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위기의 세 남자, 이들의 운명을 어이할꼬!

박근혜 정부 제2기 내각구성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2일 끝이 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새 내각 구성을 통해 공직사회 혁신과 관피아 척결 등 국가 개조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역시나 공치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 내각 구성을 위해 내세운 후보자들은 혁신과 개혁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김명수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그 간극이 멀어도 너무 멀어 보였다. 혁신과 개혁은 반칙과 편법, 불법과 부정 비리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야당과 시민사회, 보편적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저 세 사람에게 화학적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지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혁신과 개혁과는 수십억 광년은 떨어져 있는 듯한 삶을 살아온 자들을 통해 국가 개조를 이끌어 내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 대부분의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저 세 사람 중 한 명만 버릴 것인지, 두 명을 버릴 것인지(이 얼마나 비루한 일인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한 명은 김명수 후보자이고 두 번째는 정성근 후보자를 지칭한다. 나머지 한 명인 정종섭 후보자는 언론의 레이더망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치열한 사투를 막 끝낸 위기의 세 남자들, 이들은 과연 청와대로 무사히 입성할 수 있을까. 


같은 편인 여당은 물론이고 사실상 청와대에서도 포기한 한 명인 김명수 후보자는 스스로도 "내 인생은 끝났다"며 자포자기하면서도 이 모든 것이 언론의 왜곡과 청문회 때문이라며 여전히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명수 후보자는 여권으로 부터 '제2의 윤진숙이라는 평'과 함께 오히려 그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명수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제1기 내각 최대의 미스터리 윤진숙 장관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그 정도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 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논문표절과 논문대필,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역사인식 논란은 물론이고 청문회 내내 말귀를 못알아 먹는다는 지적과 함께 자질, 업무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에서 낙제를 받은 김명수 후보자의 낙마는 기정사실이다. 


최근 두번째 낙마 후보군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정성근 후보자는 과거 음주운전 논란, 자녀와 부인의 미국 영주권 취득 의혹, 야당 의원들에 대한 SNS 막말 파문 등과 함께 일원동 아파트 양도세 탈루와 파주 당원협의회 사무실인 '희망연구소'의 공천대가 무상임대에 대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위증을 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고위공직자는 모든 면에서 국민들에게 모범과 솔선을 보여야 하는 자리다. 그런면에서 정성근 후보자의 청문회 위증은 여당에서도 우려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다. 과거 부도덕성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이명박 전 대통령조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전격적으로 지명을 철회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청문회에서 두번씩이나 거짓말을 한 정성근 후보자를 지명한다면 그녀 스스로 '나는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부도덕한 사람이오'라고 자인하는 꼴이 된다. 더구나 정성근 후보자는 대범하게도 청문회 정회 도중 폭탄주 회식까지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 정회 중에 폭탄주를 서슴없이 들이키는 이 사내의 망가진 브레이크가 장관이 된다고 해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리 만무하다. 당연히 그에 대한 지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세번째인 정종섭 후보자는 적어도 언론의 주목도로만 놓고 본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모두가 알다시피 정종섭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사람은 역시 운발이 있어야 한다. 의혹 백화점 수준인 부적격자도 운발에 따라 얼마든지 고위공직에 임명될 수 있다는 것이 정종섭 후보자에게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자기 표절, 세금 탈루, 군 복무 특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위반, 서울대 겸직 허가관련 규정 위반' 등의 심각한 결격 사유에도 불구하고 임명되는(보다 정확한 표현으로 될 것이 확실한) 이 기이함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는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첫번째와 두번째 인사에게 감사주라도 한 턱 내야 할 것이다. 특히 술꽤나 좋아하는 두번째 사내에게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거나하게 대접해야 한다. 마치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듯한 이 사내의 맹렬한 분투가 아니었으면 그 자리는 마땅히 정종섭 후보자의 자리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종섭 후보자가 청와대에 입성하게 되면 이는 온전히 두번째 사내의 공이다. 


결과적으로 안전행정부는 강병규 현 장관에 이어 정종섭 후보자도 위장전입의 범죄를 저지르며 2연타석 홈런을 쳤다. 혹시 대한민국의 안전행정부 장관을 꿈꾸는 자들이 있다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전에 한번 언급했듯이 위장전입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위장전입 총리에, 위장전입 주무장관까지 임명된 마당에 이는 공직 임용의 기준으로서도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다. 이제 국회는 위장전입이 더 이상 범죄가 아님을 공포하는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할 지도 모른다. 





한 때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가 대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혹독하리만치 엄격했던 공직인선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있던 박근혜 대통령의 변신의 이유를 단지 생물학적인 것에서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의 변신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타 등등'의 근거를 들이댄다 하더라도 결국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보다 이를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표현은 없다. 


애초 인사청문회법을 주도한 것도 한나라당이요, 청문회의 대상을 확대하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한 것도 박근혜 현 대통령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주도한 청문회법에 의해 참여정부 시절에는 수차례의 공직자가 낙마해야만 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그 시절에 보여주었던 과거의 잣대를 박근혜 정부 내각 제1기와 제2기에 동일하게 적용시킨다면 국무회의장의 의자는 대부분 공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그 시절 당연히 위장전입 총리, 위장전입 장관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세금 탈루, 청탁 등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였다. 그러나 현재는 어쩔 수 없는 당시의 관행이며 신상털기의 결과 때문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는 이와 같은 위선과 기만이 정치권에서, 그것도 솔선수범의 본을 보여야 할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비극이다. 


필자는 오늘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들 세 사람에게 찾아온 위기를 글에 담았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이들은 혁신과 개혁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어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들도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자들이 머리를 맛대고 국가개조니, 혁신이니, 개혁이니 떠들어 대며 국정을 운영해 나간다고 하니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역사에는 절대로 예외조항이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사로이 벼슬을 탐하고 사리를 취하는 자들이 활개치는 나라는 언제나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은 언급한 세 사람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위기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위기, 그 중심에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