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그날 안랩과 써니전자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안철수 테마주'로 알려진 안랩과 써니전자의 주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정계복귀 소식이 알려진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습니다. 관련주들은 안 대표가 귀국한 다음날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안 대표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보수통합에 명확하게 선을 그은 바로 그 다음날(1월 20일)입니다.

이후 '안철수 테마주'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안랩은 안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한 직후인 지난 1월 3일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전조증상'이었을까요. 1년 6개월의 칩거를 끝내고 정치 일선에 복귀한 안 대표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습니다.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귀국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중도실용주의 정당에 대한 포부를 드러내며 국민의당을 창당했지만 눈 앞에는 잔뜩 먹구름이 드리워진 모양새입니다.

신당을 창당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시들합니다. 내부로 눈길을 돌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안철수계로 불리던 인사들 중 상당수가 미래통합당에 입당했거나 합류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안 대표와 뜻을 함께 하겠다던 측근들이 하나 둘 그의 곁을 떠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0일 김중로 의원을 시작으로 최측근인 이동섭 의원(21일), 장환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26일), 김철근 창준위 공보단장(27일) 등 이른바 '안철수맨'들이 줄줄이 통합당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김수민, 신용현, 김삼화 의원 역시 조만간 통합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배를 탔던 이들이 안 대표를 떠나는 이유는아무래도 선거와 관련이 깊습니다. 국민의당 간판으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안 전 대표의 이름으로는 총선 승리가 불투명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대표의 '브랜드 가치'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3위를 하면서 안 대표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호감도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하락한 상태입니다.

한국갤럽이 2019년 12월 10~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안 대표가 비호감 정치인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지지율 5% 이상을 기록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안 대표는 69%를 기록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대표(67%)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59%), 이재명 경기도지사(55%), 박원순 서울시장(53%), 심상정 정의당 대표(45%), 이낙연 총리(33%)보다 호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당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 및 통합당과는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2.3%를 기록해 민주당(41.1%)과 통합당(32.7%)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정의당(4.2%)과 바른미래당(3.2%)보다 낮고, 민주평화당(2.1)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랜 외유 끝에 정계에 복귀한 안 대표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임이 분명합니다. 더욱이 귀국 당시 안 대표를 환영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집결한 '안철수계' 인사들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뿔뿔히 흩어지고 있습니다. 새정치 광풍을 일으키며 기성 정치판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과거의 '안철수'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는 것이죠.

안 대표가 28일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는 대신 "비례 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정책 경쟁을 견인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도 이같은 현실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정치를 바꿔달라"고 밝혔습니다.

4·15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는 통합당에 투표하고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해달라는 의미로, 사실상 보수야권 선거연대를 선언한 셈입니다. 총선을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데다, 측근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야권 통합과 연대를 요구하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역구 무공천'을 선언한 안 대표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안 대표는 보수통합과 선거연대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일관되게 거부 입장을 드러내 왔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반문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던 그였습니다.

"(반문연대 주장이 일리는 있지만) 최악이라는 20대 국회가 그대로 다음 국회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싸움만 하는 진영정치가 아니라,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정치로 전환하는 건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자 반드시 가야 할 개혁의 길이라 생각한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회의에서 나온 안 대표의 발언입니다. 총선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보수통합이나 선거연대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연대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그러나 안 대표의 말은 일주일 만에 뒤집어졌습니다.

안 전 대표는 과거에도 기초선거 무공천, 햇볕정책,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사드 배치, 최저임금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는 했습니다.

안 대표의 정치 노선 및 철학 역시 논쟁적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정치에 입문할 당시 진보적 스탠스를 취했던 안 대표는 이후 중도를 표방하더니 보수 색채를 점점 강화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안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던 새정치의 참신함이 갈수록 희석돼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성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해온 안 대표가 되레 '기성정치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상의 야권연대 선언인 '지역구 무공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자 안 대표는 선거연대로 갑자기 방향을 유턴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줄기차게 독자노선을 천명해온 안 대표의 입장과는 근본적으로 충돌합니다. 아무리 국민의당 내부 사정을 고려한다 해도, '정치공학'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더욱이 이번 결정은 안 대표의 군색한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를 역량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통합당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아온 안 대표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해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안 전 대표는 정계은퇴 직전까지 내몰린 적이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이 안 전 대표에게 마지막 등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아 보입니다. 갈림길에서 '지역구 무공천' 승부수를 꺼내든 안 대표, 정치인 '안철수'의 주가는 과연 다시 오를 수 있을까요. 

 

  1. Favicon of https://paindiary2359.tistory.com BlogIcon 환경쟁이🌱 2020.02.29 09:05 신고

    허허..

  2. 왜 저럴까요...;;

  3. Favicon of https://porkart3217.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20.02.29 18:56 신고

    무게감이라고는 애초에도 없는 안대표...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3.01 05:41 신고

    갈수록 실망감만 늘ㅇㅓ가네요.ㅠ.ㅠ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3.02 06:24 신고

    존재감 없어 보입니다..

  6.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3.02 11:46 신고

    이 친구 정치인으로써는 실격자입니다.
    한번 속였으면 됐지 계속 속을 줄 아는 모야ㅐㅇ입니다.

  7. Favicon of https://captainkorea83.tistory.com BlogIcon 그랜드슬램83 2020.03.02 22:36 신고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뭘해도 호감이 가지 않아요 ㅠ
    구독하고 갑니다~^^

ⓒ 조선일보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독일-미국 등지로 정치적 유배(?)를 떠났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1년 6개월 여만에 정치에 복귀한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조만간 귀국해 중도-보수세력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에 나설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양극단의 기득권 정치를 배격한 중도-보수를 기반의 제3지대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야권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반문(반문재인)연대를 고리로 정계복귀를 앞둔 안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14일 한국당 인천시당 신년기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에 대해 "오셔서 자유우파의 대통합에 역할을 해주셨으면 대단히 고맙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도 "안 전 의원도 통합논의로 들어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보수통합 움직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측근의 말을 인용해, 안 전 대표가 "야권 통합은 세력 통합이 아니라 혁신이 우선"이라며 "대한민국을 반으로 쪼개 좌우 진영대결을 펼치자는 통합 논의는 새로운 흐름과 맞지 않고, 절대권력을 가진 집권여당이 파놓은 덫이자 늪으로 빠져드는 길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보수대통합 움직임을 정치공학적 통합으로 규정하고,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는 통합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독자세력화를 통해 정치적 출구를 모색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능성이다. 정치판을 휘몰아치던 '안철수 현상'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진 지금 안 전 대표가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른 2016년 총선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양당정치의 폐해로 인한 정치불신과 혐오 정서에다 '반문정서' 프레임을 적절히 섞어 호남유권자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안 전 대표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다.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기 일쑤였고, 대안없는 양비론과 반정치주의를 앞세워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자주 연출했다. 결국 정치적 철학과 리더십 부재 등 한계를 드러내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고, 이는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진다.

"안철수씨의 발언을 보면서 저는 '참 안 변한다'고 느꼈다.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건 반정치정서다. 과거와 똑같다. 등장할 때도 반정치정서로 현실정치와 정당들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정치에는 공학이 없으면 안 된다. 집을 지으려면 공학 없이는 못 짓는다. 안철수씨가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공학을 부정하지 말아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복귀 일성이 정치공학적 통합 논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 것은 스스로 자기의 보폭을 좁히는 결과다."

복귀를 앞둔 안 전 대표를 향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냉정한 평가다. 그 말 그대로다. 새정치의 동력이 모조리 소진된 이상 안 전 대표가 내세울 마지막 카드는 과거와의 단절일 터다. 효용가치가 떨어진 과거를 떨쳐내고 새로운 컨텐츠와 비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해도 될까 말까다. 안 전 대표는 비호감 정치인 순위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고 대중의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치 역시 현저히 낮게 나오고 있다. 무당층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안 전 대표에 대한 '피로감'을 감안하면 2012년 당시의 광풍을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대중의 정치혐오와 불신 정서에 편승해 반사이득을 보겠다는 기존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결과는 보나마나한 일이다. 뻔한 얘기지만, 변화가 없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다면 안 전 대표의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사실상의 마지막 등판임을 고려하면, 그것은 '정치로부터의 영원한 철수'를 의미한다. 안철수의 마지막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20.01.15 07:18 신고

    비호감인 정치인 1위 공감합니다..ㅋ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20.01.15 07:24 신고

    100%실패할 것입니다. 주권자들을 기만하는 정치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3. Favicon of https://a84888008-1.tistory.com BlogIcon 골드만78 2020.01.15 10:04 신고

    정치 그만하셨으면 하는데 또 등장이군요.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20.01.15 12:06 신고

    신중한 선택.....있기를 바래봅니다.
    실망스럽지 않도록...ㅠ.ㅠ

  5. Favicon of https://porkart3217.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20.01.15 16:40 신고

    정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영부영 놀다가는 곳이 정치판인지....
    정치를 잘 모르는 아줌마가 느끼기에도 우리나라 정치 판 아직 심란합니다.^^

  6. Favicon of https://torihome.tistory.com BlogIcon 토리야뭐하니 2020.01.15 18:29 신고

    그냥 사업가로 남아주었으면......

ㅜⓒ 한겨레

 

#1.

대선 레이스가 한창일 무렵인 지난 2012년 12월 11일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여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야권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무더기로 게시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간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야권과 시민단체, 일반 시민들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을 맹렬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그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개입하는 엄청난 사건에도 불구하고 "혼탁선거를 중단하라"며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양쪽을 모두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범야권이 주장했던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과 박근혜 후보 측이 주장했던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을 그는 동등한 것으로 인식했다.

 #2.

국정원이 자행한 불법대선개입의 천인공노할 실체가 하나씩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던 2013년 여름, 범야권과 시민단체, 일반시민들은 거리에서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명확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대규모의 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여름 내내 이어졌고, 전국 각지에서 교수들과 대학생, 중·고등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법치를 위해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을 때 그는 그 자리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민주당이 촛불집회의 뜨거움을 이어받아 장외투쟁을 선언했을 때에도 그는 "촛불집회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고, 오히려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을 향해 "슬기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훈수까지 두었다.

 #3.

2013년 말 교학사 교과서로 촉발된 역사왜곡 논란이 정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당시 교학사 교과서는 거의 책 한 권을 다시 쓸 정도로 부실한 내용과 오류로 가득 차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으로 각계각층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런데 그는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정파나 좌우 진영 간의 이념전쟁으로 변질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양쪽 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그는 역사적 팩트 자체를 견해와 인식의 문제로 치부하며 양비론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인식대로라면 나치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인 홀로코스트도 양비론의 잣대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의 본질이 이념문제나 역사해석의 문제가 아닌 역사적 팩트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이자 도전이라는 것을 그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치권 안팎에서 안철수의 재등판 시기를 조망하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정치판을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던 안철수의 위상은, 현실 정치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안철수 신드롬의 진원지였던 새정치는 지난 몇 년간의 정치 여정을 통해 신기루와 허상이었던 밝혀졌다.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참패 이후 안철수는 자의반 타의반 독일, 미국 등으로 '정치적 유배'를 떠났고,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계복귀 가능성과 시기, 파급력 등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의 실체는 사실 저 세 장면에서 오롯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철학의 부재와 경험 부족, 사람을 넉넉히 품지 못하는 협량이 오늘의 안철수를 있게 한 배경이다. 

나는 안철수의 정계 복귀 가능성보다 사람들이 그를 여전히 소환하고 있는 현실이 더 놀랍다. 그만큼 현실 정치가 대중의 허기와 목마름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의 시간이 가고 안철수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철수의 시간은 다시 찾아오게 될까. 아마, 힘들 것이다. 안철수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보고 그의 정치 시계가 끝나간다는 글을 쓴 기억이 있는데, 이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철수의 시간은 끝났다.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2.14 04:33 신고

    안철수는 감이 아닙니다.
    자기자신을 알면 남은 인생을 욕먹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12.14 07:42 신고

    저도 처음엔 참 좋게 봤는데 갈수록 아니올씨다 였습니다
    하마터면 또 큰일날뻔 했습니다.
    문국현 이상도 아닌 정치인입니다.

  3. 잘 보고 갑니다 ^^*

다시 기로에 섰다. 벌써 세 번째 맛보는 쓰라린 경험이다. 그동안 몸 담았던 곳에서 늘 승승장구해 왔던 그에게는 좀처럼 익숙지 않은 낯설음이다. 의사로서, IT전문가로서, 교수로서, 그리고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멘토로서 눈부신 업적을 쌓아왔던 그이기에 이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기는 했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대선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것도 자신이 사퇴를 종용했던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쳐진 3등이다. 곳곳에서 조소와 냉소가 터져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정계은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에게 서울시장 출마는 퇴로가 없는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판한 선거가 아닌가. 게다가 상대는 7년 전 그가 통 크게 양보를 했주었던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밀려날 수도 밀려서도 안 되는 진검 승부였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 차기 대선은 고사하고 정치 활동 자체가 위협받는 외나무다리 혈투였다. 지방선거 이후 보수재편을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다. 

그러나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7년 동안의 재임기간을 거쳐 박 후보는 어느덧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해 있었다. 3선 연임에 대한 거부감을 상쇄시킬만한 안정감과 풍부한 시정 경험을 갖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여기에 '문재인 프리미엄'이라는 '어드밴티지'까지 더해졌다. 그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싸움에 뛰어든 셈이었다. 

더욱이 선거는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애시당초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던 김 후보는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하며 국면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었다. 박 후보의 일방적 독주가 이어지고 단일화 가능성마저 사라지면서 세간의 관심은 2위 쟁탈전으로 모아졌다. 누가 2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야권의 보수 재편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 그의 최종 성적표는 3등이었다. 바른미래당 역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를 당했다.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창당한 바른미래당 역시 유권자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은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는 씻을 수 없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궁금하다. 그는 이런 결과를 정말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


ⓒ 오마이뉴스


출마를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엄청난 산고를 겪은 끝에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기에 한 걸음 물러나 재충전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면 휴식이 필요할 법도 했다. 거듭된 선거 출마에 따른 피로감이 그의 정치적 미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노출 빈도가 높을 수록 정치인으로서의 참신함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 바른미래당 창당 이후 일선에서 물러난지 두 달여만의 일이었다. 사정은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를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다. 당의 간판이자 얼굴인 그에게 'SOS'를 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당내 지분을 양분하고 있는 유승민 공동대표의 불출마 의지가 확고한 이상 그 외에는 달리 뾰족한 대안이 없었던 탓이었다. 

일각에서는 그의 등판을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 보는 시각도 있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가장 두렵게 여긴다는 속설이 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선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당내 위상이나 역할,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서둘러 조기 등판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당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이 발칵 뒤집히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하게 22일 뒤 그는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며 당 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22일 동안 그가 어떤 반성과 성찰을 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출마에 우려를 표시했고 심지어 당 내부에서도 만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의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 극심한 내홍이 펼쳐지기도 했다. '선당후사'하겠다며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자 조직이 사분오열되는 '코미디'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당 대표에 오른지 몇 개월 후, 국민의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원내 2당으로 도약하려던 그의 야심찬 계획은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송두리째 흔들리게 됐다. 중도 성향의 정치세력을 규합해 집권을 도모하겠다는 그의 구상 역시 현실의 높은 벽 앞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이유가 뭘까. 중간지대에 머물면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양극단의 정치에 신물난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중도의 함정'에 너무 깊숙이 빠져버린 탓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정치적 성향을 지닌다. 편의상 이를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사안에 따라 우연히 얻게 되는 지위일 뿐 '중도'는 개인의 정치적 스탠스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다. 대중이 정치를 불신한다고 해서, 무당층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이 그들의 중도 지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좋든, 싫든 대중은 정치적 현안에 정치적 의사를 갖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인간이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어놓을 무렵은 대중의 정치 혐오가 극에 달한 시기였다. 정치공학에 함몰된 낡고 구태의연한 정치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하늘을 찔렀다. 정치판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는 대중의 열망은 새정치를 앞세웠던 그에게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정치개혁의 아이콘이자 상징이 됐고, 대한민국 정치를 선도해 나갈 '초인'이 됐다. 

양당제에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했던 대중들은 그를 통해 기성 정치를 변화시킬 동력과 가능성을 찾기를 희망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 삶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염원이 그에게 투사됐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안철수 현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대중의 정치 혐오와 불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중도적 스탠스를 앞세워 양당제의 헛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그의 정치 여정은 시간이 갈수록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 기득권 거대 양당을 거세게 비판하며 새정치의 당위를 역설했지만 실체 없는 말의 향연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구체적인 대안이나 방법론을 제시하는 대신 양비론을 통해 반사이득을 얻으려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기 때문이다. 

리더십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미래당에 이르기까지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그가 몸담는 곳마다 분열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만 해도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공천 갈등에 시달리며 힘을 하나로 규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노원병 지역에서는 안철수계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유승민계인 이준석 지역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김 교수의 불출마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그의 리더십은 이 때문에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겨우 수습되는가 싶었던 분란은 손학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송파을 전략공천 문제로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막판까지 손 위원장의 전략공천을 고집해 당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정체성 논란도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논쟁거리 중의 하나다.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그는 진보·중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는 조금씩 노선을 선회하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수적 스탠스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현상의 거품이 걷히면서 진보·중도 세력의 지지세가 약해지자 타겟을 보수층으로 바꿨다는 지적이다.

유시민 작가는 2017년 대선을 앞둔 4월 2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5년 전에는 청년 멘토예요, 안철수 후보가요. 그래서 젊은층 지지가 되게 높았는데 지금은 고령층 지지예요. 한 정치인이 5년 사이에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회적 기반이 이렇게까지 변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에요. 저는 안철수 후보가 제자리로 갔다고 봐요"라고 꼬집은 바 있다. 원래 보수적 성향이 강했던 그의 노선 변경이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보수 표심을 의식한 그의 우클릭 행보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우유부단한 태도와 계속된 말바꾸기, 중도를 앞세운 모호한 노선과 정체성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색이 뚜렷한 대한민국 유권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도 지향의 전략적 모호성이 결과적으로 양쪽 진영 모두에게 불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낙선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그의 거취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감안한 정계은퇴 가능성에서부터 당분간 정치권 밖에 머물며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 작가는 14일 방송된 <썰전>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퇴로만 남겨놨다"며 그에게 필요한 건 "마음을 비우고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면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볼 것을 주문한 것이다.

거취 문제로 다시 장고에 들어가야 하는 그가 곱씹어야 할 조언일지도 모르겠다. 정치에서 '철수'하든 안 하든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그에게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성찰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무렵 혜성처럼 등장해 대한민국 정치판을 '들었다 놨다' 했던 정치인 '안철수', 그의 선택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또 다시 기로에 서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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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8.06.18 07:10 신고

    기사 내용이 전부 설명해 주었듯이 그는 말뿐이였고, 빈 껍데기였을 뿐이였습니다.
    안철수도 분명히 기회가 있었죠. 정치 행보를 보면 나서야 할 때는 물러서고, 물러나야 할 대는 나서는 등 타이밍 때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게 안철수의 실체라고도 할 수 있죠. 무능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06.18 08:50 신고

    더 이상 추해지기전에 정치에서 발을 떼야 합니다

  3. Favicon of https://jkcorp.tistory.com BlogIcon 세계유랑방랑자 2018.06.18 18:13 신고

    앙돼요 오래오래 남아서 똥볼차시길 ㅋㅋㅋ

  4.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06.18 19:20 신고

    안철수의 한계 입니다.
    그는 능력은 있어도 인ㄱ겨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정계 은퇴가 답입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8.06.19 01:11 신고

    그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정말 진심입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06.19 05:40 신고

    학자로 남아있어야했을 분인 듯...
    안타까워요.ㅠ.ㅠ

  7. 호랑이발바닥 2018.06.26 17:25

    약간의 재치가 필요한때 입니다. 만가지 근심을 덜어낸다는
    뜻으로 당명을 (만파대륙)으로 변경할것을 제안합니다.
    궁금증이 국민최대치에 다다를때 목적한바, 대안정당으로서
    드러나고 대안후보였던 본연의 모습으로 강화될것입니다.

오마이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지 40여일이 지났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농단의 공동정범이라 평가받던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에게조차 밀리며 체면을 구겼던 안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정국 구상에 몰두하던 중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자 전격 복귀했다.

그러나 정치 일선 복귀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기까지 안 대표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대선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데다가, 당안팎으로부터 제보조작 사건의 책임론이 비등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박지원 전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호남 중진의원들의 만류가 속출했다. 주승룡 전 원내대표 등 의원 12명이 출마 반대 성명을 내는가 하면, 당의 원로 겪인 동교동계는 탈당 카드까지 꺼내들기도 했다. 안 대표의 출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는 여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당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결국 출마를 결행했다. 국민의당을 창당시킨 창업주로서 침몰하고 있는 당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 대표의 절박한 심경은 당시 출사표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8월3일 안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절망과 체념이 당을 휩싸고 있다"며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당을 살려야 한다는 '선당후사'의 비장한  심정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 대표는 결국 51.1%의 득표율을 얻으며 다시 한번 당대표로 복귀했다. 20대 총선 직후 터진 홍보비 리베이트 파문으로 지난해 6월 대표직을 사퇴한지 1년2개월여 만이다. 대선 패배의 쓰라림과 제보조작 사건의 후폭풍 등 우여곡절 끝에 당권을 거머쥔 안 대표에게는 당을 재건해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이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했다.

당대표 취임 이후 40여일의 시간이 흐른 지금, 국민의당은 과연 달라졌을까.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가고 있는 중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장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서 존재감을 반짝 부각시킨 것을 제외하면, 국민의당의 위상과 지위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한국당과 차별화되는 정책적 비전을 발견하기 힘든 데다, 중요 사안마다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등 기존의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당내 혁신을 위한 시스템의 변화나, 침체돼 있는 당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인재의 영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당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안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할 무렵과 그 이후의 정당 지지율이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 오마이뉴스


안 대표가 당대표가 되기 직전인 8월 4주차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9월4주차 조사에서는 6.6%를 기록했다. 지지율이 한자리수 박스권에 갖힌 모양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바닥의 정점을 찍었던 4%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컨벤션효과도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는 안 대표의 재등판이 국민의당의 지지율 반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호남지역의 민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호남지역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각각 17.4%와 14.0%를 기록했다. 안 대표 취임 이후 오히려 지지율이 더 떨어졌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호남지역이 국민의당의 최대 지지기반이면서 동시에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격전지라는 점을 상기하면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문제는 리베이트 의혹 파문의 여파로 호남지역 민심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이후 두 당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각각 59.4%와, 58.6%를 기록하며 국민의당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짧았다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실망스러운 결과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현실이 녹록한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국민의당의 앞길이 그야말로 구만리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안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새정치'의 참신함이 사라졌다. 2012년 안 대표는 새정치를 앞세워 기성 정치에 혐오와 염증을 느끼고 있던 유권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안 대표의 트레이트 마크는 어느덧 새정치에서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으로 바뀐 모양새다.

구태 정치를 혁신하겠다면서 그와 상충되는 행보를 자주 보여주고 있는 것도 비판의 온상이다. 지역감정에 기댄 낡은 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작 자신은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반문정서'나 'SOC 호남홀대론' 같은 당리당략적 정치공세를 적극 구사하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중도의 함정에 빠진 나머지 주요 국가 정책이나 이슈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이 그 비근한 예일 터다. 국가 중대 현안에 명확하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인의 미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 역시 뼈아프다.

여전히 불분명한 정체성과 노선도 논쟁의 대상이기는 매한가지다. 보수표심을 의식한 안 대표의 노골적인 우클릭 행보가 지난 대선 실패의 주된 요인이었다는 것은 국민의당이 자체 출간한 대선백서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창당할 당시부터 시작된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정체성 논란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단골 화두다.

국민의당의 핵심 기반은 야당성향의 호남을 중심으로 한 중도진보층이다. 그런 점에서 충성도 높은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 대표는 보다 명확한 철학과 노선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당대표 출마를 즈음해 안 대표가 새롭게 밀고 있는 개념인 '극중주의'에서 보듯 국민의당의 정체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안 대표의 때이른 정치 복귀에, 그에게나 국민의당에게나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안 대표의 재등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은 정체성과 노선, 시스템과 조직, 정책과 비전, 대여 관계, 정당 지지율 등 여러가지 면에서 기존의 모습과 별다른 차이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안 대표에게 고도의 정치력과 리더십이 요구되는 이유일 테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달라지지 않으면 바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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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0.06 04:15 신고

    정치계에 나오지 말았으면 좋았을 인물입니다.
    척학이 없는 정치인은 민폐를 끼칠뿐입니다. 정치계에에서 퇴출되어야 할 인물입니다.

  2.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10.06 08:20 신고

    참 쉽지 않은 정치인 듯 보입니다.ㅠ.ㅠ

  3.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0.06 08:43 신고

    이제 지방성거를 준비해야 할텐데 갑갑할것입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4.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10.06 09:50 신고

    안철수가 변하지 않고 오히려 퇴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이때 과연 국민의당은 존재할까요?

ⓒ 오마이뉴스


지난달 27일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안철수 대표는 대표수락연설을 통해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안 대표의 비판 수위가 점점 더 격해지고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그 책임 공방을 놓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가 하면, SOC 예산 삭감을 지역차별이라 규정하고 호남홀대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11일 헌정사상 최초로 헌재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정국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결될만한 특별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던 김이수 후보자가 정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수야당과 손잡고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국민의당을 향해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특히 안 대표가 부결 직후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당은 서둘어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임기 1년의 헌법재판소장을 지명해 3·3·3 삼권분립을 침해했다"(김동철 원내대표), "표결 전날 여권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을 철회하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해임하는 성의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해 의원들의 마음이 돌아섰다"(박지원 전 대표)라며 부결의 책임이 문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임기가 1년여밖에 남아있지 않은 헌재소장을 부득불 지명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1월 박한철 전 소장의 퇴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헌재소장 공석 사태와 비정상적인 8인 재판관 체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국가 최고의 사법기관이자 헌법 해석 기관인 헌재가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는 형국이었다. 국민의당의 주장대로라면 헌재소장 없이 현 8인체제로 남은 1년을 이어가야 한다. 이는 헌재의 위상과 역할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주장이다.

헌재소장 인준을 국무위원 인사와 연계시키려 했다는 사실은 더욱 말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구태 중의 구태다. 헌법의 가치와 법률의 체계를 세우는 헌재의 수장을 선출하는 사안을 정치적 '딜'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국민의당이 이번 임명동의안 처리를 당리당략의 기회로 삼았다는 방증이나 마찬가지다.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문재인 정부를 흔들어서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려 한 정략적 발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는 오히려 정부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사과하라는 주장까지 했다. 앞서 청와대가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해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헌정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사례가 될 것이다"라며 야당을 강하게 비판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회 의결을 두고 청와대가 입에 담기 힘든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 국회의 헌법적 권위를 흔드는 공격은 삼권분립과 민주적 헌정질서를 흔드는 일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표결 이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금도를 넘었다. 청와대의 도를 넘는 공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라."

뺨 때려놓고 뺨 맞은 사람더러 사과하라는 겪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는 그동안 수개월 째 미뤄지고 있던 참이었다. 보수야당과 국민의당이 번번히 반대하며 본회의 상정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역시 야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이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국민의당의 책임을 빼놓을 수는 없을 터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헌재소장 인준을 장관과 처장의 인사와 연계시켰다는 건 공당으로서 할 짓이 도저히 아니다. 이같은 구태가 '새 정치'일 수는 없다.


ⓒ 오마이뉴스


그런가 하면 안 대표는 얼마 전 정부가 확정한 '2018년 예산안' 역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복지예산을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전 정부에서 과도하게 집행된 SOC 예산을 줄이는 대신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확대, 소방관·경찰관·사회복지 공무원 등 일자리 확충에 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안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삭감된 SOC 예산을 '호남홀대론'과 연계시켜 정치쟁점화시키고 있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호남지역 지자체가 건의한 2018년 SOC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도 영남지역은 신청하지도 않은 예산을 배정하는 등 지역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새만금 공항, 광주순환 고속도로 등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책정되지 않았다는 거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밝힌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호남지역의 주요 SOC 사업 예산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액면으로 보자면 문재인 정부가 호남지역의 SOC 예산을 삭감했다는 안 대표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산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내년 예산안 중 SOC 예산 전체가 삭감됐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는 일자리 및 사회복지예산을 확대하는 대신 SOC 예산은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최소화시키고 확보된 재정을 양극화 해소와 고용 창출에 집중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그에 따라 SOC 예산이 2017년보다 20%나 삭감됐다. 이는 영남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2018년 예산안 사업리스트'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했을 때 SOC 예산 감소폭이 큰 쪽은 오히려 영남지역이었다. 예산 삭감폭이 큰 사업들 역시 영남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안 대표는 SOC 예산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과 영남지역의 삭감폭이 크다는 사실은 거두절미 한 채, 이것을 호남지역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안 대표는 SOC 사업의 타당성과 사업진행 과정, 진척 속도, 이월예산 등 여러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3000억을 건의했지만 정부가 예산의 95%를 삭감했다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의 경우가 그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현재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심지어 노선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도 끝나지 않은 사업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요구했다는 이유로 3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다.

이와 관련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년 예산 중 554억 정도가 이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에 철도시설공사가 50% 매칭을 해 이것을 포함할 경우 이월액은 1100억원이 넘어 내년도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 노선이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서 즉시 설계에 착수할 수 있도록 150억원을 이미 편성했고, 설계가 완료되면 즉시 착공될 수 있도록 60억원을 추가로 배정해놓았기 때문에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전혀 지장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남지역 SOC 예산 차별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안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지난 대선을 즈음해 전세가 완전히 역전된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세를 회복하지 않고는 당과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을 터다. 당장 내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가 분수령이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은 물론이고 안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의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여당을 성토하고, SOC 예산 문제로 호남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강경일변도로 나가고 있는 안 대표의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궁금한 건 안 대표가 과연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느냐는 거다. 안 대표의 정치여정은 '반문'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당 창당대신 민주당과의 합당을 선택한 이후 안 대표는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반문재인'을 외치고 있다. 이 모습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변함이 없다. 마치 '반문재인'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도 된다는 듯이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반문재인'의 기치를 내려놓지 않고 있는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외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맹렬한 기세와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양비론과 기계적 중립을 중도인 것처럼 포장하는 기회주의적 태도, 말 뿐인 새 정치, 제보조작 의혹사건 등에서 드러난 무책임함, 대안 없이 반대만 일삼는 정략적 행태,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스스로에게는 관대한 이중성, 그리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흐름과 동떨어진 행보 등등.

많은 사람들이 안 대표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정치를 하기 전과 이후 안 전 대표에게 확연히 달라진 것이 두가지가 있다는 거다. 그 하나가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목소리다. 어쩌면 여기에 '초심'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정치인 '안철수'의 매력과 광채가 사라지게 된 건 그 무렵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대체 어떤 입장인 것인지, 당췌 그 마음을 가늠하기 힘들던 바로 그 즈음 말이다.

기성정치에 동화된 '안철수'는 매력이 없다. 새 정치의 참신함과 역동성이 사라진 '안철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기성정치에 닳고 닳은 그렇고 그런 정치인들은 시쳇말로 널리고 널렸다. 안 대표는 자신이 왜 정치를 하는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지, 정치를 시작하려던 그 때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안 대표에게 바꾸라고 한 건 정치이지, 얼굴과 목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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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9.14 09:16 신고

    박쥐 집단의 박쥐 우두머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요즘 완전 꼴 뵈기 싫어요

  2.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09.14 12:07 신고

    안철수는 정치인 이전에도 지금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환상을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9.14 12:45 신고

    안철수는 주권자들이 자기 수준인 줄 아는가 봅니다.

ⓒ 오마이뉴스


"우리는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등 문재인 정부의 모든 불합리에 맞서 싸울 것이다. 우리의 길은 철저하게 실력을 갖추고 단호하게 싸우는 선명한 야당의 길임이 분명하다.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겠다. 배타적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겠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주변세력, 상황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무능과도 싸울 것이다. 벌써 독선과 오만에 빠져 있는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국민이 야당에게 준 제1의 과제다. 국민의당은 유능한 야당으로 거듭 나겠다."

27일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의 대표 수락 연설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중도개혁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하고 선명한 야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화제가 됐던 '극중주의'를 견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는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거다.

안철수 대표의 취임 일성을 보며 새삼 느끼는 건 사람의 성향은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안철수 대표는 당안팎의 날선 비판을 무릅쓰고 출마했고, 결국 살아 돌아왔다. 그런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을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극중주의'다. 그런데 개념조차 생소한 '극중주의'는 과거 안철수 대표가 강조해온 '합리적 개혁주의' 노선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 개혁 노선이 훗날 '기계적 양비론'으로 비판받았던 것을 상기하면 '극중주의'를 앞세운 안철수 대표의 정치 행보를 예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강하고 선명한 야당이 되겠다는 결기 역시 정치 입문 이후 나타난 안철수 대표의 성향에 미루어 볼 때 아주 낯익은 '클리셰'다. '강하고 선명하게'라는 수사의 이면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내포돼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터다. 안철수 대표가 기성정치에 대한 대중의 혐오와 반감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새정치'의 동력으로 삼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 창당을 거치며 '반문정서'를 적극적으로 주창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기성정치와의 차별화를 통해 유권자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성정치의 부정적 측면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는 그 자신이 기성정치에 누구보다 빠르게 동화돼 감으로써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폐쇄적 정당구조, 정치공학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던 정책과 노선, 양비론에 기댄 애매모호한 태도는 국민이 기대했던 새정치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특히 당을 존폐위기로 내몰았던 제보조작 사건은 신기루 같던 새정치의 실체와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나 다름이 없었다. 바닥을 기고 있는 정당 지지율은 '안철수식' 새정치에 실망한 국민의 염증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그런데 다시 '안철수'다. 당이 직면한 위기를 헤쳐나갈 적임자라며 스스로를 '셀프' 소환한 안철수를 당원들은 기꺼이 당대표로 선택했다. 당을 살려야 한다며 당의 몰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을 재등장시키는 멋쩍은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 역설적 상황은 국민의당이 처해있는 위기의 본질을 말해준다. 누가 뭐래도 국민의당이 '안당'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피가 수혈되지 않는 조직(組織)은 괴사하기 마련인 법. '안철수'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는 현실은 국민의당의 암울한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을 상쇄시킬 대안으로서 정치인 '안철수'의 매력은, 본인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이는 대다수의 정치 전문가 및 평론가들 역시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정두언 전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지는 해'도 아니고 '지는 달'이다"라며 "출마는 자유지만 돼도 문제고 안 돼도 문제다. 당 대표가 돼도 '안철수당'이 앞으로 큰 역할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칼에 정리한 바 있다. 새정치를 앞세워 기성 정치판을 씹어먹던 과거의 '안철수'가 더이상 아니라는 얘기다.

안철수 대표가 기성정치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새정치의 환상이 깨져버린 현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새정치의 참신함에 환호하던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이제 실망과 염증으로 바뀐 상태다. 특히 지난 대선과정과 제보조작 사건을 거치며 드러난 민심이반의 징후들은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재기가 절대 녹록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답습하겠다는 자기고백을 한 셈이니 그나마 있던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지는 느낌이다.

안철수 대표가 취임 수락 연설문에서 밝힌 내용은, 요컨대 기존에 해왔던 방식 그대로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한 중도지향 노선을 표방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실수에 편승해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거다. 이쯤되면 '중도'를 고집하는 안철수 대표의 집착은 거의 강박 수준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중도란 어떤 사안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취하는 과정에 우연히 얻게 되는 지위다. 그런 면에서 밑도 끝도 없이 중도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건 달리 말하면 '생각이 없다'거나 '비겁하다'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중도는 절대적 가치가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강하고 선명한 야당이 되겠다는 것도 따져볼 일이다. 작금의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당지도부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관련 사실을 무작정 공개한 잘못까지 사라지는 것을 아닐 터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아직까지 이 사건에 대해 누구 하나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경우 제보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씨가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할 것이다. 안철수 대표의 당대표 경선에 출마 소식에 당안팎의 우려와 비판이 잇따랐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제1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보조작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국민의당이 강한 야당이 되겠다고 천명하는 것이 시의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제보조작 사건으로 드러난 낡은 정치의 사슬을 끊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민주당내의 '반문정서'를 끊임 없이 부추기는 전략으로 반사이득을 챙겨온 전례가 있다. 그와 같은 정치공학적 행태가 제보조작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가시질 않았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대표의 인식은 당내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뿐더러 국민의당을 바라보는 심드렁한 국민 정서와도 크게 상충된다. 지금은 낮은 자세로 묵묵히 내실을 다지며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때이지, '강한 야당론'을 앞세워 정부여당에 각을 세울 때가 아니다. 도덕성에 커다란 의문부호가 붙어있는, 고작 지지율 5%의 정당이 지지율 80%의 문재인 정부에 맞설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각과 성찰에서 비롯된다.  이번이 국민의당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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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8.29 09:56 신고

    선명 야당이 아니라 짝퉁 야당이 되 버린것 같아 황당합니다
    홍준표가 아주 좋아하더군요 ㅋㅋ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8.29 18:28 신고

    아까운 사람 하나 버렸네요. 그냥 학자로서 남아 있었으면 도 좋았을 법한...
    이제 갈대까지 가버렸습니다.

  3.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08.29 22:43 신고

    아 안철수를 계속 보아야 하는 것인가요?
    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데요......ㅠ.ㅠ

오마이뉴스


"결코 제가 살고자 함이 아닙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대선에서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성원을 생각하면서 자숙하고 고뇌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백여 일간의 괴로운 성찰의 시간은 물러나 있는 것만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처지가 못됨을 깨우쳐줬습니다. 지금 국민의당이 몹시 어렵습니다. 당 자체가 사라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절망과 체념이 당을 휩싸고 있습니다...(중략)...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저 안철수,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결국'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30일 전후다. 당시 국민의당 원외지역위원장 109명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큰 내상을 입은 안 전 대표가 원외지역위원장들의 출마 권유에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이 정가에 돈 것도 그 즈음이다.

이후 안 전 대표의 행보는 전에 없이 빨라졌다. 박주선 비대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 박지원 전 대표와 천정배 의원 등 당내 중진들과 잇따라 만나 거취를 논의하는가 하면, 초·재선 의원들과 회동해 전대 출마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안 전 대표가 당 관계자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던 것은 자신의 출마를 설득하기 위한 사전작업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마 선언 전 당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설마' 했다. 대선 패배 이후 채 석달이 지나지 않은 시기에, 그것도 대의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뒤흔든 제보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점에 당권에 도전한다는 것이 너무나 성급하고 무모해 보였기 때문이다. 정국을 뒤흔든 제보조작 사건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 불과 3주 전의 일이다. 이 점을 상기하면 안 전 대표의 거취는, 솔직히 그 답이 너무나 뻔했다.

그런나 안 전 대표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제보조작 사건 사과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안 전 대표는 당권 도전을 천명했다. 당안팎의 비판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이유는, 그 스스로 밝힌 것처럼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작금의 국민의당은 침몰하는 배요, 동력이 꺼진 비행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율은  반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대안이 있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이번에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들의 면면도 특별함이 전혀 없다. 시쳇말로 '그 나물의 그 밥'이다.


안 전 대표 역시 이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이다. 당이 주저앉는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을 터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그 "절박함"이 당권 도전의 명분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안 전 대표가 출마 선언을 하자 당장 당 내부의 분열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 등 12명의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출마 회견에 앞서 반대 성명을 발표했고, 동교동계는 집단 탈당의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그동안 꾸준히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해온 당내 인사들 역시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 오마이뉴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안 전 대표의 출마를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느냐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 전 대표의 정치 재개가 당은 물론이고 본인을 더욱 곤궁하게 만드는 악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의 초라한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안 전 대표는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지난 대선 패배와 연이어 터진 제보조작 사건, 그로 인한 당의 몰락을 안 전 대표만의 책임으로 전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작금의 위기를 안 전 대표를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국민의당을 추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제보조작 사건의 경우, 안 전 대표의 책임이막중하다 할 것이다. 제보조작의 핵심인물인 이준서 전 최고의원과 이유미씨가 안 전 대표의 측근들로 분류되던 인사인 데다, 그 자신은 대선 과정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대선후보였기 때문이다. 검찰의 조사 결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전 대표의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터다. 그렇기 때문에 안 전 대표 스스로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이래 저래 말들이 많지만 국민의당은 누가 뭐해도 안철수의 당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박지원·박주선·김동철'의 입보다 '안철수'의 입을 더 주목한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 자성과 성찰, 책임을 강조하던 안 전 대표의 입에서 돌연 '선당후사'라는 오금저리는 정치적 수사가 튀어나왔다. 제보조작 사건을 사과한지 불과 3주 만에 자신의 말을 스스로 뒤집어 버린 것이다. 막스 베버가 강조했던 "책임윤리"를 정치적 신념으로 여긴다는 안 전 대표의 다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절박함을 강조한다 한들 안 전 대표의 행태는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당내 인사들도 이해 못하고 있는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수긍할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는 목소리를 바꿔 화제가 됐다. 부드럽고 자분자분했던 목소리는 어느덧 거칠고 굵은 쇳소리로 바뀌었다. 안 전 대표의 목소리 변신은, 그러나 공감을 별로 받지 못했다. 거부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외려 더 많았다. 아마 몰랐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안 전 대표에게 기대한 것은 귀에 거슬리는 어색한 목소리가 아니라 기존의 정치 문법과 차별화되는 진짜 '새 정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안 전 대표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당권 출마의 변으로 내세운 명분들이 과연 합당한 것이냐고.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자기합리화에 불과한 것은 아니냐고. 당내 인사들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민을 어떻게 납득시킬 생각이냐고. 대한민국에 '안철수 광풍'을 일으킨 '새 정치'의 참신함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이냐고. 목소리는 도대체 왜 바꾼 것이냐고. 거듭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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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8.05 10:04 신고

    글쎄요입니다
    저는 문국현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ㅎㅎ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8.07 13:25 신고

    정치에 맛들이면 이렇게 망가지는가 봅니다.
    아까운 사람 하나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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