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지난 2017년 11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일원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숭모제와 박정희 역사자료관 기공식, 대한민국정수대전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남유진 당시 구미시장, 김익수 구미시의회 의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자유한국당 백승주·장석춘·이철우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김태환·임인배 전 의원과 박사모 회원, 시민 등이 참여해 박 전 대통령 탄생을 기렸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각 생가 입구에서는 구미참여연대와 민주노총 구미지부 등 시민·노동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구미시가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생가 인근에 건립할 예정인 '박정희 유물전시관'에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추모와 비판. 한 사람을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공산화를 막아낸 '구국의 영웅'이자 경제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위대한 지도자'라 추앙받는 한 사람이 다른 한쪽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한 악명높은 '독재자'로 기억되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로 삭발을 감행한 제1야당 대표로 기록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박정희의 치적을 치켜세우는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다. 박정희에 대한 황 대표의 남다른 애착은 5·16 쿠데타에 대한 평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09년 저술한 집회시위법 해설서에서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서술했던 그는 총리 시절에도 "5·16이 쿠데타인가, 혁명인가"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 논란이 생긴다"며 두루뭉술 넘어간 바 있다.

 

그러나 5·16 쿠데타는 법적·역사적·학술적으로 평가가 이미 명확히 내려진 사안이다. 이를 '혁명'으로 표현하고, 쿠데타라 답하지 않은 박정희에 대한 황 대표의 인식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방증일 터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2기 여성정치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나온 황 대표의 발언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황 대표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여러 논란이 있지만, 굶어죽던 사람들이 많을 때 우리를 먹고 살게 한 리더"라며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좋은 분이 리더가 될 때 나라의 번영과 발전, 국민들의 행복, 안전과 사회가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북한처럼) 사회주의를 선택했다면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먹고 살기도 힘든, 인간답지 못하고 인권이 없는 사회에서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많는 사람들에게, (특히 60~70년대의 극심한 가난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박정희는 획기적인 경제개발계획으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해 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찢어질듯 가난했던 궁핍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준 인물이자, 서민들의 애환을 아는 소박하고 소탈한 지도자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박정희를 치켜세우는 이들이 내세우는 일관된 주장이다. 황 대표의 이날 발언도 그런 맥락일 터다. 경제성장 신화의 주역으로서 박정희의 공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박정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공적이 있는 반면 그 역시 과오가 있다. 분명한 것은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공과가 동시에 기록될 때 온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오마이뉴스

 

박정희는 어떨까. 그는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19년 동안 권좌에 앉아 있었다. 박정희 사후 다시 한 번의 군부 쿠데타로 군출신 대통령이 12년 동안 권력을 잡았다. 박정희와 그를 추종하던 정치적 후예들이 집권한 기간만 무려 30년에 달한다.

 

3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더구나 그 시기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독재의 시대였다. 정치·사회·문화·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독재자의', '독재자에 의한', '독재자를 위한' 사상적·물리적 통제가 가능했다.

 

실제 그랬다. 박정희 체제에 대한 비판과 도전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되지 않았다. 사법역사상 최악의 사법살인으로 기억되는 인혁당 사건을 비롯해 동백림 사건, 민청학련 사건 등 수많은 용공조작사건이 그 때 자행됐다. 그로 인해 박정희 독재에 맞서 저항했던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목숨을 잃거나 탄압을 받아야 했다.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정희를 욕하거나 비난했다는 이유로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감금과 고문을 당해도 어디에 하소연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시절은 헌법 위에 군림했던 박정희가 곧 '국가'였던 시대였으며, 독재 권력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심장을 갉아먹던 서슬 퍼런 폭력의 시대였다.

 

소박·소탈한 서민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왜곡·과장됐다는 평가다. 많은 이들이 농민들과 둘러앉아 소탈하게 막걸리를 마시던 모습으로 박정희를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궁정동 안가에서 젊은 여인들과 어울려 자주 연회를 즐겼던 대통령이었다. 연산군 시절 젊은 여인들을 궁으로 데려오는 조직이었던 '채홍사'(採紅使)는 박정희 시대에도 존재했다.

 

박정희가 친일파 일본군 장교출신으로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고, 해방 이후 남로당에 가입해서 좌익활동을 했으며, 그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사실 역시 베일에 가려졌다. 이 모두는 우리가 알고 있던 박정희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공적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권을 말살했던 독재자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둘 모두 박정희의 본 모습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박정희의 업적을 칭송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했던 권력자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와 부끄러운 치부는 철저하게 가린 채 공만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황 대표 역시 이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박정희를 부정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나온 배경일 터다.

 

그러나 이는 박정희의 한쪽 면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더욱이 박정희 유신독재의 무자비한 폭력에 피해를 당한 희생자와 유족들을 생각한다면 지극히 비인도적인 발언이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성찰 없이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이는 일본 극우세력들의 과거사 인식 행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일본은 지금도 과거사를 끊임없이 왜곡·미화하면서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와 반인륜적 범죄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행태에 분노하는 이유일 것이다.

 

황 대표의 인식은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와 크게 차이가 없을 뿐더러, '5·16 혁명'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현행 헌법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역사는 물론 헌법까지 부정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황 대표 자신이다. 

 

  1.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9.18 15:55 신고

    한국 보수의 한계가 아닐까요?
    이승만, 박정희를 띄우다보니
    친일과 독재에 대한 국민과 괴리된 시각을 가질 수밖에요..
    한심합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9.18 17:19 신고

    나라를 망친 자들...
    이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주권자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09.18 22:30 신고

    역사는 연속적인 장면을 계속 생산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거울을 비추고 있죠.
    숙고와 자기반성이 워낙 없고 뻔뻔하다보니, 저렇게 스탭이 안맞는 것이죠.
    오죽하면 지금 삭발쇼라며 조롱을 할까요~

  4.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09.20 00:19 신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금 문재인이 하고 있는거 같읍니다.

ⓒ 오마이뉴스


대한민국판 '분서갱유' 사건이라 불리우는 '블랙리스트' 파동. 얼마 전 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구속됐다. 그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이다. 박정희 장기독재의 기틀을 마련했던 유신헌법 제정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민주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인 탓이다. 공안검사 출신인 김 전 비서실장에게  '공안의 달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따라붙는 것도 그런 연유다.


'초원복집 사건' 역시 '김기춘'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건 중의 하나다. 망국적인 지역감정을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우리가 남이가'를 대유행시킨 주역이 바로 그였다. 92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야권후보에 대한 비방과 날조를 모의하는 등 관권선거를 획책한 중심에 김기춘 전 실장이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그는 독재시대와 권의주의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시민들을 탄압하고,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으로 손꼽힌다. 그런 그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여름 비서실장으로 전격 등용시킨다. 5·16 쿠데타와 유신이 매도당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박 대통령과 유신독재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올드보이의 재결합은 당시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본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이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몰이해로 가득한 두 사람이 권력의 중추에 있는 이상 박근혜 정권의 국정 운영을 예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국정원 불법대선 개입 사건의 여파로 정권이 위기에 처해지자 그들은 공안정국을 조성해 비판세력에게 재갈을 물렸다.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위축됐고, 자기 검열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신 부활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유신독재시대를 관통해온 두 사람이 권위주의에 기대는 것은 당연했다. 권위주의는 우월적 지위를 통해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는 행태다. 독단과 독선에 의한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전횡이 바로 권위주의다.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군중 동원이 일상화된다. 극강의 권위주의가 활개치던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시절을 그 비근한 예다. 당시 국가는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정치 행사가 있는 곳마다 관변단체들을 동원시켜 세를 과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과정에 불법과 부정이 바늘과 실처럼 따라다녔다. 



ⓒ 오마이뉴스



동원에 있어서라면 권위주의를 부활시킨 박근혜 정권 역시 뒤지지 않는다. 23일 청와대가 세월호특별법 반대 집회와 국정교과서 찬성 집회 등 친정부 집회에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보수우익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24일에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로 전경련의 자금을 지원받은 극우보수단체들이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하기 위해 청와대가 보수우익단체를 동원했고, 그 영향이 탄핵 반대 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배운게 도둑질이라는 말 그대로다. 정권과 체제 유지를 위해 관변 단체들을 불법 동원했던 유신독재세력과 마찬가지로 유신의 후예들 역시 똑같은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이 모습은 40여년 전 권력과 돈으로 사람들을 동원하고 그들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민의를 왜곡했던 당시의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배운대로, 가장 익숙하고 편한 방식대로 국가를 통치하고 있었던 셈이다. 


권위주의가 기승을 부릴수록 그에 비례해 아스팔트 우파들의 폭력성 역시 극대화된다. 최근 탄핵 반대 집회에서 등장하는 구호들은 하나같이 살벌하다못해 섬뜩한 것들 일색이다.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빨갱이들은 걸리는 대로 다 죽여야 한다", "촛불반란군들을 다 죽여야 한다" 등의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극단적 폭력과 광기의 궁극은 무엇일까. 저들의 세계에서는 자신들과 생각이 같은지의 여부로 사람의 목숨을 재단한다. 그 모습 그 어디에도 공존과 화합, 배려와 공감은 찾아볼 수 없다. 상대에 대한 혐오와 부정, 대립과 배척을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강제하는 야만적 폭력과 폭거만이 도드라져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흑백 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로 사람의 목숨을 재단하는 사회. 영락없는 '괴물'들의 세계다.


"한 놈은 악이란다. 그 놈은 화, 질투, 욕심, 오만, 열등감, 거짓, 헛된 자존심, 우월감이며 그리고 네 자아란다. "그리고 다른 놈은 선인데, 그 놈은 기쁨, 평화, 사랑, 희망, 겸손, 친절, 자비, 공감, 정의이며 그리고 바로 믿음이지."

"똑같은 싸움이 네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모두의 내면에서도 마찬가지야."

"할아버지 둘 중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기지."

북미 원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늑대에 관한 이야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기저에는 대중의 증오와 적개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해온 무도한 권력이 있다. 적어도 미래의 세상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하고 차별하는 곳이 아니었으면 한다. 사람이 살 곳은 '인간'의 세계이지 '괴물'의 세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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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01.25 23:33 신고

    공작의 달인께서 분명히 기획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2. 연날리자 2017.01.26 09:57

    지발 감옥에서 세상 하직하시기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UN총회에서 새마을운동의 성공을 언급한 것을 두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열린 새마을 고위급 특별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개회사를 통해 "당시 대통령이셨던 선친께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성공 요인들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국민과 나라를 바꿔 놓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했습니다.

이에 반기문 총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화답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앞다투어 새마을운동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자, 네티즌들이 "70년대로 회기한 시대착오적 발상", "새마을 외교라니 70년대로 되돌아간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의 새마을운동 띄우기를 보면, 시간이 70년대로 돌아간 것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박근혜 정부 초기로 돌아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2013년 2월 16일 농림식품부는 인수위 업부보고에서 농어촌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주민 역량을 결집해 마을 발전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2011년 부터 추진 중인 '함께 하는 우리 농어촌 운동' '2의 새마을운동'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보다 한술 더 떠 새마을운동을 국민 정신운동으로 승화시키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취임도 하기 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각계각층의 구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박정희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업은 비단 정치권에서만 벌어졌던 일은 아닙니다. 지자체도 이 대열에 앞다투어 합류했습니다경북 구미시와 문경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기던 서민음식을 관광상품화 했습니다. 문경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살았던 문경읍내 청운각 인근에 그가 즐기던 서민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개장했고, 구미시 역시 2009 7월 이후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주변에 보릿고개 시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박정희 시대의 업적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온 일입니다. 구미시의 박정희 동상 건립,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박정희 기념도서관', 문화부와 행정안전부가 구미시에 조성 중인 '새마을 테마공원' 등 곳곳에서 박정희 띄우기 작업이 벌어지고 있고, 수구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독재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작업들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총장의 새마을운동 띄우기가 새삼스러울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동안 '박정희 시대를 어떻게 평가해야 되는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반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인, 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박정희 시대에 이루어진 산업화와 근대화의 공로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박정희 시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일관된 주장입니다. 반면에 자발적인 시민들의 민주혁명이었던 4.19혁명을 군사쿠데타로 짓밟고, 유신독재를 통해 민주주의와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에 불과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상반된 주장이 지난 몇 십년 동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과연 박정희 시대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박정희 시대의 공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권 획득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그것이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쿠데타를 동원해 정권을 획득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5.16을 혁명으로 보는 세력들도 있습니다. 시작은 쿠데타였으나 끝은 혁명이었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혁명과 쿠데타는 그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명확히 구분되어 집니다





당시 5.16의 주체는 다수의 시민들이 아닌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군부세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혁명이 아니라 쿠데타라 정의하는 것이 정상입니다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원리와 가치들은 철저히 무시되고 파괴되었으며 그 잠재적인 요소들까지 무력과 강압에 의해 유린당했습니다. 정당과 국회는 해산되었고, 권력은 쿠데타 세력들에게 사유화되었습니다. 혁명이라면 권력이 사유화되어서도 안되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뿌리채 흔들려서도 안됩니다. 이런 혁명은 세계사에 유례가 없습니다. 

 

유신체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신헌법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유신체제로 인해 민주주의의 기본인 선거를 통한 대의 민주주의제도와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 균형의 원리는 무력화되었으며, 오직 대통령을 정치권력의 최고 정점으로 삼는 권위주의적 정부형태만 남게 되었습니다


박정희 체제에 대한 어떤한 비판과 도전조차 용납되지 않았고, 이에 저항할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 고문당하고 투옥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어야 했습니다. 합법적으로 탄생하지 못한 정부가 철권통치를 통해 1인 독재를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 바로 유신헌법인 것입니다. 이처럼 박정희 시대는 정권 획득 자체부터 합법적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과정 역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1인 독재체제였을 뿐입니다.






 

박정희 시대의 공과를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주장하며 역사를 자의적으로 써내려가고 있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5.16 쿠데타도 '조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구국의 혁명으로 인식되고, 유신독재 역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여 질 뿐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어느 한쪽의 입장과 주장만 일방적으로 주입하게 되면 이것이 바로 강요이고 세뇌입니다. 박정희 시대의 '공'이 있다면 분명히 '과'도 있습니다. 진실로 역사의 판단에 맡기려 한다면 두가지 모두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마땅합니다


박정희 기념관에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유품과 영상, 홍보물만 게시해 놓을 것이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시절 희생당한 사람들과 사건 사례들도 함께 전시되어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찾던 서민음식만 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그가 궁정동 안가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들도 함께 공개되어야 합니다박정희 시대, 박정희 대통령의 두 가지 모습이 모두 일반 국민들에게 보여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의 모습만 보여주고 '역사가 평가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주관적인 가치판단일 뿐 절대로 객관성과 공공성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물론 박정희 시대를 추억하는 분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성과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치더라도 박정희 시대가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 먹고 살기 막막했던 시절에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희망과 기회를 준 시대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사에 대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국가의 미래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성찰과 합리적인 인식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 극우세력들의 과거사 인식태도를 보면 이는 명확해 집니다.

 

박정희 시대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박정희 시대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국민들에게 드러나야만 합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박정희 시대에 대한 논란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며, 이는 결국 끝없는 국민 갈등과 분열을 부추길 뿐입니다.





과거 독일의 잘못을 거듭 반성하며 주변국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과거인식 태도를 우리는 배워야 합니다. 전후 독일이 왜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으로 다시 편입할 수 있었는지,  이유를 "독일인 모두가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독일 총리의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대한 솔직하고 진정성있는 고백과 성찰,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책임있는 행동 없이는 그 어떤 정치세력이나 국가에게도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깨우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죽은 자를 신의 영역으로 끌어 올리려는, 산 자들의 욕망을 보고 문뜩.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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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0.01 08:16 신고

    분명 공과는 있을지언정 진실을 호도해서는
    안될일입니다
    황군장교였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 BlogIcon 강지호 2015.10.01 09:02

    박정희가 박근혜의 아버지인 건 알지만 박정희의 행적을 자세히 아니면 핵심적인 활동이 궁금하군요. 그런데 박정희 세대에 과연 박정희가 잘한 건지 못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잘한 게 있는 거 같은 데 뭔가 확신이 들지 않아서요. 박근혜는 아버지를 미화 시키려는 마음은 알지만 잘못 된 걸 숨기면서 까지 박정희 미화시키는 걸 보면... 뭔가 억지 부리는 거 같단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그래도 전 여전히 박근혜를 신용 못 하지만요. 김무성도 마찬가지고.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01 10:30 신고

      박정희의 공과는 뭐...
      굳이 말 안해도 다 아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그가 만주사관학교 출신의 일본군 장교라는 것만
      봐도 답은 뻔한 것 같습니다. 쿠데타, 일본과의 국교정상화, 유신...
      뭐, 한도 끝도 없네요...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0.01 10:20 신고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국민을 마취시켜 유신교육을 시킨 것도 모자라 역사까지 거꾸로 돌렸던 박정희..이런 아버지를 미화하려고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는 딸.... 국제적으로 망신을 딩하고 역사를 옹며시키는 이 죄악을 어떻게 해야 할지....옥천에 육영수 생가에 가 본 일이 있는데... 마치 왕실처럼 꾸며 놨더군요. 웬 관광객(?)이 그렇게 많이 오는지.... 국민들의 인격을 파괴시켜 놓은 이 나라를 어떻게 해야할까요?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01 10:32 신고

      본 글에 적어놓았지만, 적어도 있는 사실은 그대로 공개된 상황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이건 알다시피 유신시대, 그리고 그 이후
      전두환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완전히 날조와 미화가 되었잖아요.
      전두환도 집권 기간만 길었다면 박정희 이상가는 왜곡이 진행되었을 겁니다. 이럴 땐 정말 독일이 너무 부럽습니다.

  4.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0.01 12:32 신고

    이제 먹히지 않습니다. 박정희 향수도 정도껏 우려먹어야지 생각을 조금만 하면 패착이 될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02 11:00 신고

      사실 박정희의 향수의 마지막 관문이 바로 박근혜였어요.
      일종의 부채의식의 발로였다고 봐야죠. 이제 박근혜도 대통 해먹었으니
      조금씩이지만 바뀌긴 바뀔 겁니다. 문제는 대구 경북이죠...
      그곳은 박정희 교도들이 장악하고 있는 땅이니...

  5. 익명 2015.10.01 12:36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0.02 11:01 신고

      옳은 지적이십니다.
      그렇게 보면 독일이 참 부럽지요. 우리는 친일파에 대한 단죄를 못했기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 이꼴입니다. 대한민국 비극의 시작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 겁니다.

  6. BlogIcon 지금 여기 2015.10.06 22:26

    죽은자를 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려는 산자들의 욕망...참 적절하신 표현입니다.신앞에서는
    누구도, 어떤말도 필요없으니....갈수록 태산입니다.미래지향이 아닌 과거지향인 나라가 참
    걱정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며칠 전 자연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드넓은 야생의 초원이 펼쳐진 아프리카의 사바나가 그 배경이었다. 프로그램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 광활한 대지의 지배자를 소개하고 있었다. 누구일까, 이 주인공은? 고양이과 최대의 덩치와 힘을 자랑하는 사자일까? 아니면 단단한 뼈조차 통채로 부셔버리는 날카로운 이빨과 엄청난 턱 힘을 자랑하는 하이에나일까? 아니면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와 날렵함으로 먹이를 단숨에 제압해 버리는 치타일까? 상당히 흥미롭다. 과연 누구일까, 아프리카를 지배하는 최강의 절대강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 질문에 사자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일대일의 싸움에서 사자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육식동물은 아프리카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자의 월등한 체격과 무시무시한 힘은 이 동물에게 아프리카의 제왕이란 호칭을 부여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사자는 이 질문의 답이 아니다. 아프리카를 지배하는 절대강자는 사자도, 하이에나도, 치타도 아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표범이다. 





많은 분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의문과 궁금증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읽어 나가길 바란다. 오늘 글은 표범과 닮은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름휴가로 찾은 저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모래사장에 '저도의 추억'이란 문구를 새겨 넣었다.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있는 저도는 박정희 대통령이 여름 휴양지로 활용하던 특별한 장소였다. 따라서 저도는 자연스레 박정희와 오버랩되고 유신독재시절로 연결되는 과거의 공간이자 회귀의 장소가 된다. 그 자신이 곧 국가였던 아버지와 그를 추종하던 사람들 틈에서 유년시절과 젊은시절을 영유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거란 화려하고 찬란했던 신화의 세계에 다름 아니다. 공공연히 "매도당한 5·16과 유신, 그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저도를 여름휴가 차 방문한 것은 그래서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녀의 말처럼 아버지인 박정희가 이루어낸 신화의 세계를 현실에서 복원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녀의 숙원이자 정치적 목표였다.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이 오래된 염원은 쉽게 이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과거를 복원하는 일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았다.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된 인사파문과 취임 이후의 인사청문회 논란, 정부조직법 개정안 파문, 대선공약 파기 및 축소 논란, 남북관계 파탄, 방미 중 윤창중 대변인 성추행 사건, 졸속 세제 개편안 파문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터지는 각종 논란과 파문으로 국정운영은 꼬일 데로 꼬여만 갔던 것이다. 게다가 국가기관이 개입한 부정선거의혹의 여파로 정치권, 시민단체, 종교계, 대학교 등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잇따랐고 시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 및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정권의 안위조차 장담할 수 없는 풍전등화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계시라도 받은 것인지 위기의 순간 휴가 차 찾은 저도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된 기억으로부터 익숙했던 한 사람을 끄집어 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는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었고, 일기당천의 용장이었다. 반대로 그 대척점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을 야기시키는 서슬퍼런 공포 그 자체였다. 그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더 정확히는 그에 의해 자아를 침윤당했던 사람들의 대오는 심하게 요동치며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애써 눌러두었던 과거의 상흔이 다시 되살아나는 순간 두려움은 어느새 걷잡을 수 없는 무력감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그의 등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와의 끔찍했던 과거를 공유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의 시기도 기막히게 절묘했다. 출구없는 정권의 위기 상황을 타개시키기 위한 무엇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난세에는 반드시 영웅이 필요한 법이다. 70이 넘는 노구를 이끌고 그는 이렇게 마법처럼 등장했다. 





서두에 아프리카 최강의 절대강자를 표범이라고 소개했다. 표범은 적을 제압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본능으로 알고 있는 동물이다. 그는 강하지만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적을 기습하며 단번에 무력화시킨다. 표범같은 사내 김기춘, 그는 체제유지를 위해 정치권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며 상대방의 약점을 정확하게 공략할 줄 아는 인물이다.


그의 청와대 입성 이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주도한 내란음모사건이 터졌고,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보도와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로써 부정선거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장 강력하게 부르짖었던 정치 정당이 종북프레임에 갖혀 존폐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고,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책임자가 스스로 옷을 벗게 되었다. 이 작품이 누구의 머리에서 기획된 것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공안의 달인' 김기춘의 등장 이후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합리적 의심의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음미해야만 한다. 정치, 이 살아있는 야생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 시대를 풍미한 백전노장 김기춘의 등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행정부 장악력에 날개를 달아주기까지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황교안 법무부장관, 홍경식 민정수석 등은 모두 김기춘의 직속후배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며, 그는 현 청와대 비서실은 물론 내각의 장관들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닌 청와대 내의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1년은 김기춘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저도의 추억'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로부터 불러낸 인물인 김기춘은 다들 알다시피 공안검사 출신으로 유신헌법 제정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40여년 전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아사시켰던 유신헌법의 작성자가 유신독재자의 후예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되어 나타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이 기막힌 역사의 아이러니를 설명할 적절한 표현을 필자는 도무지 찾지 못하겠다. 훗날 역사는 이 시대를 이렇게 기록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기괴한 유신헌법을 만들며 유신독재의 길을 쓸고 닦았던 한 사내가 대를 이어가며 충성을 다 바쳤던 어떤 이상하고 기묘한 나라가 있었다'


표범같은 사내, 김기춘. 그의 등장으로 이 이상하고 기묘한 나라의 앞날은 짙은 안개 속에 휩싸이게 되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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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쌍둥이아빠 2014.06.01 07:30

    공안의 달인.
    최후가 궁금합니다.. 잘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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