlogIcon 그랜드슬램83 2020.03.04 10:48 신고

    비례위성정당 창당에 정말 얼마 시간이 없죠~
    runing out of time~
    잘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중앙일보

 

"이 법이 통과되면 저희는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

지난해 12월 23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해지자, 찾아낸 묘수(?)였습니다.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의석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나뉘어집니다.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은 50%이며, 연동률 적용 캡은 30석으로 제한됩니다.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나머지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병립해서 배분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의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등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얻지 못하게 됩니다.

어떤 정당이 21대 총선에서 20%의 정당득표율로 60석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럴 경우 이 정당은 300석의 20%인 60석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연동형 캡을 통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보전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득표율에 따라 병립형(17석)에서 3~4석 정도의 추가 의석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도 정당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의석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챙기고, 비례대표는 비례 위성정당을 통해 확보하는 셈이니,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죠.

한국당이 추진 중인 비례 위성정당의 명칭이 '미래한국당'으로 결정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비례OO당' 사용 불허 결정으로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당명을 바꾼 것입니다.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는 17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위헌적이고 편향적인 선관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례자유한국당 창준위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공당과 준법기관을 지향함에 따라 '미래한국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선관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OO당'의 정당 명칭 사용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비례OO당'이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정당법 41조 3항에 위반)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심재철 원내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름이야 무궁무진하다. 이름은 신경 안 쓴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어떻게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수를 늘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한국당의 뜻대로 국면이 전개될지는 의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비례 위성정당이 한국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한다 해도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내용입니다.

그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법 88조(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는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ㆍ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만일 어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낼 경우,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물론 지역구 후보와 선거운동원 관계자는 다른 정당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거리 연설이나 TV토론 등에도 해당됩니다.

선관위의 답변은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내세운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도 비례 위성정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12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실제 선거 환경을 생각하면, 한국당과 비례 위성정당 "모두 '폭망'하기 쉽다"고 꼬집은 것이죠.

하 변호사 역시 공직선거법 제88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지역구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이 ‘정당투표는 비례한국당에게 투표하라’고 얘기하면 전부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하 변호사는 '당 지도부가 비례용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기호 문제로 유권자 혼란이 초래된다', '정치자금 조달 및 사용이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어 비례 위성정당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례 위성정당의 불확실성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안 좋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은 5.1%) 결과에 따르면, 비례정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6%(찬성 25.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잖아도 비례 위성정당이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시키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관위의 유권 해석과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 등 현실적 문제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여기에 여론마저 아주 싸늘합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그러나 장미빛 환상에 젖어있기에는 감수해야 할 위험요소가 한 둘이 아닙니다. 이쯤되면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까딱 잘못했다간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1.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18 20:43 신고

    앞으로의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네요..
    불토 보내세용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1.19 07:27 신고

    강행한다면 제 꾀에 제가 넘어 갈것입니다.
    비리한국당..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1.20 05:40 신고

    꿈이 야무집니다. 태생적 한계를 두고 이름만 바꾸면 뭐가 달라지는데....
    자유한국당은 해체가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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