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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불량 국정교과서 보급하겠다는 한심한 교육부

ⓒ 오마이뉴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16년 1월13일 취임 이후 국정 역사교과서에  유난히 공을 들였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철저한 기밀 보안을 유지했고, 자칭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을 선별해 집필에 심혈을 기울였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각계각층의 비판과 우려에 대해서도 이 장관은 "교과서가 공개되면 논란은 사라질 것"이라며 자심감을 토로했다.


지난해 11월28일 우여곡절 끝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됐다. 이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여러 종류의 역사교과서가 있지만 대부분이 편향된 이념에 따라 서술되어 있는 등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개되는 현장검토본이 역사적 쟁점에 대해 균형있게 서술했다고도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가 편향되지 않은 '올바른 교과서'라는 확신에 찬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장관의 확신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무너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 모습을 드러낸 현장검토본에서 오류와 왜곡이 무더기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향한 세간의 우려는 역시나였다. 현장검토본은 친일·독재 미화와 역사왜곡은 물론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틀리게 서술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장검토본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잇따랐고 시대착오적인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 요구가 강력하게 분출됐다. 더욱이 국정교과서에 최순실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자 폐기 요구는 점점 거세져갔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뜻밖에도 국정교과서의 폐기가 아닌 수정적용안을 들고 나오며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오는 2018년도부터 국·검정교과서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올해에는 원하는 학교에 한해서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1000만원의 연구비와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솔깃한 당근까지 제시했다. 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채찍도 함께였다. 

당초 교육부는 기존 검정교과서의 내용 편차와 편향성을 해결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를 추진한다고 밝혔었다. 다시 말해 검정교과서의 다양성과 편향성 문제를 국정교과서로 통일시켜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교육부가 국·검정 교과서 혼용 방안을 제시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바로 다양성의 확보다. 지독한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명색이 국가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주무부처라면 최소한의 일관성 쯤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도 저도 아닌 꼼수를 들고 나온 이 장관의 해명이었다. 그는 국·검정교과서 혼용방침이 "학교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의 갑작스런 국·검정교과서 혼용 방침에 일선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의 갈등과 혼란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 장관은 이런 상황이 초래될 것이란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걸까. 궤변도 저런 궤변이 없다. 



ⓒ 오마이뉴스


지난달 31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공개됐다. 그러나 현장검토본에 이어 최종본에서도 무려 653건이나 되는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역사단체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연대'가 발표한 최종본의 오류는 고등학교 교과서 한 권에서만 발견된 것들이다. 중학교 교과서 두 권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오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부가 이번에 내놓은 최종본은 현장검토본에서 드러난 오류 760여건을 수정한 것이다. 현장검토본의 오류를 교육부가 선별한 전문가들이 모여 지난 한 달 동안 수정한 교과서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탄생한 최종본에서도 역사적 오류가 무더기로 발견됐고, 친일·독재에 대한 미화와 왜곡 여전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게서 '교학사 교과서'가 오버랩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요지부동이다. 역사학계와 교육계,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끝까지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종본에서 발견된 오류는 다시 수정·보완하면 그 뿐이라는 입장이다.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든 말든, 일선 교육 현장의 혼선이 초래되든 말든 상관없이 어떻게든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기만은 막아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오류와 왜곡으로 점철된 국정 역사교과서에 투입된 국가 예산만 44억원에 달한다. 함량 미달의 국정 역사교과서 하나 만들자고 피같은 국민 혈세 수십억원이 투입된 셈이니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또 없다. 게다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혼란, 그로부터 기인한 사회적 비용은 가늠조차 힘들다.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의 오류 653개를 발견해낸 '역사교육연대회의'는 자신들이 '빨간펜' 노릇을 할 수는 없다며 오류 중 일부만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육부가 지금이라도 내년부터 국·검정 혼용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중단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잘못된 내용과 노골적인 왜곡이 가득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물건에 비유하자면 '불량품'이요, 음식으로 치자면 '불량식품'이다. 교육부의 행태는 무수한 결함이 발견된 제품을,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이 가득한 식품을 시중에 유통시키겠다는 것이나 하등 다를 바 없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지금이라도 당장 폐기해야 한다. 작금의 상황은 국민들이 '빨간펜'이 아닌 '회초리'를 들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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