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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보육대란 현실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누리과정( 35세 무상보육) 지원금이 결국 일선 유치원들에 지급되지 않았다. 우려됐던 '보육대란'이 현실화된 것이다. 중앙정부는 시도교육청을 탓하고 있고, 시도교육청은 중앙정부의 무책임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이번 보육대란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보육대란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갈등이 표면화되었던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 뉴시스

 

지난 2014 10월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감 사이에 뜨거운 공방이 펼쳐졌다. 당시 정부는 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3~5살 누리과정에 있는 어린이의 어린이집·유치원 보육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정부정책사업이니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맞섰다정부는 논란을 초래한 당사자로 시도교육감을 지목했고시도교육감은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무상보육 공약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 한다며 정부를 정조준했다

 

2014 10 7일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2015년 누리과정 예산 가운데 25000억 여원을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2년 당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결정으로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했던 보육 예산을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대처하겠다고 발표하자 열악한 지방재정을 감안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시도교육감의 반발이 터져 나오자 이번에는 정부가 시도교육감을 비판하고 나섰다.



ⓒ SBS 뉴스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과 어린이를 볼모로 시도교육감들이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지난 정부였던 2012년 유치원-보육 일원화를 추진하면서 전체 학생수 감소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교육교부금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재원을 부담하기로 이미 지난 정부에서 합의해서 추진해온 사항"이라며 "교육감 협의회의 주장은 똑같은 어린이 교육문제를 두고 유치원은 교육부(교육청), 어린이집은 복지부(지자체)로 나뉘어 영역다툼을 벌이던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시도교육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을 시도교육감들이 뒤집은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전혀 달랐다원래 누리과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기를 1년 남겨놓은 상황에서 추진된 정책이었다. 이 협의과정에서 시도교육감은 논의에 참석하지도 않았고 별도의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애초 시도교육청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있던 누리과정을 박근혜 대통령이 "보육비 부담을 덜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 키우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대선공약으로 확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재정지출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를 슬그머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떠넘겨 버린 것이다시도교육청 입장에서는 만 3~5세 전원에 대한 예산 전부( 6,000억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적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시도교육청과는 어떠한 협의와 논의과정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육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도교육감들이 반발했던 것이다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황당한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당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10 8일 교육부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아교육·보육에 대한 국가 완전 책임 실현을 위해 3~5세 누리과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또 없었다. 정부가 2015년 예산에 누리과정과 돌봄교실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으면서 3~5세 누리과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국가 완전 책임을 실현하겠다면서 보육예산은 지방교육청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발언은 앞뒤 말이 전혀 맞지 않는 자가당착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둘러싼 정부와 시·도교육감의 갈등은 단순히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예산을 둘러싼 공방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과 약속했던 대선공약의 파기 및 축소의 연장선 상에 있는 갈등이자 혼란이다. 문제는 이 갈등과 혼란을 유발하는 주체가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부라는 사실이다



ⓒ 조선닷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기초노인연금,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의 각종 복지공약들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다. 특히 박근혜 후보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증세없는 복지가 가능하겠느냐는 문재인 후보의 질문에 호기롭게 "가능하다"라고 대답했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이 증세없는 복지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절로 흔들때 당당히 "아니요"를 외친 박근혜 후보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며 국민과의 신뢰를 유독 강조해온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처럼 매력적인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선공약을 둘러싼 국민들의 달콤한 기대와 상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불과 하루 만에 대다수의 보수신문들은 잔치가 끝났으니 이제 현실을 돌아봐야 할 때라며 대선공약의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사설을 내보냈다. 새누리당도 감추고 있던 본색을 드러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2013 1  중순 새누리당의 심재철 최고의원은 "예산이 없는데 공약대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약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기초노인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자 새누리당의 정책을 이끌고 있었던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그보다 한술 더 떴다. 그는 "대선때 기초노인연금을 65세 이상 노인 전부에게 지급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까지 내밀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온국민에게  철썩같이 약속했던 사안을 없었던 일로 돌리자는 사람과 아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사람이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고 정책을 만드는 정책위부의장이다. 놀랍게도 새누리당에는 저와 같은 마음으로 정치를 하는 자들이 수두룩하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책임윤리와 책임정치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 중의 하나다

 


ⓒ 스포츠서울


이번 보육료 논란 역시 마찬가지다지난 대선에서 '국가 보육 책임'을 거론하며 무상보육을 대선공약으로 들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었다보육료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이 재원을 감당키 어려워지자 그 책임을 지방교육청으로 슬그머니 전가시키려는 것이 그 핵심이다그런데 정부는 논란의 원인을 자신들이 제공해 놓고 책임은 지방교육청이 져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약속하고 지키지 않는 정치"라는 멋들어진 정의를 내린 당사자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저 말은 가식과 공허함으로 가득한 정치적 수사일 뿐이었다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도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관련되어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0~5살 보육 및 교육은 국가가 완전 책임진다는 보육공약을 내팽개친 것이 보육대란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1일 사회보장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정부는 다양한 사회 보장 정책들을 그동안 추진해왔다"며 "영유아에 대한 보육과 양육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책임전가와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는 사이 학부모들을 커다란 혼란과 불안 속에 빠트리게 만드는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대선공약을 뒤집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도교육청에게 있는 것일까. 보육대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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