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들이 있다. 메이저리그 조 디마지오의 61경기 연속안타, 피트 로즈의 4256안타, 놀란 라이언의 통산 최다 탈삼진 5714개, 사이영의 통산 승수 511승 등은 현대 야구에서 도저히 깨기 힘든 기록으로 남아있다. 여자 단거리의 제왕으로 손꼽혔던 그리피스 조이너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기록한 100m, 200m 세계기록인 10초 49와 21초 34는 30년이 지난 오늘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야구가 태동한 1982년 당시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뛰었던 백인천 선수가 기록한 4할1푼2리의 타율은 '난다긴다'하는 선수들이 수 십 년간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신되지 않고 있다. 2017년 은퇴한 이승엽의 465 홈런 역시 당분간 깨지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프로농구 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희정의 1000경기 출장이나 서장훈의 '1만 득점-5000 리바운드' 기록 역시 마찬가지다.

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일 테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경우는 존재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말이 논리파괴형 수사의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대중의 기억 속에 뚜렷하게 각인돼 있다는 점에서, 대체불가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기록과 비교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터다. 


ⓒ 오마이뉴스


있는 사람들이 '돈 없어'를 외칠 때마다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전두환의 '전 재산 29만원' 발언이 바로 그렇다. 13일 전두환의 전설적(?) 발언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돼 화제가 됐다.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 김효재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대치동 이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문제의 발언은 김 전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검찰 출신 정동기 변호사가 변호인단에 합류하지 못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 중에 불거졌다. 김 전 의원은 "아시다시피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고, 서울시장 4년간 월급 한푼 받지 않았다"며 "변호인단은 매우 큰 돈이 들어가는데 재정적으로 약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돈이 부족해 변호인단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뜻일 테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던 전두환의 주장(전두환의 아내 이순자씨는 회고록을 통해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마찬가지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변호인단 구성이 힘들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납득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변호사 비용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간을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들이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가난이 되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쓰였으면 한다"며 "우리 내외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공개적으로 재산 헌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3년 뒤, 이 전 대통령은 약속(?)대로 '청계재단'에 약 330억 원을 환원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청계재단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장학재단이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재산 환원은 의심스런 정황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선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시점부터가 석연찮았다. 이 전 대통령이 재산 환원 의사를 밝힌 건 2007년 12월 7일이었다. 대선을 바로 목전에 둔 대단히 미묘한 시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BBK 의혹,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 갖은 논란에 시달려온 이 전 대통령이 기부를 통해 재산 관련 의혹을 털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계재단 임원진의 면면도 범상치 않았다. 대학동기이자 후원회장을 역임했던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에 임명되는 등 청계재단의 주요 임원진이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청계재단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채무를 변제해 나가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대선 당시 친구인 천신일씨로부터 빌린 30억 원을 청계재단 소유의 대명주빌딩에 근저당을 설정해 대출을 받은 뒤 갚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2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쇼'에 출연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주장한 내용이다.


그런가 하면 청계재단에는 주식회사 '다스'의 지분 일부도 유입된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지분 5%가 지난 2011년 청계재단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로 인해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는 다스의 최대주주가 됐고, 청계재단은 5%의 지분으로 3대 주주가 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상은씨와 청계재단의 주식을 합치면 5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상은씨와 청계재단이 힘을 합칠 경우 다스의 주요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집 한 채만 남기고 전 재산을 기부해 설립했다'는 청계재단은 이처럼 재단의 설립과정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숱한 의혹에 휩싸여 있는 중이다.


ⓒ 오마이뉴스


다스와 청계재단 등 차명재산 의혹은 논외로 치더라도,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데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013년 관보에 공시한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은 46억3146만원에 달한다. 이 중 예금은 9억5084만원이다. 13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내외가 보유한 대지와 주택은 공시가격이 68억여 원, 시세를 합쳐 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차명재산을 빼놓고도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전 대통령 측은 관련 발언은 '대형 로펌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할 여력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진화에 나섰다. 여론의 반응이 싸늘해지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요, 혹 떼려다 혹 하나를 더 붙인 격으로 보인다. 뇌물혐의 액수가 100억여 원에 달하고, 횡령과 배임, 탈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돈이 없어 변호사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뭇사람들의 심기가 뒤틀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자신의 전 재산이 29만원에 불과하다는 전두환의 읍소에 이어, 이번에는 이 전 대통령 측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나같이 궁색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재정적 문제 때문에 변호인단 구성이 어렵다는 이 전 대통령 측의 하소연이 이해는 된다. 무려 16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위해서는 변호인단을 대폭 늘려야 할 터다. 지리한 법정 공방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을 것이다. 더구나 차명재산 혐의를 받고 있는 마당이니 말마따나 자금 조달 역시 쉽지 않을 테다. 이 전 대통령 측의 곤궁함이 이해가 되는 면이 없지 않은 것이다.

해서 제안을 하나 할까 한다. 삼성 측에 수임 의뢰를 해보면 어떨까. 삼성은 국내 최고 수준의 변호인단을 보유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어디 이뿐인가. 70억 원에 이르는 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용을 대납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이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다. 대형 로펌을 생각하고 있는 요량이라면 실력으로 보나, 과거의 인연으로 보나 삼성만한 곳이 또 없을 터다. 어떤가. 삼성 측에 수임을 의뢰해 보는 것 말이다. 갈 길이 먼, 지난하고 고단한 싸움이다. 측근마저 등을 돌린 고립무원의 처지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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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urmysweety.tistory.com BlogIcon YYYYURI 2018.03.14 11:08 신고

    한숨나오구요 ..

  2. Favicon of https://yonipig.tistory.com BlogIcon 토갱사부 2018.03.14 12:52 신고

    쥐박이놈이나 전재산29만원인 대머리아저씨나ㅉ

  3. Favicon of https://iamnot1ant.tistory.com BlogIcon 베짱이 2018.03.14 18:11 신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ㅋㅋㅋㅋ
    대중에게 하는 이야기가 아니구요. ㅋㅋㅋㅋ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8.03.14 21:19 신고

    풉~ 정말 밴댕이소갈딱지의 모습이군요!

  5.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03.15 03:20 신고

    사자방으로 189조 국민세금을 도둑질하면서 무슨 짓을 했는지 샅샅이 밝혀내야 합니다.
    희대의 사기꾼 도둑입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03.15 05:34 신고

    한심...ㅜ.ㅜ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7.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03.16 07:52 신고

    사필귀정...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BBK 투자금 반환 소송비 삼성전자 대납 의혹,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불법자금 수수 의혹, 김소남 전 의원 공천헌금 의혹, 대보그룹 공사수주 청탁 의혹(이상 특가법 뇌물수수), 다스 실소유주 및 비자금 조성 의혹(횡령·배임), 다스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 LA 총영사관 동원 의혹(직권남용), 18·19대 총선 청와대 불법 여론조사 실시 의혹(선거법 위반), 다스 지하창고 청와대 문건(대통령기록물도관리법 위반), 가평 별장과 부천시 공장 부지 등 차명재산 의혹(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

정말 어머어마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이 받고 있는 혐의라는 겁니다. 구린내가 진동한다는 세간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굳건하게 버텨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오는 14일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모두 16개에 달합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비롯해 100억 원대에 이르는 뇌물 혐의와 다스 관련 횡령·배임 의혹 등을 하나하나 소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범죄 혐의 가운데 유독 한가지만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안의 중대성과 그동안 사회에 미친 정치적 파장 등을 감안하면 고개가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관련 의혹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천인공노할 국기문란 행위라는 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검찰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검찰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의 정점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해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검찰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 정치개입 의혹을 혐의에 추가하지 못한 채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하게 됐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관련 혐의를 극구 부인하고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연달아 기각되면서 수사 진행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8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 '사이버 외곽팀' 팀장을 맡아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던 양지회(국정원 퇴직자 모임) 전 기획실장 노모씨와 현직 간부 박모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그러자 범여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법원을 향한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피의자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지우는 등 범죄 은닉과 증거 인멸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이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객관적 증거자료가 대체로 수집됐고, 주요 혐의 사실에 대해 피의자가 다툴 여지가 있으며, 관련된 공범들의 수사 및 재판 진행 상황, 주거 및 가족 관계 등을 종합하면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김 전 기획관은 군 댓글 공작 수사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으로 평가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앞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으로부터 군 사이버사 증원 관련 지시를 받은 뒤 김 전 기획관과 실무회의를 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김 전 기획관을 이 전 대통령과 군 사이버사 사이의 연결고리로 보고 수사를 해오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전 대통령 수사는 또 다시 난항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 관련해 수사의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도 7일 기각됐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군 사이버사 대선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11일 만에 석방된 바 있습니다. 이후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김 전 장관에게 국방부 직속 조사본부에 군 댓글 수사 축소를 지시하고 세월호 참사 후속 대응 과정에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내용을 무단 수정·삭제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한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구속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 개입 의혹을 밝히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법원의 영장전담판사 교체 이후에 영장을 재청구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러나 법원이 영장을 다시 기각하면서 검찰의 계획은 다시 틀어지게 됐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한 영장이 계속해서 기각되고 있는 데다가,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난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까지 또다시 기각됐기 때문입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에 영장이 청구된 사실과 별개인 본 건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의 내용을 볼 때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앞서 영장이 기각된 피의자들의 기각 사유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입니다.


ⓒ 오마이뉴스


영장 기각이 이어지면서 그에 비례해 법원의 판결에 대한 의구심도 비등해지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마땅하나, 법리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수긍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다툼의 여지가 없는 공방이 있을까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의자가 있습니까?'. 이 상식적인 질문과 법원의 법리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에 대한 잇따른 영장 기각에 법원을 향해 비판이 쇄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원이 기각 사유를 제시하면서 구체적 설명을 생략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논쟁거리입니다. 법원은 피의자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많은 정황 증거들과 관련자 진술, 같은 사안으로 구속된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와는 별개로 '타툼의 여지가 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가 없다'는 기계적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녹음기처럼 똑같이 재생·반복되는 바로 그와 같은 기각 사유로 인해 다수 국민들이 법원의 판단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범죄 혐의는 차고도 넘칩니다. 하나같이 모두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들입니다. 그가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 배신감은 이루 말하기 힘들 지경입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 중 유독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에 대한 수사만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한 중대 범죄이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결과입니다.  


검찰 소환을 앞둔 이 전 대통령의 범죄 의혹 중 유독 댓글 공작만 빠져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영장이 번번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입장은 확고부동합니다. 범죄 사실에 대한 타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타툼의 여지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법리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국민도 상당합니다. 구속 수사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면 그에 합당한 구체적 사유를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점점 비등해져가고 있는 국민과 법원 사이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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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8.03.08 13:27 신고

    산넘어 산입니다.
    어렵게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사람의 판사가 결정권을 갖자고 있는 영장전담판사제부터 개선해야합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8.03.09 10:36 신고

      저 역시 동감입니다. 현 영장전담판사제는 반드시 수정이 필요합니다.

  2.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8.03.08 22:33 신고

    다툼의 여지, 다툼의 여지...........
    CBS 권영철 선임기자의 언급처럼 이 "다툼의 여지"가 이렇게나 사람을 피말리게 하네요

    영장전담판사 어떤 사람에게 사건이 배당되면 기각된다, 누구는 구속영장 발부된다.
    이렇게 편가르기의 상황까지 발생한다는 군요.

    납득이 안되는 현실, 신뢰도가 급강하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8.03.09 10:36 신고

      제대로 된 설명이라도 하면 덜할텐데.
      상투적인 법리 용어로 국민을 설득하려 하니...

  3. Wapplian 2018.03.09 00:31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이며, 군부의 선거개입은 60만 군인을 담보로한 기무사령부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범죄가 명백하다!~
    여기에 무슨 법리가 필요한가?
    아니면, 사이버상의 행위는 범죄성립요건이 되지 못한단 말인가?
    사법부는 이를 해명해야 할 것이다!

  4.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8.03.09 04:44 신고

    참 어려운 현실입니다ㅜ.ㅜ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8.03.09 07:41 신고

    김관진이 구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참
    점점 사법부 신뢰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것입니다

    • Favicon of https://windyhill73.tistory.com BlogIcon 바람 언덕 2018.03.09 10:35 신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적폐 중 하나입니다. 양승태 이 자가 사법부를 장악하는 동안 ㅈ정말 많이 망가졌어요. 정치 검사에 이어, 정치 판사가 설치니...이게 나라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게지요..

적폐청산 관련 수사를 가능하면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등은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가 하면 청와대는 적폐수사를 연내에 끝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던 청와대가 검찰총장의 발언에 황급히 제동을 건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적폐청산을 적당히 봉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문 총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각 부처에서 넘어온 적폐청산 관련 수사에 집중되는 상황은 연내에 마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주요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지치는 것처럼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매달려 있는 게 너무 오래 지속되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계속되는 적폐청산 수사로 사회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올해 안에 수사를 끝내겠다는 뜻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 느껴지는 발언이다. 문 총장은 지난 10월 17일 대검찰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문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 관련 시한을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빨리 마치는 걸 목표로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수사가 길어지면 피로감이 커질 수 있으므로 수사팀 숫자를 늘려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내용의 발언이지만 전해지는 체감은 판이하게 다르다. 10월 17일 발언이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면, 지난 5일의 경우는 수사시점을 '연내'로 분명하게 못 박았기 때문이다.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정황은 또 있다. 문 총장의 발언이 보수언론의 주장과 '결'이 대단히 유사한 탓이다. 문 총장의 10월 17일 기자간담회 다음날 <동아일보>의 칼럼을 보자. 당시 전성철 사회부 차장은 '적폐청산이 지겨워진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면서 "좋은 노래도 계속 들으면 질리는데 특정 정권 수사가 1년 넘게 이어지니 지겨운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칼럼은 "현 상황에 하루 빨리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로 끝을 맺는다.

전 차장은 어떠한 근거 제시도 없이 사람들이 적폐청산 수사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고 단언한다. 요상하다. 내 주변에는 적폐청산의 칼끝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싫증은커녕 외려 적폐의 몸통인 MB를 왜 전격 소환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다. 유유상종인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릇 주장은 적확한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말이다. 전 차장의 칼럼이 나오기 사흘 전인 15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및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활동"에 찬성하는 여론이  77.1%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 의견 20.9%에 비해 무려 55.2%포인트가 높은 수치다.

국민들은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에도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폐청산 논란과 관련해 "불법과 부정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엄중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72.7%로, "과거 정권에 맞춘 정치보복 성격의 수사임으로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 24.5%보다 48.2%포인트가 높게 나온 것이다. (10월 13~14일 이틀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34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오마이뉴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전 차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검찰 수사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국민들은 적폐청산 수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 창'과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적폐청산과 관련해 '불법 행위에 대한 당연한 처벌'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67.5%에 이르렀다. 이는 여전히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반증이다. (11월 16일 하루 동안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정치보복 프레임을 가동시키며 사회적 피로감을 운운하는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의 주장과 달리 국민들의 의사는 확고부동하다는 것이 각종 지표로 입증되고 있다. 적폐청산 작업이 불법과 부정, 비리 등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니 만큼 수사에 만전을 기해 실체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 총장의 인식은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과는 한참은 동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범죄 수사의 기본적인 원칙과도 어긋나 있다.

박근혜·이명박 정권 시절의 비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드러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새로운 범죄의혹들이 밝혀지는 시국인 것이다. 최근만 해도 국정농단 수사의 정점이라 불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진보교육감을 불법 사찰하도록 국가정보원에 요구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정치권 및 검찰 안팎에서는 지금껏 밝혀진 사안들이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이명박 정권 시절 자행된 불법과 부정의 정황들이 그만큼 방대하다는 방증일 터다.

더욱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댓글 조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2012년 총선개입 의혹, 기무사령부 민간인 사찰 의혹, 롯데월드타워 건립 의혹, KBS 방송 장악 의혹 등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비리 의혹들은 아직까지 관련자 소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밝혀내야 할 실체적 진실들이 산적해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한을 두겠다는 것은 범죄 수사의 주체인 검찰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적폐청산을 '민생'과 분리시키는 것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문 총장은 "내년에는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사건 수사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본말전도나 다름이 없다. 정치권력 오남용의 단적인 예가 바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자행된 적폐들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사유화 했고, 그를 통해 민주주의와 헌법가치를 마음껏 유린했다. 국민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종북으로 매도하는가 하면,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억압하기도 했다. 무도한 권력이 양산해 낸 적폐들이 민생을 더할 나위 없는 절망과 고통에 빠트린 셈이다. 적폐청산이 흐지부지 끝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적폐가 쌓이면 민생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적폐청산은 지난 9년 동안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엄중한 작업이다. 단지 몇 개월만에 청산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적폐세력의 반발과 저항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럴 터다. 적폐청산은 정의롭고 공정한, 투명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시발점이다. 실체가 규명될 때까지 멈춤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은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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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7.12.07 11:00 신고

    사실 권력에 굴종했던 과거 검찰도 적폐청산의 대상입니다.
    제식구를 지키려는 꼼수는 아닐런지...

  2.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12.07 12:42 신고

    문재인대통령의 대표적인 인사 실패작입니다
    이 사람은 문재인정부에 처음부터 맞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적폐청산 시작도 않고 마무리...?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3. Favicon of https://cbdok.tistory.com BlogIcon 명태랑 짜오기 2017.12.07 18:02 신고

    포스트 잘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4.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12.07 21:56 신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기자회견도 그렇지만
    더욱 비난받아 마땅한 것은 그 적폐의 대상인 정치권과 특히 언론입니다.

    이 두 대상이 완전히 지금의 상황을 억지스럽게 부여잡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5.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12.08 08:26 신고

    연내에 끝낼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수사하는지나 모르겟네요
    다스건이나 빨리 제대로 수사해서 기한이 2월에 끝난다니
    년내 기소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할일이 태산인데 직무유기말았으면...

ⓒ 오마이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불통'과 '독선'으로 비판을 받았다. 쓴소리를 싫어하는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은 물론 비판을 전혀 수용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를 자주 연출했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정국 불안을 야기시키는가 하면, 민주주의적 가치와 헌법질서에 대한 수호의지가 불분명한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어쩌면 박 전 대통령에게 닥친 비극은 국정운영의 곳곳에 복선처럼 깔려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심판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앞서 국민들의 뒷목을 잡게 만든 이는 다름아닌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그 역시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권위주의를 앞세워 국정을 운영해 나갔다.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정책 결정, 반대나 비판을 적대시하는 태도, 민주주의와 헌법가치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국민들을 한숨 쉬게 만들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계획적이고 치밀했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9월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MB가 굉장히 신중하고 약았거든요. 그래서 뭐 자국 같은 거 잘 안남기고 웬만하면 다 밑으로 또 책임을 떠 넘겨요, 평소에. 우리가 옛날에 예를 들어서 이런 걸 좀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그게 부담스러운 일이면 알아서 하든지 말든지 그런 식입니다. 그래서 알아서 하잖아요? 그래서 잘못되면 내가 언제 하라 그랬어?  명쾌하게 이렇게 딱딱 부러지게 정리를 안 해 줘요"라고 이 전 대통령의 스타일을 딱부러지게 정리한 바 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웬간해선 '자국'을 남기지 않고 좀처럼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아 빠진 이 전 대통령이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이요, 사면초가라고나 할까.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 시절 자행된 불법 행위들이 연달아 불거져 나오며 큰 사달이 나는 모양새다.

그런데 보면, 걸려있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곳곳이 지뢰밭이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박원순 제압 문건, 2012년 총선 관권선거 의혹, KBS 장악 문건,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기무사령부 민간인 사찰 의혹 등 하루가 멀다하고 불법 행위의 정황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와 관련된 인물들도 여럿이다.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필두로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 이태하·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아직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조직적인 불법 행위들이 전방위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누가 더 나올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깃털이나 꼬리가 아닌 '몸통'이다. 이 전 대통령이 주목받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종북' 프레임을 가동시켰다. 그들은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시민들을 '종북'이라 낙인찍고 대대적인 탄압에 나섰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계 인사들의 밥줄을 끊어놓는가 하면, '박원순 제압문건' 등을 만들어 야권성향의 지자체장과 정치인들의 동향을 살피고 사찰하기도 했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기무사까지 동원해 광범위하게 여론조작에 나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국가와 시민을 보위하라고 낸 세금이 시민들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로 되돌아 왔다. 국가와 시민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구속된 원 전 원장의 불법행위가 이 전 대통령과의 교감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블랙리스트 관련 사항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고 보고받았다는 문건 역시 공개됐다. 사정이 이렇다면 당시 국정을 통솔했던 대통령으로서 무한책임을 져야 마땅할 터다.



ⓒ 오마이뉴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누구던가. 오랜 시간 그를 가까이서 보필했던 측근조차 "굉장히 약고, 밑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람이다"라고 혀를 내두르는 용의주도한 인물이 아니던가. 수사의 칼끝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다고 느꼈던 것일까. 그동안 측근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던 이 전 대통령이 28일 페이스북에 직접 소회를 밝혔다.

"안보가 엄중하고 민생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시기에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성공하지도 못합니다.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다. 적반하장에 무책임, 게다가 뻔뻔함까지 역시 '그' 답다. 과거 정부에서 자행된 불법 행위의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라면 5공화국의 불법 비리를 들춰내 세상에 알렸던 '5공 비리 청문회'도 정치보복일 터다. 그러나 정치보복이라 함은 모름지기 없는 사실을 억지로 끼워맞춰 정적을 제거하는 악질적인 행태를 말한다. 그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는 28일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출마 준비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VIP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이후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라는 내용과 함께, 청와대가 19대 총선에 출마하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국회 입성을 지원한 정황이 담겨있다. 그 문건 속에는 최근 이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되기로 작정한 듯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이름이 '턱'하니 올라있다. '안전판 역할 수행'이라는 문구와 정 의원의 최근 행보가 어째 으스스하다.

솔직히 입은 삐뚫어졌어도 말을 바로 하랬다고 바로 이런 것이야말로 국익 저해요 국격 손상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 중 국정원과 국군, 정부가 총동원돼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는 국가가 대관절 어디 있단 말인가. 미국의 CIA가 그러던가, 아니면 영국의 SIS가 그리 하던가.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댓글 조작을 하고, 민망하기 짝이 없는 합성사진이나 만들고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국가망신'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9월1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조사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74.7%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관련해서도 무려 69.7%가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으로 더 강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지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9월8일~9일 이틀에 걸쳐 유무선 RDD(무선 80.2%, 유선 19.8%)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전 정부든 현 정부든 상과없이 정권이 국가기관을 불법 동원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했다면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그것이 '정의'이고 '공정'이며, '국격'이다. 과거에 저지른 잘못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참인데도 그래도 아니라고 할 텐가. 아니면 많이 억울하기라도 하신 겐가. 그렇다면 피일 차일 미루지 말고 당장 검찰에 출두해 진실을 말하라. 그것이 작금의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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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9.29 11:38 신고

    이명박은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국민세금도둑이요 가짜 대통령만든 주권도둑입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空空(공공) 2017.09.30 07:38 신고

    요즘 아주 뒤가 구릴것입니다 ㅋ

  3. Favicon of https://saenooree.tistory.com BlogIcon 耽讀 2017.09.30 08:30 신고

    감옥 갈 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꼼꼼한 자로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치보복이란 말 자체가
    안 나오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4. Favicon of https://sophist.entinfo.net BlogIcon 소피스트 지니 2017.09.30 19:51 신고

    이명박 잡으러 가야지요~
    점점 그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언덕님 명절 잘 보내세요~~ 건강 유의하시구요~~ 즐거운 명절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5. Favicon of https://doolytubbies.tistory.com BlogIcon 둘리토비 2017.10.01 21:55 신고

    일하고 여행준비를 하면서도 지금의 정국의 상황에 예의주시했습니다.
    제발 MB가 응분의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페북에 MB가 남긴 추석인사겸 비아냥에 너무 화가 나서 막 쏘아붙였습니다.
    줄줄이 "성지순례"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네요.
    MB,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이고 악마입니다~

  6.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7.10.02 05:11 신고

    제대로 밝혀내길 온 국민이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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