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기류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연말 '4+1협의체' 주도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 패스트트랙을 처리할 때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4·15 총선 표심의 가늠자가 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40%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었고, 민주당 역시 40% 안팎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니까요.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돌풍에 휘말려 전멸하다시피 했던 호남지역에서도 의석수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 지역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전체 의석 28석 중 적어도 20곳 이상은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정부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높다는 점도 민주당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7~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9%,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 응답이 37%로 나타났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과반 달성이 가능하다는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지난 1월 2일 저녁 JTBC 신년특집 대토론회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게 가능하다"며 "나아가 우호적인 정당을 포함해 국회선진화법상 입법을 할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사이에 국면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과반은커녕 원내 1당도 위험하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13일 전국 성인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비율(45%)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상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심이 변한 것입니다.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을 앞질렀습니다.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집권 후반기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이어가려던 민주당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죠.

총선 결과는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은 배가 됩니다. 만에 하나 원내 1당을 미래통합당에게 넘겨줄 경우 야당의 대정부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최악의 경우 탄핵 국면까지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민주당 일각에서 '비례민주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맞서려면 민주당 역시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래한국당을 통해 상당수의 비례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비례정당 창당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에 따른 고육책으로 보입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민주당 지지층과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창당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주목할 것은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비례정당 창당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송영길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판단해서 미래한국당의 선거법 악용 반칙 행위를 폐쇄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저런 반칙 행위를 그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며 "반칙 행위를 뻔히 보고도 당해야 하는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위성정당 창당에 부정적이던 이인영 원내대표도 23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여러 의병들이 만드는 것을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며 과거와는 결이 다른 발언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21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이 있고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지낸 무소속 손혜원 의원은 20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당 위성 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꿈꾸는 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판치는 정치판을 한 번쯤은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 국민들에게 희망이란 것을 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을 한 번쯤은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과 민병두 의원("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범보수 연합에 원내 제1당을 뺏길 수 없다는 민병대들이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도부는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처럼 민주당 안팎에서는 비례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예상과 달리 미래한국당이 연착륙에 성공하자 현실론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비례정당 창당하려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현 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자 '페이퍼 정당', '유령 정당', '쓰레기 정당'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개정된 선거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편법이자 선거체계와 정당 정치의 근간을 허무는 꼼수라는 비판이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비례정당을 창당하거나 이를 용인한다면 누워서 침을 뱉는 꼴이 됩니다. 위성정당을 창당한 통합당을 향해 내뱉었던 날선 말들이 민주당에게도 그대로 되돌아오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비례정당 창당은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선거제도 개혁의 근본 취지를 민주당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선거법 개정은 민의를 왜곡해온 기존 선거제도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원안과는 다르게 통과된 아쉬움은 있지만, 비례대표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시킬 수 있는 전기가 마렸되었다는 점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물꼬를 열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비례정당은 이와 같은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물론 거대양당의 극단적인 진영 논리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들이 일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주당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꼼수와 반칙에 손놓고 당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과 차기대선을 위해서라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비례정당 창당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잇따르는 배경일 겁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위기에 빠진 까닭이 비례정당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고전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습니다. 자만했고, 오만했기 때문입니다. 기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인기에 편승한 측면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민주당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뼈 아픈 지적인 셈이죠.

실제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인적 쇄신도, 공천 감동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되레 인재영입 2호였던 원종건 씨의 미투 파문,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논란, 서울 강서갑의 '조국 대리전' 잡음 등 악재가 잇따라 터져나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당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슈를 선점하기보다 야당의 공세에 끌려다니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비례정당 창당 움직임이 조금씩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총선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나자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비례정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죠.

비례정당 창당에 적극적인 손혜원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선배에게 받았다는 메시지를 소개했습니다. "소나무당인가 하는 비례당 빨리 만드세요. 정치에 무슨 도덕성을 개입시킨다는 건지. 무슨 공자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정치하고 패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하는 겁니다"라는 내용입니다.

민주당이 실제 비례정당을 창당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여부와는 상관없이, 반칙에는 '반칙'으로 맞서야 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은 여러모로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남들이 사기를 치기 때문에 나도 사기를 쳐야 한다는 논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비례민주당' 논란이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와 함께 시대적 과제인 선거법을 개정한 이유와 목적을 되새겨야 합니다. 국민을 설득할 명분과 힘은 바로 그곳으로부터 나옵니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2.26 08:32 신고

    어정쩡해서는 안 될듯 합니다.

  2. 잘보고 가요~^^ 구독합니다^^

  3.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2.26 13:15 신고

    오늘의 정치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 머니투데이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을 지낸 손혜원 의원(무소속이 20일 4·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정당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 계열의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각설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하지 마라. 남들도 다 하는데, 다들 그렇게 하는데, 하지 않으면 나만 바보되는데, 이번 한 번만 눈 딱감고, 한 번만, 이번 한 번만....이런 생각들이 모여, 그런 사람들이 모여 이 사회를, 이 나라를, 이 지구를 이 꼴로 만든 거다. 그러니 하지 마라.

명분도 실익도 없다. 위성정당을 창당한 한국당을 향해 민주당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페이퍼 정당’, ‘유령 정당’, ‘쓰레기 정당’ 이라고 거품물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위성정당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순간, 저 비난이 부메랑이 돼 고스란히 민주당의 뒷통수를 때릴 거다. 정치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위해 하는 거다. 노통이라면 정도를 벗어난 저따위 저질 꼼수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거다.

세상에나, 그 난리를 쳐놓고 위성정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다니. 남들이 사기치니 우리도 사기치자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정치 그 딴식으로 하지 마라.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지 못할 바엔 '아닥'하고 차라리 불출마 선언이나 하시라.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2.22 11:12 신고

    안했으면 합니다.
    국민이 판단할 겁니다

  2.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2.22 13:31 신고

    잘 보고 갑니다 :)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3.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2.24 07:16 신고

    국민이 다 알겠지요?

  4. BlogIcon 순진한소리 2020.03.02 04:49

    이미 지금의 선거법은 똥묻은 실크팬티나 다름없게 됐다.
    이번 선거가 이꼬라지로 된것 자체가 모든 정당의 리스크이다.
    거기에 명분을 운운하는거 자체가 난센스 아닌가? 정의당은 무슨 낯짝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가. 이번 사태에 책임은 없는가? 양심도 없지..
    세월호, 4대강, 자원외교 비리, 최순실..
    입에 담기도 불경스럽지만.. 미통당과 그 무리들이 다시 1당이 됨은 더 끔찍한 지옥문의 신호탄을 의미한다.

    선거는 전쟁이다. 무조건 이겨야 되는 싸움이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되풀이 하지 말자.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이기기 위한 방법은 뭐든지 해야 한다. 그것이 위성정당이라 할지라도

ⓒ 동아일보

5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창당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습니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것입니다.

지난해 연말 선거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위성정당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자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맞불을 놓았습니다.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21대 국회 의석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은 50%, 연동률 적용 캡은 30석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지역구 비율이 높은 민주당과 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찾아낸 해법이 바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입니다. 한국당은 지역구만 공천하고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만 공천하는 방식으로 의석수를 늘리겠다는 발상입니다. 위성정당의 창당을 막을 방법이 없는, 현행 선거제도의 빈틈을 노린 일종의 꼼수인 셈이죠.

한국당의 전략은 정치권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위성정당의 존재 자체가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인 데다가, 유권자를 무시한 채 오로지 의석만 챙기겠다는 정략적 행태에 각계의 비판이 솟구친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당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한국당'의 정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자 위성정당의 이름을 '미래한국당'으로 변경시키며 발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날 한선교 의원을 당 대표로 하는 '한국당의, 한국당에 의한, 한국당을 위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입니다.

창당대회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는 "무너진 나라를 살리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고육지책이고 헌정을 유린한 불법 선거법 개악에 대한 정당한 응전"이라며 "자유한국당과 미래한국당은 한마음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손잡고 달려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위성정당 창당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이 '4+1협의체'에 의해 독단적으로 처리된 만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한 채 범여권 주도로 이뤄진 선거법 개정안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당의 주장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 드러납니다.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최다 득표를 받은 사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이 발생해 민의를 왜곡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결부돼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을 싹쓸이하는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정치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정당의 정책 발전을 가로막고, 신생정당의 원내진출을 봉쇄해 정치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과열·혼탁 선거를 유발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같은 맹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거론돼온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 받기 때문에 득표율과 의석수의 비례성이 높아져 실제 표심이 국회 의석에 반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역주의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고, 양당정치의 폐해 극복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치개혁을 위한마중물로서 정치권 안팎에서 오랫동안 연구돼온 방안입니다. 이같은 명분을 의식해서인지 한국당도 처음부터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2018년 지방선거 참패 직후에는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가 직접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 기존의 입장에 함몰되고 매몰되지 않겠다"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지방선거 직후 21대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선거제도 개편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 것이죠.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한국당은 선거제도 논의에서 사실상 발을 뺐습니다. 선거법 개정을 위해 가동된 정개특위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한국당은 원구성 과정부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끝까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이후의 과정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차일피일 시간만 끌면서 선거법 개정 논의 자체를 무력화시켰습니다. 당론조차 내지 않고 있다가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자체안을 내놓았습니다. 그것도 이전의 모든 논의를 백지장으로 만드는 비례대표 폐지안이었습니다.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소선거구제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지역주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고 있는 한국당으로서는 소수정당에게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굳이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거대 정당의 과다 대표 문제를 개선하고 소선거구제의 부작용과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노력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에 올려지게 됩니다. 한국당은 '불법 프레임' 전략으로 맞섰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은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주도로 2012년 도입된 국회법 절차입니다. 특정 정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무기한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합법적 수단인 것이죠.

그러나 한국당은 막무가내였습니다. 과거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법안을 부정하면서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를 일으키더니,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 선거법 개정안 처리마저 불법이라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2018년 12월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내 말을 바꿨습니다. 얼마 뒤에는 선거제 논의를 완전히 뒤짚는 비례대표 폐지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위한 위성정당까지 만들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공당의 입장이 고무줄처럼 이리저리 춤을 춥니다. 이는 한국당이 시대적 과제인 정치개혁보다 눈 앞의 이익, 다시 말해 의석수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시사해 줍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선거제도 개편 과정에서 나타난 한국당의 어깃장과 몽니, 그리고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이 기막힌 촌극을 이해할 방법이 없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한국당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일단 여론은 위성정당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해 12월 27일 CBS의 의뢰로 비례정당 창당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전국 성인 504명 대상)에 따르면, '반대한다'는 응답이 61.6%('찬성한다' 25.5%)로 조사됐습니다.

지난달 1일 발표된 MBC 신년 여론조사(코리아리서치인터네셔널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전국 성인 1007명 대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의석만 얻으려는 편법'이라는 응답(59.6%)이 '불가피한 선택'(28.5%)이라는 의견보다 2배 이상 많았습니다. 한국당 비례위성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총선에서 그 정당에 투표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투표하지 않겠다'(61.8%)라는 응답이 '투표하겠다'(31.8%)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미래한국당 창당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으니 논란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듯 보입니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한국당의 묘수가 될까요, 아니면 악수가 될까요? 그 결과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2.06 07:48 신고

    개도 웃을 일입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2.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2.06 11:55 신고

    아직도 이런것이 통할까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를 가진 xx들 입니다.

ⓒ 중앙일보

 

"이 법이 통과되면 저희는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임을 알려드린다."

지난해 12월 23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를 위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해지자, 찾아낸 묘수(?)였습니다.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의석은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나뉘어집니다.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은 50%이며, 연동률 적용 캡은 30석으로 제한됩니다. 전체 비례대표 의석 중 나머지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병립해서 배분됩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과 의석수의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정당득표율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의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죠. 그런데 이렇게 되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 등 상대적으로 지역구 의석이 많은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거의 얻지 못하게 됩니다.

어떤 정당이 21대 총선에서 20%의 정당득표율로 60석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럴 경우 이 정당은 300석의 20%인 60석을 이미 확보했기 때문에 연동형 캡을 통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보전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득표율에 따라 병립형(17석)에서 3~4석 정도의 추가 의석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도 정당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의석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챙기고, 비례대표는 비례 위성정당을 통해 확보하는 셈이니,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죠.

한국당이 추진 중인 비례 위성정당의 명칭이 '미래한국당'으로 결정됐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비례OO당' 사용 불허 결정으로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당명을 바꾼 것입니다.

비례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는 17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위헌적이고 편향적인 선관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례자유한국당 창준위는 대한민국의 건전한 공당과 준법기관을 지향함에 따라 '미래한국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 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선관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비례OO당'의 정당 명칭 사용에 대해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비례OO당'이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정당법 41조 3항에 위반)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심재철 원내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름이야 무궁무진하다. 이름은 신경 안 쓴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어떻게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석수를 늘려보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한국당의 뜻대로 국면이 전개될지는 의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비례 위성정당이 한국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한다 해도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내용입니다.

그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법 88조(타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금지)는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ㆍ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선거구가 같거나 일부 겹치는 다른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만일 어떤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낼 경우,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물론 지역구 후보와 선거운동원 관계자는 다른 정당 비례대표 후보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거리 연설이나 TV토론 등에도 해당됩니다.

선관위의 답변은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위해 선거운동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내세운 의미가 무색해질 수 있습니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도 비례 위성정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12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실제 선거 환경을 생각하면, 한국당과 비례 위성정당 "모두 '폭망'하기 쉽다"고 꼬집은 것이죠.

하 변호사 역시 공직선거법 제88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지역구 후보자, 선거운동원들이 ‘정당투표는 비례한국당에게 투표하라’고 얘기하면 전부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도 하 변호사는 '당 지도부가 비례용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기호 문제로 유권자 혼란이 초래된다', '정치자금 조달 및 사용이 어렵다' 등의 이유를 들어 비례 위성정당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례 위성정당의 불확실성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비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한 여론이 매우 안 좋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은 5.1%) 결과에 따르면, 비례정당 창당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6%(찬성 25.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렇잖아도 비례 위성정당이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왜곡시키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관위의 유권 해석과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 등 현실적 문제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여기에 여론마저 아주 싸늘합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밀어붙일 기세입니다. 그러나 장미빛 환상에 젖어있기에는 감수해야 할 위험요소가 한 둘이 아닙니다. 이쯤되면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까딱 잘못했다간 제 발등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한국당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1.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18 20:43 신고

    앞으로의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네요..
    불토 보내세용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1.19 07:27 신고

    강행한다면 제 꾀에 제가 넘어 갈것입니다.
    비리한국당..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1.20 05:40 신고

    꿈이 야무집니다. 태생적 한계를 두고 이름만 바꾸면 뭐가 달라지는데....
    자유한국당은 해체가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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