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2017년부터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현행 검정교과서에서 국정교과서로 바꾸는 확정고시를 단행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확정해 고시했다. 정부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을 책임기관으로 지정해 집필진 구성과 편찬 기준 등과 관련된 내용을 4일 별도로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 전환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SNS에서는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인 박 대통령과 정부를 성토하는 의견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애초에 권력이 역사문제에 개입하는 본질적 오류를 안고 시작했으니 각계각층의 비판과 비난이 잇따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법령 위반, 불투명한 예산집행, 여론 조작 등 법과 원칙을 벗어난 정부의 행태는 모두 국정교과서라는 구시대적 괴물을 탄생시키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국정교과서가 필요한 이유로 학생들에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해 왔다. 이를 반영하듯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국정교과서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민족적 자긍심을 길러주고, 현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안목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훈과 지혜를 주기 위해서"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정부가 밀어붙인 국정교과서의 키워드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오늘 대한민국이 정말 부끄럽다. 자랑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국에 약 2300여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세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고, 나머지 99.9%가 편향성 논란이 있는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교과서가 모두 편향되어 있다는 얘기다. 교학사 교과서가 총리의 입에서 다시 거론됐다. 대단히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야말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역사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포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를 다시 꺼내든 그의 논리는 여전히 괴상하다. 교학사 교과서가 일선학교에서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그가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일본군 트럭에 끌려가는 위안부의 사진을 두고 '한국의 위안부는 부대가 이용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제의 헌병 경찰이 독립군 의병을 '토벌'하고 독립운동가를 '색출'했다고 기술하기도 했다. 임시정부 승인 획득 운동의 주역이 이승만이라는 잘못된 내용도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영토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오키노토리시마'에 대해서도 '일본의 최남단 섬'이라 표현하며 일본정부의 주장을 교과서에 그대로 실어 주었다. 이런 식으로 교학사 교과서는 수정과정을 거친 횟수만 무려 2261건에 달한다. 거의 책 한권을 다시 쓸 정도의 오류가 발견된 이 교과서를 굳이 채택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되묻고 싶다.    


교학사 교과서가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뉴라이트는 친북척결, 자학사관 반대, 이승만 박정희 시대의 재평가, 과거사 청산 반대 등을 내세워, 과거 참여정부에서 추진된 교육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1년 8월 교육계와 역사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었고, '이승만 독재', '5.16 군사정변',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단어가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사라져 버렸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80% 가량이던 근현대사 비중도 50% 수준으로 낮춰졌다. 그 해 10월에는 국편이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일본 국왕을 '천황'으로 바꾸라고 권고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부분에서는 김구에 대한 설명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1년 확정된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안의 내용 중에는 제주 4.3사건을 삭제하고 정부수립 이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진 것으로 기술하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정통성과 업적을 강조하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 모두 뉴라이트가 추진했던 친일 역사관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 9월 취임해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 9월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던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보수주의 역사학자로 분류되는 그는 뉴라이트가 본격적으로 교과서 개정 작업을 벌이던 이명박 정부 시절 현행 검정 교과서 내용을 심의·수정하는 검정 과정을 총괄 지휘했던 책임자다. 따라서 그의 시각은 정부와 새누리당이 현행교과서를 비판하면서 거론한 내용들의 사실성과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기에 아주 유효하다.

단호하게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그는 "현행 8종 역사 교과서는 모두 중도, 중도 우파 또는 우파 성향으로 교학사 교과서만 우파 성향으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와 새누리당이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집필 지침, 검정 결과 모두 교육부장관이 살펴보고 발표한 것"이라면서 만약 황교안 총리의 말대로 현행 역사교과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은 억지춘양에 불과하며, 만에 하나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책임은 온전히 현 집권세력에게 있다는 뜻이다.

그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김일성과 박정희의 사진 갯수를 비교해 종북교과서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김일성이 남침하려고 소련 방문한 사진, 김정일 사진 속 김일성 초상화가 어떻게 종북이냐" "학생들이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은 왕조체제처럼 운영되는 것으로 인식할 것 아닌가. 책임성을 가져야 할 정당 대표가 확인도 안 하고 대중 연설에서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황교안 총리의 담화문에 대해서도 "담화문은 봤는데 99.9%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마저 보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초기에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보수적 역사학자의 시각이 이렇다면 정부와 새누리당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하고 이율배반적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문제다.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교과서 집필 지침과 내용 수정, 검정 결과 발표까지 모두 관여해 온 마당에, 이제와서 현행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겪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 새누리당에게 이와 같는 문제의식이나 이성, 상식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국정교과서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자가당착과 자기모순은 이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이며 몰상식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비근한 예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를 두고 "대다수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역대급의 언어도단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대다수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니 이것이 말인지 발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정신나간 소리를 이 나라의 교육부장관이 서슴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면서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거의 이런 식이다. 저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다양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면서 역사관과 국가관을 권력이 강제하고 통제하겠다고 말한다. 비이성과 몰상식에 이어 반민주와 반지성, 반헌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전체주의 국가, 혹은 독재국가로 정의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시민들의 개성과 인격이 존중되는 사회,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꿈들이 마음껏 구현될 수 있는 사회,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새로운 영역에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사회,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제공해 주는 사회, 열심히 일하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평범하게 늙어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사회, 정의와 양심이 살아 숨쉬고 보편적 이성과 상식이 바로 서 있는 사회, 법과 원칙이 누구나 예외없이 공평하게 적용되는 사회. 이런 나라라면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이 저절로 생겨나게 마련일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8년 동안 이와는 정반대로 국정을 운영해 왔다. 그런데 사과와 반성은 커녕 오히려 국민들의 역사관과 국가관마저 권력이 제공하는 메뉴얼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민족적 자긍심이 높아지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다. 내 이성과 실천적 경험은 자꾸 아니라고 한다. 5.16을 혁명이라 배워 왔고, 전두환을 정의사회를 구현시킨 대명사로 배워 왔던 내 가슴이 이건 잘못되었다 말하고 있단 말이다.

아닌건 아닌거다. 하늘이 두쪽이 나도 진실이 아닌 것이 진실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의 판단은 정권이, 권력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국민에게 역사관과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주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이고 가치이며 정의다. 내게 사상을 강요하지 마라. 그리고 당신들이 옳다고도 말하지 마라. 누군가에게 사상을 강요하고 스스로 옳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들은 이미 틀린 것이다. 당신들이 민주주의의 ''자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그 행위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오늘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건 교과서 때문이 아니라 바로 당신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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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강지호 2015.11.04 08:24

    아아... 기어히 일이 벌어졌구나. 역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무슨 자기가 원하는 걸 강제적으로 하게 만들다니... 더 실망스럽... 아니지 이젠 더 실망할 것도 없죠. 이걸로 국정화가 되면 역사 왜곡은 더욱 퍼질 것이고 그들 스스로 한 잘못 된 일들을 전부 지우고 미화할 게 뻔하니. 그들이 하는 행동은 사욕밖에 보이지 않는군.
    블로그 주인장. 하나 물어보죠. 사욕의 끝없음을 보셨습니까. 그 사욕이 자기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 한 자가 보이십니까?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4 22:01 신고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
      그게 인간이고, 인간이 지닌 벗어날 수 없는 속성이지요.
      다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할 뿐...
      정도를 지키기 위해...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1.04 08:33 신고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건가요?
    해답은 정권이 바뀌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거대 야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4 22:01 신고

      네 그래서 내년 총선이 아주 중요합니다.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명운을 걸어야 하는데...
      어찌될지..

  3.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1.04 08:35 신고

    부끄러운 역사는 반드시 기록될 것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4. Favicon of http://samkl.tistory.com BlogIcon 글쓰고픈샘 2015.11.05 09:51 신고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요? ㅠㅠㅠ. 국정화되면 어떻게 될지 뻔한데 막을수 있었으면 좋겠다요. 잘 읽고 갑니다

1972 10 17일 박정희 정권은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당시 박정희는 비상계엄령 선포문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균형 관계에 큰 변화가 있어서 한국의 안보에 위험스러운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며 비상계엄이 국가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박정희 정권은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유신헌법을 공포했다.

박정희 정권은 5.16쿠데타처럼 기습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데 이어 그로부터 불과 2개월 만에 유신헌법까지 공포해 버렸다. 그들이 민주주의의 숨통을 끊으며 내세웠던 명분은 국가안보였다. 그러나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기 불과 3개월 전에 '자주, 평화, 민족 단결' 3원칙에 입각한 7.4남북공동성명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박정희 정권이 내세운 명분은 어딘가 앞 뒤 말이 맞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장 통일이라도 될 것처럼 남북화해와 상호협력을 내세웠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이 역사적 선언문이 3개월 만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남북대치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이는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 의문은 그로부터 수십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풀리게 된다.





유신헌법이 공포된지 40년이 흐른 지난 2012 10 17일 주한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비밀전문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외교문서 중의 일부가 세상에 공개됐다. 이 문서에는 1972 10 17일 선포된 비상계엄령과 12 27일 공포된 유신헌법과 관련된 기밀이 담겨 있었다.

1972 10 31일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문건(2)에는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10 12일 박성철 북한 부수상을 만나 "남북대화를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정치시스템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우리정부는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건에는 '남북조절위원회 남쪽 실무대표인 정홍진이 계엄선포 하루 전인 10 16일 북쪽 실무대표인 김덕현을 판문점에서 만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통보했다'고 적혀 있다. 이같은 사실은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과 유신체제에 대해 북한에게 미리 귀뜸을 해주었다는 의미다.





지난 2009년 공개된 동독과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북한 관련 외교문서에도 박정희 정권이 북한에게 비상계엄과 유신체제의 내용을 사전에 통보한 것이 드러난다. 문서에는 이후락이 10 16일 남북조절위원회 북측대표인 김영주에게 "박 대통령은 17일 북한이 주의해서 들어야 할 중요한 선언을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과, 10 18 "헌법수정을 통한 대화의 법적 근거를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결국 박정희 정권은 주적인 북한의 위협과 안보불안을 내세워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공포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관련 사실을 북한과 사전에 공유하면서 남한의 시국상황에 대한 암묵적인 동조를 구했던 셈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것은 박정희의 유신헌법과 김일성의 사회주의 헌법이 같은 해 같은 날인 1972 12 27일 동시에 공포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놀라운 결과는 남과 북의 두 독재자가 이것까지도 사전에 합의했을 것이라는 추론마저 가능하게 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유신헌법이 공포되는 과정에 이루어진 박정희 정권과 북한과의 비밀 접촉은 "유신 없이는 아마도 공산당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정당화했고, "유신은 아버지가 노심초사 끝에 한 결정"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사실관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부부에 보낸 비밀문서와 동유럽 국가들의 북한 관련 비밀문건들이야말로 이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다.





필자가 새삼스럽게 박정희 유신독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꺼내 든 이유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이 마치 박정희의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헌법 공포 과정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정부는 당초 5일로 예정되어 있던 확정고시 발표를 이틀 앞당겨 오늘 오전 11시에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자 국정화 국면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비상계엄령 선포도 그랬다. 어느날 갑자기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됐다. 정부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국민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국정화 강행에만 매달리고 있다. 민의를 무시한 권력의 독단과 독선만 보일 뿐이다. 독재자의 일방적 판단에 의한 강압과 강요만 난무했던 그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이 위선과 기만으로 점철돼 있다는 것도 똑같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인의 비웃음과 조롱을 받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편적 이성은 언제나 권력이 역사문제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단호히 거부하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헌법 역시 보편적 이성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또한 같은 맥락이다.

집권세력의 전략과 전술 또한 대동소이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출구전략은 현행 교과서에 대해 이념과 색깔론을 덧씌우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 김일성과 주체사상 문제를 부각시키고,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있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망언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 역시 박정희 유신독재가 이루어지는 과정과 유사하다. 북한의 안보위협 때문에 유신을 할 수밖에 없다던 박정희 정권은 사실 유신체제의 과정과 내용을 북한에 통보하며 동조를 구하던 사이였다. 말하자면 그 둘은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였던 셈이다.

북한이라는 상수를 두고 벌어지는 이 장면은 우리에게 아주 낯익은 풍경이다. 두 집단 사이의 밀월은 박정희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총풍사건이야말로 이 두 집단 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데에 있어 아주 유효한 표본이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두 집단은 서로의 존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능통하다. 빨갱이, 좌익, 용공분자들이 생겨날 때마다 박정희 정권이 더욱 견고해져 갔던 것처럼, 현 집권세력은 종북주의, 좌파 등의 이념문제를 부각시켜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가고는 했다. 국정화 정국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등장한 것은 어김없이 북한이라는 상수였다.





박정희 유신독재의 과정과 박근혜 정부가 강행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은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아 있다.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생략되고, 국민의 뜻이 철저히 무시되며, 오로지 권력자의 판단만을 '절대선'이라 강요하고 강제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딸의 집권기간 동안에 벌어지고 있는 이 기괴한 풍경은 궁극적으로 이 나라의 퇴보와 퇴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십년 전 박정희는 영구집권의 야욕에 사로잡혀 민주주의의 심장을 도려내는 유신헌법을 선포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15, 그의 딸은 대다수의 역사학자들과 교사,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천명했다. 이는 우리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유신을 선포하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말살시키더니, 그의 딸은 역사를 뜯어 고치겠다 한다. 훗날 역사는 과연 두 부녀를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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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mking2015.tistory.com BlogIcon 뉴론♥ 2015.11.03 06:15 신고

    아버지와 딸이라는 말이 생소하긴 한데 이런 부분은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군요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11.03 07:51 신고

    절차를 무시한 조치는 독재시대나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역사를 거스르는 조치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것입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11.03 08:24 신고

    아버지는 유시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 참 부며간에 나라 말아먹으려고 태어난 모양입니다.
    나라 앞날이 걱정입니다. 오늘 기어코 국정고시한다지요? 구경만 하고 있어서 되겠습니까?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3 08:45 신고

      지 무덤을 지가 파는 겪입니다.
      역사와 민의를 거스르는 권력의 비참한 말로를 외면하고 있겠지만
      역사에 예외란 없습니다. 반드시 후회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4. Favicon of https://bamnwind.tistory.com BlogIcon 죽풍 2015.11.03 09:19 신고

    국정화만 생각하면 속이 뒤집혀 죽을 지경이네요.
    야당은 뭐하는 존재인지 몰라.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11.03 11:04 신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겁니다.
      야당에게도 이 나라에게도...
      국정화까지 못 막으면 새누리당의 장기집권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5.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11.03 12:14 신고

    유신은 결국 무너졌습니다. 박그네는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6.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11.03 14:08 신고

    한국의 극우들은 반공과 종북이라는 두 개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지요.
    오늘은 국치일입니다.

  7. Favicon of http://samkl.tistory.com BlogIcon 글쓰고픈샘 2015.11.03 15:15 신고

    진짜 걱정이이지요. 국정화 막을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 읽고 갑니다

  8. Favicon of https://junpresident.tistory.com BlogIcon 민주청년 2015.11.05 12:19 신고

    ㅠㅠ 국정교과서가 나올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9. Favicon of https://eproo.tistory.com BlogIcon 불루이글 2015.11.08 14:52 신고

    허허...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울 따름 입니다.
    이번에도 국정화에 불을 땡길때 북한 방송은 국정화를 강도높게 비판 하면서 마치 야당과 한목소리를 내므로써 보수들로 하여금 야당과 북한을 한통속으로 몰아 가려고 시도를 했는데 이것도 고위급의 접촉으로 비밀리에 사전 약속을 한것은 아닌가 싶어집니다.
    사실 북한이 자신들마져 택하고 있는 국정화에 대해 비판할 처지도 못되는데 왜 그렇게 공격을 한것인지 의문 스럽네요
    변형된 북풍공작은 아닌지...
    믿을수 없는 정권이니...

정부가 이번 달 있을 '2015 개정 교육과정총론•각론 고시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학계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도종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결성했고역사학계와 시민단체교육계와 일반시민들 역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이후 뉴라이트가 중심이 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역사 왜곡 논란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겹쳐지면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그동안 필자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학계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왔다.

오늘 또 다시 이를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다만 일본제국주의시대와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합리화하고 미화시키기 위해 차용되고 있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을 되짚어 볼 필요는 있다이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자들의 가증스런 위선과 기만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전'의 돌격대장을 자처하고 있는 인물들이다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론을 선도해 왔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것은 그들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주장하면서 들이대는 기준과 잣대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데에 있다한마디로 일관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일관성없는 정부와 정치인이야말로 국가적 혼란과 혼선만 부추기는 사회악이라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저들이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해 과거에 어떤 발언들을 했는지 살펴보자지난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당시 교학사 교과서는 일선 학교에서의 채택률이 1%가 채 되지 않을만큼 부실한 내용과 역사 왜곡으로 가득차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를 하나 만들었는데 1%의 채택도 어려운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느냐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실을 아주 비통하게 보고 있다"며 개탄스러워 했다김무성 의원 역시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을 거쳐 통과된 역사 교과서가 전교조의 테러에 의해 채택되지 않은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불편한 속내를 고스란히 내비쳤다.

당시 
그들이 퇴출 위기에 몰린 교학사 교과서를 비호하며 내세운 논리는 '다양성' '자율성'의 존중이었다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국가에서라면 적어도 '다양성' '자율성'이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교학사 교과서 퇴출에 대한 저들의 확고부동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저들의 확고부동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거의 책 한권을 다시 쓸만큼 함량미달이었던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민주적 가치인 '다양성' '자율성'을 강조했던 저들이 이제는 단 하나의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입으로 두 말하고 있는 이 자들의 황당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저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처럼 언제든 말을 바꾸는데 주저함이 없다마치 '모순'의 고사를 연상시키는 저 두 사람이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이고입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대표라면 그 나라의 교육정책과 정치가 어떻게 굴러갈 지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직접적 이해 당사자들인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서 결사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그들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일본 식민지지배와 이승만 박정희 독재에 대한 미화와 왜곡뿐만 아니라 학문의 영역에서 논의되어야 할 역사 문제에 정치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그것도 최소한의 일관성조차없이 말이다.

OECD 국가들 중 국정 고과서를 채택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현재 교과서를 국정화하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과 스리랑카북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공산당조차 1980년대 후반부터 검정제를 채택해 (일부는 아직도 국정교과서 채택실시하고 있다이같은 사실은 이 제도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과거 퇴행적이며 시대착오적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들어 시작된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로 정점을 찍으려 하고 있다이에 수많은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일당 독재인 중국 공산당조차 채택하지 않고 있는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민주적 가치를 체득한 시민들이 권위주의 독재시대의 흉물스런 유물을 반길 리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시도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이는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 발상이자 구태일 뿐이다정부는 21세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기 바란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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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9.01 08:28 신고

    국정교과서를 채택하면 이 나라가 민주국가가
    아니라는것을 자인하는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15:17 신고

      박근혜가 집권한 이후 계속해서 민주주의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이유가 뭘까요. 박정희의 망령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닐까요.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09.01 11:50 신고

    죄송합니다.
    욕좀 하겠습니다. 이런 놈들의 대갈통 속에는 무엇을 들었을까요?
    사형을 시켜도 시우너찮을 놈들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15:19 신고

      가면무도회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권력과 자본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욕뿐만 아니라 침을 뱉고 싶습니다.

  3.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09.01 12:17 신고

    국정교과서 한다면 모든 학교 국립으로 만들고, 모든 교과서 국정하고, 모든 사람들 공무원 만들고, 모든 기업 국가기업만들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전체주의국가, 전제주의국가, 경찰국가, 군인국가로 만들면 되겠습니다. 정신나가간 자들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15:19 신고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대체 이 자들이 이 나라와 시민들을 어디로 몰고가려는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4.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9.01 17:56 신고

    정부와 기득권의 눈으로 본 교과서에는 서민은 수동적 존재로만 나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강자의 세상을 이끌어가는 방식입니다.
    교과서는 교육의 출발인데 그것을 장악하고 있다면 미래는 뻔하지요.
    답답한 노릇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2 06:18 신고

      이 나라는 진실로 침몰해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이 그저 우연이 아닌 겁니다.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앞날을 그야말로
      바람앞의 등불신세일 겁니다...

  5. 오메가 2015.09.02 09:25

    어떻게 프로 정치인들이 일반 시민의 상식이하로 생각하는 지 도무지 알 길이 없군요..
    최소한 프로정치인이라면 자기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전체 우리나라 민족에게 이로운 생각을 하고 실천을 해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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