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3선 중진 김세연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후폭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이 한국당 해체를 포함한 전면적 쇄신과 대대적 물갈이를 요구하고 나서자 당 안팎으로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김 의원이 한국당을 "생명력을 잃은 좀비", "비호감 역대급 1위",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한국당은 수명이 다했다",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어렵다"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불출마까지 촉구하자 당 분위기는 벌집을 쑤신 듯 뒤숭숭해졌다.

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정우택 의원은 1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해체돼야 하고 소명을 다한 '좀비 정당'으로 판단한 사람이 이번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직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코미디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본인 스스로 (원장직을) 내려놓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장제원 의원도 같은날 KBS1 '사사건건'에 출연해 "안타깝다 못해 속상했다. 보수를 혁신하고 개혁하겠다는 친구가 불출마를 선언하니까 속상하다"라고 운을 떼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 의원이 같은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임 전 실장은 당의 폭탄을 제거하고 떠났는데 김 의원은 당에 폭탄을 투하하고 떠났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 의원의 소신 발언에 당 내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불출마 선언에 대한 당내 반응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자기희생적 결단으로 평가하면서도, 막말에 가까운 독설로 분란과 분열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주목할 것은 김 의원이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 '지도부 용퇴론'까지 거론했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에서 "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며 "감수성이 없고, 공감능력이 없고, 소통 능력도 없으니 사람들이 우리를 조롱하는 걸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는 다분히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조국사태를 기화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좁혀지기도 했다. 보수층이 결집하고 무당층이 증가하면서 한국당이 상대적으로 반사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한국당은 스스로 자멸했다. 조국 장관 청문위원 표창장 수여 논란, 패스트트랙 의원 공천 가산점 부여 논란, 공관갑질 의혹의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논란 등 내부 악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지율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지도부 용퇴를 주장한 김 의원 역시 이 부분을 꼬집고 있다. 성찰과 쇄신이 없는 현재의 한국당으로는 정부-여당에 실망한 민심을 끌어안기에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는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는 지도부의 공감능력 부족과 불통 행보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개혁보수 이미지에 탄탄한 지역기반(부산 금정)까지 갖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불출마 선언을 통해 강조한 것은 결국 당의 전면적인 쇄신과 변화다. 기존의 관성과 정치 문법에서 탈피하지 않는다면 당의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날선 일침인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의 날카로운 지적에도 한국당은 역시나다. 지도부 용퇴까지 거론하며 대대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내분만 격화되고 있을 뿐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리더십에 위기를 맞고있는 황 대표가 돌연 단식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일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번 단식에 "목숨을 걸겠다"며 청와대와 여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 한겨레



황 대표의 단식에 뒷말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와 선거법-공수처법 처리를 막어보겠다는 구실을 내걸었지만, 최근 각종 구설에 오르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황 대표가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단식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리더십의 위기를 대여투쟁으로 극복해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황 대표가 내건 명분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황 대표는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바꾸고 미국까지 가세한 안보, 경제전쟁으로 밀어넣었다"며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나 지소미안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우리 정부가 아닌 일본이다.


정치와 무관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정치 문제로 비화시키고 이를 다시 경제 문제로 연계시켜 보복 조치를 감행한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주장은 일본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아베 내각의 경제보복 조치에 분노하는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동떨어진다.

패스트트랙 철회 요구 역시 마찬가지다. 황 대표는 국회법-그것도 2012년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합법적 절차로 발의된 패스트트랙 안건을 '불법'이라 규정하더니, 급기야 공수처법을 가리켜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자를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의제는 청와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국회 내에서 여야간 협상으로 풀어야할 정치적 문제를 문 대통령이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 말이 맞지 않는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을 위한 공수처법 도입에 찬성하는 다수 국민의 인식과도 상당한 간극이 있음은 물론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황 대표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라면 국회 내에서 협상과 조율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 우선이다. 장외투쟁-삭발-단식 등은 그 다음에 생각해 볼, 말 그대로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를 통해 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 강력한 대여투쟁만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건설적 비판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와 맹목적인 떼쓰기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당 내부에서도 황 대표의 전략부재와 리더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좀비", "민폐" 등 강한 어조를 섞어가며 '지도부 용퇴론'을 주장했던 김 의원의 뼈저린 일성도 이같은 당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인적 쇄신과 성찰 없이 과거의 낡고 고루한 방식을 고집한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김 의원의 충정 어린 고언도 무위에 그칠 모양이다. 황 대표의 '단식'이 이같은 추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차대한 시기다. 지소미아 종료, 방위비 분담 갈등 , 경색된 남북-북미 관계 등 외교-안보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전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민생 역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막중한 시국에 황 대표는 뜬금없이 단식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것도 지소미아 종료와 패스트트랙 처리 철회라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명분을 내세운 채 말이다.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는 황 대표의 단식투쟁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특히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는 김 의원의 쓴소리를 패러디한 듯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가 진심으로 민생과 안보를 걱정한다면 투쟁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안팎으로 "민폐" 소리를 듣다간, 김 의원 말마따나 대선은커녕 총선 승리도 난망이다.

  1. Favicon of https://moonsaem321791.tistory.com BlogIcon 선한이웃moonsaem 2019.11.21 12:58 신고

    제가 포스팅 한 글에 아무나 댓글 올리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악의적인 댓글 유도하는 것이 아닌데 원하지 않은 댓글들이 올라와서 마음이 불편 하네요. ㅜㅜ

  2.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11.21 17:16 신고

    이들 때문에 단식이 희화화되고 말았습니다.

  3.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11.21 20:31 신고

    저는 자한당을 저는 정당으로 보지 않은지 오래 됐습니다
    존재자체가 비극입니다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11.22 06:11 신고

    기도 안차는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시점을 이틀 앞두고 전격 '종료' 선언을 했다. 1년 연장을 예측하던 일본 정부는 충격에 빠졌고, 우리 정치권도 분주해졌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 시절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 졸속적으로 맺은 협정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얼마 전 국회에서 협정 체결 당시 참모총장이던 자신도 모르게 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협정이었다.  협정 체결 당시부터 여론의 반대에 부딪혔던 사안을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말들이 많았다. 박근헤 정부는 왜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지소미아를 강행해야 했을까. 지소미아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그 때로 시간을 돌려본다. 

 

ⓒ 뉴시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되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감행 이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신속한 대북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라오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일본은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성이 GSOMIA 체결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어 유병세 외교부 장관이 오는 18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의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GSOMIA 문제를 비롯해 북핵 대응방안과 대북 압박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적 발표가 나온 것은 없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이처럼 GSOMIA 체결을 위한 양국 간의 사전 작업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4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여론의 역풍에 휘말려 무산됐던 GSOMIA를 재추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다시 한번 정국이 소용돌이 칠 것으로 보인다.

GSOMIA는 이명박 정부 말인 지난 2012년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일본과 비밀리에 GSOMIA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뜨거운 질타를 받았다. 과거사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양국간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했다는 사실에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정부는 강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협상을 전면백지화 하게 된다.

당시 정부가 국민 정서에 역행하면서까지 일본과 밀실 협상을 벌인 기저에는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삼각동맹을 통해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이를 통해 중국·러시아·북한의 공조에 대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동북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오래된 기본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참여시켰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묶여 있던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끌어들였다. 호주에는 해군 기지를 건설했고 일본, 필리핀, 베트남을 측면 지원하면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도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외교의 핵심 화두인 경제와 안보를 한데 묶어 급속히 팽창 중인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 YTN

 

그런데 미국의 동북아시아 경제 안보 협력체 구상의 핵심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다. 따라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실효를 거두려면 한일 양국의 관계회복이 관건이다. 미국이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는 일본 정부의 군사팽창정책을 묵인하고 있는 것도, 우리 정부에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한일 양국 사이의 관계 회복을 끊임없이 종용했던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국민정서에 반하는, 이해할 수 없는 한일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 안보 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GSOMIA 역시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묶어 동북아시아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안보 전략적 포석이며, 정부가 도입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한반도가 세계열강의 패권 싸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탐지와 군사정보 공유를 위해 추진되는 GSOMIA는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과 한반도의 안보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 분명하다. THAAD와 GSOMIA가 사실상 MD체계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졸속적으로 결정함으로써 극심한 내부 혼란과 외교적 갈등을 자초한 바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과거사에 대해 사과도 반성도 없는 일본 정부와 군사기밀과 정보를 공유하는 GSOMIA를 다시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GSOMIA가 이명박 정부 때 이미 국민들이 단호하게 반대했던 사안임을 감안하면 이를 다시 꺼내드는 저의가 지극히 의심스럽다. GSOMIA는 군사대국화를 꿈꾸는 일본의 야욕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꼴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굳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GSOMIA가 THAAD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악의 경우 이는 신냉전체제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으며, 만약 그렇게 될 경우 한반도가 그 중심에 서게 된다. 국민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THAAD 배치를 결정해 동북아시아의 안보리스크를 한없이 끌어올렸던 박근혜 정부가 다시 한번 국가와 국민을 혼란과 논란 속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다. 과연 GSOMIA가 무엇을 위한 협정인지,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8.23 09:05 신고

    당연한 수순입니다..

ⓒ 오마이뉴스

 

미국의 중재도, 한·일 외교장관 회담도, 국회 방일의원단의 의원외교도 별다른 소득이 없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외교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의 대응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일본이 분쟁을 멈추고 일정 기간 현상 유지에 합의할 것을 촉구하는 미국측의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일본 입장이 완고하고 강경하다"며 "미국의 설득 노력에도 좀처럼 입장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대를 모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의 외교장관 회담도 서로 간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양국 외교수장은 1일 경제보복 조치 이후 처음으로 만나 협상에 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강 장관은 이날 50분간 진행된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출규제 철회, 화이트리스트 제외 절차 중단·보류 등을 요구했으나, 고노 외무상으로부터 확답을 얻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본을 방문했던 방일의원단 역시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방일의원단은 1박 2일 동안 일본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외교를 펼쳤지만 일본측으로부터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했다.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과의 회동은 끝내 불발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유감을 표명하는 등 한·일간의 확연한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당초 미국의 중재와 정부·국회 차원의 외교적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분쟁 해결의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이 강경 태도를 고수하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중재에 나설 뜻을 시사했지만, 일본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당분간 출구 없는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한·일 기업들이 조성한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우리 정부의 안을 거부한 데다, 외교채널을 통한 협상 역시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안보를 목적으로 한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한·미 양국의 다각적인 노력에도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외려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추가 보복 조치를 통해 한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국을 상대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응책을 고심 중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과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 역시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고노 외무상과의 회담 직후 강 장관은 "내일 (화이트리스트 배제) 각의 결정이 나온다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원인이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거였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강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 자리에서도 지소미아와 관련 "지금은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지소미아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목소리는 방일의원단 내부에서도 나왔다.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일본의 스가 관방장관이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얘기하는데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전략물자 수입에 장애가 생기고, 그러면 군사 정보자산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생겨서 지소미아 기능, 효율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소미아 유지를 위해서도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병력 이동과 동향, 북 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일본과 공유하기 위해 맺은 지소미아는 1년마다 갱신되는 협정으로 한쪽이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자동적으로 유지된다.

 

ⓒ 오마이뉴스



정부가 지소미아를 파기할 경우 일본의 대북 정보 수집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의 유지·연장을 원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안보 분야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가 오는 8월 24일이 기한인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일본 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는 지소미아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체결돼 지금도 논란이 적지 않다.

청와대도 분주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의 조치에 맞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내리더라도 발효 시점이 3주 뒤인 점을 감안해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FT 등 외신은 물론 일본 자국 언론으로부터조차 자유무역 원칙과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 받고 있다. 국제법 위반일 뿐 아니라 사법적 판결을 정치·경제 문제와 연결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명분이 없을 뿐더러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조야와 경제계, 외신들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비판하는 본질적인 이유일 터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와 용서, 적절한 보상과 배상이 없이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난망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해서라도 아베 정권은 경제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되, 일본의 후속 조치에 대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 분열이다. 많은 국민들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아베 정권을 편드는 듯한 행태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JTBC 손석희 앵커는 지난달 22일 '앵커 브리핑'에서 노회찬 전 의원의 발언을 소개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제19대 총선 당시 야권연대를 비판하는 여당 의원을 향해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반문하던 노 전 의원의 그 유명한 '외계인' 비유다.

일본이 지금처럼 비상식적 도발을 이어간다면 한·일 갈등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파국은 막아야겠지만 피할 수 없다면 결코 물러나서도 안 된다. 외교·안보에 여야·정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파 논리는 그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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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9.08.03 16:01 신고

    또 냄비근성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진짜 왜놈들에게 복수하느 길은 식민지 잔재청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후 나라 안에 선재한 일본문화 청산으로 이어져 왜놈들이 우리에게 한 짓이 어떤 것이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줘야합니다.

  2.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9.08.05 15:57 신고

    국가적 사태마저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을 보면서 절망감마저 들더라구요.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자화상이 아닐까요.

  3.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9.08.06 06:08 신고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인 것 같습니다.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9.08.07 22:07 신고

    기가막힌 뉴스들이 계속됨에 휴가기간동안 뉴스를 멀리했어요~
    지금 휴가중이시죠? 맘껏 쉬시고 다음에 뵈요~^^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9.08.12 10:40 신고

    생각할수록 아까운 분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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