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뜨거웠던 어느 홍대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너무나 평온한 일상이 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날은 무더웠고 아주 습했으며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복사열이 피어 올라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순간 바쁘게 오가는 군중들 속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 왔다. 손에는 피켓을, 다른 손에는 노란 리본을 남자의 표정은 어두웠고, 무거워 보였다. 나는 그가 그곳에 있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아무 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 곳에 있다고. 그는 사람들을 향해 무언의 절규를 외치고 있었다그의 눈을 보는 순간 갑자기 끝이 찡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의 눈은 말로 형용할 없는 슬픔과 체념, 그리고 절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처럼 슬픈 눈을 일찌기 적이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의 눈은 너무도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벌써 500일이 지나지 않았던가.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유족들과 국민에게 철썩같이 약속했던 나라의 대통령과, 정치권도 까마득히 잊고 있는 그날이 아닌가. 일반 대중들이라고 다를까. '500'이란 시간은 사물과 현상을 망각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물론 알고 있다. 며칠 전의 일도 기억하기 힘든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무려 500일이나 지난 -더구나 자신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일들을 기억해 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때로 지겹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는 그만했으면 싶은 마음마저 사람들 안에 있다는 사실도.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의 앞을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의 발걸음은. 기억을 무력하게 만드는 시간과 우리 사회의 비루한 정치가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이다나는 지인들과 함께 그에게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와 가벼운 눈인사를 건네고는 그의 손에 쥐어 있던 노란리본 다섯개를 전해 받았다. 그리고 다시 군중 속으로 빠르게 몸을 던졌다.





지난 28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5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참담하게도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어렵사리 타결된 반쪽짜리 특별법은 수 개월째 잠을 자고 있다. 사이 세월호는 점점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


오늘 문득 그 받았던 노란리본들을 하나하나 다시 쳐다본다. 그것들은 지금 아내의 숄더백과 노트북 가방, 핸드폰과 자동차 열쇠고리에 각각 걸려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움직이는 곳에서 노란리본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기억은 간직하려는 마음이 간절한 사람에게 오래도록 자신을 허락한다는 것을 삶은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나는 사람들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바람부는 언덕의 정치실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클릭)

  1.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5.08.30 08:24 신고

    저 리본은 저와 제 아내의 가방에도 걸려 있어서 매일 보는 것입니다. 잊지 않으려 하는 생각 때문인데요.
    말씀하신대로 500일은 망각이 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더욱 씁쓸한 것은 바뀌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8.30 12:24 신고

      그냥 전 눈물만 나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나라는요, 정상이 아닙니다. 정상이라면 도저히 이럴 수는 없어요...
      ㅠㅠ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5.08.30 12:21 신고

    박근혜정권은 결사적으로 진실ㅇ르 감추고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진다면 그들의 실체가 들어나는 것이기에....
    아무리 감추고 덮어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집니다.
    '감추는 이유는 그들이 범인이기 때문'이라는 피켓이 기억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8.30 12:24 신고

      박근혜는 원죄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두고두고 따라 다닐 겁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것이 역사의 준엄한
      진리입니다. 박근혜는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겁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3.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8.30 18:07 신고

    저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너무 힘들어졌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안산에 가서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고 그들로부터 직접적인 얘기를 들어야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하루하루가.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06:52 신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안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 고통스럽습니다.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5.08.31 08:54 신고

    진실은 꼭 밝혀져야 합니다
    절대로 어물쩡..아몰랑해선 안될 일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06:53 신고

      진실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성경말씀을 믿어 보지요...

  5.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5.08.31 12:09 신고

    어둠은 진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
    박근혜정권이 세월호 진실을 묻을 수 록 반드시 밝혀집니다.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06:53 신고

      맞습니다. 정권교체를 통해서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한을 풀어줄 수가 있습니다.

  6. BlogIcon 지금 여기 2015.08.31 12:31

    그녀는 엄마가 아니어서 그래요.ㅠㅠ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5.09.01 06:54 신고

      엄마도 아닌 것이, 엄마 흉내를 내고...
      약자도 아닌 것이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대통령이 아닌 것이 대통령을 꽤차고 있으니...
      나라가 망쪼가 듭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뒤 하루가 지난 시점, 해경의 선내구조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유가족은 물론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 시각 방송과 언론에서는 최대의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연신 떠들어 댔다. 아마 이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가 승객들을 구조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해경은 물론이고 해군의 유도탄 고속함, 고속정, 해상초계가 가능한 링스헬기, 함정 수십 척, 심지어 공군 항공기까지 사고현장에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방송과 언론에서 '에어포켓'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에어포켓'은 선박이 뒤집혔을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 일부에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들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살아만 있기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그 끔찍한 절망속에서도 부디 살아있어 주기를, 그래서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두손모아 기도했다. 그러나 그들 중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의문이 남는다. 왜 그들은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을까. 사상 최대규모의 구조장비들과 인력들이 동원되었고, '에어포켓'의 가능성도 있었는데 왜 그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죽어가야만 했을까.

 

그러나 이 의문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뀌기까지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사고현장의 목소리가 거센 비바람을 타고 피눈물처럼 전국에 흩뿌려졌기 때문이었다. 그 시각 유가족과 국민들은 속고 있었다. 영혼없는 방송과 언론에, 무책임하고 무능하며 위선적인 이 정부에 철저히 속고 있었다. 국민들이 TV를 통해 보았던 구조 장면들은 그저 전시용 화면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구조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비현실적이고 기만적인 그림에 불과했다. 그 시간 실제 현장에서는 TV 화면과는 전혀 딴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투입된 장비와 인력들은 자신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 시간만 소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선내의 승객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들이 한 일이라고는 고작 먼저 살겠다고 승객들과 배를 등진 무책임한 승무원들을 안전하게 구명정에 실어준 일과 구명조끼를 입고 탈출한 승객들을 바다에서 꺼내는 일이 전부였다. 바로 눈 앞에서 승객들과 아이들의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져 가는데도 이들은 그들을 외면했다.

 

'살릴 수 있는 승객들을 국가가 살리지 못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것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살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는 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정황들이 이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주지한 것처럼 최초 사고 발생 이후 박 대통령과 정부, 해경에게는 승객들의 목숨을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완전히 전복된 이후에도 그들의 심경에는 변화가 '전혀' 없었다. 이를 뒷바침하는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어제 세상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현미 의원은 어제(3)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당일 오후 530분 목포해양경찰서가 해양경찰청 본청에서 각급 해양경찰서, 해군3함대, 전남도청 등 30개 유관 기관에 전파한 '상황 보고서-목포, 침수-전복선박(SEWOL) 관련 보고, 하달, 통보 7'를 확인한 결과 '세월호 선내에 공기가 많이 빠져 나오고 선내 진입곤란 공기 배출완료시 잠수사 투입 선내 수색 예정'이라며 의도적으로 에어포켓 소멸을 기다린 정황이 밝혀졌다"는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 김현미 의원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정부당국은 '에어포켓'이 없어지길 기다리면서도 방송을 통해서는 그 가능성을 흘리며 실제현장에서 공기를 투입하는 기만적 모습을 연출한 셈이 된다. 나아가 김현미 의원의 폭로는 언급한 것처럼 이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생존자들의 구조보다 국민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 '생색내기'에 있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끔찍하고 소름이 끼친다. 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B급 호러물보다 더 끔찍하기 이를데 없다. 사그라드는 생명의 불씨를 살려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자들이 불씨가 꺼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무려 293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고, 11명은 아직까지 실종상태로 가족들을 망연자실케 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사상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세월호 참사에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말이 무색하게 청와대는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필요한 자료조차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게다가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무력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무리 다리를 꼬집어 봐도 감각은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요한다. 소름 돋게도 꿈이 아니다.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 거짓말처럼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괴기스런 막장같은 현실의 종극은 어떤 모습일까.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나라와 이런 정부와 이런 대통령이 정상일리 없다는 사실뿐이다. 어쩌면 이런 자들을 여전히 용인하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1.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7.04 14:59 신고

    국정조사도...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의해 침몰될듯해요...
    그럼에도 보여지는 증거들은 아주 사람 미치게 해요ㅠㅠ, 더 아찔하고 공포스러운 것은 지금 증거들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과 나머지 빙산을 조사하려고 노력하지않을 것같다는 것....ㅠㅠ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7.05 01:02 신고

      본문에도 밝혔듯이
      이런 나라와 정부, 대통령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이런 X덩어리들을 아직까지 방치하는 국민들은 또 어떻구요.
      정말이지 구역질이 납니다...

  2. Favicon of https://wanderingpoet.tistory.com BlogIcon 너의길을가라 2014.07.04 15:52 신고

    10번째 공감.. ^^*
    페이스북 커뮤니티 만드셨네요?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던데.. 잘 꾸려나가시길!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4.07.05 01:01 신고

      네, 시간이 별로 없어서 어찌될지는 모르겠어요..
      열심히 해봐야죠.
      ㅎㅎ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