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난장판 국회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도입됐던 '국회선진화법'으로도 '동물국회'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과 민낯이 여과없이 드러난 25일, 국회는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소동으로 몸살을 앓았다. 곳곳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의원이 동료 의원에 의해 감금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선거제 개편·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을 상정하려는 여야 4당과 이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맞서면서 국회는 이날 하루종일 소동이 빚어졌다.

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상정을 육탄 방어하기 위해 전날부터 철야농성에 들어간 데 이어, 이날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의결을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사·보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사·보임 신청서 제출을 막기 위해 이날 오전부터 국회 의안과에 집결해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이들의 집단행동은 무위로 돌아갔다. 의안과 상황을 전해들은 당 지도부가 사·보임계를 인편이 아닌 팩스를 통해 제출한 것.

오 의원 사·보임계를 병가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결재하면서 국회 상황은 더 악화됐다. 소식을 접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성사의 열쇠를 쥔 채 의원 사무실 점거에 들어갔다. 여상규·이은재·민경욱 등 한국당 의원 10여 명은 사무실 입구를 소파와 집기 등으로 가로막고 채 의원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제지시켰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사개특위 회의에 채 의원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감금한 것이다. 결국 채 의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의 도움으로 감금 6시간만인 오후 3시 15분께 가까스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난 1986년 이후 자취를 감춘 국회의장 경호권도 33년 만에 발동됐다.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제출을 위해 의안과를 찾은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강력 저지하자 문 의장은 경호권을 발동시켰다. 

국회법 제143조(의장의 경호권)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회기 중 국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 안에서 경호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 의장이 33년 만에 처음으로 경호권을 발동했다는 것은 현 상황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호권 발동에도 법안 제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당이 겹겹이 스크럼을 짜고 육탄 저지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법안을 제출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수차례 의안과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결국 민주당은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이메일'로 제출하는 방안을 택했다. 통상적 방법으로는 법안 제출이 어려워지자 이례적으로 이메일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등의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법안 발의 요건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24일에는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오 의원의 사·보임 허가 불가를 요청하는 한국당과 문 의장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30분 넘게 고성과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은 사퇴하라"(한국당), "차라리 멱살을 잡으라"(문 의장)는 장면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됐다.

 

ⓒ 오마이뉴스


점입가경이다. 패스트트랙 상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실 앞과 의안과를 비롯해 사개특위·정개특위 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회의실까지 점거하고 패스트트랙 상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로 인해 국회는 현재 전쟁터나 다름없이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해머나 전기톱만 등장하지 않았을 뿐 막말과 고성, 몸싸움이 난무했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 모양새다.

국회를 '선진화'시키겠다고 만든 법이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극한의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상생의 정치를 펼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바로 그 법 때문에 국회가 또 다시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야 모두에게 이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물국회'에서 벗어나고자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됐지만 결과는 보시다시피 말짱 도루묵이다.

현재 국회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그동안 지겹도록 목도해왔던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다. 당리당략에 따라 입장이 수시로 바뀌고, 내로남불이 횡행하고, 상대당의 발목잡기에 목을 매는 행태가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원인은 결국 시스템에 있다.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기득권 양당체제를 고착화시키는 제도, 정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제도 때문에 이 사달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적 폐해을 양산해온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승자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는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표가 양산되기 때문에 민의가 왜곡되고, 그로 인해 대의민주주의의 순기능이 저해된다.

어디 이뿐인가. 대립과 반목, 맹목적 불신을 부추기는가 하면 지역주의를 야기시켜 국민을 분열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대다수 정치전문가를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 등이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는 이유다.

심성정 정개특위위원장이 여야 4당이 합의안 선거제 개편안으로 시뮬레이션(20대 총선 개표 결과 기준)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 의석구도는 새누리당(110석)·민주당(107석)·국민의당(59석)·정의당(14석) 순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대로라면 현재 의석보다 12석이 줄어드는 한국당이 16석이 줄어드는 민주당을 제치고  원내 1당으로 등극한다. 반면 국민의당은 21석, 정의당은 8석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민주당이고, 반대로 이득을 가장 많이 보는 쪽은 국민의당이었다.

물론 시뮬레이션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일 뿐, 이를 차기 총선에 그대로 대입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충실히 반영된 선거제도가 도입되면 정치환경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상당부분 상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는 생존을 위한 '정글'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의 룰'이 사라진 정치는 국민을 불행으로 이끌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정치 발전은 물론이고 국민의 삶 또한 개선되기 어렵다. 소선거구제에 노출돼 온 지난 수십년이, '동물국회'가 재연되고 있는 낡은 정치판이 그 방증이다.

바람 잘 날 없는 국회가 패스트트랙 상정을 둘러싸고 또 다시 난장판으로 변했다. 이 볼썽사나운 광경은 우리에게 선거제도가 개혁돼야 하는 이유를 되묻고 있다. 악순환의 사슬을 끊으려면 바꿔야 한다. 바꾸지 않으면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바람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04.26 08:38 신고

    한국당 정말 국개의원들입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4.26 09:03 신고

    저질국회 참으로 눈뜨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자들이 대한민국의 대표라니...자존심 상합니다.

  3.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팡이원 2019.04.26 13:12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세요~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04.28 06:12 신고

    국민의 눈이 무섭지않은가 보ㅏ요..ㅠ.ㅠ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04.28 19:20 신고

    이런 저런 참여 다 했습니다(자한당 해체 청와대 청원까지)
    저 자한당패거리들은 구제불능입니다. 멸절과 모두다 사법처리 받아야 하죠

    나베의 면상이 심히 구립니다~ ㅎㅎ

ⓒ 오마이뉴스

 

꺼져가던 선거제 개편·개혁입법의 불씨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신속 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리는 데 잠정 합의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고, 23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당내 추인을 받기로 했다.

여야 합의안에 따르면, 패스트트랙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공수처 법안의 경우 공수처에 기소권을 제외한 수사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 법원에 재신청 권한을 주기로 했다. 또한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 중 판검사, 경찰 경무관급 이상이 포함될 경우에 한해 기소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선거제도 개편안의 경우 지난달 17일 여야 4당이 합의했던 내용대로 따르기로 했다.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돼있는 현행 의석비율을 각각 225석과 75석으로 조정하는 안이다.

여야 4당은 오는 25일까지 해당 상임위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4당이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관련 법안을 실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제 1야당인 한국당이 결사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

여야 4당의 합의안이 발표되자 한국당은 비상이 걸렸다. 황교안 대표는 23일 예정된 대구 지역 방문 일정을 전면 취소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합의 발표가 나온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회 민주주의가 조종(弔鐘)을 울렸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강력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동안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움직임에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던 한국당이 선거제도·개혁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반대는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을 주도했던 당사자가 바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이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은 국회선진화법 '제82조2'(안건의 신속처리)에 적시돼 있다. 그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 의원의 5분의 3 이상, 또는 국회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여야 합의 없이도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날치기와 몸싸움으로 얼룩진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면, 세부요건 중의 하나인 패스트트랙은 특정 정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식물국회'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 면에서 패스트트랙이 "입법 쿠데타"라는 한국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패스트트랙은 현재의 한국당처럼, 특정 정당이 극단적인 '몽니' 행태를 고집해 법안 처리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한 정상적인 입법 절차이기 때문이다.

 

ⓒ 시사위크


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도입 등의 개혁입법이 무력화되고 있는 것은 한국당의 반대가 결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의 1월 말 처리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데 이어, 다수 시민이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공수처 법안 역시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법안 등의 개혁입법은 시대적 과제이자 시민의 요구다. 선거제 개편은 극단적 대결과 대립의 정치를 부추겨온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이 절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고위공직자의 비위를 보다 철저하게 감시·견제할 수 있는 공수처 역시 여론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후진정치 개혁과 정의·공정사회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거제 개편·개혁입법은 정치권의 이해타산, 더 정확히는 한국당의 결사 반대에 가로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23일로 예정된 바른미래당의 의총 결과에 촉각이 쏠리는 배경일 터다. 소관 상임위 재적 위원의 5분의 3이 동의해야 요건이 충족되는 패스트트랙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 소속된 바른미래당 위원 2명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무산된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합의했다 해도 바른미래당의 동의 없이는 패스트트랙은 성사될 수 없다. 또다시 '보이콧' 카드를 꺼내든 한국당의 어깃장보다 바른미래당의 이탈이 훨씬 더 패스트트랙 처리에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최근 극심한 내홍에 빠져있는 바른미래당은 이미 여러 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관련 논의를 해왔지만 당론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 계열 의원들의 반대가 극심해 23일 의총 역시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바른미래당 의총에서 여야 4당 원내대표의 잠정 합의안이 추인되지 않을 경우 패스트트랙의 동력은 완전히 소진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 처리에 최소 270일, 최장 330일이 소요되는 만큼 내년 4월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재협상을 할 시간이 촉박한 데다, 바른미래당이 분열할 개연성도 점점 농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이 어렵게 불씨를 되살려냈지만 선거제 개편·개혁입법의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당이 결사적으로 가로막는다 해도 패스트트랙은 처리할 수 있지만, 바른미래당이 반대한다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승자독식의 극단적 정치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한 선거제 개편, 고위공직자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개혁법안의 실현 여부가 경각에 달려있다. 패스트트랙의 키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바른미래당 의총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바람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04.23 09:34 신고

    합의한대로 법안 처리가 되길 학수 고대하겠습니다만,,
    갈길이 멀긴 합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4.23 17:30 신고

    자유한국당의 미쳐 날뛰는 꼴이가관입니다.
    본회의 통과까지 첩첩산중입니다.

  3.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4.23 17:44 신고

    바미당도 과반 찬성으로 추인됐다는데...
    어째 모양새는 바미당이 해체되는 길을 걷는 듯 합니다.

  4.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팡이원 2019.04.24 06:56 신고

    비오는 하루지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
    포스팅 잘 보고 가네요~

ⓒ 오마이뉴스

 

침대축구. 앞서고 있는 팀이 경기 후반에 이르러 별다른 신체접촉 없이 그라운드에 누워 시간을 지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침대축구는 지고 있는 팀의 선수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지켜보는 이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볼썽사나운 구태 중의 하나다. 축구의 묘미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현대 스포츠의 흐름과도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침대축구'는 축구에만 국한되는 문제인 걸까. 아닌 것 같다. 이 말은 정치에도 그대로 소급적용된다. 1월과 2월 국회를 통째로 날려버린 여야가 4월에도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3월 임시국회에서 '반짝' 활동한 것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개점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를 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에 손놓고 있으니 이쯤되면 침대축구, 아니 '침대정치'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회동을 갖고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여야는 특히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에 이견을 드러내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주식투자 의혹이 불거진 이 후보자에 대해 임명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장외 투쟁을 나설 것이라며 공세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여야 갈등의 주된 요인으로 보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후보자 논란은 종속변수일 뿐 국회가 겉도는 이유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갖가지 이슈들이 국회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여야는 김태우·신재민 사건, 조해주 중안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 논란, 손혜원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 박영선·김연철 인사청문회 논란 등으로 사사건건 부딪혔고, 그때마다 국회는 돌아가지 못했다.

할 일 안 하는 국회, 주야장천 쌈박질만 하는 국회, 정책 개발보다 정쟁유발에 더 열을 올리는 국회의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회기가 시작될 때마다 의원들은 일 하는 국회, 싸우지 않는 국회,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는 건설적 국회를 열겠다고 다짐했지만 언제나 '공염불'이다. 사정이 이러니 역대 최악의 국회란 불명예 기록이 4년마다 깨지는 웃지못할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국회를 봐야하는 것은 '침대축구'를 보는 것마냥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서 정치불신과 혐오가 확산되고 시민들이 정치와 멀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오마이뉴스


대의민주주의 확장을 위해 시민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할 정치권이 외려 시민의 정치 불신을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국회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늘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개혁·혁신의 최우선 대상이 바로 국회인 셈이다.

그러나 시민의 싸늘한 눈총과 비판에도 국회는 수 십년 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정책 개발이나 대안 제시 없이 상대방의 발목만 잡아도 승리할 수 있는 선거제도, 인물의 자질과 능력보다 어느당 출신이냐가 더 중요시되는 정치 풍토, 유권자의 의사가 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낸 후과다.

현행 거대 기득권 양당 체제로는 망국적인 후진정치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집권당과 제1야당이 물과 기름처럼 부딪힐 수밖에 없는 정치구조에서는 국회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여당은 본능적으로 청와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고, 야당은 정부·여당 흠집내기와 반대를 통해 '수권'의 기회를 엿본다. 야당의 행태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승자독식의 양당체제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등이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기득권을 움켜쥔 거대양당이 벌이는 소모적 정쟁에 '정치'가 실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강한 여야관계를 만들고 생산적인 정치문화를 증진시키 위해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진정한 의미의 '다당제'가 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지난해 12월 올해 1월 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일방적 약속 파기로 시한은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당은 협상에 미온적으로 나오더니 급기야 비례대표제 폐지라는 위헌적 당론으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패스트트랙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여야 4당은 지난달 17일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 데 묶어 패스트랙으로 처리하자는 안에 잠정합의했지만, 한 달이 다되도록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과 내년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패스트트랙 상정은 본회의 상정 270여일 전인 이번 주가 마지노선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여야 4당의 셈법이 제각각인 데다가, 각 당의  내부 사정까지 겹치면서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열쇠를 쥐고있는 바른미래당 내부의 이견과 내홍이 극심해 선거제 개편 시한 내 처리가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정치문화는 국가 경쟁력은 물론 시민 개개인의 삶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정치공방과 소모적 논쟁,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실로 막대하다. 

이같은 망국적 고질병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대개혁하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 해도 토양이 나쁘면 제대로 자라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던 패스트트랙 상정이 무위에 그칠 공산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한 선거제도 개혁의 과정은 '고양이가 제 목에 방울을 달 리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치권을 향한 개혁 요구를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일 터다. 울화통 터지는 '침대정치'가 지속되는 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다.

 

 

▶▶ 바람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9.04.19 11:09 신고

    선거제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현재 국회 해산시켰으면 좋겠습니다..ㅋ

  2.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4.19 16:08 신고

    민주주의의 요체가 다양성이라는 점에서도
    선거제 개혁은 시대적 과제일 것입니다.
    승자독식 구제를 해체하지 않는 한 침대정치는 한국정치의 상징이 될 것이고요.
    답답하긴 한데 이들을 일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보이질 않네요.
    기레기라 비아냥을 받는 언론의 역할을 기대할 수도 없고...
    결국 유권자, 시민의 선택인데...
    전 사실 이것마저도 요즘 회의가 많이 듭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4.19 19:47 신고

    침대축구...ㅎ 저는 축구를 잘 보지 않게 때문에 처음 알았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판이 흡사 침대정치입니다. 쓰레기들의 잔치판 같습니다.

  4. Favicon of https://moldone.tistory.com BlogIcon 팡이원 2019.04.20 06:43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04.21 22:32 신고

    침대정치를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기전에 앞서 화가 들끓어 오릅니다.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에서 있었던 현장의 모습을 다 보았습니다.

    심지어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수구집단에서 "시체팔이"라고 하고 현수막을 들고 있어서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집단성에 매몰되서 그 안에 있는 하나하나의 소수는 끌려가고 있는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침대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무능력하고 띨띨한 정치꾼들에게 온갖 오물을 배설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6. Favicon of https://ptjey.com BlogIcon 비키니짐(VKNY GYM) 2019.04.25 12:06 신고

    잘 보고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등 내야 할 공과금이 한둘이 아니다. 아이들 학원비도 밀려 있고, 각종 보험료에, 아파트 대출 이자도 내야 한다. 쌓여가는 고지서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 가장인 남편이 아무 대책없이 집에서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 두달 가까이 방구석에 쳐박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면 말이다.


ⓒ 오마이뉴스



두달 째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의 모습이 딱 저와 같다면 과도한 표현일까. 그러나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처리해야 할 각종 민생입법, 개혁입법이 그야말로 산더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공기업 지배구조 개혁법, 공정거래법 등의 민생·개혁법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선거제도 개혁, 검찰개혁 등의 정치·사법개혁 법안이다. 그러나 이들 법안들은 자유한국당의 반대 기류 속에 오랜 기간 공회전을 계속해 왔고, 그마저도 1~2월 국회가 문을 굳게 걸어닫으면서 처리가 요원해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1월 중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 길어지자 여야가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구체적 내용이 빠져있는 당시 합의가 손학규·이정미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한 형식적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에 미온적인 한국당이 과연 전향적으로 나오겠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히 팽배했다.

이유가 있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단순다수제인 현행 선거제도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아온 정당이 바로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지역주의와 결합한 소선거구제의 과실을 수십 년째 누려온 터였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성 강화를 위해 권역별 연동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무산된 것도 한국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선거제도를 바꿀 이유가 한국당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궤멸적 참패를 당했을 때가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당이 현행 선거제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목소리가 당내에서 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에 따라 국민의 지지가 국회의석에 정확하게 반영되는 선거제도 도입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제였다. 민주당은 기존의 당론과 대선공약에 배치되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바라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하자 이른바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은 그렇게 허무하게(?) 지나가 버렸다. 이후 정부여당이 정책적 혼선과 잇따른 사건·사고로 휘청이는 사이 야금야금 지지율을 회복한 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던 예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거대 양당의 욕심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의 절호의 기회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진 것이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민주당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공조해 한국당을 압박하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마지막 힘싸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당이 '김태우 특검', '신재민 청문회', '손혜원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국회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정부여당 탓으로 돌리며 국회 등원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 

물론 국회 파행의 책임이 한국당에게만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한편에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당의 노력과 의지 부족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가 놀고 먹는(?) 배경에 한국당의 정치·정략적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회 파행이 정부여당 탓이라는 주장은 보이콧을 마구 남발하고 있는 한국당의 행태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당이 20대 국회에 들어서 감행한 보이콧만 무려 16회에 이른다. 한국당을 가리켜 일각에서 '반대당', '보이콧당'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이정미 대표는 지난 25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20대 국회 들어와서 지금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16번 선언했다"며 "1월 국회는 또 릴레이 단식한다고 그렇게 됐고, 2월 국회에서는 자당의 전당대회가 사실은 실질적인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정미 대표는 이어 ​​​​​​"전당대회 치르느라고 국회 발목 잡아놓고 또 결국은 온갖 특검, 국정조사, 청문회 이런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며 정략적 목적으로 습관적으로 보이콧에 나서고 있는 한국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의 입장을 감안한다 해도, 이 정도면 그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취지일 테다. 공당이라면 적어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해가면서 비판을 하든 각을 세우든 해야 한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세금을 내고 있는 것 아닌가. 


ⓒ 오마이뉴스


"(지금 국회가) 하는 게 하나 있습니까? 사법개혁이 됐습니까? 국가(권력)기관 개혁이 됐습니까? 그러니까 5·18 (망언같은) 이런 일이 생기는 거에요. 그게 괜히 생겼습니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5·18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거에요. ‘이게 국회냐’ 하는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서 국회로 몰려올까 두려워요.”

지난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2월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던 중 문희상 국회의장이 쏟아낸 일성이다. 열 일 해도 모자랄 시국에 정쟁을 일삼으며 세금만 축내고 있으니 국민들 심기가 말이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국회를 향한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폭발 일보 직전이다. 1년 남은 총선 때 두고보자는 서슬 퍼런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야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특히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개혁을 위한, 포기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립과 반목, 불신과 분열, 지역주의를 고착화시키는 현행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정치 발전은 물론이고 국민 삶의 진작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소선거구제의 폐해에 발목 잡혀온 지난 수십년의 역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패스트트랙'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주목할 만하다. 합의 처리가 난망해지자 여야 4당이 고육지책을 내놓은 것으로, 여야 4당이 '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한 한국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뜻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패스트트랙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라는 평가다. 한국당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방법은 결국 하나밖에 없다. 선거제도 개혁에 마음이 없는 한국당을 빼고 선거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12월 27일 회계 투명성을 위한 '유치원 3법'이 한국당의 반대로 가로 막히자 패스트트랙으로 안건을 처리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은 한국당을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측면도 있는 만큼 여야 4당은 최대한 대화의 협상의 자세를 견지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물러서지 말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다. 정치개혁과 발전을 가로막는 현행 선거제도를 혁신할 절호의 기회를 또다시 날려버릴 수는 없다. 



 바람 언덕이 1인 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클릭)

  1. 고로 2019.02.28 12:39

    이명닭그네때 더민당이 국정운영 일절 협조 안하고 국회파행으로만 몰고갔던건 깨끗히 잊는게 촛불정신이죠.. 글쓴님은 촛불정신이 투철하시니 너무 부럽습니다..

ⓒ 오마이뉴스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국회 정개특위와 개헌특위가 가동 중인데 특히 어떤 과제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망설임 없이 '선거제도 개편'이 더 시급하다고 단언했다. 지난 2017년 12월 초 노 원내대표가 <레이더P>와 가진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민심 그대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현행 선거제도가 바뀌어야지 개헌도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개헌을 해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이 국회로 온다고 해도 국회의원이 제대로 선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에서 선거제도를 개혁해서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 일부를 의회로 분산시킨다 해도 현재의 국회 수준을 감안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 원내대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종식시키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제대로 반영시킬 수 있는 합리적 선거제도를 구비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터다. 국회는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언제나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 원내대표가 의정 활동을 하는 내내 역점을 두어 온 것이 바로 '선거제도 개편'이다. 지난 2월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노 원내대표는 "국민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공정한 사회도 가능합니다"라고 힘주어 강조하기도 했다. 

선거제도 개편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저의 제안은 여러 가지이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인 결함을 바로 잡아서 정치를 정상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다 생산적인 정치로 발전시키자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에)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선거제도를 고치자는 것입니다. 굳이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어떤 선거제도이든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합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2005년 7월 28일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대연정 공식 제안 서신'에 나오는 내용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진보와 보수 양쪽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연정을 주장했던 이유는 선거제도 개편이 분열과 대립의 정치구조를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편 의지는 2010년 출간된 자서전 <운명이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고 할 만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그만큼 현행 선거제도가 불합리하고 불정공하다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기득권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특히 지역주의와 결합해 양당체제를 고착화시켜 소수정당의 원내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셈이다. 

특히 소선거구제는 1위 이외의 표들은 모두 사표가 되기 때문에 민의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권자의 표심이 심각하게 왜곡될 뿐만 아니라 대표성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밖에도 선거 과정을 혼탁·과열시켜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하는 등 현행 선거제도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오마이뉴스


그 대안으로써 주목받는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배분해 선거에 드러난 표심을 의회 구성에 그대로 반영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20대 국회 역시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가 꾸려졌지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각 당의 셈법이 제각기 다른 탓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잇따른 비판에도 현행 선거제도가 30년이 넘게 유지돼 온 데에는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컸다.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은 결국 거대 정당이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행 소선거구제의 수혜를 톡톡히 누려온 한국당으로서는 선거제도를 손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있을 때마다 그들은 한사코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국당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건 지방선거 이후다. 선거에서 굴욕적으로 참패하면서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소선거구제의 무시무시함을 체감한 한국당은 차기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를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자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최상의 여건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적인 데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당론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선거제도 개편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이 야3당과 함께 한국당을 압박한다면 정치권의 오래된 숙원이 마침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배경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광역·기초단체장, 의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한 민주당은 이후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야3당이 목소리를 높이고 독려를 하고, 천막 농성까지 해가며 압박을 해봐도 무용이다. 

의원 정수 확대 문제나 선거제도 개편의 내용과 방법 등과 관련해 국민 여론과 각 당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의 속내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손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일 터다. 더욱이 차기 총선을 염두하면 소선거구제는 포기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이다. 과거 한국당이 그래왔던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러나 어느 구름에 비 올지 모르는 게 정치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논란으로 경제와 민생 문제가 부각되고,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청와대 기강 해이 등 각종 논란이 잇따르면서 꺾일 줄 모르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민주당 역시 '더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한국당은 손바람을 내고 있다. 지지율이 오르면서 지방선거 이후 반짝 내비쳤던 전향적인 태도 역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번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탓일 게다. 

앞일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호시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야말로 공정한 정치를 만드는 시작"이라던 노 원내대표와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던 노 전 대통령의 꿈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머뭇거리는 사이에. 


♡♡ 바람 언덕이 1인 미디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 (클릭)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12.07 10:45 신고

    요즘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한참이던데 민주당 ㅡ한국당 하는꼴들이
    가관이더군요..

  2.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8.12.07 16:06 신고

    이제 민주당을 접을까 합니다. 그동안 그나마 차선으로 찍긴 했는데 앞으로는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진보정당에 올인하려고요.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12.07 18:30 신고

    오늘 뉴스를 보니 국회의원 연봉(저들은 세비라고 하더군요) 이 올해 1억4000만원 수준에서 내년 1억6000만원 수준으로 올린다는 군요.
    인상률은 14.3%가량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보다 높은 수치랍니다. 이 따위 짓을 하는 국회의원을 또 뽑이주는 주권자들이 더 문제입니다.

  4. Favicon of https://tenping11.tistory.com BlogIcon 팬과함께허슬두 2018.12.07 23:40 신고

    좌파에 실망하고 우파는 싫고 요즘 좌파들 하는짓거리가 정말 가관이더군요 그냥 대한민국이 노답입니다

  5. Favicon of https://neotrois.tistory.com BlogIcon NeoTrois 2018.12.07 23:58 신고

    구조적 결함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요즘입니다.

    생각있는 정치인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12.08 06:39 신고

    그 분들의 주검이...헛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ㅜ.ㅜ

  7.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8.12.09 21:48 신고

    이럴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도
    정치인들의 당리당락에 의한 결정들은 너무나 치명적입니다.

    개인의 사유와 일상으로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에는
    지금의 정치인들이 너무나 무능하고 도둑들입니다.
    다시금 Revolution(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 Favicon of https://stbnjsd.tistory.com BlogIcon 북두협객 2018.12.10 10:10 신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통령 다운 대통령이셨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