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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장제원, 송언석? 나경원, 권성동도 이해충돌 규정 위반했다

ⓒ 오마이뉴스


목포 문화재거리 투기 논란에 휩싸인 무소속 손혜원 의원에 이어 장제원·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회 의정활동을 통한 사익추구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이 정치권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손 의원의 경우와는 본질이 다르다며 의혹 차단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역공에 나섰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지난 2015년 '김영란법' 제정 당시 여야는 격론 끝에 이해출동 방지 조항이 삭제된 반쪽자리 부패방지법을 통과시켰다. 법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에서였지만 관련 조항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사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졸속 처리라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구체적인 법안이 마련되었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 재판 청탁, 부동산 투기, 각종 특혜 논란 등 정치인의 권력남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해충돌과 관련해 현재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소모적 논쟁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장 의원은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역량강화대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량강화대학은 정원 감축 등 대학이 자활 방안을 강구할 경우에만 정부 지원금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이다. 

문제는 장제원 의원의 친형이 총장으로 있는 동서대가 역량강화대학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장 의원 역시 사적 이해 관계 때문에 직무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는, 이해 충돌 방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예결위원으로 활동했던 송 의원 역시 이해충돌 의혹에 휩싸였다. 송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역을 '제2의 대전역'으로 만들겠다며 남부내륙철도 사업 추진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온 터였다. 문제는 송 의원이 김천역 앞에 가족 공동 명의의 4층짜리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확정될 경우 송 의원이 재산상 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이해충돌 금지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손 의원 투기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두 의원의 이해충돌에 대해 엄중하게 진상을 조사하며 그 결과에 따라 공당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필요하다면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와 그 기준을 마련하는 데 여야가 함께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수조사는 물론 차제에 '김영란법' 입법 당시 빠졌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자고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해충돌 논란의 불똥이 옮겨 붙자 한국당은 선긋기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손 의원의 일은 범죄이고, 한국당 의원들의 이런 부분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해충돌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손혜원 의원 의혹은) 단순 이해충돌이 아니라 권력 남용이고 범죄"라며 "더 이상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제기된 의혹은 손 의원의 경우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방어막을 친 것이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한국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손 의원 투기 의혹과 이해충돌 문제로 대대적인 대여 공세에 나섰던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유사한 논란에 휩싸이자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송 의원뿐만 아니라 과거 나 원내대표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활동과 권성동 의원의 법제사법위원장 활동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전반기 교문위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사학 집안 출신인 나 원내대표가 사학 개혁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교문위에서 활동한 것부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참여연대와 사학개혁 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2016년 6월 17일 "나 의원은 나채성 흥신학원 이사장의 딸이며, 본인도 직접 10년 넘게 흥신학원 이사로 재직한 바 있는 사학 족벌 출신"이라며 "(나 의원의 교문위 배정은)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20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장을 지낸 권 의원 역시 이해충돌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강원랜드 채용 청탁' 의혹을 받고 있던 권 의원이 당시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던 것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권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한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민주당이 의원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한국당의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해충돌과 관련해 한국당이 도덕적 우위를 내세울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한 듯 보인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국회의원 직무 관련 이해충돌은 손 의원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시쳇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국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런 면에서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으로 낙마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사례는 그 좋은 본보기가 될 터다. 누구보다 청렴하고 개혁적인 인물로 알려진 김 전 원장은 피감기관 지원에 의한 해외출장 의혹이 불거지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 한국당은 김 전 원장 의혹 추궁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의 상징과도 같던 김 전 원장은 전방위적인 야당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한 채 취임한 지 보름만에 자진 사퇴했다. 

황당한 일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김 전 원장이 물러난 이후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 요구가 빗발친 것이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선관위의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 청원' 글은 이틀 만에 20만명이 넘는 폭풍 공감을 얻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전 원장에게 적용된 도덕적 기준을 의원 전체로 확대해 철처하게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김 전 원장의 자격 논란이 일자 당시 청와대는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 사례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은 모두 167차례(민주당 65차례, 한국당 94차례)에 걸쳐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당시 김의겸 대변인은 "수천 곳에 이르는 피감기관 가운데 고작 16곳만 살펴봤다"며 조사를 기관 전체로 확대할 경우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당은 전수조사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전수조사 요구가 "입법부에 대한 모독"이자 "불법사찰", "삼권분립 부정"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JTBC '여야 원내대표 긴급토론회'에 출연해 "청와대가 나서서 국회의원 해외출장을 사찰하는 것은 삼권분립이 있는 대의민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전수조사 거부는 외려 역풍을 맞았다. 김 전 원장의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에 총공세를 펼치던 한국당이 막상 전수조사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히자 그를 비판하는 여론이 강하게 분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도둑놈이니까 사찰이라고 겁먹는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회피하는 한국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손 의원 의혹 역시 김 전 원장의 경우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모양새다. 애초 투기 의혹에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손 의원의 적극적인 반박과 해명, 지역민들의 옹호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쪽으로 전선이 옮겨가던 터였다. 한국당 역시 최근 이해충돌을 앞세워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던 참이었다.

그러나 장·송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의 과거 상임위 활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면이 다시 요동칠 태세다.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한국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손 의원 투기 의혹에 맹공세를 펼치던 한국당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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